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연구 결과
4.1 기초자료 분석결과
프랑스 잠수함 에그레또에 디젤-전기 추진방식이 도입된 이후 디젤- 전기추진 방식은 100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배적인 디자인으로 전승되면서 대형화하고 수중작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점진적인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디젤-전기 추진방식을 제외한 모든 추진 방식은 더이상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지 않으면서 도태되었으나, 예외적으로 기간 3 에서 새로운 AIP 모델이 다시 도입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군의 요구로 인해 AIP 가 더 진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도입되었으며, 이를 통해
“멸종과 대체 (extinction and replacement) (Wagner & Rosen, 2014)”라는
진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인공물은 생물 종이 멸종하는 것처럼 일부 제품은 변이-선별-복제의 진화 메커니즘을 거치면서 도태하게 되지만, 다른 일부 제품은 생물처럼 도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록에 의해 그 정보가 남아 후대에 다시 그 기술이 활용되면서 부활 (resurrection)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를 잠수함 기술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잠수함의 태동기에서는 배터리나 증기로 추진동력을 얻는 AIP 가 주요 추진방식이었다. 이는 당시의 내연기관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수중에서는 공기 사용이 제한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잠수함이 수중에서 기동하는 선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개념에 기반하여 추진체계 기술을 개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AIP 방식은 제한된 배터리 성능과 증기 축적 용량으로 인해 잠항시간이 매우 짧아 광범위하게 채택될 수 없었으며, 이를 개선한
방식으로 내연기관-전기 추진방식이 적용되었다. 기존 AIP 방식은 배터리를 항구에서 충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작전반경이 매우 짧았다. 하지만 내연기관-전기 추진방식은 내연기관을 통해 함 자체적으로 축전지를 충전할 수 있게 되면서 잠항시간과 전체적인 수상/수중 항속거리가 증대되어 작전반경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내연기관-전기 추진방식은 사용되는 연료에 따라 가솔린 엔진 (gasoline engine), 케로젠 엔진 (kerosene engine), 디젤 엔진 (diesel engine)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연료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가장 높은 디젤 엔진이 선택되어 오늘날까지 지배적인 디자인 (dominant design)으로 전승 (retention)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잠수함의 기본적인 서비스 특성에 기반하여 잠항 시간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진체계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AIP 방식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태동기에서 적용되었던 전기추진방식과 유사한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원자력 추진 또한 핵분열로 얻은 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작동시키는 추진방식으로써 초기 증기기관과 열원을 얻는 방식만 달라진 증기기관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군의 요구수준에 부합되지 못해 선택되지 못하고 도태되었던 기술들이 오늘날 기술 발전과 함께 부활하여 다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