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개발지원과 원조의 개념에 관한 논의
(1)
원조(지원)의 종류
32일반적으로 원조(지원)는 인도적 원조(지원)와 개발지원(원조, 협 력),33 정치적 원조(지원)로 구분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은 재난, 국제 분쟁 발생시 긴급구호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개발지원은 수원국의 경 제, 사회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인도적 지원에 비해서 수원국의 경제, 사회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지원은 원조 대상이 포괄적이고 원조 범위가 넓다. 지원방식 측면에서도 개발지원은 수원국의 사업 수행 의 지와 능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므로 지원조건과 절차가 보다 까다롭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개발지원은 원조 기간이 비교적 장기이며, 유상지 원의 비중이 높다. 인도적 지원은 대부분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단기 간 에 지원된다.
반면에 정치적 지원은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지원과는 달리 국가안 보와 국제정치적 고려에 따른 지원으로 정의될 수 있다. 냉전시에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독재정권 등에도 ‘인도적 차원’이나 ‘개발 차원’의 정치적 원조(지원)가 시행된 사례가 많다. 이러한 원조는 공여국과 수 원국이 묵시적인 이득을 주고받는 경우로서 사실상 원조(지원)라기 보다는 ‘상호주의적 지원’ 또는 ‘거래’에 가깝다. 미국이 2000년 북한
32 _ 이 부분은 장형수, “국제 규범에 비추어 본 남북경협,” 통일경제, 2008년 봄호,
(현대경제연구원, 2008)을 주로 참조하였다.
33 _ 원조수원국이 ‘개발지원(development assistance)’과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
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끼면 그 대신 ‘개발협력’(development cooperation)과
‘기술협력(technical coope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주는 것이 국제관례이다. 두 용어는 기본적으로 같은 내용을 수원국 친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평북 대관군 금창리 핵 의혹시설에 대한 사찰을 대가로 ‘인도적 차원’
에서 제공한 쌀 60만 톤은 인도적 지원이 아닌 정치적 원조로 분류될 수 있다.
(2)
원조(지원)에 관한 국제규범(관례)
34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에 관하여 국제사회에서 법으로 정해져 있거 나 강제성을 띠는 규정은 없지만 50여 년 이상의 국제사회의 원조공여 경험에서 원조 적격성에 대한 국제규범(international norms)은 존재 한다.35
긴급구호(인도적 지원)의 적격성에 관한 국제관례에 따르면 긴급구 호는 인도주의적 긴급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원조공여기관은 구호대상 자는 물론 재정지원자에게도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즉, 인도적 지원 은 그 성격상 비록 지원조건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긴급히 구호를 필요 로 하는 구호대상에 대한 구호품의 전달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따 라서 구호품이 이를 필요로 하는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보장되도록 감시하는 모니터링은 필수적이다.36 만약 인도적 지원에 대해 수원국
34 _ 이 부분은 장형수, “국제 규범에 비추어 본 남북경협,”을 주로 참조.
35 _ 원조(지원)에 관한 국제사회의 규범, 관례에 대한 문헌 중 북한에 대한 시사점을 함께
도출한 연구로서는 Caro Lancaster, “Foreign Aid and International Norms: The Case of North Korea,” in Ahn, Eberstadt, and Lee (eds.) A New International Engagement Framework for North Korea: Contending Perspectives (Washington, D.C.: Korea Economic Institute, 2004), 임을출·최창용, “북한 개발지원의 방향과 전략:
기술지원과 PRSP의 연계,” 통일정책연구, 제14권 제2호 (통일연구원, 2005); 김석진,
“개발전략 수립의 국제적 경험과 북한에 대한 시사점,” 수은북한경제, 2006년 여름호 (한국수출입은행, 2006); 김석진, “대북 개발지원의 과제와 추진방향,” KIET 산업경제, 2006년 5월호 (산업연구원, 2006); 박형중, 구호와 개발 그리고 원조: 국제논의수준과 북한을 위한 교훈 (서울: 해남, 2007); 권태진·김영훈·지인배, 남북한 농업개발협력 추진방안 연구 (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07) 등이 있다.
36 _ 좀 더 자세한 논의는 Lancaster, Carol, “Foreign Aid and International Norms: The
Case of North Korea.” in Ahn, Eberstadt, and Lee (eds.) A New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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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조공여자의 원조수혜자에의 충분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경 우에는 이를 과연 인도적 지원이라고 볼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한편 양자간 원조공여기관의 경우도 인도적 지원에 대한 원칙은 다자간 원조공여기관과 비슷하다. 미국은 북한에 2008년 6월 말부터 제공하고 있는 밀, 옥수수 등 식량
50만 톤 지원에 있어서 북한에서의 필요성,
식량지원 단체의 북한에서의 접근가능성, 모니터링을 개선시킬 수 있는‘검증 가능한 진전’
등 3가지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37개발원조(지원)의 대부분은 다자간 국제개발금융기구의 양허성 자금 지원과 양자간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로 공여된다. 선진국의 대개도국 개발원조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가 정한 지침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다.38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자간 국제개발금융기구와 주요 양자간 원조국들은 개발지원의 원 칙에 관한 지침을 작성하는데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개발지원의 적격성에 관한 국제관례는 경제적 필요성, 인권상황, 원 조의 효과성 등을 따져본다.39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개발지원의 필요성 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인권을 개발원조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Engagement Framework for North Korea: Contending Perspectives. Washington, D.C.: Korea Economic Institute, 2004, 참조.
37 _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북한과의 식량지원 협상에서 이제까지 북한 내에서 가
장 강력한 식량분배 모니터링이 마련된데 대해서 만족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美 대북 식량지원 재개... 50만t 제공,” 연합뉴스 인터넷판, 2008년 5월 17일.
