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권에서 유교철학 연구의 최근 경향:2006~2015
109)
장 원 석*
❙국문초록❙
이 논문은 구미 학계에서 이루어진 2005년에서 2015년 동안 유교철학에 대한 연구 동향을 탐구하고 있다. 단국대학교 연구진에 만들어진 테이터 베이스를 기초로 하고 필자의 관심을 반영하여, 이 시기 연구들을 제도 적 변화, 번역작업, 유교철학의 윤리학적 정치철학적 논쟁이라는 주제를 통해 검토하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장 래 구미 학계의 유교철학 연구는 더욱 다양한 관점과 주제로 발전해 나아갈 것으로 예측하였다.
필자는 단순히 연구의 활발함을 넘어 구미학계의 다양한 논쟁은 개별주의자와 보편주의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관점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 연구자, 연구주제들이 참가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묘사하려고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연구자들에게 구미학계의 유교철학연구는 유교유산을 공유한 입장에서 흥미의 대상일 뿐 아니라 현대의 지적변화를 반영하는 엄밀한 탐구의 대상이기도 하다.
[주제어] 유교, 유교철학, 덕윤리이론, 역할 윤리, 보편주의자, 개별주의자, 유교정치 철학, 구미학계에서 유교 연구
❘목 차❘
Ⅰ. 시작하면서
Ⅱ. 유교/중국 철학 번역과 연구
Ⅲ. 윤리론과 정치 철학으로써 유교 연구:
보편주의와 특수주의
Ⅳ. 줄리앙과 비엘테 논쟁:
중국문명은 존재하는가?
Ⅴ. 결론에 대신하여
Ⅰ. 시작하면서
이 논문은 2006년에서 2015년에 이르는 시기에 구미권에서 유교 철학을 주제로 출판 된 저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이 지역의 학술적 동향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필자는 2006년 「미국 학계의 유교 연구
*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현황」이란 논문1)에서 미국 학계의 유교 연구 동향을 약 2005년까지 파악해 본 바가 있어 이 논문에서는 그 후 부터 최근에 이르는 업적을 중심으로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셈이 된다. 그 당시 논문을 쓰면서 필자는, 리처드 로티가 미국 내의 철학 연구 현황을 전관 하면서 UCLA 철학과에서 심각하게 제기한 철학 문제를 코 넬 대학 철학과에서는 철학문제로 느끼지도 않는다는 언급을 인용하며 이런 상황은 구미의 유교연구에도 해 당된다고 하였었다. 그것은 서구의 유교 연구자의 관심과 주제와 방법론의 다양성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 기는 일반적 경향 서술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려움은 10년이 지난 지금 더 큰 난관으로 다 가 온다. 그동안 구미권에서 유교/동양 철학 연구자의 증가, 다양한 주제의 부상, 제도적 장치의 급속한 팽창 때문이다.
몇 개의 주목할 만한 저널 및 학회들이 이 기간 안에 생겨났다. 홍콩의 中文 대학 철학과, 타이완 국립대 인문 사회 고등 연구원, 미국의 중국 철학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만들었지만 분명 영어 권 독자들을 겨냥한 저널 Dao:A Journal of Comparative Philosophy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시작은 2001년). 미국 산 호세 대학의 보 모우가 편집장을 맡은 Comparative Philosophy가 2010년에 발간되기 시작했다. 이 저널들은 기존의 Journal of Chinese Philosophy, Philosophy East and West, Asian Philosophy에 더해 영어 권의 유교/중국 철학의 논의의 장을 추가 시켰다. 교토대학교 우에하라 마유코가 편집장을 맡고 북미의 일본 철학 연구자들이 참가한 JournalofJapanesePhilosophy가 2013년 부터 발간 되기 시작했다.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유럽의 유교 연구자들의 네트워크인 World Consortium for Research in Confucian Studies가 2014년 하와이대학에서 결성되었다. 북미 한국 철학회(North America Korean Philosophical Association)가 결성되어 첫 회의를 가진 것이 2014년이다. 미국 남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가지고 중국–서구의 여러 철학적 정치적 이슈와 미래의 비전을 공유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베르그루 엔 인스티튜트(Berggruen Institute)의 철학–문화 센터가 2015년 설립되었다.
유교/동양 철학 분야에 이러한 확장적 경향은 지난 10년 간 구미 권의 유교 연구 경향을 묘사하는 것은 어렵게 만든다. 이런 배경에서 분야 연구의 대량 조사하여 통계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작업의 기반을 조성하 는 단국 대학교 해외 동 아시아학 연구 성과 DB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을 훌륭하게 성취하고 있다고 생각한 다. 그러나 전수 조사와 통계화를 동반하는 분석 작업은 다른 연구자에게 양보하고, 필자는 연구 성과 DB를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평소에 필자의 관심을 통해 알게 된 이 시기 구미권의 유교 연구를 통해 연구경향의 거대한 흐름의 윤곽을 드러내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경계선들을 묘사하는데 만족하고자 한다. 즉 이 논문에서는 제한된 기간 내에 이루어진, 필자의 관심을 중심으로 구미의 유교/동양 철학 연구 현황의 복 잡한 진화의 일단을 그려보고자 한다.
1) 장원석, 「미국 학계의 유교 연구 현황」, 동양철학연구 46, 2006, 369~390쪽.
