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Ⅲ. 동중서(董仲舒)의 人性論
1. 동중서 人性論의 근거
국가안정이라는 무제의 정치적 요구에 동중서는 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 를 마련해야 했다. 이에 동중서는 기존의 학설인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과 천인 상관설(天人相關說)을 자신의 人性論의 근거로 삼아 왕의 권력을 天에서 기인하 는 것으로 설명하며 피지배층에 대한 지배층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를 마련 했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동중서 人性論의 근거가 되는 음양론(陰陽論)과 천도 론(天道關)을 살펴보기로 한다.
1.1.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중심으로 우주를 해석하려는 경향은 전국시대 이전 까지 주류를 이루었는데, 전국시대에 이러한 두 경향은 융합되었고 人性論을 포 함한 많은 사고의 근간이 되었다. 동중서 역시도 세계를 음양과 오행이라는 氣 에 의해서 운행되는 것이라고 보았기에 그가 받아들인 음양론과 오행론을 이해 하는 과정은 동중서의 人性論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될 것이다.
동중서는 세계가 음양의 두 가지 氣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는데, 기본적으로 음(陰)과 양(陽)의 관계를 한 번 음이 된 뒤에는 다시 양이 되는 승강(升降) 소식 (消息)의 관계로 받아들이되, “음은 양과 합하는 것[陰者陽之合]”이며, “양은 음 을 겸하는 것[陽兼於陰]”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나아가 동중서는 음과 양의 관 계에 대해 양은 귀하고 음은 천하다는 ‘양존음비(陽尊陰卑)’의 태도를 보인다.
“양(陽)이 처음으로 나오면 사물(物)이 또한 처음으로 나오고, 양이 바야흐로
왕성하면 사물도 또한 바야흐로 왕성해지고, 양이 처음으로 쇠약해지면 사물이 또한 처음으로 쇠약해진다. 사물은 양을 따라서 나가고 들어오면 수(數)는 양을 따라서 끝마치고 시작하여 삼왕(三王)의 바른 것이 양을 따라서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써 보면 양은 귀하고 음(陰)은 천한 것이다. 그러므로 일
(日)을 세는 것은 낮에 의지하고 밤에 의지하지 않으며, 한 해를 세는 것은 양에
의지하고 음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음은 의(義)에 달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0)
동중서에게 이러한 음양의 원리란 자연 세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세계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세계는 ‘陰陽二氣’의 원리로 구성되어있지만, 이러한 원리가 하늘에게나 사람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天人一氣’의 사고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늘에는 음양이 있고 사람에게도 또한 음과 양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음기
가 일어나면 하늘과 땅의 음기도 또한 응하여 일어나는데 그 도(道)는 하나인 것 이다.”61)
자연 세계에 적용되는 음양의 원리의 구체적인 사례로 동중서는 음양의 많고 적음[多少]에 따라 운행되는 사계절에 대해 설명한다.
“동지 뒤에 음은 고개를 숙이고 서쪽으로 들어가고 양은 우러러 보며 동쪽으 로 나가는데, 나가고 들어가는 곳은 항상 서로 반대되는 것이다. 다소(多少)의 조 화로 갈 때에는 항상 서로 따르는 것이다. 많은 것이 있어도 넘치는 것이 없고 적게 있어도 단절되는 것이 없다. 봄과 여름에는 양이 많고 음이 적고, 가을과 겨울에는 양이 적고 음이 많다.”62)
나아가 동중서는 “봄과 여름의 주도적인 양기나 가을과 겨울의 주도적인 음기 는 天에게만 있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있다”63)고 밝힘으로써 자연 세계에 적 용되는 음양의 원리를 인간 세계에도 적용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하늘의 음양 원리를 인간의 감정뿐만 아니라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장부 기
60) 『春秋繁露』, 「陽尊陰卑」, “陽始出, 物亦始出; 陽方盛, 物亦方盛; 陽初衰, 物亦初衰. 物隨 陽而出入, 數隨陽而終始, 三王之正隨陽而更起. 以此見之, 貴陽而賤陰也. 故數日者, 據書而不據 夜;數歲者,據陽而不據陰. 陰不得達之義.”
61) 上同, 「同類相動」, “天有陰陽, 人亦有陰陽. 天地之陰氣起, 而人之陰氣應之而起, 人之陰氣起, 而天地之陰氣亦宜應之而起, 其道一也.”
62) 上同, 「陰陽終始」, “冬至之後, 陰而西入, 陽仰而東出, 出入之處常相反也. 多少調和之適, 常 相順也. 有多而無溢, 有少而無絕, 春夏陽多而陰少, 秋冬陽小而陰多.”
관들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하기에 이른다.
