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한국 전력시장의 특징과 전략적 행동
1) 강제풀시장
시장제도적인 측면에서 전력시장을 구조개편한 나라의 풀시장 제도는 크게 강제풀(compulsory pool)과 자유풀(voluntary pool) 로 나누어진다.
2002년 현재 강제풀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의 빅토리아 주 와 우리나라가 유일한 실정이며, 영국은 2001년 3월 NETA 시스템을 도 입하면서 자유풀로 이행하였다.
강제풀 제도하에서 어떤 전략적 행동이 가능한지는 NETA 이전의 영 국사례가 잘 말해 준다. NETA이전의 영국 풀시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 된다. 모든 도매전력이 풀을 통해 거래되는 강제풀 방식을 채택하였다.
발전회사는 거래전일에 공급력을 풀에 응찰하고 계통운영회사인 NGC사 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발전기부터 순차로 낙찰해 익일의 급전계획을 책정했다. 거래가격(풀가격)은 최후에 낙찰된 발전기의 응찰가격에 의해
서 30분마다 결정되었다. 예상수요와 실제수요 사이의 괴리의 조정, 송
전용량 제약의 해소, 보조서비스 확보, 손실분 처리 등에 필요한 비용 (uplift)은 일부는 송전계통 사용료로 회수하고 나머지는 풀가격에 얹어 서 모든 공급사업자로부터 균등하게 징수되었다.
이와 같은 제도 하에서는 부하추종성이 높은 발전기나 신뢰성이 높은 발전기를 건설할 인센티브가 적게 되는 문제가 있다. 기저운전을 하고
있으면 그때 그때의 풀가격으로 지불되기 때문에 신규전원은 기저에 편 중되고 부하율이 낮은 피크전원을 건설한 민간발전회사(IPP)는 거의 없 었다. 또 운전예정 발전기가 계통으로부터 이탈해도 그에 대신하는 별도 공급력을 확보하는 비용은 전 참가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많은 발전사업 자가 가스를 공급차단가능 계약전력으로 구입한다든지, 가스가격이 급등 하는 시간대에는 돌연 운전을 그만두고 확보한 가스를 가스시장에서 매 각한다든지 하는 행동도 빈발했다.
NETA 하에서는 각 참가자는 쌍방계약(bilateral contracts)에 기초해 발전하고 구입한다. 계약은 모두 수급불일치(Imbalance) 결제기관에 통 지되고 실거래량(계량치)과 계약량의 차이는 Imbalance가격으로 결제된 다. Imbalance가격은 계통운용자(SO)인 NGC 사가 수급을 균형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에 기초해 30분마다 설정된다. NETA의 특징은 수급 조정비용을 원인자에게 그 책임의 정도에 따라서 정확하게 배분하는 것 이다. NETA 하에서는 풍력이나 열병합 등 출력이 불안정한 전원이 타 격을 받게 된다. 현재 고정송전권(Fixed Transmission Right) 시장이나 지역적 요소를 반영한 손실배분제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것이 실시되면 더욱 엄밀하게 비용이 배분되는 것으로 된다.
강제풀제도와 NETA의 자유풀제도의 어느 방식이 효율적인가에 대해 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OFGEM의 보고서는 현물시장 거래가격
및 NGC사의 계통운영비용이 크게 저감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한편으
로 수급불일치(Imbalance)결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많은 발전사업자가 발 전기를 출력조정 운전하고 있기 때문에 각 사업자가 각각 보유하는 공 급예비력은 상당한 용량에 달한다.
제 3 장 경쟁적 전력시장 시뮬레이션 모형 37
영국의 NETA 제도에서는 쌍방계약이 주가 되고 거래물량은 통보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가격정보의 제출의무는 없기 때문에 단순히 현물시 장의 거래가격 추이로 이 제도의 성패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된다.
