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자체 또는 이미징을 통해 복제 본을 만들어 현장 외 장소에서 사후분석을 수행한 후 영장 기재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인지, 보유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피압수자가 수사기관의 보유한 범죄무관정보의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U.S. v. Ganias, 판결을 통해 활발한 논의가 일어났는바, 아래에서 위 판결의 내용 및 그 취지를 살펴본다.
먼저 Ganias,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Ganias는 회계사인데, 2003년 A 수사기관은 그의 고객 2명을 사기 혐의로 조사하면서 위 고객의
31) 사법정책연구원, 2021. 디지털증거 압수·수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 법률 개정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 32) 사법정책연구원, 2021. 디지털증거 압수·수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 법률 개정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
회계자료 등을 수집하기 위해 영장을 받아 Ganias의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하였다. 당시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Ganias의 하드디스 크를 이미징하여 반출한 다음, 사후 분석을 통해 범죄 관련 정보만 추 출하고, 범죄와 무관한 다량의 정보가 담긴 하드디스크 이미징 복제본은 그대로 보유하였다. 그 후 B 수사기관은 2006년 Ganias의 조세 관련 범죄를 수사하면서 A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위 2003년의 이미징 복 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집행하여 유죄판결의 근거가 되는 증거를 확보하게 되었고, Ganias는 A 수사기관이 2003년 이미징 복제본을 사후 분석이 종료된 이후에도, 2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 었던 것은 수정헌법 제4조에 위반되고, 따라서 위 이미징 복제본으로부 터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2 연방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2014. 6. 17.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이 범죄와 관련 없는 디지털정보를 압수하고, 이를 무한히 보관 하면서 추후 발견된 혐의에 사용하기 위해 다시 압수수색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4조에 위반된다고 판결하였다(Ganias Ⅰ). 또한 제2 연방항 소법원은 2015. 6. 29. 위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재심리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이 2006년 영장에 근거하여 선의(Good Faith)로 2003년 이미징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하였으므로, 결론적으로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위 판결에서 논의된 헌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또한 Lohier Pooler 판사는 위 다수의견에 동의하면서 수사기관이
디지털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때, 피압수자는 연방소송규칙 41(g)에
규정된 압수물의 반환신청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Ganias Ⅱ 판결).
위 판결이 해석과 관련하여 Ganias Ⅰ 판결은 수사기관이 이미징 자료의 사후 분석 후 언제 범죄무관 정보를 삭제·폐기하여야 하는지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수사기관에 그러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으므로, 제2 연방항소법원이 피압수자에게 ‘삭제할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는 미국 내 견해가 많다.
4. 소결론
결국, 디지털증거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으로부터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좀 더 충실하게 보호하기 위해 정보주체에게 범죄무관 증거에 대한 폐기요구권을 인정함이 상당하고, 현재 압수물 환부 및 가환부 규정에 근거하여 폐기요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향후 명시적인 입법을 통해 폐기요구권의 주체, 절차, 범위, 시기 등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3절 디지털증거 이력제 실시
현재 정보주체에게 디지털증거 압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 되어 있고, 디지털증거에 대한 압수가 종료한 이후에는 정보저장매체와 별도로 압수된 디지털증거 자체에 대하여 압수목록을 교부받음으로써 자신의 어떠한 디지털 정보가 압수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그 이후 압수된 디지털증거의 인계, 사용, 복제, 보관, 폐기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하여는 정보주체에게 별도의 정보가 제공 되지 않아, 정보주체가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권한을 잃어버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이에 정보주체의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권한을 강화하기 위하여 가칭 디지털증거이력제 실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이력제라 함은 ‘제품의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하여 위생·안전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그 이력을 추적하여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 디지털증거의 경우 생성, 인계, 사용, 보관 및 폐기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이 종합적으로 기록되지 않고 있어 디지털증거가 생성되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후 폐기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이 명확히 확인 되지 않고 있다. 기존에 이러한 문제점에 착안하여 디지털증거의 증거 능력 확보를 위한 관리의 연속성의 관점에서 ‘디지털증거데이터팩33)’을 통해 관리하자는 논의 등이 있어 왔다.
다만, 이러한 디지털증거의 이력 관리 필요성을 증거능력 확보의 관점 에서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정보주체의 자기정보 통제권의 관점에서 바라 봐, 디지털 증거를 담고 있는 정보저장매체가 압수 내지 확보된 시점에서부터 증거분석을 거쳐 디지털증거의 압수, 일선 수사팀에의 인계, 사용(추가 복제 여부 등), 송치, 보관 및 폐기 등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기록하여(기록 시 각각의 절차에 있어서의 담당자와 처리 사유를 기재할 필요 있음) 이력제로 관리하고, 위와 같이 기록된 이력내역을 불기소 처분 내지 기소 등 사유가 발생한 경우 정보주체에게 제공해
33) ‘디지털증거데이터팩’이란 기관 간 유통 시 디지털증거와 해당 증거에 가해진 행위를 모두 기록 관리함으로 써 효율적 디지털증거의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표준 규격을 의미한다.
줌으로써 정보주체의 자기정보 통제권한을 강화하고, 디지털증거 관리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세부적인 시행방법 등에 관하여는 좀 더 덕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4절 소결론
결국, 디지털증거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으로부터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 상호 간에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 당사자인 정보 주체의 자기정보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며 이는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직접 통제 원리에 기인한 것으로서 위에서 논의한 정보 주체의 폐기요구권 및 디지털증거이력제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정보 주체의 자기정보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시스템 설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제7장 결론
형사사법의 역사는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의 과정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탄생한 근대적 의미의 검찰제도는 규문주의와 경찰국가에 대한 반성하에 시민혁명을 거쳐 탄생한 역사적 산물로서 소추권 행사를 통한 법원의 전횡을 견제하고, 경찰의 수사권한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 권을 보호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고 할 것이다.
최근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디지털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분야라 할 것인데, 그 동안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증거의 고유한 특성, 압수·수색 방법의 기술적·시간적 제약 등으로 인해 발생 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증거에 대한 압수·
수색절차에서 압수대상과 영장 기재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거나,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권을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가 지속되어 왔고, 이를 통해 무분별한 디지털증거 압수·수색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이 다소 해소된 측면이 없지는 아니하나, 여전히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부족한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디지털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호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절차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 못지않게 압수된 디지털 증거를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이 부분에 관하여는 그 동안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지 아니하였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현행 각 수사기관별 디지털증거 관리시스템의 미비점 내지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서 디지털 증거의 관리·감독 권자로서의 검사의 지위 및 역할 강화, 투명하고 효율적인 디지털증거 관리를 위한 통합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정보주체의 자기정보 통제권 강화을 위한 디지털증거 폐기요구권 및 디지털증거이력제 실시 방안을 제안하였는바, 이 논문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증거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으로서 향후 증거능력 확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