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평가대상
대북정책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북한이지만, 외교적 협력을 강구하기 위해 주변국 및 국제기구들도 정책대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대 북정책은 화해·협력과 안보의 균형을 지향한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통 일부, 국방부,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의 협력과 조정을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대북정책의 국내역량 평가 대상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수 있으 나, 여기서는 대북정책 추진체계, 시민사회와의 정책 네트워크, 국민적 합의 형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국내역량 사항을 중심 으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대북정책 추진체계와 관련해서는 정부 부처 및 관련기관 내 정책결정과 추진 내용에 초점을 둔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이하 NSC)와 통일외교관계 장관회의 등 각 정부
정책에서 대북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기구의 역할을 평가하고자 한다.
둘째, 시민사회와의 네트워크는 국내·외 NGO, 통일고문회의, 외부 전문가, 대북지원 민관정책협의회, 국회 통일외교통상 상임위원회 등 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셋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 대 한 지지도만 가지고 특정 정부의 대북정책 역량을 여타 정부의 정책 역량과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인 시점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역량을 단순히 정책 지지율에 기초 해서 평가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북정
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면 부정적인 것에 비해 정부의 대북정책 역량은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형성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 국민의 북한에 대한 인식(대북 인식), 통일의 당위성 에 대한 생각, 그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높을수록 대북·통일정책의 국내 역량은 강화된다. 대북·통일정책에 있어 국민적 합의는 국민의 대북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할수록,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을수록 높아지게 된다.
대북정책 역량은 국민적 합의 형성 수준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대북정책을 둘러싼 거버넌스의 효율적인 작동에 따라서도 영 향을 받게 된다.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는 정치권, 언 론, 시민단체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참여가 효 과적이고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이들 집단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조 건 옹호하거나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이들 집단이 비록 정치·이념적 성향이 다르더라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올바른 비판과 대안 제 시를 통해 대북정책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국민을 선도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대북정책 참여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을 방지하 고, 정책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며, 다양한 집단의 어젠더와 요구를 반영함으로써 정책의 정당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한다. 아직 까지 대북·통일정책 추진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국민의 정부’ 이래 민간통일운동이 활성화되고 통일운동에 대 한 시민단체의 참여가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대북 정책 참여 실태를 통해 대북정책 역량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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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에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하기보다는 특정 이념과 성향에 따라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 하거나 반대하는 양극화 경향을 보여 왔다. 시민사회는 지지하는 정치 세력과 연계해 대북정책을 둘러싼 사회갈등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대 북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간의 새로운 견제와 협력관계 는 거의 이뤄 질 수 없었다.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 집단이 오히려 남남갈등과 국 민적 합의 형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치 권은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부정적인 측면이 가장 높은 집단 으로 비쳐져 왔다. 대북·통일정책 추진 시 정치권의 합의는 거의 이루 어지지 않았으며, 야권은 항상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기 일쑤였다.
따라서 정치권의 대북정책 관련 조율 과정 또는 국민적 합의를 구현해 내는 메커니즘 작동 여부는 대북정책의 역량 평가에 있어서 하나의 지 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나. 평가
(1) 대북정책 추진체계
❏ 김대중 정부
김대중 정부는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무력 도발에 불응하고, 흡수 통일을 배제하며, 남북화해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등의 기본 원칙을 제 시하고, 안보와 화해협력의 병행 추진, 평화공존과 평화교류의 우선 실 현, 화해협력을 통한 북한의 변화여건 조성, 남북 간 상호이익의 도모, 남북 당사자해결 원칙 아래 국제적 지지 확보, 국민적 합의에 의한 대 북정책의 추진 등을 정책 기조로 삼았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정책의 조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 의의 기능을 강화했다.84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추진체계는 외교안보수 석실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로 구성되어 외교안보수석실에서 일상적 업무를 다루고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주요 정책 사안을 다루었다.