Ⅱ. 유교/중국 철학 번역과 연구
19세기 중국 전통 문헌의 영어 번역이 독일의 막스 뮬러(Max Muller 1823~1990)와 영국의 제임스 레그 (James Legge 1815~1897)가 주도한 55권의 Sacred Books of the East 시리즈에 의해 일차적으로 이루어 졌다면 2차 대전 이후에는 서구 중국학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미국의 윙치챈(陳榮捷 1901~1994)과 Theodore De Bary(1919~)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sourcebook 시리즈와 컬럼비아 대학 출판사를 통한 Translations from the Asian Classics Series를 통해 각종 문헌의 영어 번역이 등장, 기존 번역물을 대체 하였었다. 최근에 는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University of Hawai’i Press, Hackett, Ballentine, Brill, Springer, Open Court 등 각종 대학 출판사와 일반 출판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 고전 번역과 연구 서가 출판 되면서 유교/동양 철학 번역 연구 출판의 제도적 조건을 보다 수월하게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에도 많은 중국 고전의 새로운 번역이 등장했다. 에릭 허튼이 荀子 완역2)을, 반 노든이
孟子3)를, 이안 존스톤이 墨子4)를 완역 출간하였다. 전국시대 말기 문헌으로 추정되는 孝經이 로저 에임즈와 헨리 로즈먼트에 의해 번역되었다.5) 존 메이저는 漢代 철학의 핵심적 문헌인 淮南子6)과 春秋 繁露7)를 번역, 출판 하였다. 그의 淮南子 번역은 같은 책에 대한 연구/번역서8)의 개정 증보판으로, 春 秋繁露 번역은 공역자 새러 퀸의 해석, 연구서의9) 연장으로 이해된다. 淮南子 번역은 그의 1966년 박사 학위 논문으로 부터 그리고 1993년 3.4.5장 번역으로 부터 발전의 결과로 부터 거의 반평생의 온축을 기간 을 거친 결실이다. 마이클 나일런은 공자의 생애를 다룬 저작10)을 출판 하였다. 헨리 로즈몬트는 에임즈와 의 논어 번역본에 이어서 논어 이해를 위한 철학적 입문 해설서를 출판 하였다.11)이 시기에 눈에 띄는 점 은 중국 고전 영역에 대한 철학적, 문헌적, 어학적 반성을 시도하는 번역 이론 및 실제 번역을 다룬 책의
2) Xunzi, Xunzi: The Complete Text, trans. Eric L. Hutton,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4.
3) Mengzi, Mengzi: With Selections from Traditional Commentaries, trans. Bryan W. Van Norden,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08.
4) Ian Johnston, trans. The Mozi: A Complete Translation, First Edition / First Printing edition,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0.
5) Henry Rosemont Jr·Roger T. Ames, The Chinese Classic of Family Reverence: A Philosophical Translation of the Xiaojing, Honolulu: Univ of Hawaii Press, 2009.
6) An Liu·John S Major, et al, The Huainanzi: a guide to the theory and practice of government in early Han China,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0.
7) Zhongshu Dong, Luxuriant Gems of the Spring and Autumn, trans. John S. Major and Sarah A. Queen,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5.
8) John S. Major, Heaven and Earth in Early Han Thought: Chapters Three, Four, and Five of the Huainanzi,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93.
9) Sarah A. Queen, From Chronicle to Canon: The Hermeneutics of the Spring and Autumn according to Tung Chung-Shu, Cambridge;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10) Michael Nylan·Thomas Wilson, Lives of Confucius: Civilization’s Greatest Sage Through the Ages, 1st Edition edition, New York: Crown Archetype, 2010.
11) Henry Rosemont, A Reader’s Companion to the Confucian Analects, annotated edition,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4.
출간이다.12)
지난 10년간 고대 중국 철학 문헌의 번역은 새로운 세대 독자의 등장과 중국 내의 새로운 문헌이 출토되 면서 꾸준한 동기를 부여 받아 온 듯 하다. 그러나 이에 비해 중세 이후 중국/유교 철학 문헌은 좋은 연구서 등장에도 불과하고, 아이반호의 양명학 관련 번역 앤솔로지13)와 티왈드와 반 노든의 漢代 이후 철학의 편집 서14)를 제외하면 번역서의 출간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듯하다. 이는 현대 중국 철학의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모우종산 등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15) 그의 책의 번역 자체는 활성 화 되지 않고 있다. 이 맥락에서 예외로 할 만한 현대 중국 철학자는 리저허우(李泽厚)다. 그가 중화권에서 많은 독자층을 지니고 있으며 20권이 넘는 저서를 낸 것을 고려하면, 소수의 저서에 불과하지만, 지난 10년 간 2권의 영문 번역서가 출판된 것이 눈에 띈다.16) 필자가 알기로는 현재 푸단 대학교/화둥 사범대의 폴 드 암브로시오(Paul D’Ambrosio)를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그의 주저를 영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곧 그의 주저를 포함하여 다양한 영어 번역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중국 철학 번역서의 고대/중세, 현대 사이의 불균형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문으로 여겨진 다. 구미권의 연구자들이 현대 연구 보다는 전 근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19세기 오리엔털리즘의 영 향이 잔존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럽 낭만주의의 영향을 깊이 받는 유럽의 동양학자들은 인도/중국 문명의 고대에 오래전 황금시대가 존재 하였고 이를 연구하여 서구 문명의 뿌리를 찾을 수 있거나 유럽 근대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독일의 언어학자들인 구스타브 슐레겔(Gustaaf Schlegel), 조셉 에드킨 즈(Joseph Edkins), 아우구스트 쉴라이어(August Schleicher) 등 독일 중국학자들은 인류의 언어의 공통의 기원의 흔적을 중국어에 발견하였다. 그들은 중국어를 가장 원초적인 언어인 단음절어(monosyllables)로 규정 하고 이보다 진화한 굴절어인 유럽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원초적인 중국어를 연구해야 한다고 가정했다. 동양 문명은 고대의 황금시대 이후 점점 퇴화되었기 때문에 서구인들은 고대 문명의 영화를 찾아내어 그들의 황금시대의 일부를 공유하는 서양인들이 진화의 길로 인도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였다. 제임스 레그의 번역 이 이러한 가정을 저변에 깔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는 中庸을 1장을 번역한 후 다음과 같 이 언급한다.
12) Ming Dong Gu,Rainer Schulte ed., Translating China for Western Readers: Reflective, Critical, and Practical Essays, Reprint edition, New York: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16; Douglas Robinson, The Dao of Translation: An East-West Dialogue, Routledge, 2015.
13) Philip J. Ivanhoe, trans., Readings from the Lu-Wang School of Neo-Confucianism,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09.
14) Justin Tiwald·Bryan W. Van Norden, eds., Readings in Later Chinese Philosophy: Han to the 20th Century,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14.
