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상호주관성’은 사회학, 교육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주로 철학적 논의에서 다뤄 온 공감현상 중 하나로 전통적 공감의 정의에서는 논의 되지 않았던 개념이다(Coplan & Goldie, 2011; Staemmler, 2009; Zahavi, 2011). 상 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의미는 단어가 가진 뜻, 그대로 ‘두 주체사이(between two subject)’를 의미한다(Leadbeater, 1989). 일반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여 상호작용 하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 간의 공유된 이해를 뜻한다. 그 구성원들 의 상호작용으로 서로 다른 수준과 범위에서 이해하고 있던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 고, 서로 조정해 나가면서 의사소통을 통한 공동의 화제에서 공동의 의미를 창출하 는 과정이다. 즉,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의 공유된 이해(shared understanding) 를 형성하는 과정이 상호주관성의 구성인 것이다(Göncü, 1993b; 배재정·정정희, 2003, p.158재인용). 따라서 상호주관성은 여러 사람이 가진 주관성이 공유되는 주관
성으로 사람들 간의 공유된 경험을 말한다.
인간이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타자와의 공존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이것은 관계 즉, 상호성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되지 않는 것은 공감 할 수 없다. 이 공감되는 경험은 그 사 람이 1인칭으로 겪는 경험으로 주어진다. 이렇게 자기는 경험적 자기를 옹호하고 있고, 이 경험적 자기에는 타자와의 경험, 즉 상호주관성으로서의 공감에 의지하고 전제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Zlatev, 2014). 더 나아가 개인으로서 나의 존재는 나 자신과 타자가 맺은 ‘의사소통적 역임’의 결과로서(Husserl, 1973), 나와 너, 우리 그리고 세계는 함께 묶여있다(Huseserl, 1952). 따라서 만남은 ‘나’와 ‘너’의 존재론적
‘사이’가 성립하며 이 ‘사이’에서 서로가 전존재를 거는 행위자로서 경험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호관계를 ‘상호주관성’이라고 하였다(Buber, 1968).
(1) 현상학적 상호주관성과 공감
현상학적 심리학과 철학은 몸과 마음의 상태가 어떻게 공유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Zlatev, Sinha, & Itkonen, 2008)되어져 왔다. 두 사람 사이나 어떤 집단 속에서, 한 사람의 주관적 경험이 다른 사람의 주관적 경험에 지속적으 로 영향을 미치거나 그 반대로 성립하는 대인관계 과정을 상호주관성이라고 한다.
Husserl의 상호주관성 개념은 사실 상호(inter) - 주관성(subjective)에 대한 개념, 다시 말해 주관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개념이다. 즉, 타자를 전제하는 나의 경험들 과 더불어 다른 주관과의 관계에 대한 나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Zahavi, 2003).
인간은 상대적 주관으로 다른 주관과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주관으로 현실화 될 수 있으므로, 주관은 오직 상대적 주관으로의 ‘상호주관성’(inter subjective)이다(김 성동, 1993). Husserl의 철학에서 ‘객관적’이라는 말, 역시 자기 인식적 타인에 대한 경험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즉, ‘객관적이다’라는 것은 ‘상호주관적으로 구성 되어 거기에 있음’과 같은 뜻이다(송인용, 1998).
Theunissen(1977)은 Husserl의 상호주관성의 구성과정을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 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내 자신의 신체의 유추에 근거하여 타자의 신체를 지각한 다. 둘째, 이렇게 하여 심리학적 방향성에서는 타자의 심리적 삶을 경험하고 더 나 아가 타자의 자아를 경험한다. 셋째, 자아의 일차적 세계와 타자의 일차적 세계의 동일성에서 객관적 세계(objective welt)를 구성한다. 넷째, 객관적 세계에서 타자를 그 자체로서 완전하고 시공간적으로 위치한 통일적인 대상으로 경험한다. 다섯째, 객관적 통일체로서의 인간 존재라는 의미를 내 자신에게 전이한다.
현상학적 공감은 지각적 특성, 직관적 특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으며, 인간의 경험 은 의식으로서의 경험 즉, 현상으로 기술될 수 있다. 현상학의 기초를 이루는 개념 인 의식적 지향성은 대상에 대해 함께 드러나는 작용적 지향성을 말한다(왕지권, 2018). 이 작용적 지향성은 경험 세계에 대한 의미(meaning)와 관계가 있다 (Gallagher & Zahavi, 2008). 즉, 모든 현상은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의 행위에 관련
해서 이해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상호관계가 현상의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다. 신체 로서 하나의 표현된 통일체인 타자의 심리적 의미는 그 타자의 제스쳐, 억양, 얼굴 표정 속에 있는 생각, 느낌, 욕구를 즉,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다(Husserl, 1952).
현상학에서 개방적 태도는 자아 중심적 태도에서 비롯되는 선입관이나 신념체계 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판단을 중지하고 무의식적인 믿음 체계와 배경, 그리고 가정 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김영진, 2016). 이처럼 공감을 위한 마음의 개방적 태도는 현상학적 관점의 판단중지가 이루어질 때 가능 하다(김영진, 2016). 여기서 판단중지란 기존 신념체계의 타당성을 중립화시키고 무 력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자기 선입견을 일단 판단중지(bracketing) 한 후 그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태 자체로’ 귀환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현상 학적 환원(reduction)이다. 이렇게 될 때 상호 주관적인 것에서의 객관성이 드러나 게 되고, 타인이해의 직관적 경험으로 어떤 선입견이나 전제에도 방해받지 않고 ‘있 는 그대로의 현상’이 드러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이남인, 2004). 따라 서 인간이 지각을 통해 떠오르는 의식이 선입견이나 편견에 의해 조정되기 이전에 현상의 본질에 대한 직관적인 태도로서 현상을 주체적으로 포착할 때, 대상의 본질 로서의 공감적 타자이해에 다가갈 수 있다.
