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독특한 측면은 믿음을 갖고 교리를 따르면 인간이 구원 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죄로부터 구원을 받는다는 ‘구원’사상은 기독교를 특징짓는 매우 중요한 교리 이다. 구원사상은 동양종교에서 근본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긴장과 감정적 역동성을 만들어 낸다. 막스 베버는 기독교의 이러한 특성을
‘구원종교’(salvation religion)라고 말한다.95) 구원종교가 지니는 이러 한 긴장과 감정적 역동성은 ‘혁명적’ 측면을 내포한다. 동양종교는 기 존질서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교양하는 반면 기독교는 죄에 대항하여 끊임없는 투쟁을 하도록 만든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는 기존질서에 대한 반란을 자극한다. 예수와 같은 종교적 지도자들 은 대부분 기존교리를 재해석함으로써 기존 권력구조에 도전하는 세 력으로 일어선 사람들이다.
이러한 구원은 인간이 신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함으로써만 가능하 다고 주장한다. 이 교리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전적인 타락과 부패 로 말미암아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는 죄인이 되었고 도저히 구원받 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리스도라는 죄없고 온전한 형상으로 세상에 오시어 인간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죽음의 대가를 치루었다. 이 죽음의 희생은 이 세상에서 회개한 사람들의 죄값을 지
95) Anthony Giddens,
Sociology, p. 461~462.
교리 및 신념체계 71
불한 것이고 세상을 떠난 후에는 하늘에서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살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다. 그래서 인간이 영생을 얻는 것은 인간적인 수양이나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덕이며 일방적인 은혜이다.
기독교의 구원은 죄와 허물로 말미암아 죽었던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놀라운 일이다. 개인의 육체는 죽음을 면치 못하지 만 개인의 영혼은 죽지 않고 영원한 세계에 들어 간다고 한다. 영생 은 시간적으로 사람이 죽은 후에 천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도 있지만 그것은 영생의 한 부분이지 전체는 아니다. 성경이 가르치 는 영생은 미래적인 뿐 아니라 현재적이어서 지금 당장 얻을 수 있 다고 말한다.96) 즉 영생은 예수의 말을 듣고 그를 보낸 하나님을 믿 는 자는 그 순간 개인에게 확보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아들인 예 수를 구원자로 믿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고 그렇지 않 은 사람들에게는 영생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령인 김일성이 일제의 압제로부터 인민을 해방시키고 구 원했다는 일종의 신화를 갖고 있다.97)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통치에 신음하고 있던 상태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조선인민을 구원했다 는 것이다. 김일성의 항일투쟁 경력, 즉 1936년 조선광복회를 조직하 고 1937년 6월 함경남도 보천보 전투를 주도했다거나 1942년 동북항 일연군 교도여단 제1교도영 영장으로 활동했다는 등의 경력은 사실 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 사실과 경력을 과장하여 주민들에 대한 교양학습을 통해 신격화함으로써 나라를 구원하고 인민을 해방 시켰다고 선전한다. 그 결과 북한주민들은 “조선사람들의 구세주, 탁 월한 수령, 민족의 태양, 백전불굴의 강철 령장,” “전 세계 피압박 민 족과 인민의 붉은 태양” 등으로 김일성을 추앙하면서 구원에 관한
96) 신약성경
「요한복음」 5장 24절.
97) 한화룡,
「4대신화를 알면 북한이 보인다」, pp. 31~38.
믿음을 갖고 있다.
주체사상은 구원의 초점을 개인영혼에 두지 않고 사회전체의 구원 에 둔다는 점에서 현대 기독교신학과 유사성을 띤다. 예컨대 해방신 학은 “짓밟힌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며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을 해 방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것이 기독교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 지 상에 공의롭고 우애에 넘치는 사회, 곧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98) 따라서 구원은 가난한 경제, 억압받는 정치로부 터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며 사회구원과 사회정의를 부르짖는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일제식민통치의 억압으로부터 민족을 해방시키고 미제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원했다고 하면서 사회전체의 구원을 주장한다.