15) 예를 들어, Sbastien Billioud, Thinking Through Confucian Modernity, Leiden: The Netherlands; Boston: BRILL, 2011; N. Serina Chan, The Thought of Mou Zongsan, Leiden; Boston: BRILL, 2011.
16) Li Zehou·Jane Cauvel, Four Essays on Aesthetics: Toward a Global Perspective, Lanham, MD: Lexington Books, 2006; Li Zehou, The Chinese Aesthetic Tradition, trans. Maija Bell Samei,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0. 그의 저서 미의역정 美的历程은 1995년 번역 출판 되었다. Li Zehou, Path of Beauty: A Study of Chinese Aesthetics, trans. Gong Lizeng,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95.
(중용의) 첫 구절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후 우리의 길을 잃어버리게 하는 몽매 함으 로 이끌어 가면서 이 첫 구절을 잃어 버리고 만다. 겨우 그 길에서 벗어 났을때 우리는 아름답지만 존 재 하기 어려울 것 같은 성인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저자는 중국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데는 공헌 했다. 그는 자신 민족의 성인을 신 혹은 숭배 받는 모든 것들 이상으로 격상 시켰다. 그리고 보통 사람 들에게 이 성인들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이러면서 중용은 반 기독교적인 것 이 되어 간다. 얼마지 않아 기독교가 중국을 지배하게 되는 날 중국인들은 조상들이 신과 자신들에 대 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증거로 이 책을 찾게 될 것이다.17)
그는 그의 中庸 첫 구절의 해석이 보여 주듯이 중국 철학은 기독교와 같이 일신교 적이었지만, 갈 수록 인간의 종교로 되어 中庸 후반부에 인간의 誠之가 하늘의 誠에 이르러 만물을 화육 하는 것처럼 주자학에 이르러서는 인간 중심의 철학이 되어 (타락하여) 황금 시대의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 는 中庸 첫 구절을 번역하면서 天을 대문자 H Heaven으로, 命을 mandate로, 性을 nature로 번역하는데 이는 다분히 그의 기독교적 배경을 의식한 번역으로 보인다.
이런 반추에서 흥미로운 질문은, 21세기 초반의 유교/중국 철학을 번역하는 행위의 저변에 깔린 무의식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중국철학의 서양어 번역들은 서구 전통의 자기 투사를 얼마나 탈피 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긴 힘들지만, 다만 앞서 언급한 아이반호우의 양명학 문헌의 번역을 살펴보면 양명의 本體는 더 이상, 윙치챈에서 시작되어 ‘보수적’ 번역으로 생각되어 반복적으로 사용 되던 대로 substance로 더 이상 번역 되지 않고 ‘embodied state’ ‘original state’로 번역 되어있다. 중국 철학의 핵심적 어휘들과 현대 철학 언어 사이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보다 중국 철학의 맥락에 적절한 언어를 조심스럽게 찾아야 하 며, 많은 기존 번역어가 서양 철학 내지 지적 전통의 투사라고 하는 비판적 논의가 점차 설득력을 거두고 있 는 것일까? 그러나 앞으로 논의 할 몇몇 사례에서 보듯 21세기의 구미의 유교/중국 철학 연구 패턴 살펴 볼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서구의 자기중심적 투사와 그 그림자인 동양의 특수주의, 그것의 이탈 사이에서 긴장하 는 연구들의 길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Ⅲ. 윤리론과 정치 철학으로써 유교 연구:보편주의와 특수주의
스테픈 앵글(Stephen Angle)은 최근 유교의 윤리 이론과 정치 철학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펼치며 저서와 편저 합쳐 최근 3권의 연구서를18) 출판 하였다. 그는 자신의 작업의 목표를 명확히 한다. 즉 그는 자신의
17) James Legge, The Chinese Classics: With a Translation, Critical and Exegetical Notes, Prolegomena, and Copious Indexes, Hong Kong University Press, 1960, p.50.
18) Stephen Angle·Michael Slote, eds., Virtue Ethics and Confucianism, Routledge, 2013; Sagehood: The Contemporary Significance of Neo-Confucian Philosophy, Oxfor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Contemporary Confucian Political Philosophy, Cambridge, U.K.; Malden, Mass.: Polity, 2012.이 그것이다.
목적이 근거있는 보편 철학(grounded global philosophy)를 정초 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유교 전통 특히 신 유학에서 발견 되는 윤리 이론이 영미 철학에 중요한 함의를 지닐 뿐 아니라 이 비교 연구로 현대 유학 이론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어서 현대 중국의 정치 사회적 문제에 중요한 해결을 제시하는 공헌을 할 수 있 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초기 작업을 중국의 인권 문제의 철학적 정치적 의미를 탐구하는데서 시작19) 했음을 고려하면 그의 비교 철학 작업의 목표는 지난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보편 이론을 통해 현대 중국과 서 구의 윤리학에 중요한 메세지를 던지려는 것이다. 그의 서구 사회와 유교 전통의 중국 사회를 관통하는 보편 적 철학의 핵심은 윤리적 덕 이론(virtue theory)과 진보적 유학 정치론(progressive Confucianism)이다. 그는 유교 윤리 특히 신 유가의 윤리는 서구 윤리 이론의 덕 이론으로 가장 잘 설명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유교의 핵심은 완성된 인격인 聖人을 모델로 삼아 스스로를 도야하고 그 자기 실현의 도상에 자신을 헌신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마사 누스버움(Martha Nussbaum)에 이르는 덕 윤리론자 의 핵심의 하나를 도덕이라는 것은 특정한 윤리 규칙에 복종하기보다 자신의 환경에 잘 대응하기 위한 덕성 을 도야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도야는 바로 인간의 완성된 인격에서 드러난 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특히 신유가 이론에서 이런 덕성의 도야는 성인이라는 개인의 성취로 드러난다면서 이러한 적절한 인격 적 개인의 강조는, 성인의 존재를 공동체적, 정치적으로 단순히 확장시킬 때 중국 역사와 현실에서 자주 나 타나는 전제주의나 전체주의의 문제로부터 좀 더 건전한 해결책으로 여겨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비슷한 논지를 우리는 근래에 여러 연구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셉 찬(Joseph Chan) 은 저서20)를 통해 유교의 재구성과 이를 지렛대로 법과 권리 중심의 자유 민주주의의 이론을 수정하는 기획 을 제시한다. 