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치동향
북한에게 있어 2005년은 노동당 창건 60주년, 해방 60주년, ‘선군영 도’ 10주년,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중요한 정치일정을 맞아 주민결속과 내부통제를 유 지·강화시키는 사업을 수행해 가면서, 북·미관계 악화로 인한 안보정세 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내부 정치체제의 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북한 당 국은 당 창건 60주년(10.10)을 맞아 “올해는 선군혁명총진군을 힘차게 다그쳐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비약의 폭풍을 일으켜온 투쟁의 한 해, 승리의 한 해였다”고 자평하였다.
2005년 북한의 정치정세를 포괄할 수 있는 핵심어는 또 다시 ‘선군’으 로 요약될 수 있다. 북한은 2004년 마지막 날(12.31) 선군정치 개시 10주 년 기념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여 선군정치의 정당성과 위대성을 선전 한 데 이어, 2005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서는 당 창건 및 해방 60주년 에 대한 준비 과업을 부여하고 “전당․전군․전민이 일심단결하에 선군 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는 구호를 제시하면서 ‘선군혁명총진군’을 촉 구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선군혁명총진군대회」를 개최(2.2∼3)하여 10년간 의 선군정치의 경험과 성과를 결산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선군의 기치 아래 군민일치로 ‘총돌격전’을 벌일 것을 촉구하면서 선군혁명총진 군의 목적과 의의로 ‘전 사회·분야의 선군사상화·선군정치화’를 강조하 였다. 그리고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는 신년사설에서 제시된 정책 추
진을 독려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명의로 145개 의 공동 구호를 발표(7.2)하고, ‘100일 전투’ 기간(7.3~10.10)을 설정하 여 노력동원을 전개하였다.
북한은 올 한 해 동안 선군혁명총진군을 앞세워 대미 강경대응 자세 를 고수함으로써 주민들의 단결과 충성심을 고취하고자 의도하였다. 북 한은 선군혁명총진군대회 직후에 6자회담의 무기한 중단 방침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2.10), 주민들의 전쟁발발과 체제붕괴의 위기감을 고조시킴 으로써 대내 분위기의 일신을 통한 내부 단결과 충성심을 고양시키고자 하였다.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이 같은 선군정치에 부합하 게 전개되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공개활동 중 절반 이상을 군관련 행사 에 할애하였고, 특히 군부대시찰에 많은 시간을 집중함으로써 체제유지 의 근간인 군의 사기진작과 절대 충성을 유도하고 북·미관계의 악화로 인한 유사시를 대비하고자 하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127회(2004년 92회,
2003년 92회, 2003년 99회)의 공개활동(12.22 현재)을 전개하여 김정일
시대 공식 개막 이후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임으로써 북한 정치체제의 안정성을 외부에 과시하였다.
북한 정치체제의 안정성은 일부 실세들의 신상에 변고가 생긴 것을 제외하고 핵심엘리트층에 큰 변화가 없는 데에서도 파악되었다. 다만 김 정일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던 연형묵 국방위원회 부위원 장이 사망(10.22)하였고, 또 정하철 선전담당비서 겸 선전선동부장 등 일부 실세들은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 특히 정하철의 신변 이상은 당 조직의 양대 축인 조직(장성택 제1부부장)과 선전 부서의 책임자들이 모두 변동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여 주목되었다. 이는 군 보위사령부
(2003.7)와 인민보안성(2004.7)의 책임자 교체와 함께, 내부통제의 강화 를 위해 일부 핵심엘리트층에 대한 숙청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당과 내각의 일부 인물들이 교체되고 있 고,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세대교체의 연장선상에서 실무형 중심의 소 위 혁명3세대가 각 권력기관의 전문부서 책임자나 중간급 간부로 충원 되는 대세가 지속되고 있다. 2005년 당에서는 황해남도와 자강도의 당 책임비서가 새로 임명되었고, 내각에서는 금속공업상, 기계공업상, 건설 건재공업상, 문화상, 노동상 등이 교체되었다.
이 같이 체제안정이 유지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연례 정치일정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최고인민회의 제11기 3차회의를 한 차례 연기한 후에 개최(4.11)하여 3년 만에 예산총액을 발표함으로써 재정체계의 정 상화를 확인하였다. 또한 북한 정권에 의미 있는 주요 기념행사들을 성 대하게 치러 냈다. 당 창건 6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주요 간부 및 군인·
근로자 등 10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8년 만에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 는 것을 비롯해 열병식 및 시내행진, 다양한 경축행사 등을 진행하는 한 편, 산업·문화시설을 건설하여 과업 달성을 선전하였다. 특히 「5․1경기 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아리랑 공연」을 개최(8.16~10.10)하여 평양시 민들은 물론 지방주민들까지 대거 관람시킴으로써 본격적인 대외개방 에 대비하여 김일성․김정일의 업적과 선군정치를 부각하고 내부 결속 을 도모하는 한편, 관광객 유치를 통해 대외·대남 평화이미지를 제고하 고 외화수입을 확대하는 등의 효과를 달성하였다.
