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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21세기 동북아의 안보정세

냉전 종식과 더불어 미·소를 축으로 한 이념대립과 분쟁은 사라졌 지만, 수면 하에 잠재해있던 전통적인 지역적, 인종적, 종교적 분쟁들 이 세계평화와 안전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였다. 분쟁의 규모와 성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탈냉전시대 안보의 한 특징으로 간 주될 수 있다.

동북아지역에서도 냉전의 틀 속에 파묻혀 있던 역사적 불신과 뿌 리깊은 적대감, 경쟁의식, 영토분쟁 등 여러 문제들이 겉으로 드러나 고 있는 가운데, 역내 국가들이 경제력을 토대로 군사력 강화를 진행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토대로 군사력의 수적 감 축을 질적 강화로 보완하고 있으며,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군사비를 집행하면서 최첨단 군대를 양성하고 있다. 경제난으 로 인해 재래식 전력이 취약해진 러시아는 핵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고,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 1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변 4강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남북한의 군사적 대결상태도 크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0년 6월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군사적 긴 장을 완화하고 진정한 평화를 정착하는 문제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 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는 정치제도, 문화, 인구, 종교, 영토, 경제력, 과학기술력 등 여러 면에서 역내 국가들간의 차이가 크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상 태, 일본과 중국의 경쟁관계,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분쟁 등 갈등 요 인이 존재하고, 북한과 미·일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도 이뤄지지 않는 등 국가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본질서가 정착되어 있 지 못하다.

양자관계가 불완전하지만 어느 정도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 해, 다자관계는 훨씬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동북아에는 정치, 경제, 안보 등 제 측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적절히 흡수·해결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다자간 협의기구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으 나 참가국 수가 많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 는 ARF가 동북아의 안보문제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Track-Ⅱ 차원의 기구로서 아·태지역의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CSCAP(Council for Security Cooperation in the Asia Pacific)이 동북아의 안보를 사안별로 간헐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 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가 1996년 제의한 4자 회담도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다자주의가 강조되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여,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대화의 틀이 형성될 시기도 머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역내의 정치지도자들이 개별적으로 다자대화를 지지하는 견해를 밝혀왔으며,127) 각국이 정부차원의 다자 간 협의체 구성을 제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128) 물론 다자대

화의 틀이 결성된다고 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빠른 시일 내에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역내 국가들의 다자대화 경험이 일천할 뿐 아니라 개 별 사안에 따라 양자관계별로 갈등요인과 협력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TMD 참여와 남북한 관계

TMD에 대해 북한이 표명한 입장을 고려할 때, 만약 한국이 미·일 이 주도하는 TMD에 참여한다고 선언하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할 것 이 틀림없다. 북한의 반발 정도는 한국이 참여하는 수준에 따라 달라 질 것이다. TMD에 대한 연구에 비해 개발·배치를 결정할 경우의 반 발이 훨씬 거셀 것으로 보인다. 개발·배치가 결정되면 북한은 미국 과의 미사일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겠다는 약속을129) 철회하거나, 북·미 미사일회담이 타결되었을 경우에는 127) 예를 들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수상은 아시아에서 집단안보체 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중앙일보」, 1992년 9월 22일. 한승 주 전 외무장관도 장관시설인 1993년 5월 한국외교협회에서 한 연설에 서 동북아지역의 긴장완화와 신뢰증진을 위해 “Mini-CSCE” 형식의 안보협력체제의 결성을 제의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 다자안보협력기구를 만들 것을 주창해왔 다. 「중앙일보」, 1998년 10월 22일; Korea Herald, November 11, 1999.