즉 우리는 유교를 먼저 구원하고 나서 그 유교로 하여금 세계를 구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유교의 윤리이론은 덕 윤리론이다. 이는 개인적 덕성의 계발을 중요시 하면서 법에 의한 상벌 제도사용을 제한하는 정치 이론으로 재구성 될 수 있으며, 유교는 보상과 형벌의 권리 이론이 아 니라 덕의 이론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기관과 제도들을 개선하고 운영 할 때 우리는 가장 바람직한 정부를 가 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셉 찬의 자유 민주주의와 덕 윤리로서 유교의 상보론을 읽으면서 필자는 서구 정치 철학 내의 보수주의 (아리스토텔레스)와 자유주의(존 로크)의 타협이라는, 미국의 제임스 메디슨의 이념에서 보는 것과 같은 매 우 낮 익은 형태의 타협적 정치철학을 읽는 느낌을 갖는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 타협 이론에 유교를 없 애고 서구 덕 윤리 이론에 기반한 보수주의 정치 철학자들을 대입 시켜 자유주의 철학과 결합해도 논의에 큰 하자를 발견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의 덕 윤리와 유교의 윤리론의 긍정적 관계 연구는 근래 서구 연구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주제일 것이다. 위 저자들 외에 총 김총,21) 아이반호우,22) 반 노든,23) 메이 심24)의 연구 주제
19) Stephen C. Angle·Marina Svensson, The Chinese Human Rights Reader: Documents and Commentary, 1900~2000, Armonk, N.Y: Routledge, 2001; Stephen C. Angle, Human Rights in Chinese Thought: A Cross-Cultural Inquiry, Cambridge,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20) Joseph Chan, Confucian Perfectionism: A Political Philosophy for Modern Tim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3.
는 저자 마다 다른 강조점을 가지지만, 공통된 주제는 덕 윤리와 유교의 윤리론의 상호 대화/해석이다. 유교의 윤리이론은 덕 윤리 이외에도 칸트 전통의 의무론적 윤리(모우종산), 공리주의(Hoyt Cleveland Tillman)와 의미 있게 비교되며 연구 되어 왔다. 여러 연구가 의미 있는 탐구와 결론을 도출 해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여기서 저자는 그 세부 이론과 성찰과 반박 혹은 어떤 윤리 이론과 유교의 친화성이 가장 타 당하다고 논지를 펴기 보다는 이들은 서구의 윤리학/정치 철학적 연장 아래서 유교의 윤리론/정치 철학을 재 구성하여 그 위치를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것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들이 ‘보편철학 global philosophy’
‘보편성 universality’를 강조하는 맥락은 현재 세계의 자유 민주주의 liberal democracy 혹은 아리스토텔레 스 적인 보다 보수적인 덕 윤리를 위시한 서구 주도의 지적 구조물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유교가 그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화 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문이 최근 유교 민 주주의에 대한 저서25)에서 자유주의 질서의 보완책으로 유교를 탐구 하면서 동아시아의 특수주의(East Asian Particularism)에 기반한 유교 공동체론과 유교 실력주의(Confucian Meritocracy)를 비판하고 있는 근거도 역시 비슷한 것이다. 유교 공동체론과 실력주의의 국지적 성격과 개인주의 인권 등의 자유주의의 가 치에 비추어 이들의 부적합성을 비판하는 것이다.
유교 실력주의의 대표적인 논자는 칭화 대학교의 다니엘 벨(Daniel Bell)로 저자, 편자, 번역자로서 최근 여러 권의 연구서를 발간26)하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문제의식은 서구 세계가 자유 민주주의라 는 제도와 이념으로 20세기를 운영했다면 중국의 세기에 중국은 물론 세계에 제기할 제도와 이념은 무엇인 가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그것은 중국의 실력주의(Meritocracy) 이념이다. 그는 공산주의 이후 중국의 공 백을 채우고 있는 것은 서구인들이 바라듯이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 바로 유교라고 언급한다. 그런데 그는 이 유교가 실력주의 적으로 해석된 것이어야 한다면서 실력주의적 유교는 정치 지도자가 가장 유능하며 공익 을 위하는 인물로 선발 되어야 하며 최선의 인물이 선출 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는 과거 제도로 관료를 선출하던 유교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실력주의 유교의 강조는 자유 민주주의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 중국 정치 질서의 옹호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 유교 실력주의의 도 입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당에 대한 충성보다 객관적인 능력을 평가하고 공정한 기회를 마련하려는 제도를 확 립하는 것으로, 기존 질서에 대한 큰 도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최근 지앙칭(蒋庆)27)
21) Kim-chong Chong, Early Confucian Ethics, Chicago: Open Court, 2007.
22) Rebecca L. Walker·Philip J. Ivanhoe, eds., Working Virtue: Virtue Ethics and Contemporary Moral Problems, Oxfor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23) Bryan W. Van Norden, Introduction to Classical Chinese Philosophy, 6th edition,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11.
24) May Sim, Remastering Morals with Aristotle and Confucius, Reprint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25) Sungmoon Kim, Confucian Democracy in East Asia: Theory and Practi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4.
26) Daniel A. Bell, Beyond Liberal Democracy: Political Thinking for an East Asian Context,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6; Daniel A. Bell, China’s New Confucianism: Politics and Everyday Life in a Changing Society, With a New preface by the author edition,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0;
Daniel A. Bell, The China Model: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6.