끝으로 2005년도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승계 문제와 관련하여 출 처가 불분명한 미확인된 정보들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되었다.
이러한 정보들에 대한 분석에는 대체로 김정일 위원장 직계에 대한 우
상화 작업 및 후계대상의 위상 변화, 김정일 위원장의 핵심 권력엘리트 의 변화, 이데올로기의 강조점 변화, 세대교체의 급진전 등의 근거들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상 가시화될 수밖에 없는 후계 자로의 권력분점에 대한 사전정지 작업 및 권력승계에 대한 정당화 작 업 등 후계체제 기반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현상이 현재화되 지 않았다.
2006년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통치하는 한에서는 북한체제의 안정성 이 유지될 것이며, 커다란 정치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당·정·군 및 보안기구를 통제하고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정치체제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나타나 게 될 2006년 정치정세를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선군정치는 지 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대비, 선군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를 통해 내부결속과 체제안정을 유지하고 김정일 위 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제고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둘째, 혁명1세대의 자연스러운 퇴진 이외에 핵심엘리트층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 인다. 핵심엘리트층이 대폭 변화하기 위해서는 당대회에 이어 당 중앙위 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되는 등 정상적인 정치일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 다. 다만 내각의 전문 실무부서를 중심으로 30~40대의 혁명3세대의 약 진이 계속되면서 당·군의 실무부서에서도 인사이동이 점차 두드러질 것 이다. 셋째, 7차 당대회 개최는 아직 때가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 국이 정통성 확보와 권력 공고화를 통해 체제안정을 유지하고 경제사회 적 상황을 개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등에 의한 대외적 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고, 내부 경제상황 또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 을 뿐 회복국면으로 완전히 진입한 것도 아니며,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
서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대내외에 제시할 만한 능력이 부재하 다. 넷째, 체제의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당적 지배의 약화 현상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당 의 행정대행 금지 및 부패한 당 기구 개편과 인원 축소가 점진적으로 모색될 것이다. 다섯째, 국가의 사회에 대한 지배능력 약화와 외부세계 의 대북 인권 압박 그리고 시장화의 확대에 따른 주민의식의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스탈린적’ 지배의 인간화가 점증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제한적인나마 자의적인 국가폭력과 억압적인 국가기구에 대 한 법·제도 개선조치가 점차 확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년 안에 후계 자 지명을 가시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 검증 및 조건 구비 에 대한 준비를 차치하고라도 대내외 위기국면에서 지배의 효율성을 저 해할 수 있는 후계자 지명은 자칫하면 체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김 정일 위원장은 당장 후계자를 지명하기보다는 ‘인사’와 ‘정책’의 점진적 인 변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체제의 안정과 지속을 담보할 수 있는 후계 체제를 준비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후계 후보군과 접 촉하고자 하는 당·정·군 및 기능집단의 견제 및 영향력 경쟁은 지속될 것이다.
● 송정호․북한연구실 책임연구원
나. 경제동향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서 2005년에는 “농업부문의 생산 증 대”를 가장 주요한 경제정책 과제로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북한당국은
“농업부문에 필요한 노력과 설비, 물자를 최우선적으로 무조건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북한당국이 농업부문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한데에는 지난해 전력생산부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주었다는 판단과 함께 식량 공급문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에너지의 추가적인 개 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4월에 개최된 제11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박봉주 내각총리의
의정보고를 통해 “농업전선에 모든 역량을 총집중 총동원하여 .... 올해 의 알곡고지를 기어이 점령”하자고 역설하였다. 이어 지난해 예산을 결
산하고 2005년 예산을 승인받기 위한 보고를 통해서 예산수입은
15.1%를 증가시키고, 이를 위해서 ‘국가기업 이득금 수입’을 13.5%,
‘협동단체 이득금 수입’을 8.4%, 사회보험료 수입을 3% 늘이겠다고 밝
혔다. 또한 지출총액은 지난해에 비해 11.4% 늘리고, 농업부문의 생산 력 증대에 주력하겠다는 정책에 맞추어 농업부문에 대한 지출을 가장 큰 폭(29.1%)으로 증가시켰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부문에 14.7%, 무료 교육과 무상치료를 비롯한 ‘인민적 시책’부문에 10.3%를 증액시킬 계 획임을 밝혔다.
2005년도 북한의 경제개혁은 다소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량배급제의 정상화 조치이다. 식량 배급제 정상화 지침이 하달되자, 지 역의 사정에 맞추어 배급량과 배급방식에 조금씩 차이를 두고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배급대상을 차별화하고 시장에서의 식량거래를 금지시켰으며 뙈기밭 생산량을 배급으로 간주하 는 조치를 취한 사실이다. 새 공급제도에 따르면, 공장이나 농장 등 일터 에 정기적으로 출근한 사람은 싼 가격에 배급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급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비싼 가격에 배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