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명 의 료 중 단
정책을 보는 눈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 준비하기
개정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지난 2월4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삶의 말기에 사람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법체계를 유지한다면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의 문제는 형법의 규 정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안착을 위해서는 과도하며 불필요한 형사처벌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이윤성(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법의학))
박형욱(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 사 례1> 3 8살 남 자가 중 환자 실에 입 원 한 아버지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69살이고 어머니는 7년 전에 돌아가셨다. 건강하던 아버지는 석 달 전에 주무시다가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되어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뇌졸중(뇌출혈)인데 수술을 하였지만 이미 뇌 손상이 심하여 전혀 의식이 없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을 착용하고 연명하는 상태였다. 담당의사도 회복할 가능성은 없고 특별히 치료할 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이 남 자 는 부인 과 함께 작 은 중 국요 리집 을 운영하는데, 자신이 주방을 맡고 아버지와 부인이 카운터와 홀을 맡았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되어 부인과 번갈아 병실 그리고 중환자실을 지키자니 가게는 석 달째 문을 닫았다.
중환자실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가게를 열지 못 하는 일은 가계에 심한 타격을 주었다. 담당의사에게 “아버지 상태가 가망이 없으면, 편히 집에서 돌아가시도록 하 겠다”고 하 였더니, 인공호흡기를 떼면 의사가 살인죄로 처벌을 받으니 그럴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연명의료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후 불과 6개월 여 만에 긴급하게 개정된 것이다. 이는 연명의료결정법이 현실을 외면한 채 제정되었음을 알려준다. 개정 법률은 연명의료결정법이 가지고 있던 흠결 중 일부를 긴급하게 치유하였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혼란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연명의료결정법이 의료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1.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의문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후 응급실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하였고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한 법이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이 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는 이 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아님.
다만, ‘의료법’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적합한지 여부는 개별·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함](연명의료결정법 처벌 대상 관련 법령 해석 안내, 보건복지부, 2018.2.5)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기 위해서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의학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의사 1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과 정에 있는 환자’가 될 수 없고 아 예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의사 2인이 24시간 상주하는 응급실은 500여 개의 응 급 실 중 10 % 정도다. 따 라서 대부 분의 응급실은 사실상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 더욱이 긴급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응 급 실에 서 가 족 관계 증 명서 등 복 잡 한 서식을 요구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2018 대한응급의학회 춘계학술대회.
김순용, 응급실과 연명의료결정법.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및 방향)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다르면 의사 1인이 진료 하 는 응 급 실 은 사 실 상 연 명 의 료 결 정 법 의 이 법을 만들게 된 사정은 <보라매병원사건>
(1997년) 때문이다. 가정폭력만 일삼은 만성알코올 중독자 남편이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보라매병원에서 응급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들은 부인은
“남편이 회복되지 않고 사망하기”를 원하였다. 그리고 수술 직후라 중환자 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남편을 즉 각 퇴원하게 해 달라고 담당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법원에서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치명적인 합병증이 시작하자) 담당의사는 인공호흡기 적용을 중단하고 퇴원하도록 결정하고 시행하였다. 이 때문에 담당의사는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를 전해들은 전국 의사들은 -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라는 전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공호흡기 적용을 중단 하면 “살인죄”로 처벌 받는다고 생각 하였다.
사회적으로는 회생가 능성이 없는 환자조차 계속 연명의료를 받는 현상이 생겼다.
Vol. 59 - Summer 2018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 준비하기 의료집착적인 현상을 해결될 듯한 기회가 있었다.
10년이 지나 다른 대법원 판결(이른바 세브란스병원 김할머니 사건)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무의미한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친다”며 지속적 식물 상태인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제 거하 는 결정을 하 였다. 환자 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200일 가량 생존하였는데, 가족에 둘러싸여 일반 병실에서 삶을 마감하였다.
어찌되었든 이 사 건을 계기로 의료 계 는 현장을 충분히 반영한 지침서를 제정하였고(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2009년), 보건의료 연구원을 비롯한 단체와 정부는 합리적인 연명의료 결정 제도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대부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고, 마련된 지침은 외면을 받았다. 의료 현장에 있는 의료인들은 더 힘 있는(?) 규범, 즉 법률 제정을 원하였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특별위원회로 하여금 합리적인 제안을 하도록 하였고, 그 제안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법을 제정하도록 권고하였다 (2013년). 몇 국회의원이 발의한 유사한 법안을 아울러 법안이 만들어졌고, 우여곡절을 거쳐 2016년 2월 3일에 <연명의료결정법>이 공포되었다.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은 명시적으로 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개 정 연명의 료결정법 역 시 마 찬가지다. 따 라서 응급실에서의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여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어야 한다.