의 책의 영어 번역 출판을 주도한 것은 잘 이해된다. 지앙칭은 현대 중국에는 서구 민주주의 보다 정치적 유 교가 더 적절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는 더 나아가 유교는 중국의 국가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헌 법 질서와 제도도 이 정신에 따라 재구성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입법부의 구성이 유교 전통의 연속성 을 담지 할 수 있는 엘리트로 구성된 상원과 민중을 대표하는 인물로 구성된 하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중국의 외교적 이상도 모범적인 사례와 도덕적 설득을 주요 방법으로 하는 유교적 전통에 따르고 전쟁 과 무력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뚜 웨이밍은 장칭의 주장을 유교 근본주의라고 비판하는데 비해 지 앙칭은 현대 유가들이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보편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유교에 무리하게 접 목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지앙칭은 자신의 유교 국가 종교론이 영국 혹은 스웨덴의 국가 종교와 비슷한 개 념이어서 다른 종교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쉽게 예견하듯이 지앙칭의 논지는 서구 학계와 중화권에서 수많은 비판과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로저 에임즈와 헨리 로즈몬트, 설훈탄은 다니엘 벨 류의 유교의 실력주의적 해석을 비판하지만 덕윤리 또 는 자유주의적 보편성을 역시 비판한다는 입장에서 유교를 이해하는 새로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로저 에 임스는 중국철학의 풍부한 담론을 서구의 ‘덕윤리’라는 하나의 하위 범주로 환원 시키는 것을 비판적으로 논 의하면서 유교는 실제로 관계에서 벌어지는 관계와 역할의 관점에서 윤리적 행위를 영위해 나갔다는 관계론 적 역할 윤리(role ethics)의 관점에서 유교를 해석하고 있다.28) 헨리 로즈몬트는 근대에 서구에서 태동해 자본주의와 함께 팽창한 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자율성이 가진 개인의 합리적 욕망이라는 자유 주의적 인간관에 도전하는 관점에서 유교를 해석한다.29) 설훈탄은 현대 철학과 유교의 평등의 개념을 분석 하면서 실력주의적 유교해석에 비판적 조명을 하면서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백성의 기본적 욕구에 초점을 맞 춘 맹자와 순자를 해석한다. 이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실력주의적 해석 뿐 아니라 불평등을 양산하는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관점을 견지 하게 끔 한다.30)
필자는 최근 중국, 일본, 미국, 유럽 학자들이 모두 참가한 유교 관련 국제 학술 대회에서 중국의 정치 상 황과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 중심적인 가치인 표현의 자유, 인권의 주제가 나오면 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 는 논쟁에서 매우 날카로운 긴장감을 자주 느낀다. 중국의 부상이 서구 세계 뿐 아니라 제 3세계에 큰 변화 를 주고 있지만 그 정체가 아직 모호 한데서 생기는 긴장과 불안이 지정학적 긴장 뿐 아니라 보편주의와 특 수주의의 긴장 그리고 양자를 지양하려는 학자들의 논지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당분간 유 교의 윤리와 정치 이론 해석 그리고 그 함의는 중요한 논의의 주제로서 그리고 다양한 주장의 개진을 흥미진 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영역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27) Jiang Qing, A Confucian Constitutional Order: How China’s Ancient Past Can Shape Its Political Future, ed.
Daniel A. Bell and Ruiping Fan, trans. Edmund Ryden,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2.
28) Roger T. Ames, Confucian Role Ethics: A Vocabulary, Hong Kong: Chinese University Press, 2011.
29) Henry Rosemont Jr, Against Individualism: A Confucian Rethinking of the Foundations of Morality, Politics, Family, and Religion, Lexington Books, 2015.
30) Sor Hoon Tan, “Limiting Confucian Meritocracy”, Resolution of Conflict in Korea, East Asia and Beyond, Seongnam: Academy of Korean Studies Press, 2012.
Ⅳ. 줄리앙과 비엘테 논쟁:중국문명은 존재하는가?
앞 소절에서 다룬 보편주의/ 특수주의 관점의 긴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원을 포함한 논쟁이 근래에 서 구(프랑스) 중국학계를 장식하였다. 그것은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중국학과 명예 교수인 장 프랑수와 비엘테 와 프랑스 파리 7대학 교수인 프랑수와 줄리앙 사이의 벌어진 논쟁이다. 이 논쟁은 최근 비엘테의 줄리앙 비 판서31)와 줄리앙의 이에 대한 응답32) 그리고 줄리앙의 입장에 동조하는 지식인들의 저서 출판33)으로 가열 되었지만 둘 사이 논쟁은 1990년 줄리앙의 왕후즈 연구서34)의 비엘테의 비판적 논평 이후 지속된 것이며 더 오래된 서구(프랑스) 중국학계 안에 내재한 긴장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언어/문헌학자와 철학자 사이에 벌어진 중국학 방법론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면서 현대 중국의 정 치적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 인가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다. 둘의 논쟁으로 유발된 지적 자극은 알랑 바디 유, 브루노 라투어, 폴 리퀘르 등이 이 논의에 참가하면서 중국학을 넘어선 프랑스 지식인들이 참가하는, 현 대 유럽에서 중국의 함의에 논쟁으로 확산 되었고 최근 영어권에도 이 논쟁을 소개하고 논점에 대해 토론하 는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다.35)
비엘테는 문제 제기는 우선 방법론에서 시작한다. 1. 비엘테는 줄리앙의 철학적, 개념적 접근을 비판한다. 언어 분석, 경험적 문헌 비평에 중심을 둔 비엘테에게 줄리앙의 개념적 접근은 일반화와 이상화로 이어지는 결점을 지닌다. 그에게 이방법론은 일반화와 이상적 비약(High-Flying concepts)으로 보인다. 2. 그에 따르 면 이러한 철학적 개념적 접근은 필연적으로 중국 문명이라는 이상적 중국(ideal China)을 만들어 내고 이것 이 이상적 서양이라는 타자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비교 철학적 접근으로 귀결된다. 3.
