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절은 글로벌 규범과 북한의 특수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2015년 UN총회에서 의결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의 이행과제를 중
16) 송위진 외, 『사회‧기술시스템 전환: 이론과 실천』 (파주: 한울아카데미, 2017), p. 6.
심
으로 SDGs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규범과 북한의 내부 발전전략 과 연계된 특수한 SDGs 이행 간의 교차영역으로 상정한다. 2015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 국제사회가 이행하기로 공유한 글로벌 규범 으로서 SDGs가 과연 무엇인지 분석하고, SDGs와 개별 국가의 발전 전략이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가를비교
‧분석한다.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지금까지 준비해 온 SDGs 이행과정과 북한 의 발전전략이 어떻게 SDGs와 연계되고 있는가를 북한의 노동신문과 UN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이하 UNESCAP)와
같은 국제회의에서 북한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연결고리를 찾아낸
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발전전략과 국제사회의 SDGs가 교차하는 지 점에서 한국이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제안한다.
가. 보편성과 특수성의 발전론적 교차분석 필요성
지
금까지의 북한연구는 대부분 북한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일정 정
도 반영하고 각 연구 주제에 관하여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경향 이 강했다. 이른바 민족주의 또는 북한의 내재적 접근에 기반한 특수 성 중심의 접근법은 기존 북한연구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같은 민족 이라는 특수한 시각에서 북한의 정치체제와 대외관계를 연구하는 접근법을 제1세대 연구방법이라고 정의한다면, 기존 정치 중심의 연구
주제부터 일상생활연구 및 북한문화연구와같은 비정치영역까지 전 문화된 시각으로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내재적 접근법을 제2세
대 연구방법이라 정의할 수 있다.17) 제1세대와 제2세대 연구방법이 북한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진행되어 왔다면, 인류보편적 가치에 입각 하여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에 맞게 재해석하고17) 이종석, 뺷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뺸(서울: 역사비평사, 2002).
북한을 지역연구 영역 중 하나로 재인식하는 제3세대 연구방법이 대 두되고 있다.18)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하여 대북제재 및 인도적 지원 등 글로벌 기준 과 직접 연결되는 이슈들에 대하여 북한의 특수성만을 고려한 연구방 법
론으로는 한반도가 처한 안보위기에 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제시하
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 북한상황이 특수하기 때문에 대응방안도 특수
해야 한다는 동어반복(tautology)적 논리와 접근법은 현실에 타당한 이론적‧경험적 연구를 제시하는데특수성이라는 자기제한적 한계에 항
상 노출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북한의 특수성을 북한연구의 절대적 인 상수로 전제하는 기존의 접근법을 지양하고 인류 보편적 기준으로 북한을 평가하며 국제사회의 보편규범을 북한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국제사회의 보편성과 한반도의 특수성을 상호보완적
(inter-complementarity)으로 교차시키는 대안적 연구방법이 시도
되어야 한다.<그림 Ⅱ-1> 보편성과 특수성의 교차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당면과제북한의 한국의 당면과제
북한의 특수성과 글로벌 규범의 보편성의 교차지점을 한국의 남북협력 토대로 전략화
출처: 홍민 외, 뺷한반도형 협력안보와 평화경제 연계구상뺸, p. 135.
18) 고유환, “북한연구 방법론의 현황과 과제,” 뺷통일과 평화뺸, 제1권 제1호 (2009), pp. 29~71;
서보혁, “통일문제의 평화학적 재구성,” 뺷한국민족문화뺸, 제63호 (2017), pp. 33~64; 김태균,
“북한의 개발역량 발전을 위한 시론: 남북협력 파트너십으로서 지식공유‧역량발전의 유연성,”
뺷국가전략뺸, 제20권 4호 (2014), pp. 5~36.
