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차년도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 실태조사’의 연구성과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가 활성화되기 위해 서는 어떠한 원칙과 개선책이 필요한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도출하고 이
에 기반하여 한반도 평화체제의 ‘바람직한(good)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을 다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즉, 국제적 차원, 남북관계 차원, 국내적 차원 등으로 나누어 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의 실태파악에 기초한 그 개선 및 활성화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형성 및 정책집행을 분석하는데 일종의 준거틀을 제공할 것이다. 즉,
2‧13 합의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시의적절하며 정책적 실효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층적 차원과 다양한 행위자가 관계하고 있는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 연구는 이론과 현실의 상호 연관성, 국내적 수준의 거버넌스와 글로 벌 수준의 거버넌스의 결합 가능성 등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 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본 연구는 우리의 통일정책과 통일정책 거버넌스 구축방안에 대한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통일정책에 대 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 NGOs 등 여러 행위주체들이 통일정책에 참여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통일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평화번영정 책의 대내외적 신뢰도를 제고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이론적 논의63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는 본 연구는 1차년도 실태조사와 3차년도 공고화 방안의 ‘징검다리’ 역할의 연구내용을 수행한 다. 즉, 1차년도 실태파악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활성
* 본 내용은 함택영·김근식·김갑식·이정진,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
(07-11-04) 연구를 요약한 것임.
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3차년도 연구의 기본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먼저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 스’에 대한 개념화를 시도하고 ‘바람직한’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의 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을 국제적 차원, 남북관계 차원, 국내적 차원 등으로 나누어 대안을 모색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분석하는 본 연구가 협동총괄연구의 소주제이기 때문 에 분석대상은 한반도 평화협정, 군사적 신뢰구축 등 주로 제도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가 제도, 물적 능력, 이념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물 적 능력과 이념도 부분적으로 분석대상에 포함한다.
다음으로 행위자 문제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와 관련된 행위자 는 국제기구 및 국제레짐, 외국 정부 및 외국 시민사회, 북한, 국내 행위자 등 다양하다. 정부기구(Track 1), 반관반민기구(Track 1.5), 비정부기구
(Track 2) 등이 다 포괄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현실적 한계를 자인하고
그 행위자를 추적 가능한 범위로 한정한다. 즉, 국제적(동북아) 차원에서는 비정부기구들의 활동도 의미가 크지만 주로 6자회담을 중심으로 정부간 거 버넌스 양상을 검토한다.63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남북 민간간 교류와 대화 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민간기구가 정부의 지시를 받고 있 기 때문에 남북정부간 거버넌스 행태에 주목한다. 국내 차원에서는 정부와 민간간, 그리고 민간과 민간간 한반도 평화체제를 둘러싼 여러 갈등과 조정 그리고 협력을 살펴본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전략적 메타거버넌스 접근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거버넌스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거버넌스적 현상의 장 점을 최대화하면서도 거버넌스의 실패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전략적 메타거버넌스적 접근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거나 축소 또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63_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 관련 국제적 차원의 행위자에는 6자회담의 6개국 이외 에도 UN, IAEA, NPT, PSI, 국제금융기구 등 국제기구 및 국제레짐 등 다양한 행 위자들이 있고 이들의 역할도 매우 크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를 행위자로 하기에 는 분석 범위가 매우 넓고 사실상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주요 논의들이 형성, 결정, 파급되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국제적 차원의 행위자 를 6자회담으로 국한한다.
다. 이제 정부는 거버넌스 행위자 중 하나가 아니라 거버넌스 자체의 관리자 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는 구축 이후의 과정에서 각 구성단위의 자율 성, 전문성, 참여성, 네트워크, 분권화, 효과와 효율성 등을 고양시켜야 한다.
한국정부는 예산, 정보와 지식, 네트워크와 조직, 갈등해소와 분쟁해결 등 전략자원을 동원하여 행위자별로 각기 분절화되고 전략적으로 분화된 전략 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조율된 변화지향 관리형’ 한반도 평화체 제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기초로 접근방법을 도식화하
면 <그림 Ⅳ-1>과 같다.
