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확고한 목표를 갖고 출범한 부시 행정
부는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는 입장하에 대량살상무기 ․
미사일 해결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
정책 수단에 있어서 클 린턴 정부가 고려하였던 현물 보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 히 하였다.
특히, 부시행정부는 제네바합의,
미사일회담,
테러지원국 해제, 인권문제 등을 분리해서 다룰 것이 아니라 통합해서 다루어야 하며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관계개선 조치가 가능하다는‘포괄협상 ’
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북․
미협상이 이루어 질 경우 엄격한‘포괄협상 ’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즉 한 주제에서라도 진전 없이는 다른 주제에서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국 당국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53)
또한 대통령선거 캠페인 기간 중 부시진영 참모들은 대북정책의 수 단으로서 외교와 군사적 억지력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우선적으 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
미국이 군사적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입 장이었다.54) 예컨대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다면, 공해상에서 미사일 운반선을 나포할 수 있는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핵심이 라고 주장하였다.
이밖에 한계선(Red line)을 설정하여,
한국,
일본 과 함께,
미국은 무엇이 용납되지 않는 지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강력히 응징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태도는
9.11테
러사태 이후 보다 강경해 졌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의 보유,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부시대통령은 북한을‘악의 축 ’으로 지목하였으며 ,
핵선제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원정책위원회는2002년 2월 13일
클린턴 정부시절 계획하였던 대북 핵기술 제공을 취소할 것을 부시대 통령에게 초당적으로 요구하였다.
55)부시행정부는 출범후부터 부정적 인식과 강경한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였지만, 실제정책과 레토릭 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으 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 출범 후 대북정책 재검토로 수개월의 시간을 보냈고
,
이후 대테러전쟁에 몰두하느라 부시행정부 고위층에서는 북 한문제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은 것 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이라크 전쟁 준비 등으로 북한문제에 대한53) Thomas Hubbard 주한미국대사가 통일연구원 주최 초청 간담회에서 한 발언, 2001.12.5.
54) Richard L. Armitage, “A Comprehensive Approach to North Korea,"
Strategic Forum No. 159, National Defense University (March 1999).
55) http://usinfo.state.gov/regional/ea/easec/koreacox.htm.
적극적 대처가 지연되었다. 즉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미국 이 이니셔티브를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일종의
‘선의의 외면 (benign neglect)’
입장을 유지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요컨대
,
부시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표명하면서도 북 한과의 대화의지를 표명하는 등 레토릭과 실제 정책과의 차이점을 보 여주었으며,
북한에 대하여 레토릭 수준 이상의 구체적 계획을 수립 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고백이 돌출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고백 이후 북․
미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미국의 입장은 보다‘현실적
인 경향’을 띠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핵고백 이후 부시대통령은
2002년 2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고‘평화적 해결 ’
원칙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부시 대통령은“미
국은 북한과 다른 미래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였다 . NPR
등에서 표명된 선제공격 가능성과는 달리, 북한의 불가침조약협정체결 요구 에 대하여 부시대통령과 파월국무장관이 연이어 북한을 공격할 의도 가 없음을 천명하였다.
또한 부시대통령은 대북 접근 방법과 관련,
한․미
․
일3국 정상회담시 (2002.10.27)
기존의‘포괄적 접근 ’이 아
닌
‘대담한 접근(bold approach)’방법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
혔다. 핵
,
미사일,
재래식 전력,
인권 등 모든 대북 우려사안이 포괄 적으로 해소되어야 관계개선을 할 수 있다는‘포괄 방식 ’과 달리 , ‘대
담한 접근’에 따르면 북한이 선 핵포기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대폭적
인 경제지원,
대북 경제제재해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관계정상화 등이 폭넓게 검토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이 대북정책 수단으로서 군사적 선택을 배제하고 외교적 해결 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 고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 한 군사공격시 북한의 반격이 남한과 주한미군에 미칠 피해에 대한
우려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라크와 달리, 북한에
는
“이스라엘과 석유문제”가 없고 김정일 정권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약하기 때문에 핵
․
미사일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북한을 더 이상 압 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56)대테러전쟁의 맥락에서 중국 이슈가 경시되는 측면이 있지만, 부시 행정부출범이후 중국견제는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이슈로 남아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을 범세계적 세력(global power)으로 인식하고 미
․
중관계를 중심으로 미국의 아․태전략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부 시 행정부는 중국을 세계적 세력이 아니라 지역세력으로 간주하였으 며, 아시아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립하려는 잠재적 도전세력으로 보고 중국이 아․태지역에 위협세력으로 발전하는 것을 억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57)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일본의 국제적 역할 확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대만에 대해서도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보다 분명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무기판매의 확대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견제 차원에서 주 한미군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 군사제재는 불가피하게 북․
미관계의 악화는 물론이고 남한내에서 반미감정을 악화시킬 가능 성이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장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현실적 한계와 주변환경에 대한 고려하에 미국은 북핵문 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즉 북한이 핵․
미 사일․재래식 군사력 등 미국의 안보적 우려를 해소시킨다면, 북․
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분배의 투명성을 높여나가면서 인도적 차원의 식량과 의료품 제공을 지속하고,
북한을56) 아지즈(Tariq Aziz) 이라크 부총리 인터뷰내용. New York Times, October 22, 2002.
57) 박두복 “미중정상회담 개최결정과 상호관계 전망,” 「외교」 57호 (2001.4), p. 40.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선캠페인 시 기부터 클린턴 정부와 같이 북한은 조만간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시진영 참모들의 인식에 기인한다.
요컨대
,
부시행정부는 북한을 포용하되 검증과 투명성을 높이는‘강
경파식의 포용정책(hawkish engagement)’을 일단 추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정책옵션으로서 군사적 제재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결 코 아니다.
펄(Richard Perle) 미국 국방정책위원장은 북한 핵문제 와 관련, “부시 행정부는 모든 방안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군사
적인 방안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58)58) 「조선일보」, 2002.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