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청춘들을 위하여-
패널토론03 ❘
하 병 학 ❙ 가톨릭대학교 교수 제6회 교양교육 협력포럼-직업교육과 교양기초교육
“산업계에서 본 대학 교양교육의 내실화 방안”에 대한 토론문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청춘들을 위하여-
성필호 대표님의 글을 먼저 보니 진정 살아 있는 인문학자, 우리사회의 어른을 만난 것 같 아 여간 반가운 게 아니며, 또 토론자가 된 것이 큰 행운이라 느껴졌습니다. 기업을 창립하 고 키워나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값진 일인지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어렴 풋이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교수가 되었더라면 저보다 더 좋은 교수가 되었을 지혜로운 친구들도 있고, 군인이 되었더라면 현재 별 서너 개를 달고 있을 것이 분명한 추진력과 리더 십을 갖춘 친구들도 있습니다. IMF 시대를 맞이하여 환율변동으로 인해 외국에 지불해야 하 는 돈 때문에 매 주 몇 억씩 까먹어 자다가 일어나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는 친구의 이야 기를 잊지 못합니다. 그래도 직원들의 주례도 서고 심지어 이혼하려는 직원 집까지 달려가 부부를 달래고 다시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가도록 이끄는 것도 회사대표의 할 일이라고 하더 군요. 오늘날 기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한갓 이윤 창출만이 아니라 우리 국가 산업, 나 아가 우리사회의 건강한 가족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계란 후라이를 1년에 단 한 번, 생일날 먹었습니다. 그러던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은 성필호 대표님과 직원들 같은 앞선 세대들의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계란 후라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큼 잘 살게 되었지만, 우리가 예전보다 더 행복을 느끼고, 삶의 질이 더 높아졌다고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대표님의 지적처럼 오히려 물질만 능주의가 팽배하여 인간보다 돈이, 명예보다 권력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부 둘 다 철학을 하는 저마저도 단 한 명뿐인 자식에게 “남들에게 친절하라!”, “책을 많이 읽어라!”라고 강조했지만, 제 자식이 가장 못하는 두 가지가 바로 이 둘입니다. 교육만 으로 사회의 변화를 대응할 수는 없는가 봅니다.
대표님의 발표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업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교양교육, 특히 기본과 원칙의 준수, 도덕교육을 강조하시면서,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만 노력하는 것 은 부족하고 우리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역설하셨습니다. 둘째, 교양교육에서 분 석력, 종합력, 창의력, 가치관 등의 지성적 측면과 정직, 도덕, 공공심, 소통과 공감, 리더십, 부정에 저항하는 (기업인이 이 점을 지적하신 것이 저에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정의 실천이 란 한갓 규범 지키기만이 아니라 부당함에 대한 저항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 이와 같은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과연 어디인지 궁금할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의 결여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합니다.) 의지적 측면, 아름다움과 연민의 정서적 측면 등 강조
하시면서 교양교육의 핵심을 당부하셨습니다. 셋째, 교양 있는 사회인 육성방안으로 산학협 력체 구성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어느 하나 틀린 말씀이 없습니다. 특히 교양직장인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체 구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환경조성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더 큰 기업체나 공공기관이 앞 장 서야 된다고 미룰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여기에 있는 우리가 만들자고 응답을 드리고 싶 습니다.
