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미‧중에 대한 균형외교와 복합외교
통일담론 3.0시대 우리의 대외전략의 핵심은 미·중에 대한 균형외교 와 복합외교 추진이다. 현재 글로벌·지역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중 경쟁관계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는 곧 한반도 통일에 부정 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중의 이해관계를 글로벌 차 원과 동북아지역 차원, 그리고 한반도 차원으로 분리하여 접근할 필요 성이 있다.
먼저, 미·중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데 통일된 한반도가 전략적 으로 유용하다는 논리를 개발하여 두 강대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는 미·중의 이익에 일치되는 거의 유일한 분야임을 부각함으로써 한국 이익 중심의 통일담론을 극복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Top-
Down’ 방식의 고위급 대화와 정상회담 등을 활용한 협력 기제를 마련
함으로써 양국의 정치안보적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즉, 한·중 간에 운
영 중인 4대 전략 채널-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 원 간 고위 전략 대화, 양국 외교장관 간 외교안보대화, 국책연구기관 합동전략대화, 정당 간 정책대화-등을 활용하여 북한의 불안정 가능성 과 이로 인해 초래될 다양한 형태의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중 간의 협력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한·중 양국은 협력 의 초점을 우선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확보에 집중하고, 공동 노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확립한 후 궁극적으로 통일문제에 대한 논의 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 통일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협의)하는 것은 미국의 의구심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협력 못지않게 미국과의 공 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채널을 적 극적으로 가동하여 통일문제와 북한 핵문제 해결 사이의 상관성을 충 분히 설명하고 또 한·중관계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됨 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한·미·중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남·북·중관계의 선순환 구 조를 추구하는 등 ‘복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먼저, 한·미·중 3자협의 를 통해 북한 비핵화, 북한의 개혁·개방 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본전략에 대한 공동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중 공동으 로 북한의 개방과 남북교류를 유도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을 도모하 는 동시에 한·중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추구해야 한다.
나. 통일외교 및 통일공공외교 강화
북한의 개방을 위한 국제공조 확대, 한반도 미래상에 대한 국제사회 의 공감대 확대,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통일의 의미와 효과 확산, 통 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는 통일외교를 강
화하여야 한다. 통일담론 3.0시대에 변화하는 북한정세와 한반도를 둘 러싼 안보환경에 맞추어 주변4국에 대한 통일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추 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자외교, 3자외교, 다자외교 등 다양한 외교 채널을 활용하고, 국책연구기관을 활용한 1.5 트랙 및 2 트랙의 접촉이 확대되어야 한다.31
통일담론 3.0시대는 기존과 다르게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공공외교는 전통적인 정부 간 외교와는 달리 다른 국가와 국민 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를 지칭하는데, 21세기의 신 공공외교에서는 구 공공외교와는 달리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유튜브와 같은 ‘글 로벌 사이버 스페이스’가 외교의 새로운 대상으로 등장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32
공공외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 저,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반한 국가 간 관계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 는 고비용 구조인데 비해,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공공외교는 상대적으 로 저비용 구조의 국가 간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안보와 경제에 있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공공외교는 강대국 은 물론 약소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기제이다. 다시 말해 공공외교는 안보 나 경제적 측면에서 어느 특정 국가에 포획되거나 과도하게 의존함이 없이 강대국들과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이른바 ‘피봇 국가
31_박종철 외, 평화통일원칙에 대한 공감대 확산 전략(통일부 정책연구용역 결과보고서, 2015.6.), pp. 41〜42.
32_김태환, 한국형 중견국 공공외교: 자유주의적, 구성주의적 접근(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14), p. 14.