2. 자기결정권 행사 방법과 가족의 범위에 대한 의문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구두, 둘째, 서면, 셋째, 대리인의 지정(durable power of attorney). 그러나 연명의료 결정법은 서면의 양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리인 지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면은 대리인 지정과 달리 환자의 상황에 맞게 유연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연명의 료결정법이 대리인 지 정 을 배 제 하고 있다는 점은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때 가족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요구하는 규정과 맞물리면서 법의 적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는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법 제18조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 제1항 제3호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위에 해당 하는 사람인 없는 경우 형제자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민법과 달리 대습상속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직계비속에는 손자, 손녀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다양한 가 족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아닌 가족관계도 존재한다. 연명의료 결정법이 대리인 지정을 배제한다면 현실에 있는 다양한 가족관계를 포섭할 수 없다.
3. 형사처벌의 범위에 대한 의문
개정 연명의료결정법 형사처벌에 관한 우려를 상 당부 분 해소하 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 범위가 합당한지 의문이다.
RESEARCH REPORT
법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 능성이 없는 환자 여야 하며, 당 해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뜻이 모순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중지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 다만 법을 만드는 과정에 대상 환자의 범위는 매우 좁아졌고, 법이 적용하는 연명의료도 매우 전문적이고 특수한 장비가 필요한 것으로 제한하였다. 환자의 뜻을 확인이나 추정을 하거나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을 결정하는 절차는 복잡해졌다. 의료인들에게 이런 용어나 절차와 업무가 낯설다. “쓸모없이 상황을 어렵게 만든 법”이라는 악평도 있었다.
대 상 환자 는 (일반 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는 엄격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수용하고 있는 <말기 환자>보다 더 범위를 좁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하였다. 거칠게 표현하면 의학적으로 여명이 수 개월 정도 남은 환자는 대상이 될 수 없고, 여명이 며칠 또는 한 두 주 남은 환자만 대상이 될 수 있다.(확정할 수 없는 기준이다.) 법이 시행되었을 때에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었다.
개정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 대상 의료행위도 ‘전문 적인 의학지식을 가진
사 람 이 특 수 한 장 비 를 사 용 하 여 야 하 는 ’ 특 수 연명의료로 한정하였다. 일반적인 감정으로 단순히 음식이나 물, 간단한 장비로써 산소를 공급하는 일 따위는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른바
“굶어죽게 할 수 없다”는 감성을 반영하였다. 더불어 체온 유지, 통증 완화, 체위 교정, 비교적 쉬운 대증(對症, 증상이나 징후를 교정하는) 요법 등도 계속해야 한다.
자기결정권 행 사 는 ‘사 전연명의료 의향서 ’와
‘연명의료계획서’로 표현할 수 있다. 후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으로 말기 상태라면, 의료진에게 자신의 상태, 앞으로 치료 계획, 예후 등의 설명을 듣고, 만약 연명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단계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사 표시를 하면, 담당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한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건강할 때라도 등록된 기관에 가서 연명의료나 호스피스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뜻을 표현한 서식이다. 두 서식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되어 전국 어디에서도 (자격 있는 사람이) 열람할 수 있다. 또 자신의 뜻은 언제라도 몇 번이라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법이 시행된 지 두 달 반만에 1만7천 이상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접수되었고, 연명의료계획서도 2천5백을 넘었다. 이러저러한 절차를 거쳐 연명의료 중단등 결정을 이행한 사례도 4천5백에 이른다.
법이 제정되어 시행하고 있다. 문제점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법을 일부러 비틀어 해석하여 문제점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법을 제정한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사소한 불편은 감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적응하고 미립이 트이면 해결될 일도 많다.
다른 나라에서 주로 논의하고 있는 내용은 조력사망 (Aid-in-Dying)이다. 말기 상태의 환자가 자신의 남아있는 삶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보아 고통일 뿐 품위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담당의사에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약물이나 기구를 처방받아, 자신이 원하는 때와 장소에 사망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이미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 같은 나라나 미국의 오리건, 캘리포니아, 하와이 주 등에서 법(예; 존엄사법)으로써 허용한다.
혹시 연명의료결정법을 존엄사법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차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죽음이란 매우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죽음은 익숙한 장소에서 친근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고통 없이) 편안하게 맞이하는
개정 연명의료결정법 제40조 제2호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제17조에 따른 환자의 의사 또는 제18조에 따른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반하여 연명의료를 시행 하지 아 니하거나 중 단 한 자 ’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사가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자의적 으로 환자진료를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임종과 정에 있는 환자 는 사 실상 의사 의 진료 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경우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라매병원 판결 선고 후 의료계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 취지를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환자에 대해 어떤 연명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당시 법원은 이 판결을 소생가능성 없는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까지 살 인 방 조 죄 로 처벌 한 다 는 것으 로 확 대 해 서 는 안된다는 공보자료를 낸 바 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 사건에서도 법원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를 정의하고 연명치료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판결에 따르면 회복불가능한 사 망 의 단계라 함은 의학적으 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다.
