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학자들은 국가 간의 경쟁 관계를 체스(혹 은 바둑) 게임에 비유한다. 체스 게임은 두 명의 행 위자 간 경쟁인데, 선수들은 판 전체를 보고 있고 가 능한 모든 수를 계산하고 있다는 가정을 한다. 즉, 국가들은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모든 대안을 고려 전문가의 눈
한 다음 국익에 최선의 방법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체스 게임의 가정보다는 오 히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라쇼몽》(羅生 門)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라쇼몽은 1950년 흑백 으로 제작된 범죄 미스터리 영화이다. 영화에서 등 장하는 네 명의 사건 목격자는 각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와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즉, 진실 은 하나일지라도 얼마든지 사람마다 그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해석하는 데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라쇼몽>에서 말하는 것처럼, 오늘날 한일 관계 에의 오인(misperception)은 시각차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한일 간 국력 및 상대적 힘의 변화는 오인을 확대하는데 기여한다. 승강기의 교훈으로 돌아가 보자. 한일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공유 한다는 것은 승강기의 속도를 높이는 것처럼 객관
적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속도를 높인다고 승강 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듯이, 물질적 균형이 한일 관 계에 평온함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변화는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만심(한국)과 위협 (일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관 계가 체제공유에 안착하려면 양국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인을 제거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모든 행동을 피해자의 시각으로 보는 것을 멈추어 야 한다. 일본은 한국의 성장을 자국에게 좋은 방향 으로 인지하여야 한다.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 박사. 주요 이력: UNDP 자문관(1997-2009), 창신INC 컨설 턴트(2013-현재). 주요 관심 분야: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사 회적 책임> 주요 논문: “Embedding CSR Values: The Global Footwear Industry’s Evolving Governance Structure,”
Journal of Business Ethics (2008); “미국과 중국 기업의 사 회적 책임: 다양성과 공통성의 모색,” 『사회적기업연구』(2019).
임석준 프로필 구로사와 감독의 라쇼몽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ashomon
그레이엄 엘리슨 지음/정혜윤 옮김(2019). 『예정된 전쟁』. 세종 서적.
김진기(2021). “문재인 정부 시기 한일갈등을 보는 하나의 시 각.” 『일어일문학』 제89집. pp.443-463.
신정화 (2019). “문재인 정권과 아베신조 정권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 불신과 갈등의 확산.” 『일본연구논총』 제50호. pp.115- 142.
신지호(2019). “문재인과 아베신조의 적대적 공생.” 『주간조선』
2019-08-20.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
asp?nNewsNumb=002571100004&ctcd=C13
오코노기, 마사오(2008).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 ‘체제마찰’
에서 ‘의식공유’로.” 장달중·오코노기 마사오 편집. 『전후 한일관 계의 전개』 한일공동연구총서 14, 아연출판부.
장달중(2008). “세계화와 민족주의 사이의 한일관계 : 상호 경 시적 흐름에 대한 고찰.” 장달중·오코노기 마사오 편집. 『전후 한 일관계의 전개』 한일공동연구총서 14, 아연출판부.
Waltz, Kenneth(1954). Man, the State and War. Columbia Un iversity Press. 정성훈 옮김 『인간, 국가, 전쟁』 아카넷 (2007).
참고문헌
전문가의 눈 CEO포커스
부산은 대한민국 제1의 무역항이다. 동북아 해양수 도를 지향하는 도시다. 부산에서 해운업으로 자수 성가한 기업인이 있다. ‘부산 원나이트 크루즈’로 시 민들에게 익숙한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이다. 그 는 학창시절 정치인이 될 것인가, 기업인이 될 것이 냐를 두고 심사숙고했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그가
30여 년간 일군 팬스타그룹에는 모 두 8개의 법인에 550여 명의 임직원 이 종사하고 있다.
‘흙수저’ 출신인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토목학을 전공했지만, 첫 직장은 고향 부산의 해운회사였다. 2년 정 도 월급 받는 생활을 하다 사표를 냈다. “내 배를 갖고 사업을 하고 싶 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창 업을 한 건 1990년 만 28세 때였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여객과 화물을 함께 실어나르는 ‘크루즈 페리’를 도 입했다. 부산~오사카 노선이었다.
해운물류 기업 중에서 일본 현지 법인도 처음 만들었다. ㈜산스타라 인이다. 일본 항구에 전용 선석도
‘최초로’ 마련했다.