그런데 이 동양 철학/서양 철학의 대립은 현대 유가와 같은 현대 중국 철학자들이 기본적으로는 서양 사상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발명품이다. 4.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상적 중국과 이상적 서양의 구성은 필연적으 로 상대주의로 흐르게 되며 이는 중국 정치 문화 안에 내재한 전체주의적 요소에 대해 비판 할 수 없게 만든 다는 것이다. 비엘테의 주장에는 다소 복잡한 사유의 여러 요소들이 산재하여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한 줄리앙을 비롯한 비판자들은 비엘테의 일반화를 결여한 ‘비개념적’ 중국철학 개념 해석이 오히 려 개념을 더욱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줄리앙의 중국 문명이라는 개념의 제시 가 반드시 중국 역사의 ‘전체주의적’ 성향에 무 비판성과 연결 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에 불과하다고 한다. 오히려 비엘테가 지니고 있는 후쿠야마 식의 자유민주주의의, 서구적 규제적 이념의 우월성이 가진 신화를
31) Jean-Franois Billeter, Contre Franois Jullien, Paris: Editions Allia, 2006.
32) Franois Jullien, Chemin faisant?: Connatre la Chine, relancer la philosophie, Paris: Seuil, 2007.
33) Pierre Chartier et al., Oser construire?: Pour Franois Jullien, Paris: Empcheurs de Penser en Rond, 2007.
34) Franois Jullien, Procs ou cration?: Une introduction la pense des lettrs chinois - Essai de problmatique interculturelle, Points, 2016.
35) Thorsten Botz-Bornstein, “The Heated French Debate on Comparative Philosophy Continues: Philosophy versus Philology”, Philosophy East and West 64: 1, 2014, pp.218~228; Ralph Weber, “Controversy over ‘Jullien,’ or Where and What Is China, Philosophically Speaking?”, Journal of Chinese Philosophy 41: 34, 2014, pp.361~377.
지적한다.
우리는 이를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언어학적 논지를 당대 그리스 문헌학자들이 비판했던 것과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 할 수 있다. 또 근대 이후 인문 사회과학 방법론의 갈등 즉 개별 기술적 방법론과 일반 법칙 적 방법론의 논쟁의 재현으로 이해 할 수도 있겠다. 더구나 비엘테에게는 중국에서는 황제만이 자유롭다는 헤겔–비트포겔의 아시아적 전제주의(Asiatic Despotism)의 오래 된 편견 역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갈등은 반드시 프랑스 중국(철)학 내부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닌 듯 하다. 독일어 권과 영미권 중국 철학 연구자 사이에 중국 전통, 중국 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혹은 이를 일반화 하는 것은 유 용한 것 인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 부터 존재하고 아직도 지속되는 문제이다. 비엘테가 중국철학자 개인의 특수함 이외에 ‘중국전통’이라는 것을 개념화 하기 거부하는 것은, 하버드의 인류–역사학자 마이클 푸엣 (Michael Puett)이 중국문화를 본질화 하지 말고 거대 프레임웍 없이 개별 사상가를 세심하게 다루자는 제 안36)과 크게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거대 담론(Master Narrative)을 거절하는 학자들은 보편적 인 것 universality과 보다 일반적 인 것 generalization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복잡성과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전체적인 패턴을 읽는 방식의 간단하고 포괄적이고 간단한 일반적 설명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오리엔털리즘이 만들 어 내는 하나의 본질을 지닌 타자로서 동일성을 가진 문화라는 시각을 탈각하면 반드시 무 규정적인 다양성 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일까? 지속적 구조와 변화하는 역사는 상호 배제적 관계가 아니라 구조는 역사적 과정 을 통해 형성 유지되고 그 일반적 구조에 변환 의해 역사적 과정이 생겨나는 관점은 가능하지 않을까? 필자 는 거대 프레임웍 없이 중국 철학자를 기술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일반이론 없이 성립하는 개별적 지식 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철학적으로 소박 실재론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자 한다. 현대 복잡성 과학에서 보여주듯 예외를 허용하지만 장기 지속하는 시스템을 묘사할 일반적 내러티브를 서술 하는 것이 전 혀 불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철학자 로저 에임즈는 이 일반화에 필요성에 대해서 명료하게 주장한다.
나는 잘 구성된 문화적 일반화를 하는 것보다 그것에 실패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일반 화는 언제나 진화하는 문화적 전통들의 풍요로움과 복잡성을 음미 하는 태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일반화야 말로 개별적인 문화적 세부 사항을 위치 지우고 의미를 부여하며 다만 역사적 발전의 가 벼운 묘사에 그 내용의 실제 무게를 부여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37)
이 맥락에서 중국 철학자 헨리 로즈몬트는 商代 갑골문 및 고고학자인 데이빗 키틀리의 주요 논문을 재 편집해서 출판38) 하였다. 그에 의하면 키틀리는 중국문명의 연속성을 긍정하고 그 중국적인것이 무엇인가
36) Michael J. Puett, To Become a God: Cosmology, Sacrifice, and Self-Divinization in Early China,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Asia Center, 2004, pp.23~25.
37) Roger T. Ames, Confucian Role Ethics: A Vocabulary (Hong Kong: Chinese University Press, 2011, pp.22~23.
38) David N. Keightley, These Bones Shall Rise Again: Selected Writings on Early China, ed. Henry Rosemont Jr,
끊임없이 질문 했던 학자이고, 나단 시빈과 같이, 그 유물 속에서 그것을 다룬 사람들의 사유의 패턴을 발견 하고자 했던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주의적, 분석적 방법론을 받아들인 고고학자 는 거의 질문하지 않는, 일반성에 대한 문제이다.