이와 같은 이원적인 체제하에서는 청와대의 정책 조정기능이 취약해 통일, 외교, 국방 등 개별 비서관실이 부처 입장을 대변할 경우 이를 조정하고 통일성을 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전에도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것으로, 대북정책과 관련 부처인 통일부, 국가정 보원, 국방부 등의 역할과 임무, 기능 등은 중복되었기 때문이다. 김대 중 정부는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하고 조정할 기구로 미국식 NSC를 부 분적으로 도입하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을 개정하여 NSC 상임위원 회와 NSC 사무처를 설치·상설화하였다. NSC는 이러한 부처 간 입장 차를 심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이는 이전까지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법적 근거 없이 필요에 따 라 운영된 것과 비교하면 제도적 발전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서 는 실제 이 기구가 원하는 바대로 운영되지 못했다.85 김대중 정부는 NSC 사무처를 도입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외교안보수석실을 병행 유 지했다. 이러한 이원적 체제는 NSC의 조정·통합 기능을 취약하게 만 들었다. 외교안보수석실은 여전히 통일, 외교, 국방비서관실이 병렬로 편성되어 운영되고 있었고, NSC 사무처는 총 인원이 10명(실무자 5 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으로, 위상이나 인력면에서 취약했다. 따라서
84_김문성·조춘성, “한국의 대북정책 변동요인: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을 중심으로,” 평화학연구, 제11권 제3호 (한국평화연구학회, 2010), p. 136.
85_전봉근,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조정체계의 특징과 의미,” 정세와 정책 (세종연구 소, 2008년 5월호), p.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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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사무처는 NSC 운영위원회를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수준에 그쳤다. 파견 관료들이 소속부처의 입장을 대변할 경우 NSC 사무처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물론 NSC 상임위원회가 정책조정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기도 했으 나, 그 기능 수행 역시 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위원 개개인의 역량 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 사무처 조직이 특정인물을 중심으로 운영 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고, 그만큼 NSC의 정책 조율 기능은 취약해졌다.
이처럼 NSC가 부처 간 의견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기능이 취약해,
통일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대북정책 관련 부처들이 상호보완적 역 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해 정책혼란 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NSC의 조정 및 통합 기능이 취약한 까닭에 안보나 화해협력 가운데 어느 한 방향이 지나치게 강조될 가능 성도 있다.86
❏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상당 부분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정부는 2003년 3월 국가안전보장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중 일부를 개정하여 NSC를 확대·개편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 같은 조치 는 탈냉전 시대의 안보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포괄적 국가안보전략 을 수립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통일·외교·국방 분야의 정책조정 및 통 합 기능을 강화하며, 국가정보를 체계적으로 종합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확립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추진되었
86_허문영 외, 통일정책 추진체계 실태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03), p. 171.
다. 과거 외교안보수석실에 부여되었던 모든 조직과 기능을 NSC 사무 처의 사무차장 아래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부처 편제에 따른 비서관실 은 전략기획실, 정책조정실, 정보관리실 등 역할별·기능별 조직으로 개 편되었다. 사무처 내 부처 대표 기능이 폐지되면서, 사무처는 부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막강한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Ⅱ-1 국가안전보장회의 조직도
출처: 허문영 외, 통일정책 추진체계 실태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03), p. 181.
노무현 정부의 NSC 조직은 정책조정의 수준에 따라 다층적 협의체 와 이를 지원하는 참모조직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협의체로는 대통령 이 주재하는 NSC의 본회의, 안보보좌관 겸 사무처장이 주재하는 각료 급 상임위원회, 그리고 상임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사무차장 주 재의 실무조정회의와 정세평가회의가 있었고, 참모조직으로는 안보보 좌관 및 사무처장의 지휘·통솔 아래 전략기획실, 정책조정실, 정보관리 실, 위기관리센터 등을 두고 있었다. 참모조직은 주로 국가안전보장전 략을 기획 및 수립하고, 그에 따른 중장기 정책을 수립 및 조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