중국, 한국, 일본을 해상-육상-해상으로 있는
‘PKLB(팬스타 코리아 랜드 브리지) 서비스’ 역시 그 가 새로 개척했다. 2010년 팬스타그룹이 시작한 중 국 시다오(石島)-군산-부산-일본 도쿄·오사카를 연
김현겸 팬스타 그룹 회장
“20대에 창업, 8개 법인 둔 해운그룹 일군 도전·뚝심의 경영자”
대담: 장 지 태 지역사회연구소장(방송영상학과 교수)
김현겸 팬스타 그룹 회장
결하는 노선이다. 시다오-군산, 부산-도쿄·오사카 구간은 해상 운송이고, 군산-부산 구간은 육상 운송 을 한다. 수익성이 낮다며 모두가 말렸지만 그는 밀 어붙였고 성공시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혀 버린 항공화물의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민간인 출신으로 처음 한국해양연맹 총재를 맡 았고 연임까지 했다. 현재는 명예총재로 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창업 해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한 끝에 사업에서 일가를 이 루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스토리텔링이 넘칠 삶이다. 그룹 경영 못지않게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 고 있는 ‘도전과 뚝심의 아이콘’ 김 회장을 만나 그의 삶과 기업 이야기, 청년들에게 주는 조언을 들었다.
회장님께서는 ‘흙수저’로 출발해 종합해운물류 기업을 일군 지 31년을 맞았습니다. 오랜 세월
동북아 해상운송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며 지켜온 신념과 경영철학은 무엇이신지요?
김현겸 회장(이하 김 회장) : 1990년 창업을 결심 하면서 저는 두 가지를 깊이 마음에 새기고자 하였 습니다.
하나는 대한민국이, 부산이, 고객이, 임직원이 자랑 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을 만들자는 것이고 또 하나 는 고객을 위해 먼저 생각하고 먼저 행동한다는 것 입니다.
31년이 지난 지금도 저희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 고 확인합니다.
•팬스타는 고객,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가?
•
팬스타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팬스타가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가?
부산광역시 중구 해관로 30, 팬스타크루즈 플라자 빌딩 (팬스타 그룹 사옥)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먼 저 생각함)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항상 마음속으 로 되새기며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도 자 연스럽게 경영과 실무에 이 단어를 항상 생각하면 서 행동하고 있습니다.
28세 때 ‘우주 아우르자’ 팬스타 창업 31년 만에 8개 법인 550여 직원 구슬땀
회장님께서 열정을 바쳐 일구신 팬스타 그룹의 현황과 비전을 소개해 주십시오.
김 회장 : 팬스타그룹은 복합운송업체인 팬스타엔 터프라이즈라는 작은 복합운송주선업체로부터 시 작하여 31년이 지난 지금은 해운, 물류, 제조와 무 역 분야에 8개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해운 및 물류 분야에서는 여객선 및 화물선의 선주이자 운 항을 책임지는 ㈜팬스타라인닷컴, 복합운송주선의 역할을 맡고 있는 ㈜팬스타, 선원과 선박의 안전관 리 및 PKLB 육상 운송을 책임지는 ㈜팬스타트리, 친환경시대에 부응하는 친환경선박 engineering사 업 부문의 ㈜팬스타테크솔루션, 보세물류창고인
㈜팬스타신항국제물류창고, 그리고 일본에서 복합 운송과 해운대리점을 맡고 있는 ㈜산스타라인이 있습니다. 무역분야에서는 일본 현지법인으로 ㈜ SP트레이딩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분야 에서 자동차정비기기 제조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 위를 달리고 있는 코스닥상장기업 ㈜팬스타엔터프 라이즈가 있으며, 여기에는 제조업 외에도 크루즈 사업 부문과 배터리, 블록체인 등의 미래사업을 담 당하는 신규사업 부문이 있습니다. 총 8개의 법인 에 550여 명의 임직원이 고객을 위해, 가치창조를 위해, 가족을 위해 한뜻으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팬스타그룹의 비전은
해운·물류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 를 한 적이 있습니다. 팬스타는 그야말로 사람과 화 물이 움직이는 모든 길을 함께하는 기업이 되었습 니다. 네트워크를 더욱 고도화시키고 확대하는 과 정에서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데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팬스타 그룹’이 1990년 회사 창립 당시 ‘우주를 아우르자’는 취지로 ‘범성(汎星)’ 이란 사명을 짓고, 그걸 영어로 바꾼 게 팬스타(PanStar) 라고 하는데, 창업 당시의 포부와 일화를 말씀 해주십시오.
김 회장 : 창업 이전 저는 한 물류회사에 2년 조금 넘게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토목학을 전공 했습니다만 사실은 한국해양대학교에 진학하여 선 장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력이 나빠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 장이 되지 못하면 선주가 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물류회사에 입사를 했었는데 그 회사는 운송 주선업체였습니다. 당시 한 선배가 부산항에 가득 한 선박을 향해 ‘저 선박들은 다 우리 배나 다름없다’
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 선배의 말에 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선박을 가지고, 당당하게 많은 글로벌 선주들과 경쟁하고 또 협업하면서 고 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고의 회사 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후 그 회사를 퇴사하고 창 업을 추진할 때, 당시 국내에는 범양상선이 세계적 인 규모의 선대를 자랑하며 범양(汎洋), 즉 ‘세계의 바다를 아우른다’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저 는 그보다 더 큰 포부로 바다를 뛰어넘어 ‘하늘, 우 주를 아우르는 회사’의 의미를 담은 범성(汎星)을 생각하고 영어로 ‘PanStar’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CEO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