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이미지들은 각각 독립된 서사를 갖고 있지만, 이것들을 한 프레 임 안에 나란히 두는 것으로 상호 작용을 하게 된다. 각 작업에서 공통
17) 오세권, 「후기구조주의 텍스트 논의로 본 중층구조 표현에 대한 연구」, 『기초조 형학연구』, 8(3), 2007. 328-329쪽
18) 오세권, 위의 책, 335쪽
으로 두드러지는 ‘병치’라는 방식이 주제를 드러냄에 어떻게 사용되었고 그것이 효과적이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이미지와 이미지의 병치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나란히 두 고 보는 것은 자연스레 양측을 비교하도록 시선을 유도한다. 각각의 맥 락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은 나란히 둠으로써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한 반도의 한 목소리>(그림 13)는 남한의 2002년 월드컵 당시 응원 현 장을 찍은 사진과 북한의 선전용 매스게임 사진을 나란히 둔 것이다. 당 시 사진은 16강 경기에서 이루어진 카드섹션 응원으로, 과거 영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열세를 이겨내고 8강에 진출했던 북한의 승리를 재현하 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것을 북한의 매스게임 이미지와 함께 둠 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매스게임 내 문구와 표정, 제스처로 인하여 각 각의 이미지가 서로 연결되고 동시적인 상황으로 읽힌다.
남한의 카드 섹션을 보며 ‘꿈’은 누구의 꿈인지, 1966년의 다시 만들어 야 할 신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개인적인 의문이 있었다. 거대한 매스 게임을 이루던 사람 중에 본인이 함께 만드는 그림이나 글자에 대해 이 해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어진 것에 수동적으로 참여하고 순응하는 모습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당 작업은 이미지 병치의 실마리가 된 작업으로, ‘같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어 <위하여 Ⅲ-2>(그림 14)의 위쪽 이미지는 정치인들의 피켓 시 위 모습이고, 아래쪽 이미지는 시민들의 피켓 시위의 모습이다. 이를 통 해, 같으면서도 다름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하였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각각의 피켓 부분은 삭제되어 있다. 이미지 내에서 보이는 행위는 모두 시위하는 모습이지만, 그 집단마다 자세의 차이가 드러난다. 정치인은 피 켓이 보이는 동시에 본인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하여 얼굴을 보이게 들고 있지만, 반대로 시민들은 피켓을 높이 드는 것으로 주장하는 바를 더 잘 보이게 하려고 한다.
그림 13. 한 반도의 한 목소리, 25x18cm(4EA), 판화지에 인쇄, 2015.
그림 14. 위하여Ⅲ-2, 25x12cm(2EA), 종이에 인쇄, 2015.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된 (그림 6)의 경우는 정당 간 피켓 시위의 형태 와 (그림 14)에서도 보이는 정치인들의 행동 자체는 똑같지만, 피켓의 색 을 달리 둠으로써 각각의 정당 간의 진영 차이를 드러낸다.
두 번째로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병치이다. 텍스트를 그림의 외부 혹 은 내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였다. 먼저 ‘텍스트’는 일차적으로는 단어에 국한되지만, 이 텍스트의 의미나 지칭하는 것은 보는 이에게 경 험과 기억을 불러일으켜 이미지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단어를 통해 이미 지를 연상하도록 그림과 함께 병치하거나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의미를 갖도록 하였다. 먼저 (그림 8)의 포스터 작업에는 그림 내부에 표 어로 텍스트가 들어가 있다. 맞잡은 손의 이미지는 평화를 의미하는 듯 이 보이지만, 포스터 내부의 표어로 인해 그 의미는 중의적으로 변한다.
<태극기 그리기>에서는 그려진 태극기 아래 태극기를 보고 연상할 수 있는 단어들을 병치하였다. 각 단어를 보는 관객들은 저마다 떠올리 는 이미지나 의미가 다를 것이다. 태극기 그림과 해당 단어를 번갈아 보 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하여금 학습된 태극기의 의미들을 연상 시키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림 15. 태극기 그리기(가) 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