2) 과점적 경쟁시장에서의 전략적 행동 가능성
일반적으로 과점시장은 "경쟁-담합-경쟁" 등의 순환과정을 밟는 것으 로 이론적․경험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력시장은 일반 상품의 과점시 장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에서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별 발전사업자들의 전 략적 행동이 발생될 수 있고, 때로는 암묵적인 담합 등의 반경쟁적 행위 가 발생될 수 있다. 이런 행위를 발전력의 규모가 작은 민간발전사업자
(IPP)들은 스스로 행하기 어렵지만, 다른 사업자의 전략적 행동으로 유
발된 SMP가격인상은 규모가 작은 IPP에게도 지대(rent)를 발생시킬 수
있다. 즉,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시장참여자들의 담합, 출력감소, 설비퇴 장 등 반경쟁적 행위는 시장정산가격(MCP)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며, 설비 가동율 및 이윤 면에서 여타 사업자들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전력시장이 다른 시장처럼 가격전쟁(price war)에 돌입 하여 파괴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 보자. 파괴적 경쟁이란 한계비용 수준 혹은 그 이하로 가격입찰을 하여 일시적으로 손실을 입는 상황에서 가격경쟁을 계속하는 경우를 말 한다. 그러나 전력시장의 특성상 파괴적 경쟁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
다. 일반적으로 과점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이유는 기업들이 시장점유 율을 높여서 자신의 브랜드 명성을 확립하여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일 의도를 갖거나, 또는 새로이 진입할 의사가 있는 기업을 진입저지 하기 위해 기존 기업들이 소위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을 책정하기 때 문이다. 그러나 전기상품의 특징 중의 하나인 익명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일 5분단위로 반복 입찰되는 전력시장에서 어느 하루 혹은 한달
동안 낮은 가격 책정으로 시장 참여율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공 급된 전기는 익명성을 지니므로 브랜드 명성의 확립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 되며, 따라서 일시적인 파괴적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거의 없는 시장이 바로 전력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전력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의 행사는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각 거래시간대의 한계발전기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므로 이 정보를 가격조절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각 발전사업자들은 변동비 가 크게 점프하는 순간의 해당 발전기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발전 기의 정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현행 CBP하에서 SMP를 결정한 한계발전기는 위의 <표 3-1>에 나타난 바와 같다.22) 이 표는 본 격적인 시장정산을 시작한 2000년 4월이후 12월까지 발전기별 SMP 결 정회수와 소속 발전회사를 표시한 것이다. TWBP가 도입된 이후에도 현
재 CBP하에서 나타나고 있는 SMP 결정 한계발전기의 종류 및 횟수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각 발전사업자들
22) <표 3-1>은 2000년 4월-12월의 모든 한계발전기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높은 순 서대로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SMP결정력이 없었던 발전 기도 존재하며, 예컨대 월성#4는 1번의 SMP결정력과 3.78원의 SMP를 보였다.
제 3 장 경쟁적 전력시장 시뮬레이션 모형 39
<표 3-1> 발전기별 SMP 결정회수 및 발전회사 (2000년 4-12월)
발전기 회수 SMP 평균 발전회사 안양복합1 440 55.56 LG파워 부천복합1 376 56.90 LG파워
영남#1 336 45.23 남부
울산2복합2 244 50.91 동서 울산2복합1 236 58.78 동서 서인천 복합2_11 229 50.63 남부
울산#2 229 52.56 동서
분당복합2 222 56.22 남동
서인천복합1#1 211 56.11 서부 서인천복합1#5 179 53.77 서부 울산2복합3 168 52.30 동서
영월#1 168 54.09 남부
분당복합1 167 55.93 남동
평택복합1 165 62.23 서부
동해#1 164 43.18 동서
서인천복합2_12 163 49.98 남부
평택#3 160 53.47 서부
영남#2 137 47.08 남부
서인천복합2_22 129 49.06 남부
당진#1 114 12.42 동서
여수#2 113 51.26 남동
여수#1 107 49.52 남동
호남#2 104 18.30 동서
호남#1 103 18.55 동서
한화복합1 102 62.69 한화
평택#4 102 51.32 서부
태안#1 86 13.53 서부
울산#3 84 53.36 동서
일산복합1 81 58.31 동서
은 주어진 수요수준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한계발전기의 예상이 가능하 므로 한계 및 한계 내(inframarginal) 발전기의 입찰가격에 대한 전략적 행동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발전력의 약 40%를 차지하는 원자력회사의 시장지배력 행 사 가능성이 존재한다. 가격입찰 단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원자 력회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므로, 원자력 회사 의 입장에서는 시장제도 상의 주어진 제약 하에서 가장 이윤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가격 및 수량의 입찰을 행하려 할 것이며, 이 회사의 규모 가 크므로 소규모 IPP 등 다른 발전사업자에게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 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의 일부에 대한 전략적으로 퇴장 등을 통해 SMP를 올리게 되며 이는 다른 발전회사의 발전량 및 이익을 올리게 된 다는 사실은 본 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발전설비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들의 전략적 행동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의 (암묵적) 담합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단 일 원료원만으로 구성된 사업자는 전략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상대적으 로 적게 되지만, 한국의 주요 5개 발전사업자는 모두 적절한 발전설비의 조합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전략적 행동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호주 등 해외사례를 보면, 기저를 구성하고 있는 석탄화력 회사가 출력감소 등의 행위를 통해 현물시장 가격을 높이고 큰 이익을 높인 사 례가 보고되고 있다.
네 번째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 CBP하의 시장 운영에서 양수발전기 는 첨두가격 삭감(Peak Shaving)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각 발전회사 가 민영화된 이후에 양수발전기를 전략적으로 퇴장시키는 경우 첨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