“음과 양의 기는 하늘에 있는데 또한 사람에게도 있다. 사람에게 있는 것은
좋아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화를 내는 것이 되었고, 하늘에 있는 것은 따뜻하 고 서늘하고 춥고 더운 것이 되었다”64)
“하늘은 한해를 마치는 수(數)로써 사람의 신체를 성취시킨다. 그러므로 작은
마디 366개는 1년의 일수에 적합하고, 큰 마디는 12개로 나누어졌는데 이는 12달
과 적합한 것이다. 안으로는 오장(五臟)이 있는데 이는 오행(五行)의 수와 적합한 것이며, 밖으로는 사지(四肢)가 있는데 이는 네 계절과 적합하며 잠깐 보이고 잠 깐 어두운 것은 낮과 밤과 적합한 것이며, 잠깐 굳세고 잠깐 부드러운 것은 겨울 과 여름에 적합하며, 잠깐 슬퍼하고 잠깐 즐거워하는 것은 음과 양에 적합한 것 이다.”65)
이처럼 하늘의 원리와 인간의 원리가 동일하다는 원리는 天과 人이 서로 감응 하는 天人相關의 기반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또한 “[사람의] 신체에는 性과 情이 있는데 이는 하늘의 陰과 陽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의 본래적인 바탕
[質]을 말하면서 정이 없다는 것은 하늘에 陽만 있고 陰은 없다고 하는 것과 같
다”66)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동중서의 人性論에서 인간의 본성을 性과 情으 로 구분하여 각각 陽과 陰에 대응시키는 근거로 사용하게 된다.
동중서는 또한 기존의 오행(五行)에 관한 이론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한다. 오행이란 본래 木·火·土·金·水와 같은 다섯 가지 재료를 의미하 였으나, 이들 간의 관계에 상생 및 상승 원리를 적용하여 왕조 교체의 흐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가령, Ⅱ장에서 살펴본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 에서는 특정 왕조가 오덕 중 임의의 덕을 가지게 되면, 이후의 왕조는 그 덕을 이기는 덕을 가지고 있어서 왕조를 계승한 것으로 본다. 결국 왕조의 명운은 오 행 상의 덕이 결정하는 것이다. 오행상승설에 바탕을 두는 오덕종시설이 왕조교
64) 上同, 「如天之爲」, “陰陽之氣在上天亦在人, 在人者爲好惡喜怒, 在天 者爲暖淸寒暑.”
65) 上同, 「人副天數」, “天以終歲之數, 成人之身, 故小節三百六十六, 副日數也; 大節十二分, 副 月數也; 內有五藏, 副五行數也; 外有四肢, 副四時數也; 乍視乍瞑, 副晝夜也; 乍剛乍柔, 副冬夏 也; 乍哀乍樂, 副陰陽也.”
66) 上同, 「深察名號」, “身之有性情也,若天之有陰陽也. 言人之質而無其情,猶言天之陽而無其 陰也.”
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된 측면이 있는 반면, 동중서의 오행설은 오행상생 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인간의 세계는 이러한 오행상생의 원리의 영향을 받는다. 즉, “오행이란 다섯 가지의 감각 기관[五官]이며, 붙어 있는 두 행은 서로 살려주는 관계이며, 건너 뛴 두 행은 서로 이기는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를 거역하면 어지러워지고 이를 준수하면 질서가 잡힌다”67)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중서의 陰陽五行論 중 두드러진 특징은 仁·義·禮·智·信을 오행과 연관지어 해석함으로써, 인간세계의 윤리를 자연원리에 근거하여 설명한 다는 것이다. 동중서는 오행의 상생관계를 도덕법칙의 일환으로 전환하면서 왕 과 신하, 아비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지켜야할 도리에도 적용하였다.
“목(木)은 수(水)를 받고, 화(火)는 목(木)을 받고, 토(土)는 화(火)를 받고, 금
(金)은 흙을 받고, 수(水)는 금(金)을 받은 것이다. 모두를 주는 것은 아버지이며,
받는 쪽은 아들이다. 항상 아버지에 기대어 아들을 통제하는 것이 하늘의 도이 다. 이렇기 때문에 목(木) 생겨나면 화(火)이 이를 보살피고, 금(金)이 죽으면 수
(水)가 그것을 묻어준다. 화(火)는 목(木)을 좋아하므로 양기로 보살피고, 수(水)는
금(金)보다 왕성하므로 음기로 그것의 역할을 마치게 하고, 토(土)는 화(火)를 받 들어 섬겨 그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행이란 효자(孝子)와 충신들의 행 동인 것이다.”68)
그러나 동중서는 음양론과 오행론을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세계의 윤리에 앞서 밝힌 양존음비의 사상을 적용하여 “군주는 양이 되고 신하는 음이 되고, 아버지는 양이 되고 아들은 음이 되며, 남편은 양이 되고 아 내는 음이 된다. 음도(陰道)는 홀로 행동하지 못한다”69)고 설명하였다.70) 이처럼 우주법칙을 의미했던 음양과 오행의 관계는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절의 근거
67) 『春秋繁露』,「五行相生」, “五行者, 五官也, 比相生而間相勝也. 故爲治, 逆之則亂, 順之則 治.”
68) 『春秋繁露』, 「五行之義」, “木受水, 而火受木, 土受火, 金受土, 水受金也. 諸授之者, 皆其 父也; 受之者, 皆其子也. 常因其父以使其子, 天之道也. 是故木已生而火養之, 金已死而水藏之, 火樂木而養以陽, 水克金而喪以陰, 土之事火竭其忠. 故五行者, 乃孝子忠臣之行也.”
69) 上同, 「基義」, “君為陽,臣為陰;父為陽,子為陰;夫為陽,妻為陰. 陰道無所獨行.”
70) 이를 통해 이미 해당 시기에 여성을 속박하게 되는 문화적 흐름이 잉태되었음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