<그림 Ⅳ- 1>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 접근방법
2. 한반도 평화체제 거버넌스
가.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평화체제가 목표로 하는 평화란 어떠한 것인가? 현상황에서 우리 는 대략 세 가지 평화의 상태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현재의 정전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대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불완전한 평화’이다. 그러 나 이 방안은 ‘평화의 유지’는 물론 ‘평화의 회복’에도 미치지 못하는 ‘준평화 의 유지’에 불과하다.64 둘째, 부정적 혹은 ‘소극적 평화’는 평화의 회복, 즉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전쟁이 부재한 상태를 지칭한다. 이는 전쟁 부재 상태를 회복 또는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셋째, 이에 비하여 긍정적 혹
은 ‘적극적 평화’는 비록 전쟁은 없을지라도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이 존재하는 상태를 평화라고 볼 수는 없다는 관점에 의거한 개념 이다. 즉, ‘적극적 평화’는 전쟁발생의 원인을 제거 내지 봉쇄한 상태를 의미 한다.65
정전협정이 유효한 ‘준평화’ 상태는 평화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남북한 평 화체제는 적어도 전쟁부재의 소극적 평화 이상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남북한의 통일 없이 진정한 평화란 없다. 남북한의 갈등이 민족 내부의 문제 가 아닌 국가간 관계라면 상대방의 주권을 인정하고 평화공존에 합의함으 로써 소극적 평화를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간에 “통일의 포기는 정 권의 명분과 대중적 기반을 위협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66 통일이나 최소한 어떤 형태의 민족공동체 수립이 남북한 평화체제의 대전제인 것이다.
남북한 평화체제 수립 작업은 1차적으로 현재의 불안정한 정전체제에 있 는 분단상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평화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 기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아온 것은 동맹국의 안보공약을 포함 한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나 최소한 군사력균형(혹은 한‧미측의
64_김명기,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이론적 개관,” 곽태환 외,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 색 (서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997), p. 25.
65_송대성, 한반도 평화체제: 역사적 고찰, 가능성, 방안 (성남: 세종연구소, 1998), pp. 6-8.
66_백낙청,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새 발상,” 통일시론 , 통권 5호 (1999), p. 117.
군사력우위)에 의한 상호억지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은 아닐지라도 ‘위협의 균형’(balance of threat)에 기반을 둔 위험 하고 불안정한 것이다. 남북한의 군비경쟁은 때때로 군사력균형의 불안정 을 초래할 뿐 아니라, 어느 편의 군비증강도 안전보장을 추가적으로 제공하 지 못하는 이른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1) 외교적‧법적으로 분단체제를 정착시키는 방안, 2) 정치‧군사적으로 군비경쟁을 지양하여 배 타적 안보가 아니라 공동안보를 추구하는 방안, 3) 경제적으로 상호협력을 통하여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증진하고 나아가 통합의 기초작업에 착수하 는 방안, 4) 남북한 국내적으로 각기 국가이익과 민족이익을 그리고 안보와 평화를 뛰어넘는 사회문화공동체의 이념을 모색하는 방안 등이 있다. 물론 이 방안들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peace regime)를 역사특수적 형태, 즉 민 족공동체의 역사적 구조67로서 정의하며, 이념, 물적 능력, 제도의 3가지 힘 의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본다.68 여기서 제도란 평화협정 체결(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그리고 북핵문 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미‧북일 관계 개선) 등을, 물적 능력이란 군사력에 바탕을 둔 힘의 균형 또는 비대칭 힘의 균형,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공동체의 물적 토대 구축 등을, 마지막으로 이념이란 국익을 넘어서는 민족이익, 안보 를 넘어서는 평화 등 평화문화‧평화활동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공동체 이념의 모색을 의미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Ⅳ-2>와 같다.
67_Robert Cox, “사회세력, 국가, 세계질서: 국제관계이론을 넘어서,” 박건영 외, 국 제관계론강의 2 (서울: 한울, 1997), p. 464.
68_2003년 2월 대통령인수위에서 제기한 평화체제 구축의 개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지난 50여년간 한반도 질서를 규정해 온 불안정한 정전상태가 평화상태 로 전환되고, 안보,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 등에서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발전이 이 루어진 상태”이다. 최근 정부의 견해는 “전쟁의 법적 종결 및 전쟁방지와 평화유 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고, 남북 및 국제적 차원에서 상호 적대적 긴장관계를 초래했던 제반 긴장요인들을 완화‧해결 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발전 실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