이제 우리가 스스로 성찰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에 대해 저의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현재 대학교육과 산업체 수요의 불일치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 봐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1980년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입학정원이 6백여 명이었는데, 1981년 17 백여 명이 되었고, 그 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립대학, 사립대학이 그동안 설립되었습 니다.20) 그사이 전문대학, 실업고등학교는 거의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지요. 예전에 고졸자 로서 충분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직무, 예컨대 9급 공무원 등이 학사, 석사학위 자로 채우게 되어 교육의 낭비, 능력의 낭비의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똑똑하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진 사람이 덜 똑똑하고 덜 기회를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는 사회가 되었습니 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른 오늘날의 문제점을 바라보면 무엇보다도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교졸업자 4년제 대학 진학률이 10여 %였던 시절의 인재와 80%인 현재의 인재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취업시장 확대는 대통령 공약이자 정부의 책 임이고, 한 대학의 취업률이 오르면 다른 대학의 취업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데, 취업률도 대학의 평가하는 교육부의 자기성찰 능력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과연 이 모 든 것에 대해 대학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둘째,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인문학 육성을 위해 어떤 투자를 했으며, 기업에서 인문학 전공 졸업자를 얼마나 우대하고 있습니까? 물론 대학 정원을 늘릴 때 투자가 가장 적은 인문학과들을 마구 늘린 대학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1999년 5만 222명이었던 인문학 입학 정원이 2014년 4만
4463명으로 11.5%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사회계열은 13.5%나 증가하였고, 그 늘어난 증원의
90%가 경영학과 정원입니다. (2014년 현재 4년제 대학 전체 학생 수 대비 경영학과 학생 수:
9.3%).21) 이것이 정상적인 대학 교육이라 할 수 있는지요? 정말 경영학 졸업자가 기업에 훨
씬 더 큰 도움이 되는지요? 만일 그렇다면 경영학 전공자를 전체 대학생의 30~40%로 더 늘 리는 게 합리적인 방안 아닐까요? 100명 중에 국문학, 철학, 역사학, 사회학, 영문학, 일문학, 독문학, 언어학, 아동학, 미학, 교육학 등을 공부한 사람도 몇 명은 있어야 다양한 생각, 창의 적인 발상을 하고, 생산품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생산 의미를 제시하고, 인간을 보듬 는 기업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셋째, 대학졸업자들 중 선발하고 싶은 사람, 당장 기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지 못하는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산업사회에 걸맞는 인재 육성을 강조하는
20) 한겨레, “수능시험을 본 당신에게”, 2014. 11. 28.
21) 이데일리, “‘인구론의 그늘’, 대학 인문계열 정원 11.5% 줄었다”, 2015. 06. 26.
기업인들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고등학교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대학 교육의 부실성을 정당 화할 수 없듯, 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 육성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대학에게만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에서 키우고자 하는 인재가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와 동일할 수는 없습니 다. 이에 대해 최근 이근 서울대 교수는 정치학과 졸업자가 바로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없 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22) 이러한 기업의 논리는 모든 경영학과 교수가 기업을 설립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더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 마디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 했지, 우수한 인재 육성에 대해서는 책임을 대학으로만 돌 리지 않는지 물음을 던지고 싶습니다. 대학신입생 선발에서는 공정성 확보를 가장 중시하 며, 이에 대한 감시와 검증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의 인사 채용은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그 공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지요? 좀 더 친절하고 도 상세한 채용기준을 제시해 주실 수는 없는가요? 불합격한 지원자도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것을 보완하여 다른 회사에 지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합격자 우수한 점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식할 때 평가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대학도 걸맞 는 교육을 실행하지 않겠습니까?23) 취업 탈락자들이 느끼는 비애에 대해 불쌍한 마음을 지 닌 기업인이 얼마나 되는지요?24) 왜 불합격한 신입사원의 서류를 돌려주지 않습니까?25) 신 입사원 채용과정이 바로 인재 육성의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기업의 사회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넷째, 노동시장의 유연성, 좋습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회사구성원을 마음대로 조 절할 수 있으면 회사운영에 편리할 겁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예전에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모든 정열을 투여했던 직원을 더 이상 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언제든 자를 수 있는 회사라면, 몇 십만 원의 월급 인상만으로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는 제자를 막을 수 있는 논리는 저에게 더 이상 없습니다. 다시 돌아와 앞선 세대가 우리에게 준 것에 비추어 우리가 젊은 세대를 위해 무엇을 마련하고 있는지 격렬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필호 대표님께 한 가지 조언드립니다. 독일의 뮌헨 공과대학의 사례입니다. 한 기업인이 자신의 전 재산을 이 대학에 기부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기업인 이름의 건물을 세 우고 감사패를 전달하려고 할 때, 그 기업인은 오직 한 가지만 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행
22) 경향일보, “대학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2015. 07. 03.
23) 전북도민일보, “취업준비생 ‘기업은 탈락자 결과 피드백 해줘야,” 2015. 07. 01.
24) 내일신문, “면접탈락자 91.53% ’자기비하와 무력감‘”, 2015. 06. 02.
25) 한국일보, “기업 79% ’채용서류 반환 요청한 탈락자가 재지원하면 탈락시킬 것”, 2015. 06. 17. 토론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인업체에 대한 취업지원자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구인업체 채용 관련 요구항목>
요구 사항 (%)
블라인드 평가를 포함한 분별력 있는 심사 24(47.1) 탈락 공지와 탈락 이유 공지 20(39.2)
입사지원서 양식의 간소화 11(21.6)
자기소개서 꼼꼼하게 읽기 9(17.6)
선발과정 및 평가기준에 대한 상세한 공지 8(15.7)
스펙을 보지 않기 7(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