Ⅴ. 결론에 대신하여
UC 리버사이드의 에릭 쉬비쯔게벨 교수는 Los Angeles Times에 실은 “대학 철학수업에 무엇이 빠져 있 나? 중국 철학자들이다. (What’s missing in college philosophy class? Chinese philosophers.)”라는 제 목의 칼럼에서 많은 북미 철학과에서 중국철학을 가르치거나 연구하지 않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스스로 서양 철학자인 그는 중국 철학이 자연,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주제로 좋은 철학적 검토의 대상이 되 기에 충분하여 철학과에서 연구, 교육 되기에 충분한데 유럽에서 이어 받은 편견으로 커리큘럼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편적인 심성을 지닌 미래 세대의 교육을 위해 철학과에서 중국 철학은 반드시 필요 하다고 주장한다.39)
아마 미국대학의 철학과는 인문 사회 과학 학과 가운데 가장 유럽 중심적인 커리큘럼을 지닌 학과 일 것 이다. 중국 철학을 북미 철학과 커리큘럼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2차 대전 이후 하와이 대학을 중심 으로 여러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 되어 왔다. 에릭 쉬비쯔게벨 교수는 100개 정도 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미국 내 철학과 가운데 중국 철학 전문가가 정 교수로 포함 된 곳은 7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북미 연구 중심 대학이 아닌 리버럴 아트 칼리지와 교육 중심 대학에서 중국 혹은 비 서양 철학 교수는 십 년간 매우 빠르게 늘어났다. 오히려 연구 중심 대학에서는 기존의 동아시아 학과, 종교학과, 역사학과 등에서 중국 철학을 가르치고 은퇴한 교수들이 다시 충원 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혹은 중국계 학생 들이 미국 대학 정원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 철학을 포함하는 커리큘럼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게 전망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흐름에 주목하는 시각도 역시 발견된다. 경전과 다문화 논쟁에서 보듯 북미 대학 교육은 기존의 유럽–미국 중심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보수적인 흐름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대학에 철학 및 인문학 교육 자체가 축소되는 흐름이다. 1945 년 이후 급격하게 팽창된 북미 대학 시스템은 최근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재정적 압박으로 급격한 구조조정 을 겪고 있다. 이 구조조정 대상은 주로 인문학 교육과 연구 그리고 미래 산업과 연관되지 못하는 모든 학과 가 될 것이다. 이는 대학 안에서 중국/유교 철학의 전망 혹은 인문학 연구와 교육 자체의 미래를 어둡게 예 측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된다.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15.
39) Eric Schwitzgebel, “What’s Missing in College Philosophy Classes? Chinese Philosophers”, Los Angeles Times, September 11, 2015.
뚜 웨이밍은 최근 다음과 같이 지적 했다. 영어로 행해지는 최근 유교 연구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행해지 는 그것보다 더 비중 있고 독창적이며 정교하며 미래 지향적이고 세계 시민적이다.40) 필자는 뚜 웨이밍의 언급에 동의하긴 힘들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의 유교 연구는 서로 우열을 비교하기 힘든, 고유한 주제를 통 해 전개된 연구 역사와 현실 상황이 있다. 그리고 우월의 개념보다 영어권과 한중일 유교 철학 연구가 양방 향으로 활발하게 교류 하고 상호 번역, 이해 될 때 모두에게 매우 큰 이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는 뚜웨이밍이 지적하듯 영어권의 유교 연구가 반드시 ‘세계 시민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다. 그렇게 되면, 코스폴리탄이란 보편주의적인 명칭을 획득하면서 유럽 보편주의적 관점을 긍정하게 될 수 있다. 앞에서 분석했듯이, 오히려 구미권의 유교 철학 연구는 보편주의자와 특수 주의자 갈등 그리고 그것을 모두 극복하려는 시도 등이 나타나는, 다소 창조적으로 혼란스럽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장으로 묘사하는 것 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중일의 유교 연구가 가지기 쉬운 일국 내 민족 중심 연구와 교육의 폐쇄성은 다 국가 체계적인 유교 연구가 가지고 있는 세계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반성되고 확장 된다면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최근 구미의 유교/중국 철학 연구의 열기가 중화권의 연구자들, 즉 싱가 폴, 홍콩, 타이완 대학과 중국내 증가하는 영어 사용 가능 연구자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비슷한 역량의 연 구자들의 참여가 큰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런 복합적인 배경, 경험 관점의 연구자의 증가 추 세는 이제 서구인들의 유교연구와 합류하여 모멘텀을 얻고 있다. 이 추세는 영어권에서의 유교/중국 철학 연 구와 교육의 흐름은 대학 인문학 교육의 축소 혹은 중국 철학의 철학과 내 진출 여부에 연관되면서도, 그것 에 제한되지 않는 일반적인 흐름으로 더욱 힘을 얻어서 유교철학이라는 주제가 더욱 흥미로운 논의의 장으로 진화 되어 갈 것 이라고 예측하는 이유가 된다.
<참고문헌>
Ames, Roger T. ConfucianRoleEthics:AVocabulary. Hong Kong: Chinese University Press, 2011.
Angle, Stephen C. Contemporary Confucian Political Philosophy. 1st edition. Cambridge, U.K.;
Malden, Mass.: Polity, 2012.
_____, Human Rights in Chinese Thought: A Cross-Cultural Inquiry. Cambridge;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_____, Sagehood: The Contemporary Significance of Neo-Confucian Philosophy. 1st edition.
Oxfor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Angle, Stephen C.·Marina Svensson, The Chinese Human Rights Reader: Documents and Commentary, 1900~2000. Armonk, N.Y: Routledge, 2001.
40) Carlin Romano, “Chinese Philosophy Lifts Off in America”,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September 23, 2013.
Angle, Stephen·Michael Slote, eds. Virtue Ethics and Confucianism. Reprint edition. Routledge, 2015.
Badiou, Alain·François Jullien·Hubert Reeves·Collectif. De la Limite. Marseille: Parenthèses Editions, 2005.
Bell, Daniel A. Beyond Liberal Democracy: Political Thinking for an East Asian Context.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6.
___, China’s New Confucianism: Politics and Everyday Life in a Changing Society. With a new preface by the author edition.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0.
___, The China Model: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5.
___, The China Model: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Reprint edi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6.
Billeter, Jean-François. Contre François Jullien. Paris: Editions Allia, 2006.
Botz-Bornstein, Thorsten. “The Heated French Debate on Comparative Philosophy Continues:
Philosophy versus Philology.” Philosophy East and West 64, no. 1 (2014): 218-28.
doi:10.1353/pew.2014.0009.
Chan, Joseph. Confucian Perfectionism: A Political Philosophy for Modern Time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3.
Chan, N. Serina. The Thought of Mou Zongsan. Leiden; Boston: BRILL, 2011.
Chartier, Pierre·Jean Allouch·Alain Badiou·Françoise Gaillard·Collectif. Oser construire: Pour François Jullien. Paris: Empêcheurs de Penser en Rond, 2007.
