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용-참신성을 통한 실재론 옹호
4.3. 독립성 조건의 “절대적” 측면
연언)이 더 이상 논리적으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재구 성된 추론은 논리 법칙에 의거해 이론 T를 생성하기에 필수적인 관찰 자료만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정성적 일반화란 예측이 갖는 정량적 정확 도와 무관하게 관찰 자료 O가 속한 유형을 규정하는 것이다. 정성적 일 반화는 이론의 예측에서 구체적인 수치들을 제거하여 얻어진다. 정성적 일반화가 필요한 이유는 어떤 예측들이 서로 동일한 현상에 대한 예측인 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예측이 동일한 정성적 일반화 를 갖는다면 그것들은 동일한 현상에 대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했을 때, 중력파의 파장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계산 결과가 존재해도 같은 현상을 예측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 하에서 사용-참신성의 두 조건을 다음과 같이 풀어 쓸 수 있다. 독립성 조건은 배경 지식에서 최소한의 경험적 내용을 바탕 으로 이론 T를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에서, 관찰 자료 O와 같은 유 형의 경험적 내용을 반영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유일성 조건은 이 론 T가 관찰 자료 O와 같은 유형의 예측을 했을 때, 그와 같은 예측을 하는 경쟁 이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성 조건은 해당 이론과 관찰 자료뿐만 아니라 다른 이론의 존재 여부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다. 따라서 레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독립성 조건과 유일성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용-참신한 예측적 성공은 참의 표지가 될 수 없다.
그런데 레플린은 독립성 조건과 유일성 조건을 합치면 사용-참신성의 충분조건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두 조건 각각이 필요조건이라고 하지는 않았다(Leplin 2004). 그러므로 만약 유일성 조건이 사용-참신성의 필요 조건이 아니라면, 유일성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사용-참신한 예측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예측은 해당 이론과 관찰 자료만 고려 해서 판단될 수도 있다.
나는 실제로 유일성 조건이 사용-참신성의 필요조건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유일성 조건에 대한 최성호의 비판이다.
최성호는 유일성 조건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한다(최성호 2006). 이론이 제안된 순서는 역사적 우연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어떤 이론이 유일성 조건을 만족시키는지는 역사적 우연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두 이론 T1, T2가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키는 동일한 예측 P를 내놓을 수 있을 때, 만 약 이론 T1이 먼저 제안되었다면 예측 P는 그 이론 T1에 대해 사용-참 신하지만, 똑같은 예측을 내놓은 이론 T2에 대해서는 사용-참신하지 않 게 된다. 그런데 이론 T1과 이론 T2가 제안된 순서는 바뀔 수 있고, 그 경우 반대로 이론 T2는 사용-참신하지만 이론 T1은 사용-참신하지 않게 된다. 최성호는 이처럼 역사적 우연으로 사용-참신성 여부가 변한다면 사용-참신성을 판단하는 데에 유일성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본다.
최성호의 비판대로 유일성 조건이 필요조건이 아님을 받아들인다면, 남은 문제는 독립성 조건이 사용-참신성의 필요조건이냐는 것이다. 만약 독립성 조건이 사용-참신성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면 독립성 조건을 만족
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나의 논점은 사용-참신한 예측적 성공이 과학자들이 합의한 성공의 기준이나 경쟁 이론들의 성공에 상대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래디 먼의 비판을 받아들여도 이러한 논점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시키지 않는 사용-참신성이 존재할 것이다. 독립성 조건은 이론과 관찰 자료만 고려해 판단될 수 있는 조건이므로,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경우 사용-참신성이 이론과 관찰 자료만으로 판단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해진다. 다행히 독립성 조건은 사용-참신성의 필요조건이라는 점 이 명백하다. 이 점은 귀류법을 통해 간단하게 보일 수 있다. 만약 독립 성 조건이 필요조건이 아니라면, 사용-참신한데도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 키지 않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독립성 조건은 이론 T 를 생성하는 추론의 최소한으로 적합한 재구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앞 서 말했듯이 추론의 재구성이 최소한으로 적절하다는 것은 논리 법칙에 의거해 이론 T를 생성하기에 필수적인 관찰 자료만을 포함한다는 의미 이다. 따라서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이론 T를 생성 하는 추론의 최소한으로 적합한 재구성이 관찰 자료 O의 어떤 정성적인 일반화를 언급함을 뜻한다. 최소한으로 적합한 재구성은 최소한의 필수 적인 관찰 자료만을 이론에 포함시킨 것인데, 그런데도 관찰 자료 O의 어떤 정성적 일반화를 언급한다는 것은 이론 T의 모든 재구성이 관찰 자료 O의 어떤 정성적 일반화를 언급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론 T 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관찰 자료 O가 사용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사용- 참신성의 정의에 어긋나므로, 독립성 조건은 사용-참신성의 필요조건이 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이론이 사용-참신한 예측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그 이론이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점을 뜻한다.
이는 과학의 성공이 상대적이므로 성공은 참의 표지가 될 수 없다는 레이의 주장 (1)에 대한 반박이 된다. 레이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1) 과학 이론의 성공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그 이론이 참인지의 여부는 성공과 무관하다.
(1-1) 과학 이론의 성공은 과학자 공동체가 설정한 기준에 상대적이 므로 참과 무관하다.
(1-2) 과학 이론의 성공은 경쟁 이론들에 상대적이므로 참과 무관하 다.
그런데 한 이론이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키는지는 해당 이론과 관찰 자료만을 고려하여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성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여부는 과학자들이 정한 기준이나 다른 이론들에 상대적이지 않다. 결과 적으로 어떤 이론이 사용-참신한 예측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독립 성 조건이라는, 과학의 성공의 “절대적” 기준을 만족시켰음을 뜻한다. 따 라서 과학의 성공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참의 표지가 아니라는 레이의 주 장은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