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1. 지역주의 이론
4. 지역주의와 남북관계 동시발전 기본구도
가. 지역협력 발전과 분단국가 협력 추진간 조화
앞서 언급한 남북협력과 동북아 지역협력 간의 선순환 구도가 정착되 기 위해서는 양자가 조화되는 형태로 추진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는 동‧서독 간 양국협력과 유럽지역협력을 병행 발전시켜 결실을 맺은 모 범적인 사례로 인식할 수 있으며, 한반도에도 경제 및 안보협력의 심화‧
발전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할 만한 여건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 분단 국가인 서독과 동독이 유럽통합의 시대적 정신에 부응하면서 양 국가 간 협력을 개의치 않고 지속했던 점은 남북한관계에도 시금석이 될 수 있으며, 이 점은 분단국가가 일종의 ‘결손국가’이기에 분단국가 간의 협 력이 지역협력보다 배후에서, 시간적으로도 사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 분단국 간 협력과 지역협력은 비중 및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 추진 및 발전이 가능한 영역으로 설정되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할 영역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남북협력과 동북 아협력의 선순환구조 창출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안보 및 경제협력 발전과 이들 간의 연계 추진 시 한국의 선도적 역할 모색 역시 마찬가지 로 동시적으로 병행 추진이 가능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 2007 남북정상회담과 남북협력
2007년 10월 평양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제1차 정상 회담 이후 구축한 교류‧협력의 기반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계기로 기대를 모았다72 제2차 정상회담
72 _ 남북한은 2005년 10월 공동의 상설협력기구인 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개성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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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핵심적 의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뿐 아니라, 남북한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를 논의하는 장 으로도 활용되기를 바라는 점도 부각시켰다.73남북한 경제공동체를 실 질적으로 건설해 나간다는 명제 속에는 구체적으로 북한경제의 재건과 발전을 위하여 남북한이 협력할 분야와 협력 방안이 포함되었다.
2007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성과는 지대하다. 2007 남북정상회담은
실무형 정상회담이었다. 제1차 정상회담이 통일방안 등에 합의한 정치 적‧선언적 성격의 정상회담이었다면, 금번 회담은 평화와 경제의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공동선언」)의 8개항 합 의문은 크게 평화정착, 공동번영, 화해‧통일의 세 바스켓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경협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국내외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비핵화와 관련된 평화는 6자회담의 ‘2‧13합의’ 이행협력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봉합되었다. 여기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데에 합의함으로써, 현안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
남북정상은 △평화정착 △공동번영 △화해‧통일에 관한 제반 현안 에 대해 협의하고 8개항의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는 ① 6‧15 공동 선언 적극 구현, ②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 전환, ③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국방장관회담 개최), ④ 6자회담의 2‧13 합의
함으로써 남측에서는 통일부, 재경부, 산자부 등 소속 관리들과 무역협회, 대한무역 진흥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입은행 관계자 등 14명이, 북측에서는 민족경제협 력연합회 단둥(丹東) 대표부 대표를 지낸 전성근 소장 등 10명이 각각 남북경제협력 협의사무소 에 상주하게 되었다. 경협사무소 개소 이후 남북 소장 간 회의를 매주 1회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남북간 경협협의 채널이 상설화되었다.
73 _ “경제공동체 기반 조성,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 청와대 홈페이지 <http://www.
cwd.go.kr/cwd/kr/archieve/popup_archieve_print.php?meta_i...>.
이행 협력, 평화체제 구축과 종전선언 논의 실현 노력, ⑤ 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 개최), ⑥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의 발전, ⑦ 남북간 인도적 사업 협력, ⑧ 국제무대에서의 공동 노력 등 8개 항목이다. 또한 총리급 회담 개최와 함께 정상회담 수시 개최도 합의되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제공동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사안이다. 10‧4 공동선언은 6자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한반 도 평화구축의 보조를 맞추면서도 남북경협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한층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평양에서 남북한 정상이 이마를 맞대고 있던 시간에 연말까지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 램 신고 문제를 해결한 6자회담의 ‘10‧3합의’는 핵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남북경협 중심의 합의도출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어느 정 부가 들어서더라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남북경협의 합의사항을 실 천적 과제를 삼아야 한다.
남북협력을 보는 한국 정부의 기본적인 관점은 남북의 신뢰관계를 촉진시키는 핵심 동력은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강화하는 것임을 견지 한다. 경제적 사안은 남과 북이 합의만 하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사안이며, 동시에 남북 경제협력이 강화될수록 다른 문제의 해결 가능 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안보와 평화 문제, 이산가족 교류 등 남북 간 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탄력을 받게 된다고 본다.74
향후에 전개될 남북경협의 큰 틀은 과거와 같은 단기적인 사안에 치 중하는 데에서 벗어나 경제원칙에 따라 투자하고 이를 제도화, 구조화 하는 단계로 상승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새로운 단계의 경제협력
74 _ 위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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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남쪽의 투자가 북쪽의 경제발전으로 연결되고, 북쪽의 경제발전은 다시 남쪽 경제의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이어지는 상생구조를 창출한 다. 즉, 향후에 단순히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이 아니라 서로의 장단점을 조화시키는 상호보완적인 경제협력을 구상하는 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경협과제는 세부적으로 북한경제 재건 과 개발을 위한 공적 개발협력의 강화, 남북한 산업협력의 본격적 전개 및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 지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요소 인 북한경제 재건과 개발을 위한 공적 개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량 등 인도적 지원과 철도‧도로 연결 등 몇 몇 대형 경제 협력 사업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던 정부 간 협력 사업을 북한의 개발을 위한 공적 개발협력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공 적 개발협력의 분야로는 △ 보건‧의료, 교육, 수자원 개발 등 사회분야 개발 사업, △ 전력,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개발 사업, △ 농업, 광업, 제조업 등 산업분야 개발 사업 등이 포함된다.75
공적 개발협력을 통해 구축해 가는 남북경협의 토대 확충과 더불어 민간기업의 상업적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특히 투자를 수반하는 남북한 산업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북한 산 업의 육성과 남북한 분업구조의 형성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 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경협에 대한 북측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남북경협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특구를 개발하는 것도 남북한 산업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76
75 _ 이석기‧김석진, “남북정상회담, 남북한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실질적 출발점 되어
야,” e-kiet 산업경제정보, 제355호 (2007.8.13), pp. 3∼4.
76 _ 위의 글, p. 5.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은 남북경협의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개성 공단 등 대북 진출기업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북한의 대외관 계 정상화의 측면을 반영하며, 이 과정을 완결짓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를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국 제사회 진입을 돕기 위한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모색하여 북측과 협력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남북경협의 구체 적인 산업협력 대상 중에서도 북한의 인프라 개발지원 사업을 산업협력 프로젝트와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경우 근본적 회생이 가능한 북한판 마샬플랜(Marshall plan)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북 마샬플랜의 경우 통일까지 내다본 장기적 차원 의 ‘남한주도 대북개발지원’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며, 이미 대북지원은 긴급구호에서 개발지원으로의 성격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서 대북 개발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77 결국 인프라 개발 지원의 경우, 전력 등 에너지 지원, 도로‧철도‧항만 등 기반시설 개발 등을 위한 지원이 확대될 것이며, 이 때 이들 분야의 지원을 남북한 산 업협력이 집중되는 지역과 연계시킴으로써 북한 산업의 육성과 남북한 산업협력 촉진 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77 _ 조한범, 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 (서울: 통일연구원, 2007), pp.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