보편성과
특수성이 상호 교차될 때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글로벌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고 동시에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 범이 북한의 특수한 상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상보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는 방법론
적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림 Ⅱ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의 특수성과 국제사회의 보편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북한이 어느 정도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주창하는 가치와 규 범을 특정 이슈 분야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절충의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이 교차지점을 한국이 전략적으로 선택‧집중하여 남
북한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당면과제를 교차지점 범위에서 논의 할 수 있다면, 북한이 글로벌 차원과 한반도 차원에서 동시에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시공간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UN 회원국은 예외 없이 SDGs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제도 확충과
추
진체계를 준비하고 이에 관한 보고서를 4년 단위로 한 차례씩 UN고 위급정치포럼(The United Nations High-Level PoliticalForum,
이하 HLPF)에 제출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도 HLPF에 북 한의 첫 SDGs 이행보고서인 ‘자발적 국별 리뷰(Voluntary NationalReview, 이하 VNR)’를 2020년 7월에 제 출하기로 약속했었다가 코로
나19로 인해 2021년7월에 제출하기로 연기한 상황이다. 북한도 UN
이 권장하고 있는 SDGs라는 글로벌 규범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흔적 이 보이고 있으며, 자국의 경제발전전략과 SDGs를 적극적으로 연계하 여 북한이 글로벌 규범을 지키면서 자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려는 교차지점이 확인되고 있다.나. 글로벌 규범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국
제사회의 구성원인 주권국가들이 글로벌 수준에서 인류 공동의 발 전패러다임으로 2015년 UN이 승인한 SDGs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국
내 수준에서 SDGs가 반영된 발전전략을 정립하고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주권국
가에 따라 SDGs의 국내이행 정책이 차별적으로 제도 화되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국가의 주권과 관련없이 글로벌 규범인
SDGs가 표방하는 보편적 가치가 일정 정도 국내 발전전략에 흡수된다 는 사실이다. 이는 선진국으로 대표
되는 글로벌 북반구(Global North)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위치한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현상이다.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2000년대 후반까지 글로벌 발전패러다임
으로 자리 잡았던 신자유주의적 발전론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에 점차 추동력을 잃어갔으며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감염병 코로나19로 인하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방역조치와 보건안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 러한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글로 벌 규범으로 SDGs를 반영하려는 동시다발적인 노력이 HLPF에 4년 에 한 번씩 제출하게 되어 있는 VNR에 대략적이나마 담겨 있다.UN 회원
국으로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자국의 VNR 제출
준비를 꾸준히 하였고, 북한의 VNR 준비과정에 관한 분석을 통해 SDGs라는 글로벌 규범이 북한의 발전전략과 어떻게 연계가 되는가 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글로벌 규범으 로서 SDGs와 북한의 경제발전계획 간의 연계 분석 이전에 글로벌 규범으로서 SDGs의 주요 핵심 특징과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 어야 한다.(1) SDGs의 주요 특징과 MDGs와의 차이
SDGs는 2000년에 UN에서 승인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승 계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의 인류 공통의 개발목표이
다.
MDGs와 달리 여러 측면에서 포용성과 다양성 등이 반영된
SDGs는 MDGs를 차별적으로승계하고 MDGs의 경계선을 확장하 였다. MDGs에서 SDGs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새로운 MDGs 대체목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2012년부터 복잡한 ‘포스트 2015 개발의제(post-2015 development agenda)’를 위한
논의가 다층적으로 이루어졌다.
19)2012년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선임한 26인의 개발전문가들 중심
의 ‘포스트-2015 개발의제를 위한 고위급패널(High-Level Panel on the Post-2015 Development Agenda)’에서 2015년 이후 개 발의제로 12개 목표가 선정되어 2013년 UN총회에 보고가 되었고,2012년 ‘리오+20(Rio+20)’로 알려진 UN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
서 개발도상국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어 12개 목표보다 많은 수의 목표들이 개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북반구의 선진국들은 이 른바 ‘공동의책임(shared responsibility)’을 강조했다. MDGs처 럼 더 이상의 식민지 배상과 저개발도상국의 개발 책임을 선진국이
도맡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공동의 책임으로 글로벌 남반구의책임을 일정 정도 요구하였다.
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 CBDR)’의 모 토를 제기하며 모
든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을 질 의제와 선진국이 아직까지 책임을 져야
할 의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반론
을 편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프로세스 가 진행되면서 최종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사무총장 보고서가 2015년 9월 제70차 UN총회에서 17개 목표(goals)와 169개 세부목표(targets)19) Raj M. Desai et al., From Summits to Solutions: Innovations in Implementing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18).
로 의
결되었다. SDGs라는 별칭
으로 불리는 이 어젠다에 따라 UN 회원국
들은 2030년까지 국내외 이행을 위한 목표를 공유하고 이행에 관해 실제로 구체적인 정책을 제도화하고 있다. MDGs와 차이점을 중 심으로
SDGs의 주요 특징은 아래와같
이 포용성‧보편성‧혁신성‧다주체성‧재원다양성의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20)
(가) 포용성(inclusiveness)
포용성이라는 특징은 이행목표의 범위와 관련 있으며, 목표가 집 중하는 이슈영역의 포괄성과 직결된다. 즉, MDGs의 경우 주로 빈
곤
‧교육‧여성‧보건‧환경 등 사회개발에 국한되는 경향성을 보이 는 한편, SDGs는 사회개발을 포함하여 포용적 경제성장‧생태계
‧도 시화‧소비‧평화‧거버넌스 등 한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포괄적인
이슈영역이 총망라되어 있다. MDGs가 8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SDGs는 MDGs의 두 배 이상인 17개 목표로 그 포용성을 확장하고 있어 다양한 정책이슈가 포괄되어 있다. 따라서 일국가가 달성해야 하는 발전패러다임으로 SDGs를 인식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바 로 모든 국가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SDGs 포용적인 프레임워크에 서 나온다. SDGs의 모든 목표와 세부목표 안에 자국의 발전전략을 대비할 수 있어 글로벌 규범인 SDGs를 활용하여 국가가 자국의 발 전전략을 정당화하고, 실제로 SDGs의 주요 목표를 국내의 정책과 제도로 이행하는 효과가 창출되며, 국제사회에 자국의 SDGs 이행노력을 홍보하여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20) 김태균‧김보경‧심예리, “국제개발 규범의 국내화 과정에 관한 연구: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와 한국의 국내이행 정책수립에 관하여,” 뺷국제‧지역연구뺸, 제25권 1호 (2016), pp. 9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