38 _ 한국은 OECD에는 1996년 12월 가입하였지만, 아직 OECD DAC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2010년 가입을 위하여 준비 중이다.
39 _ 좀 더 자세한 논의는 Caro Lancaster, “Foreign Aid and International Norms: The
Case of North Korea,”; 김석진, “개발전략 수립의 국제적 경험과 북한에 대한 시사 점,”; 김석진, “대북 개발지원의 과제와 추진방향,”; 박형중, 구호와 개발 그리고 원조: 국제논의수준과 북한을 위한 교훈을 참조.
스웨덴 등 상당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으나 아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권상황과 관련된 개발지원에 대한 지침은 없다.40 국제사회는 원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2005년 ‘파리선언’으로 채택하였다. 개발지원은 인도적 지원과 달리 적절한 지원조건 적용과 경제·사회개발에 관한 정책적 고려가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엄격한 감독과 사후 감사가 필수이다. 개발지원시 상대적으로 엄격한 지원조건 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물자의 공여에 그치는 인도적 지원과는 달리 개발지원은 대부분 사업의 성격이 복잡하고 여러 부문에 연계되어 있어 서 적절한 지원조건이 사업의 성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원조는 국가안보와 국제정치적 고려에 의해 원조가 시행되므 로 그 성격상 모든 원조에 통용되는 지침이 나오기 어렵다.
(3)
공적개발원조(ODA)의 개념41(가)
공적개발원조(ODA)의 정의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는 개도국에 대한 자금흐름을 공여
주체에 따라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으로 구분하고 있다. OECD의 DAC 가 원조를 지칭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공적개발원 조(ODA)이다.421969년 OECD의 DAC는 공적자금을 공적개발원조 (ODA)와 기타공적자금(Other Official Flows: OOF)으로 분류하면서 ODA
개념을 최초로 정립하였다. OOF는 ODA에 속하지 않은 공적수40 _ Caro Lancaster, “Foreign Aid and International Norms: The Case of North Korea.”
41 _ 이 부분은 한국수출입은행, 국제 ODA 동향, 2006년 11월호 (한국수출입은행,
2006)를 주로 참조.
42 _ OECD는 ODA 개념을 정립하기 이전부터 원조를 지칭하는 ‘Aid’라는 용어를 사용
하였으며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다. Aid라는 용어는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ODA와 동일하게 사용되기도 하고 ODA의 일정 부분만을 가리키거나 ODA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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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용, 국제기구의 개도국 지원자금 등의 기타공적자금을 지칭한다.
ODA는 중앙 및 지방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나 이를 집행하는 기
관이 개도국 및 국제기구에 제공한 자금으로서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 하여야 한다. 첫째, 자금지원의 목적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지 증진이어야 한다. 둘째, 자금지원은 양허적 성격으로서 10%의 할인율 을 적용하여 증여율(grant element)이25%
이상이어야 한다. 셋째,OECD의 DAC가 인정하는 개도국 또는 이를 주요 수혜대상으로 하는
국제기구에 대한 자금지원에 한정된다.공적개발원조(ODA) 정의에 따르면, 그 명칭과는 달리 공여목적이 개도국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소위 ‘인도적’ 지원도 공적‘개발’원조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원조도 실제로는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지원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통계상으로는 ODA에 포함되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다루는 개발지원의 개념은 공적개발원조(ODA)에 다가 기타공적자금(OOF) 중 국제기구의 개도국 자금지원을 합한 것이 된다.
<그림 Ⅳ-1>
개도국에 대한 자금흐름의 구성공공부문 공적개발원조 양자간 증여: 사업지원, 물자지원, 기술협력 등
(ODA) 차관: 장기차관, 지분투자, 채무구제
다자간43 증여: 국제기구에 대한 출연, 출자 차관: 국제기구에 대한 장기차관 기타공적자금
: 수출신용, 국제기구의 자금지원, 해외투자자금, 리스케쥴링 (OOF)
민간부문: 민간재원, NGO 재원
(나)
양허성(Concessionality)의 개념OECD는 원조의 지원조건이 일반 상업금융에 비해 얼마나 유리한지
를 나타내기 위해 ‘양허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양허성을 측정 하기 위해서OECD는 증여율(GE)과 양허성 수준(CL)을 사용한다.
증여율(Grant Element: GE)은 차관액과 차관원리금 상환액의 현재 가치 간의 차액이 차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즉, 차관액 중에 서 실질적으로 무상으로 지원되는 비중을 의미하게 된다. 이때 차관원 리금 상환액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는 원조통화의 종류나 승인시기에 관계없이 10%의 할인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여 산출하는 것이 증여율 산정의 특징이다. 금리가 낮고 상환기간 및 거치기간이 길수록(즉, 공여 조건이 좋을수록) 증여율은 높게 나타난다. 무상원조(grant)의 경우 원 리금 상환액의 현재가치가
0이므로 증여율은 100%가 된다.
<표 Ⅳ-1>
원조형태별 증여율(GE)과 양허성 수준(CL)ڙܓ ݒيڱ (& تॴՁսܵ $-
무상원조 100% 100%
양허성 차관 25% 이상 100% 미만 0% 초과 100% 미만
상업성 차관 25% 미만 0%
증여율은 계산은 간단하지만 원조시 적용되는 통화의 금리수준 차이 에 따른 실제 양허성 수준 차이를 반영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
43 _ 이 항목은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출자, 출연, 기금 조성, 차입협정에 의한 장기차관
제공 등을 의미하며 국제기구가 직접 개도국에 지원하는 액수는 ODA가 아닌 OOF 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