의식의 지향적 관점에서 지각은 개체와 직접적인 관계를 갖게 하는 경험이기 때 문에 모든 인식활동의 일차적인 초석이다(Husserl, 1975; 김희원, 2010. p.25재인용).
타자에 대한 구체적 경험은 신체화 된 주관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타자를 경험하고 (Zahavi, 2003), 이 주관성의 특징들 중 하나는 세계 속에서 지각을 통한 행위함으 로 수반된다(Gallaghrt & Zahavi, 2008). 이렇게 드러난 표현은 내부의 심적 상태들 과 외부의 신체적 행동 사이를 좁혀주는 단순한 교량 역할을 넘어선, 다른 사람들 의 행위와 표현적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는 그 움직임의 의미를 본다. 그렇게 표현 적 행동은 마음의 ‘의미’로 가득 찬 것으로, 그렇게 드러난 표현들은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 보이게 한다(Gallaghrt & Zahavi, 2008). 이렇게 타자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 은 언제나 신체적 현출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것으로 우리에게 다른 주관을 인식하 게끔 한다. 이처럼 현상학적 공감은 우리의 신체적 동질성으로 타자에 대한 지각적 특성을 가진다.
현상학적인 관점에서 또 하나의 공감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은 감정이입과 상호 주관성의 추구를 통해 가능하다. 먼저 Husserl(1963)에 따르면 감정이입적 타인이해 는 직접적 지각인 외적인 신체지각을 토대로 한 일종의 경험이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세계에 주 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의도성을 포함한다는 것을 말해준다(박인철, 2012, p.118 재인용). 즉 타자들의 표현적 행동과 유의미한 행위에서 그들의 정신적 삶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Gallagher & Zahavi, 2008).계속된다 (Gallagher, 2001 ; Zahavi, 2004).
여기서 감정이입은 타자가 되어보는 체험으로 한 인식 주체가 타자의 감정, 사유 나 관점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화하는(identify) 것을 뜻한다. 모방이나 상상이나 가 정을 통하여 자기가 어떤 타자가 되어보는 경험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감 정이입(empathy)은 타자와의 마주침으로 일어나는 의식의 독특한 양상을 포함하고 있다(Gallagher & Zahavi, 2008). 이때 이 마주침은 지각을 통한 감정이입적 태도와 상호주관성으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게 될 때 공감적 이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타자의 마음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와의 동일성으로 타자의 신체 를 통한 지각적 경험으로 타자의 내적 심리상태를 유추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주관성에 기초를 둔 타자에 대한 짝지움(Paarung)이라는 개념으로 타자를 이해하게 된다. 이는 나의 육체를 통한 감각, 마음 같은 것들이 타자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할 것 이라는 경험으로서 타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Husserl(1966)의 지향적 측면에서 이 짝지움(Paarung)은 타자에 대한 이해의 패턴이 어떤 침전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 로 확립되고, 그럼으로써 이 이해의 패턴이 사후적 타자와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이 짝지움에 대한 의미의 전이는 한쪽 방향만 일어나 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상호전이 이다(Huseerl, 1950). 서로 구성적으로 짝지워 짜 여 있음은 자기와 타자가 서로에 대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Husserl, 1973), 이 상호 전이적 경험은 자기 혼자만으로 경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적인 경험인 것이다(Zahavi, 2014).
우리는 다른 사람을 지각할 때, 공명과정이 작동되는 마주침으로 먼저 타자들에 대한 지각을 만들어내고 타인을 인식한다(Gallagher & Zahavi, 2008). 이때 지각 경 험은 자신과 타자의 마주침이며, 이 지각을 통해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가 능하게 한다. 이러한 지각은 감각 자극에서가 아니라 감각-운동 협응에서 시작되며, 1차적인 것은 운동이고, 2차적인 것은 감각으로, 몸과 머리와 눈 근육이, 즉 신체의 운동이 지각 경험되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소리는 단적인 감각이 아닌 자극, 움직임이다. 즉 행위(act)이다. 무서운 소리에 도망가는 것이 그 소리에 대한 반응이듯, 소리의 감각이 운동 반응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Dewey, 1896). 이렇게 자기와 타자와 서로간의 운동인 움직임과 그것을 지각하는 감각의 마주침으로 이루 어지는 인간의 공감 지각은 주체의 세계와 타자의 세계가 함께 만나는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Merleau-Ponty도 감각주체와 세계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바로 지각이라는 원초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세계는 고정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 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것으로 이렇게 지각되는 의식은 끊임 없이 세계와 관계 지어지고 변화하는 것이다(이진이, 2015). 우리가 감각적인 것을 지각할 때 단순하게 대상을 번역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의미와 형태를 자기와 타인 그리고 세계라는 지각 장(場) 안에서 생성해 내는 것이다(이진 이, 2015). 그래서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지각’으로 관계 맺음하면 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지각을 이끌어내는 일을 행하는 것은 우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