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Aziz et al.(2013)의 일중독 척도를 관리직, 전문직, 사 무직에 종사하는 한국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타당화한 후 고용불안정성이 가족관계만족도, 일중독, 이후의 가족관계만족도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한국노동패널조사에 응답한 관리직, 전문직, 사무직 근로자 1,600명의 자료를 사용하여 Workaholism Analysis Questionnaire(WAQ) 척도에 대해 신뢰도 분석, 탐색적 요인분석과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고 변별타당도를 검증하였 다. 다음으로 고용불안정성, 가족관계만족도, 일중독의 전반적인 경향을 살펴보고 고용불안정성과 가족관계만족도, 일중독 간 관계에 있어 직접 효과와 간접효과를 살펴보았다. 분석한 결과에 대한 연구문제별 결론 및 논의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Workaholism Analysis Questionnaire(WAQ)는 한국 근로자의 일중독 수준을 측정하기에 타당한가?
Workaholism Analysis Questionnaire(WAQ)는 원척도에서는 29개 문 항이 5개 요인으로 묶인 것과 달리, 한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 과 1개 문항을 제외하고 28개 문항이 4개 요인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8개의 측정변수가 일생활불균형, 완벽주의, 중 독, 금단증상이라는 4개의 잠재변수를 잘 설명했으며 구성타당성이 확보 되었다. 미국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타당화를 실시한 Aziz et al.(2013) 과 다르게 4개의 하위영역으로 분류되었으며 몇몇 문항은 원척도에서의 요인과 다른 요인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한국에서의 일중독 측정의 요인 구조가 미국에서 분류한 요인구조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 존 척도에서 타당화를 실시하는 대상을 표집할 때 무선표집이 아닌 눈덩 이 표집방법(snowball sampling)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적절한 문항구성 으로 하위요인이 분류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으며, 혹은 문화권마다
노동시간, 일에 대한 가치와 조직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문항에 대 해서도 다른 비교기준 혹은 가치관을 가지고(Aziz et al., 2010; Schaufeli et al., 2009; Snir & Harpaz, 2009) 응답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일중 독을 원척도의 요인구조로는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 인다. 다만, 본 연구는 처음으로 Workaholism Questionnaire Analysis 척도를 한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타당화한 연구이기 때문에, 각 문항과 하위영역, 전체로서의 척도가 한국의 일중독을 적절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추후의 연구에서 요인분석과 실증연구 분석을 통한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중독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되는 조직몰입과의 상관을 살펴봄으로써 변별타당도를 검증한 결과, 일중독의 네 가지 하위영역과 조직몰입 간 상관관계가 모두 낮아 일중독이 조직몰입과는 다른 개념임 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일중독 개념이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조직몰입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개념임을 보여준다(Uhrich, 2011).
연구문제 2. 고용불안정성, 가족관계만족도, 일중독의 구조적 관계는 어떠한가?
고용불안정성, 가족관계만족도, 일중독의 구조적 관계를 살펴본 결과 첫 번째로, 고용불안정성이 일중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 타났다. 즉, 고용불안정성을 높게 지각하는 경우 이후 일중독 수준이 높 았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제시했듯이 고용불안정성을 높게 지각한 경우 업무에 대한 강박과 집착, 일하지 않을 때의 불안, 일로 인한 일 외의 생 활 불균형 등으로 측정되는 일중독 수준이 심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왕배, 2007; 이가옥, 이지영, 2006; 정병석, 탁진국, 2009; 한광현, 2011). 성취중심적이고 일하는 것에 대해 보상과 인정이 주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고용불안정성을 지각하는 경우, 일과 생활이 불균형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일에 몰입하고 업무에 대해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며 일을 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등 일중독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고용불안정성은 가족관계만족도를 매개로 일중독에 영향을 미쳤다. 즉, 고용불안정성을 높게 지각하는 경우 가족관계만족도가 낮았 으며 낮은 가족관계만족도는 곧 높은 수준의 일중독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소득, 사회적 기반 등 가족의 필요에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 를 지니는 고용에 대해 불안정성을 높게 지각하는 경우 가족관계에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치며, 가족관계만족도가 부정적인 경우 더욱 일에 몰입하 고 일에 중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고용불안정성이 가계를 부양 해야한다고 인식하는 역할 태도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고 밝힌 연구결과 (Charles & James, 2003)를 고려했을 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한 다는 의식과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고용에 대한 불안정성이 가 족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고용불안정 성이 집중력 감퇴를 통해서만 가족관계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며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힌 Barling & Macewen(1992)의 연구결과와 달리, 한국 근로자들에게 고용불안정성이 가족관계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족관계만족도는 일중독에 영향을 미쳤으며, 일중독은 이후 가 족관계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에 서도 가족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 일로 회피하거나 일로 서 자기타당화의 감정을 충족, 혹은 보상받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에서도 높은 일중독 수준은 본인의 가족관계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일중독이 낮은 가족관계만족도와 관련이 있다는 해외 선행연구(Bakker et al., 2009)의 결과를 지지하며 비(非)일중독자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연 구(McMillan et al., 2004)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 과를 토대로 가족관계만족도와 일중독이 상호적인 관계임을 확인하였다.
