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들어 북한은 김일성의 사망과 최고 지도층의 궐석 및 식량난 악화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안의 증대로 체제수호를 위한 과도기를 경험 하였으나 실리외교에 의한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점진적으로 위기를 극복하 고 헌법개정(1998. 9)을 통해 김정일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김정일은 1993년 국방위원장에 선출, 1994년 10월 노동당 총비
서, 1998년 9월 헌법 개정으로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여 김일성의 권
위를 대체함으로서 권력 승계를 공식화하였고, 김정일의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김일성을 능가하는 우상화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또한 북한당국은 대외적으로 김정일 체제의 국제적 지지 획득과 대외 이미 지 개선으로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지 원의 확보를 위해서 ‘전방위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유엔 및 유엔 인권레 짐에 대한 인권부문 외교에서도 과거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자세에서 적 극적인 참여로 전환하는 정책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바, 이것은 북한의 인 권실태 개선에 긍정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 보다는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압 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취해진 것으로 김정일 체제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1. ‘전방위 외교’와 인권
남북한관계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이 활성화되 는 양상을 띠었으나 체제유지라는 수세적 입장에서 경제적 실리를 위주로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남북교류와 협력에 치중하고 있으나 경제재건을 위해 남한과의 협력 강화 등 대외개방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권부문 외교에서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의도에서 인 권레짐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를 전개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와 유엔 인권레 짐의 부정적인 평가로 북한에 대한 인권개선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인권부문 외교에서의 딜레마는 유엔과 유엔 인권레 짐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거나 적극적일 경우에 이에 대한 유엔 인권레짐 및 서방국가들의 인권개선 압력이 증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개선 압력 에 대해서 북한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국제적인 창피와 고립을 감수하고 경제적 지원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대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 다. 또한 북한의 대응과 북한 인권부문 외교의 발전 방향은 북한과 유엔과 의 관계 설정에도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선 남한의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추진하여 북한을 당장 흡수통일하기 보다는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사실상의 통 일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보고 남북한 평화공존과 공존공영을 주창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북한과의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는 이질감을 극복하고 적대 감을 완화할 수 있는 매체라고 간주하고 남북간의 교류협력의 활성화에 중 점을 두었다. 우선 평화공존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냉전구조 해체라 는 포괄적 구상을 제시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미․ 중․남북한의 4자회담 개최, 북한과 미국, 일본 및 서구 우방국들 간의 관 계 정상화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탈피시키고 국제사회의 건설적인 일원 으로 역할을 수행하기를 촉구하였다. 또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과 ‘베를린 선언’ 등 북한의 경제건설에 남한의 지원과 협력을 천명하였다. 이와 같은 정책 의지는 북한의 잠수정 침투, ‘대포동 1호’미사일 발포, 서해교전사태에
도 불구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남북한 긴장완화와 북한의 신뢰를 구축 하는데 일조하였고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 였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활성화 계기가 조성되고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합의, 남북한 경제협력의 제도화 마련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북한의 개방․개혁에 대한 정책의 불 투명, 투자여건의 결여, 대북경협과 관련된 현대그룹의 부실화 등으로 남북 한 공히 교류협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앞으로의 남북 교류협력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정책적인 조율과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1998년 ‘민족대단결 5대방침’을 발표하여 내왕과 접촉을 통한 민족의 연대와 연합을 강조하여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접근을 강조하 고 있으나 사실 통일문제를 포함한 남북한 문제는 남한이 이니셔티브를 쥐 고 주도해 나가는 반면 북한은 체제유지와 수호라는 측면에서 남북협력을 통한 경제지원을 추구하면서 수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 당분간 국제적 정당성과 국제적 지원에 관심을 집 중시키고 남북문제에 대한 이니셔티브에 과거와 같은 중요성을 두지 않았 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 국제사회와 주변 관련국들의 지원으로 체제위기 를 극복하고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인 북한은 2000년대 들어 김정일 체제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강화하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전방 위 외교’를 추진하여 남한과의 국교 정상화 문제로 소원했던 중국과 러시 아와의 관계 복원에 노력하여 중국과 러시아와 빈번한 정상외교는 이를 말 해주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소원했던 유럽연합(EU)과 그 회원국들과의 외 교관계 수립 노력은 김대중 정부의 지원과 미국을 견제하려는 외교적 의도
에서 이를 적극 전개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유럽연합도 북한과의 정치대화에 합의하고 이의 일환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또한 북한당국은 전방위 외교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인권문제에서 국제사 회의 비판과 압력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유엔 및 유엔 인권레짐에 대한 적 극적인 외교를 취하는 자세로 전환하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북한당국은 「국민의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제
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전방위 실리외교에 성과를 거두어 아세안지역포럼에 가입(2000. 7)하였고, 서울에서 개최된(2000. 9.) 제3차 아셈회의(아시아 - 유럽정상회의)에서는 유럽연합과 그 회원국들(프랑스와 아일랜드 제외)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하여 북한의 국제적 고립 탈피에 커다란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를 계기로 유럽연합은 북한과 인권대화를 갖 기로 합의하고 현재까지 3차례의 인권대화를 개최하였다. 물론 인권회담 자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으나 인권대화에 북한을 이끌어 내 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전달하는 효과는 크다.
유엔 활동에서 과거에 비해 북한 대표의 발언빈도가 많아지고, 유엔의 날을 맞아 유엔의 기능과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주제의 보도를 하고 있어 체제유지 및 공고화를 위한 유엔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57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의 제57차 유엔총회 연설(2002. 9. 17)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포기가 한반도 및 세계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고 강조하였고, 북미대화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또한 주요 위원회에 서 북한 대표들의 연설은 김정일의 평화 노력과 치적 등 전방위적 외교활 동을 홍보하고, 유엔의 권한 제고를 통한 공정한 세계질서 유지 및 국가간
57 통일부, 「주간북한동향」, 제620호 (2002. 11. 26-2002. 12. 5), pp. 23-25.
평등 실현을 역설하여 국제사회에 평화이미지를 과시하고, 선진국과 개도 국 간의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선진국들의 경제지원 조치를 강조 한 것은 과거 선진국들을 제국주의로 매도한 것과는 달리 경제 협력과 지 원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 해 선진국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표출하고 있다. 인권 등 자신들의 약점에 노출된 사안에 대해서는 대응논리를 설파, 적극적인 예방외교를 구 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연례인권보고서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여 미국의 인권실태에 대한 역공세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이형철 주 유엔대표부 북한 대사는 유엔총회 연설(2000. 9. 15)에 서 냉전의 산물인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유엔의 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혁할 것을 강조하였으나 과거의 주장인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와 국방력 강화”,
“연방제 통일방식”,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은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남
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의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도 뉴욕에서 개최된
「평화유지작전에 관한 특별위원회 2003 회의」(3. 4)에서 박길연 북한의 유 엔 주재 대사 는 유엔사의 해체를 주장하였다.58 북한 당국은 유엔사 해체 로 정전협정을 무실화하고 동시에 미․북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는 의도를 계속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 인권레짐과 관련,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에 대한 압력을 사 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 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에 2001년 가입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6대 국제
인권규범 중 4개에 가입하였고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58 통일부, 「주간북한동향」, 제634호 (2003. 3. 7-2003. 3. 13), pp.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