위 판례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 혹은 회복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가 무한정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 닐 것이 다. 국 민 건 강 보험법령 도 의 학적 으 로 인정되는 범위 안의 진료를 요구하고 있다.
우 리 나 라 의 의 사 들 은 국 민 건 강 보 험 법 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따라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민건강보험 진료를 해야 한다. 의사들은 건강보험 법령과 관련 고시에 따라 진료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요양급여비용삭감처분, 부당이득환수 처분,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국민건강보험 하위 법령인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의 연령·성별·직업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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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 준비하기 죽음이다. 가족들이 들어올 수 없는 중환자실에서
여러 종류의 장 치를 매달고 이별의 과 정도 없이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죽음을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미리 자신의 뜻을 밝히지 않으면 의료인이 알아서 챙기기도 어렵다.
죽음의 과정이 법이 아닌 문화로 승화하기를 기대한다. 의료인들은 대개 환자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은 잘하지만, 어렵고 불편한 말을 하는 훈 련은 받지 못 하 였다. 환자 스 스 로는 죽 음 을 예감하지만 의료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기회를 놓치고 어처구니없이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사례2> 63살 남자가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진단을 받았는데, 이미 위암이 폐와 뼈로 전이하였고
RESEARCH REPORT
항암제를 사용했으나 효과는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심하였다. 같은 병원에 교수로 근무하는 사촌동생에게 크게 기대할 만한 치료 방법도 없으니 편하게 품위 있게 삶을 마감하십사는 말을 들었다.
환자는 부인과 자식들을 한 사람씩 또는 여럿을 불러 모아 함께 살아온 얘기, 그동안 못했던 얘기, 섭섭했던 것, 미안했던 것 등을 나누었고,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과도 그리 하였다. 큰딸에게 했던 것이 특별했다.
“너는 아빠 생각을 하면 무엇이 생각나니?”, “나는 어릴 때 아빠가 아파트 복도를 걸어오시면서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으면 아빠가 퇴근해서 오시는구나 하던 때가 생각나요.”
그러자 남자는 딸에게 휴대전화기를 달라더니 노래를 불러 녹음하고서는, “옜다. 이 노래 맞지? 앞으로 아빠 생각나면 한번 들으려무나.”
개정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 이 사례는 후배 의사에게 들었다. 짧든 길든 삶을
마감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화해할 사람도 있고 용서하거나 용서 받을 사 람도 있다. 처리할 일도 있고 정리할 일도 있다. 죽 음 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고 직면해야 하며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미리 고민하고 준비한다고 해서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아직 멀었겠지만 반드시 찾아올 죽음에 대하여 나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겠다.
심신상태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진료를 해야 한다.
체외순환막형산화장치(에크모, ECMO) 거치술의 예를 들어 보자. 에크모는 개정 전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에 포함 되지 않 았 다. 그 러나 에 크 모는 인공호흡기보다 더 고도화된 의료기술로서 개정 연 명 의 료 결 정 법 에 서 는 대 통 령 령 으 로 정 하 는 연명의료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환자의 회복가능성은 일도양단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경우는 많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일단 에크모 거치술을 시행한 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 는가? 국민건강보험 하위 고시인 ‘요양 급 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서는 회복이 불가 능 한 경 우 를 에 크 모 금기 증으 로 나 열 하고 있다. 그 리 고 실 제 에 크 모 거 치 술 을 시 행 했 던 환자가 사 망 하 면 회복 불가 능 한 환자 에 대 하 여 에크모 거치술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삭감처분 혹은 부당이득환수처분을 하고 있다.
결국 의사들은 국민건강보험법령이 요구하는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진료를 하면 개정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반대로 개정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는 불합리한 요구이며 모순된 요구다.
더욱 이 연명의료결정법은 항 암 제 투 여 까지 연명의료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사망이 임박한 상 태에서 환자 나 환자 의 가 족 이 원한 다고 하 여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항 암제 투여까지 의사 에게 강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은 과도하다.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 혹은 회복가능성 있는 환자에 대하여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환자의 생명을 잃는다면 형사처벌의 필요성은 있다. 그것은 형법의 규 정으 로 도 충 분하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안착을 위 해 서 는 과 도하 며 불 필 요한 형 사 처벌 규 정 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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