즉, 역기능적인 가족관계는 높은 일중독 수준으로, 높은 일중독 수준은 다시 더욱 역기능적인 가족관계에 영향을 줌으로써 부정적인 순환적 인 과관계를 형성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용불안정성이 일중독을 통해 이후 가족관계만족도에 영향을 주거나 고용불안정성이 가족관계만족도와 일중독을 통해 이후 가족관계 만족도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고용불안 정성이 가족관계만족도와 일중독에 미치는 메커니즘과 가족관계만족도가 일중독에 영향을 미쳐 이후 가족관계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은 유의하지만 고용불안정성이 일중독 이후의 가족관계만족도에까지 영향이 닿지는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고용불안정성, 가족관계만족도, 일중독의 구 조적 관계에 대한 실천적 제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본 연구에서는 고용불안정성이 일중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족관계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일중독에 영향 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중독 행 동을 야기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이끌어낼 뿐 아니라(Jang & Johnson, 2003) 가족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동시장 구조의 불 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거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을 제공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불안정성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Burchell, 2011). 해고되거나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기본 사회안전망이 존 재하거나 확실한 보장제도가 있는 경우 고용불안정성을 비교적 낮게 지 각할 수 있다(Clark & Posterl-Vinay, 2008). 이 외에도 현재 한국 노동 시장에서는 기업의 효율성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수량적 유연화를 실시하 고 있으며, 이에 회사에서 고용하는 인원이 매우 적은 상황이다. 인원을 감축하는 수량적 유연화를 통한 기업 생산성 증진이 아닌 노동의 재분 배, 운영의 유연성 등 기업의 경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 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용불안정성 완화를 위해서 조직 차원에서 조직 구성원의 도움과 조 직문화 개선 역시 필요할 것이다. 직장 관리자의 지지와 의사소통, 더욱 보장된 고용 협상 등이 고용불안정성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으 며(Burchell, 2011; Kekesi & Agyemang, 2014) 직원들이 조직에서 일어 나는 절차들이 공정하다고 인식하거나 조직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지각하는 경우, 상황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인지하여 불 안정성이 완화될 수 있다(Colquitt, Conlon, Wesson, Porter, & Ng, 2001; Sora, Caballer, Peiró, Silla, & Gracia, 2010; Probst, 2005). 고용불 안정성 자체의 완화뿐 아니라, 고용불안정성이 일중독으로 이어지지 않 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다른 문화권보다 높은 수준의 노동 과 직무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고(Dembe, 2009),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고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인정해주는 한국사회에서, 고용불안정성을 지각하 는 경우 과도한 일에 대한 몰입, 일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완벽 주의를 추구하는 조직분위기를 개선하고, 일-가정 양립의 가치가 제도로 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문화로 표현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가족관계만족도가 일중독에 영향을 미 치며 일중독이 가족관계만족도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음 을 확인하였다. 일중독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정서적 고 립감을 느낄 수 있으며(Robinson, 1998)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정석환, 2006). 또한, 감정을 진솔하게 공유하고 관계를 형성해나감으로써 정서적 으로 안정감이 회복되어 중독자의 중독 행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선행연 구(배주미, 조영미, 김경은, 2012)와 내면에 부인해왔던 불안이나 좌절된 욕구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하는 것은 중독자들이 강박적인 중독 대상에 대한 몰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선행연구(Adams, 2006; Wallin, 2007)를 고려했을 때, 가족 내에 서 감정을 표현하고 가족 내 안정감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일중독자가 일에 대한 강박적인 몰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불안을 해소하고 가족관 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가족관계만족도를 단일문항으로 측정하였으며, 근 로자 본인의 가족관계만족도만 살펴보았다는 제한점이 있다. 가족관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