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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구조는 이에 상응하는 내적 문화를 형성한다. 남한사회의 냉전 문화는 분단으로 인한 비정상적 분단문화체계로서 오랫동안 지속되 어 왔다. 세계적인 냉전체제와 남북한간의 대립구조의 내적인 표현형 태가 냉전문화라 할 수 있다. 남북한간의 극단적 대립구도의 단초는 수많은 인명이 살상된 한국전쟁이라 할 수 있으며, 이후에도 남북한 은 상시적 전쟁위험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냉전문화는

‘전쟁문화’(war culture)34와 관련을 맺고 있다. 전쟁문화는 그 반 개

34전쟁문화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시기 중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발생 시킨 전쟁사례를 연구한 J. 바스께스가 제시한 개념이다. J. Vasque, The War Puzzle (Cambridge: CPU Cambridge Studies in International Relations,

1993); 냉전시대에 주목받은 제로섬 논리는 전쟁문화와 관계가 있다. 제로섬은

념이라 할 수 있는 평화문화의 형성을 저해해 왔으며, 전쟁의 상시적 위협에 놓인 남북한에서 평화문화의 단초가 형성되는 것은 매우 어 려운 일이었다.

냉전문화는 반공과 레드컴플렉스의 형태로 재생산되어왔으며, 탈 냉전기라 할 수 있는 현재에도 보혁 갈등, 혹은 남남갈등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냉전문화가 남북한간의 분단과 대 립이라는 장기적인 형성과정을 거쳤으며, 따라서 그 영향 또한 장기 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냉전문화의 해소 를 위한 내적인 노력은 통일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 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남남갈등의 소지는 커지고 있으며, 사회가 이념적으로 양극화하는 현상은 냉전문화의 영향을 단 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진전에 대응하여 남한사회의 대내적 인프라가 구축되기 보다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비타협 적 구도로 사회가 재편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는 냉전문화가 상존 하는 상태에서의 통일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반구축은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문화는 극단적 이념대립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갈등을 잉태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배타성을 전제로 하는 전쟁문화의 요소들 을 내재한다. 냉전문화에 대한 반 개념이라 할 수 있는 평화문화는 근본적으로 상호공존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냉전문화의 해소는 분열 및 갈등과 사회적 배타성을 해소하는 성찰적 노력을 통해

‘적’을 비합법적․비논리적 존재로 인지시켜, 상대방과의 협상이나 그 어떠한

중재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다. 따라서 대립을 심화시키고 통합을 불가능 하게 만드는 제로섬은 전쟁문화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쟁문화의 극복은 새로운 평화문화의 형성에 의해 가능하다 는 것이다. 조민, 한국사회 평화문화 형성방안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00), pp. 14-16.

그 가능성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성찰적 노력은 한국사회 내에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며, 상호공존하는 토 양을 만드는 노력과 관계가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똘레랑스의 문화’

에서 시사점을 얻을 필요가 있다.35 ‘지탱한다’ 혹은 ‘감수한다’라는 뜻 의 라틴어 ‘tolerare’에서 유래한 똘레랑스(tolerance)는 16세기 초에 등장한 개념으로, 구교와 신교사이에서 발생한 종교 대립의 역사적 과정에서 그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36서구에서 똘레랑스의 개념이 정착된 것은 계몽주의 시대의 일이며, 이후 그 의미를 확장하여 현대 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똘레랑스의 현대적 의미는 타인의 신념이나 사고, 행위가 나와 다를 때 나의 주장을 여타의 수단을 동원하여 강제 적으로 관철시키려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국어로 ‘관용’으로 번역 되며, 관용의 사전적 의미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이다.37 똘레랑스와 반대되는 개념인 앵똘레랑스(intolerance)는 타인에게 나 의 신념이나 행위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강요하는 방식을 가리키며, 따라서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개념으로 풀 이된다.

35헨드릭 빌렘 반 룬 저, 김희숙정보라 역, 똘레랑스 (서울: 길, 2000); 사시에 필리프 저, 홍세화 역, 왜 똘레랑스인가? (서울: 상형문자, 2001).