이러한 구원에 대한 믿음은 과거의 구원이며 미래에 대한 구원은 영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체사상이 주장하는 영생의 개념과 연결 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생명이 있다고 한다. 주체사상은 인간의 생명에는 개인의 육체적 생명과 구별되는 사회정치적 생명이 있고 이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인 사회정치적 집단에 서 영원하다고 주장한다.99) 육체적 생명은 부모가 주신 것이며 사회 정치적 생명은 수령이 준다고 한다. 개별적인 사람들은 오직 이러한 사회정치적 집단의 한 성원이 됨으로써만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 을 소유할 수 있다. 육체적 생명은 죽음으로써 끝나지만 정치적 생명 은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영원히 남는다. 이와 같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근거하여 개인의 육체적 생명은 죽음으로써 끝나지만 사 회정치적 생명은 영원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김일성이 사망했 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이 북한주민들의 의식 속에 영생한다며 “위
98) 박아론,
「현대신학연구」, p. 227.
99) 김정일,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의 문헌집」, p. 160.교리 및 신념체계 73
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표어를 만 들어 내었다.
주체사상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육체적 생명보다는 수령과 집단을 통해서 부여받는 사회정치적 생명이 훨씬 소중하다고 가르친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주성은 생명입니다. 사람이 사회적으로 자 주성을 잃어버리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동물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에게 있어서는 육체적 생명보다 도 사회정치적 생명이 더 귀중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목숨은 붙어 있어도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정치적 자주성을 잃 어버린다면 사회적 인간으로서는 죽은 몸이나 다름없습니 다.100)
북한은 또한 자본주의를 버리고 사회주의 체제에 들어오면 영생을 얻는다고 가르친다.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행했던 잘못을 회개 하고 뉘우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 사회주의 체제 에 들어오면 사회정치적 생명을 소유함으로써 영생한다고 선전한 다.101)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공주의 사상을 가졌다거나 반민족 적 행위를 한 사람들도 그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죄를 묻지 않고 북한체제가 받아준다는 것이다. 영화 중 에 등장하는 박목사라는 인물은 “북의 체제가 뭐길래 목사까지 받아 준다는 말인가”라며 깊은 영혼의 탄식을 하기도 한다. 주체사상은 누 구든지 북한의 사회주의 집단에 소속되어 수령에 대한 믿음을 가지 면 사회정치적 생명이 부여되고 영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00) 김일성, “우리 당의 주체사상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 정책의 몇 가지 문 제에 대하여,”
「김일성저작집 27」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4), pp.395~396.
101) 북한의 다부작 영화
「민족과 운명」 가운데 최덕신의 일대기를 그린
「최현덕편」 제2부와 제3부.
영생에 대한 주체사상의 교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두 려움을 극복하도록 만든다. 개인이 비록 육체적 생명은 끊어지지만 또 다른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연연해하 지 말고 육체적 죽음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을 강조한다. 성경에 서도 천국의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육체적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만일 네 눈이 너를 범죄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한 눈으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눈을 가지고 지옥불에 던지우는 것보다 나으니라”라고 성경은 말한다.102) 주체사상도 사회정치적 생 명을 얻기 위해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영생 을 얻기 위해 육체를 초개와 같이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일성은 “혁명가는 일생을 잘 마쳐야 합니다. 죽을 때 너절하게 죽으 면 한평생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국 너절 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103)라며 삶의 마무리를 깨끗하게 끝내야 한 다고 강조했다.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은 그가 어떻게 살았으며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었는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육 체적 생명을 서슴없이 바침으로써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빛내 야 한다고 격려한다.
귀순자 김현희는 북한이 강조하는 영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다. “영원한 정치적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육체적 생명을 버려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영혼이란 말을 쓰지는 않지만 성경말씀과 같지 않습니까. 그쪽에서는 종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저 자신부터 무시무시해지고 속이 뒤틀릴 정도로 종교를 악선전하였는데 알고 보 니 같지 뭡니까.”104) 뿐만 아니라 ‘혁명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육체 적 안일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기독교에서도 복음을 전파
102) 신약성경
「마태복음」 18장 9절, 「마가복음」 9장 47절.
103) 김일성,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5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한 결론,”
「김일성저작집 26」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4), p. 489.
104) 조갑제·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