(pivot state)’를 추구할 수 있는 외교 영역이다.33
따라서 통일담론 3.0시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협력네트 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통일 공공외교를 확대하여야 한다. 통일 공 공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과제들이 극복되어 야 한다. 먼저, 공공외교에 통일을 접목시켜야 한다. 현재 공공외교 활 동은 통일과의 연관성이 부족하다. 공공외교의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통일과 결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식외교 중심에서 탈피하여 문 화외교, 스포츠외교, 미디어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외교 활동 및 이와 연계된 통일 공공외교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34 다음으로, 통일 공공외교는 포럼, 강연, 연구 등 인적 교류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공연, 전시, 스포츠, 관광 등과 같은 다양한 매체의 개발이 필 요하다. 라디오, TV, 인터넷 매체, SNS 등을 통일 공공외교의 매체로 활용하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 아 세안+3(ASEAN+3), 동아시아정상회의, 한·중·일 협력사무국 등과 같 은 다자안보협력기구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35 그 다음으로, 통일 공 공외교의 주요 대상인 해외 차세대 지도자,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국 제회의 개최, 인적교류 프로그램 개발 등의 활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또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및 재외동포재단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800 만 재외동포들을 통일 공공외교의 협력자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 안을 강구하여야 한다.36 마지막으로, 유관 부처 관련자를 중심으로 가 칭 ‘통일 공공외교 기획단’을 구성·운영하여 통일 공공외교 업무를 전
33_위의 책, pp. 18〜19.
34_황병덕 외, 한반도통일 공공외교 추진전략(Ⅱ): 한국의 주변4국 통일공공외교의 실태 연구(총괄보고서) (서울: 통일연구원, 2013), p. 313.
35_위의 책, pp. 314〜315.
36_박종철 외, 평화통일원칙에 대한 공감대 확산 전략, p. 44.
담시킬 필요가 있다. 기획단에는 외교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통일 유관기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 등 관련 산하기관을 참여시키고, 통일 공공외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기타 공공부문의 자원을 유효 적절하게 배분하여야 한다.37
다. 국제사회에 통일편익 제시
새로운 통일담론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이 동아시아지역에 외교안보, 경제적 측면에서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강조하여야 한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동아시아 안보 위협의 해소, 역내 신뢰구 축, 미국과 중국의 갈등 완화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예상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교류 증대, 자유무역협정
(FTA) 등을 통한 제도적 협력, 다양한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추진 등
이 본격화될 수 있다.38
그러나 이와 같은 편익이 현실화되기에는 여러 장애 요인이 있는 것 도 사실이다. 첫째,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편익을 둘러싸고 동아시 아 개별 국가들 사이의 이익이 상충할 있다. 둘째, 한반도통일의 편익 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 편익이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불균등하게 배 분된다면 일부 국가들이 남북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수 있 다. 셋째, 편익의 실현을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의 비용 분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39 특히, 미·중 간에 한반도 통일로 인한 안보비용의
37_위의 책, p. 45.
38_박종철 외, 통일한국에 대한 국제적 우려해소와 편익: 지역 및 주변국 차원(서울:
통일연구원, 2012), p. 90.
39_위의 책, pp. 90〜91.
발생이 통일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통 일 이후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한국의 외교정책이 친중(親中)적으로 선회하며 미·중관계가 긴장관계가 될 경우 미국에게 큰 안보비용이 발 생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에 따른 한반도의 주 한미군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는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짐에 따라 각종 안보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40 이와 같은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로 인한 편익의 총합이 크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 사이의 신뢰에 토대를 둔 상호 협력을 추구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41
한반도 주변 4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도 통일편익을 적 극적으로 발굴하여 제시하여야 한다. 이 국가들에게는 안보, 경제, 문 화적인 측면에서 해당 국가의 상황에 부합하는 개별적 통일편익을 맞 춤형으로 발굴하여 정부 차원의 양자 간 회의, 민관이 협력하는 1.5 트 랙 회의, 민간 차원의 2.0 트랙 회의 등을 통해 통일편익을 인지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있는 터키에게 한반도 통일로 인한 IS-북한의 테러협력 우려해소를 통일편익으로 제시하고, 파키스탄 핵문제의 위협 아래에 있는 인도에 대해서는 북한-파키스탄 간 핵협력 우려해소를 제시할 수 있다. 경제 적인 측면에서는 중견국으로서 경제성장이 필요한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등을 상대로는 한반도 리스크 해소로 인한 안정적인 경제교류 협력을 통일편익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다 문화와 한류(韓流)를 활용한 통일편익의 발굴도 모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이주 여성을 많이 송출한 베트남을 대상으로 남북통일이 된
40_김규륜 외, 한반도 통일의 미래와 주변 4국의 기대(서울: 통일연구원, 2013), p. 169.
41_박종철 외, 통일한국에 대한 국제적 우려해소와 편익: 지역 및 주변국 차원, p.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