Chong, Kim-chong. Early Confucian Ethics. Chicago: Open Court, 2007.
Dong, Zhongshu. Luxuriant Gems of the Spring and Autumn. Translated by John S. Major and Sarah A. Queen.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5.
Ivanhoe, Philip J., trans. Readings from the Lu-Wang School of Neo-Confucianism.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09.
Ivanhoe, Philip J.·Bryan W. Van Norden, eds. Readings in Classical Chinese Philosophy. 2 edition.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2005.
Johnston, Ian, trans. The Mozi: A Complete Translation.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0.
Jr, Henry Rosemont. Against Individualism: A Confucian Rethinking of the Foundations of Morality, Politics, Family, andReligion. Lanham: Lexington Books, 2015.
Jr, Henry Rosemont·Roger T. Ames. The Chinese Classic of Family Reverence: A Philosophical Translation of the Xiaojing. Honolulu: Univ of Hawaii Pr, 2009.
Jullien, François. Chemin faisant: Connaître la Chine, relancer la philosophie. Paris: Seuil, 2007.
_____, Procès ou création: Une introduction à la pensée des lettrés chinois-Essai de problématique interculturelle. Points, 2016.
Keightley, David N. These Bones Shall Rise Again: Selected Writings on Early China. Edited by Henry Rosemont Jr.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15.
Kim, Sungmoon. Confucian Democracy in East Asia: Theory and Practice.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4.
Legge, James. TheChineseClassics:WithaTranslation,CriticalandExegeticalNotes,Prolegomena, and Copious Indexes. Hong Kong University Press, 1960.
Liu, An·John S Major. TheHuainanzi: a guidetothe theoryandpractice ofgovernment inearly Han China.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0.
Major, John S. Heaven and Earth in Early Han Thought: Chapters Three, Four, and Five of the Huainanzi.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93.
Mengzi. Mengzi: With Selections from Traditional Commentaries. Translated by Bryan W. Van Norden.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08.
Norden, Bryan W. Van. Introduction to Classical Chinese Philosophy. Indianapoli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11.
Nylan, Michael. The Five Confucian Classics. Yale University Press, 2014.
Nylan, Michael·Thomas Wilson. Lives of Confucius: Civilization’s Greatest Sage Through the Ages. 1st Edition edition. New York: Crown Archetype, 2010.
Puett, Michael J. To Become a God: Cosmology, Sacrifice, and Self-Divinization in Early China.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Asia Center, 2004.
Qing, Jiang. A Confucian Constitutional Order: How China’s Ancient Past Can Shape Its Political Future. Edited by Daniel A. Bell and Ruiping Fan. Translated by Edmund Ryde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2.
Queen, Sarah A. From Chronicle to Canon: The Hermeneutics of the Spring and Autumn according to Tung Chung-Shu. Cambridge;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Robinson, Douglas. The Dao of Translation: An East-West Dialogue. Routledge, 2015.
Romano, Carlin. “Chinese Philosophy Lifts Off in America.”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September 23, 2013. http://chronicle.com/article/Dao-Rising-Chinese-Philosophy/141693/.
Rosemont, Jr Henry. AReader’sCompaniontotheConfucianAnalects. Annotated edition.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4.
Schulte, Rainer. Translating China for Western Readers: Reflective, Critical, and Practical Essays. Edited by Ming Dong Gu. Reprint edition.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16.
Sim, May. RemasteringMoralswith AristotleandConfucius. Reprint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What’s Missing in College Philosophy Classes? Chinese Philosophers.” Los Angeles Times. Latimes.com. Accessed April 21, 2016. http://www.latimes.com/opinion/op-ed/la-oe-0913- schwitzgebel-chinese-philosophy-20150913-story.html.
Tiwald, Justin·Bryan W. Van Norden, eds. ReadingsinLater Chinese Philosophy: Han to the 20th Century.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c., 2014.
Walker, Rebecca L.·Philip J. Ivanhoe, eds. Working Virtue: Virtue Ethics and Contemporary Moral Problems. 1st edition. Oxfor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Weber, Ralph. “Controversy over ‘Jullien,’ or Where and What Is China, Philosophically Speaking?” Journal of Chinese Philosophy 41, no. 3-4 (September 1, 2014): 361-77.
Xunzi. Xunzi: The Complete Text. Translated by Eric L. Hutton. Translated and with an introduction by Eric L. Hutton edition.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4.
Zehou, Li. Path of Beauty: A Study of Chinese Aesthetics. Translated by Gong Lizeng. Beijing:
China Books & Periodicals, 1989.
_____, The Chinese Aesthetic Tradition. Translated by Maija Bell Samei.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0.
Zehou, Li·Jane Cauvel. Four Essays on Aesthetics: Toward a Global Perspective. Lanham, MD:
Lexington Books, 2006.
* 이 논문은 2016년 5월 27일에 투고되어,
2016년 6월 9일까지 편집위원회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2016년 6월 27일까지 심사위원이 심사하고,
2016년 7월 5일 편집위원회에서 게재가 결정되었음.
❙Abstract❙
Confucian Philosophy Researches in the Western Academia:2006~2015
41)Chang, Wonsuk*
This article inquires into the recent research trends of Confucian philosophy in the western academia between 2006~2015. Thanks to the database created by Research unit of Dankook University, I review them in terms of institutional changes, translations, studies and debates over the ethics and political philosophy of Confucianism and generalities of Chinese civilization. As a conclusion, I attempt to foresee the future of Confucian philosophy research in the western academia.
I argue issues flaring in the western academia may reflect the fault line of universalists and particularists or beyond dichotomy, even though they are different in participants, countries, and specific topics. This understanding makes me to forsee the future of Confucian philosophy research in the western academia would be more interesting and intense in the near future.
Confucian philosophy studies in the western academia deserve to have our close attention and studies.
[Key Words] Confucianism, Confucian philosophy, Virtue ethics, Role ethics, universalist, particularist, Confucian political philosophy, Confucianism Research in the Western academia
* Senior Researcher, Academy of Korean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