128) 우리 나라의 경우 지난 1994년 7월 25일 ARF 창설회의에서 당시 한승 주 외무장관이 동북아지역 국가간의 안보협력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평화구축을 위한 지역적 틀을 발전시키기 위한 협의체로서 동북아다자안보대화기구(Northeast Asia Security Dialogue: NEASED) 의 창설을 제안한 바 있다. NEASED는 한 장관의 “Mini-CSCE” 아이 디어가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129) 북한은 1999년 9월 24일 미국과의 대화가 지속되는 한 미사일 시험발 사를 중지한다는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하였다. 북한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미국이 6월 19일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한 상 황에 부응하여 6월 21일 미사일 발사유예 의사를 재확인하였다. 2000

합의사항을 파기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 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남북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클 것으 로 예상된다.

다. TMD 참여와 주변 4강과의 관계

한국의 TMD 참여가 주변 4강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한국의 참여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일은 긍정적 반응을, 중·러는 부정 적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국이 연구에만 참여한다고 해도,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일단 환영할 것이다. 물론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 여해서 개발과 배치에서도 미국과 협력해 주기를 희망할 것이다. 어 쨌든 한국의 참여는 한국이 한미 안보협력관계를 굳건히 하는 데 노 력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일본도 기본적으로 한국의 참여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 참여 수준과 자국의 참여 수준이 다를 경우(예를 들 어, 한국은 연구에만 머무르는 데 비해 일본은 개발·배치까지 참여하 는 경우)에는 일본 내에서 정치적 논쟁이 야기될 수도 있다. 한국을 핑계로 일본 정부가 여론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 한 사태가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한·일 모두 어느 일방이 상대방에 비해 참여 정도가 낮게 되면 미국 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커다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중·러는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TMD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 다. 한국의 참여가 현재 일본과 같이 연구수준에 머문다면 반대의 형 년 10월 12일 조명록 특사의 미국 방문을 마무리하며 발표된 북·미 공 동성명에서도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였다.

태는 정치적 비난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발·배치를 결정하면 보다 구체적인 대응조치가 강구될 것이다.

중·러의 대응은 어떠한 TMD 체계가 개발·배치되느냐에 따라 달라 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지상하층방어체계는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양국은 현재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반대한 적은 없다.

둘째, 지상상층방어체계는 전략탄도미사일을 요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러의 대응조치가 강구될 것이다. 한국을 목표로 하는 탄도 미사일의 수를 늘리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셋째, 해상방어체계 는 상하층을 막론하고 대만의 방어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중국이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이지스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중국 의 군사적 대응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해상 상층방어 체계는 러시아에게도 위협이 되기 때문에 중·러가 군사적 공조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중·러의 군사적 대응은 역내의 긴장을 유발하고 군비증강을 초 래할 것이므로, 동북아는 새로운 냉전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 다.

라. TMD의 필요성

(1) 걸프전의 교훈

걸프전을 수행하면서 탄도미사일방어에 관해 습득한 다음과 같은 교훈은 한국에게도 TMD 구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라크의 미사일이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하지 않았고 정확도

도 떨어졌지만 미사일이 테러무기로 매우 유효하다는 점이 입증되었 다.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전쟁을 지원하는 국민의 사 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전쟁을 수행하는 지도부에게 커 다란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둘째, 다국적군이나 이스라엘의 보복 가능성이 이라크의 미사일 사 용을 억지하지 못함으로써, 기존의 억지개념이 의미를 잃어버렸다.

미사일 피습시의 보복공격력 만으로는 제3세계 독재국가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적절한 방어능력의 보유가 현 실적으로 필요함을 의미한다.

셋째, 이라크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의 소재를 추적하여 미사일 발 사 이전에 파괴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따라서 상대방이 보유한 미 사일중 일정한 수는 발사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적절히 대비해야 한 다.

결국, 북한이 단거리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걸프전의 교훈을 신중히 고려하여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130)

(2) 전쟁억지 효과

제한된 규모의 적극방어체계가 적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완벽한 방 어수단은 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단거리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여 주요 시설과 지역

130) 중장거리 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서 남한이 사정권 내에 들지 않는다 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술적으로 최대사거리의 절반 정도가 최소 사거리가 되는 만큼, 최대사거리 1,300km 정도인 노동1호 의 경우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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