36따라서 비국교도들(침례파, 감리파 등의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신도들)에게 신앙 의 자유를 보장해줄 목적으로 1689년에 영국의회가 제정한 법률인 관용법 (Toleration Act)과 로마카톨릭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제한적이나마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기 위해 신성로마제국황제 요제프 2세가 1781년에 공포한 법률인 관용령(Toleranzpatent) 등이 똘레랑스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37남영신 엮음, 국어사전 (서울: 성안당, 1997), p. 217. 유교적 전통과 가부장적 위계구조가 보편화되어있던 동양사회의 ‘관용’의 개념과 서구 계몽주의사상과 자유주의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똘레랑스는 그 의미가 완전히 일치한다 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동양의 관용은 자비, 혹은 사면, 아량과 의미연관 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나와 타인간의 관계가 수평적이지 못하다는 뉘앙스를 지 닌다. 그러나 서구 자유주의사조 속에서 발전된 똘레랑스는 나와 타인간의 수평 적 관계를 전제로 한 상호존중의 의미를 더 크게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60여 년간 유지된 분단과 냉전적 상황은 좌우를 막론 하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배제와 강요를 일상생활의 방식으로 정착시 켜왔으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주의적 사고를 일반화시켜왔다.

남북관계 변화와 통일논의 자체가 이념적 차이를 기본으로 하는 배 타적 대립구도에 의해 표류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똘레랑스 의 문화, 즉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의 문화는 의미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똘레랑스 문화의 정착을 통해 한국사회내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타파하고, 다양성이 용인되는 공존의 장으로서 사회를 가꾸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구적 개념인 똘레랑스는 한 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의미의 한국적 맥락 을 발굴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범사회적 차원에서 ‘똘레랑스 코리아’(가칭) 운동의 전개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한사회내의 성찰적 노력을 통한 스스로의 화해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스스로 의 성찰과 아울러 상대를 관용하는 의미를 내포하는 ‘똘레랑스 코리 아’(가칭) 운동은 남북관계발전과 병행하여 스스로 냉전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인식 속에서, 냉전문화의 청산을 위한 범사회적 합의와 아울러 실천의지의 확산을 의미한다. 강요와 배제가 지배하는 냉전적 사회구조의 장기간 지속으로 남한사회는 이념적 다양성과 문 화적 다양성이 요구되는 탈냉전적 시대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이슈마다 첨예한 대립이 재생산되는 구조는 강요와 배제 라는 냉전문화 논리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요와 배제보다 는 차이가 인정되는 ‘공존의 문화’를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운동 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지도층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으며, 정치권과 정부 역시 이를 위한 지원체제를 구

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냉전문화의 해체와 정상문화로의 회귀는 국민적 합의기반 구축을 위한 전제로서 해석되어야 한다. 보혁간의 차이와 편가르기가 아니라 보혁간의 정상적인 공존관계의 형성을 지향해야 한다. 정상적인 선진 사회에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시민적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따라서 냉전문화의 해체방식 역 시 흑백논리차원의 청산방식이 아닌 공존의 논리 속에서 강구되어야 한다.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전환에 대한 무조건적 부정이나, 기존 대 북정책의 방향성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전제 속에서 비판적 평가를 수구적 발상으로 치부하는 태도 역시 공존의 장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남남갈등의 소지는 커지고 있으며, 이와 같 은 현상이 지속되는 한 대북정책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한 남북관계 개선에 수반되는 사회문화적 충격을 효과적으로 해소하 는 것도 가능하지 않게 된다. 특히 남북관계 발전과 냉전구조 및 냉 전문화가 상충되는 현상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인바, 이에 대한 적극적 해소책이 필요하다. 국가보안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과 함께 대내적 냉전구조 및 냉전문화 청산을 위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 하다. 특히 금기영역이었던 다양한 냉전의 유제들에 대해 공론화와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 시 나타날 사회적 갈등 및 남남갈등을 중화시키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포괄적 의미에서의 통일교육’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통 일문제를 둘러싼 보수, 진보간의 ‘합의를 위한 의사소통구조’를 구현 하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지형과 사회적 인내의 형성을 위한 기초적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세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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