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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미적 판단의 규범성에 관한 레빈슨의 이론과 설명적 유용성

1.2 현상적 인상의 발생: 창발

1.2.1 수반과 창발

인상’을 추가하여 세 단계로 미적 귀속 과정을 설명한다.평가적 이견으로 논 쟁하는 비평가들이 실제로 동의하는 지점은 단순히 객관적,구조적 특성만이 아니라,그것들이 함께 작동해서 발생시킨 복합적이고 복잡한 지각적 인상까 지 동의한다는 것이다.즉 미적 이견을 보이는 비평가들 간에 동의되는 지점 은 골드만이 상정한 것보다 더 넓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3) Ibid.,p.319. 104)Ibid.,p.319.

현상적 미적 인상이란 대상이 지닌 색,선,모양,질감,무게 등 비-미적 성질들로부터 창발(emergence)한 일종의 종합적,총체적,전체 적인 효과로서의 미적 인상이며,바로 이 게슈탈트적 현상적 미적 인상 이 미적 속성의 “핵(core)”이다.105)여기서 창발이란,작품의 부분적 요소 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여 전체로서의 새로운 성질,즉 창발 속성을 만들 어 내는 것을 일컫는다.키비(PeterKivy)는 이를 물,샐러리,완두콩,베 이컨,후추,브로콜리 등을 넣고 완두콩 스프를 끓였을 때 각 재료들의 맛이 상호 작용하여 전혀 새로운 맛을 탄생시키는 것에 비유한다.106)다 시 말해 작품의 비미적,물리적,구조적 성질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여, 각각의 성질들의 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로서의 현상적 미적 인상 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창발은 수반의 일종으로,창발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수 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따라서 철학 일반에서 사용되는 수반의 의미를 먼저 살펴본 뒤,미적 영역에서의 수반과 창발의 의미를 살펴보 도록 하겠다.

수반을 가장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만약 A-속성이 B-속성에 수반된다면,B-속성에서의 어떤 변화 없이는 A-속성 차원에 서는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다시 말해,A-속성 차원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B-속성 측면에서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이 때 A-속성을 수반 속성(supervenientproperty)이라 하고,B-속성을 기 저 속성(baseproperty)107)이라 한다.이 간단한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수반 개념은 서로 다른 층위(친족)의 속성들 간의 구조적 연결 관계를 밝힌다.108)수반은 서로 다른 두 시점에서 하나의 개별자의 상태에 대한 105) Levinson(2006b),“What Are Aesthetic Properties?” inContemplating

Art,p.342-3. (이 논문은 2005년 다음 저널을 통해 처음 발표되었다:

Proceedings ofthe Aristotelian Society.Supplement78:61-70.본고에서 이 논문의 인용 쪽수는 2006년 책의 쪽수에 근거한다.)

106)Kivy,P.(1979),“Aesthetic Concepts:Some Fresh Considerations”,The JournalofAestheticsandArtCriticism 37,p.427.

107)baseproperty는 ‘기반 속성’또는 ‘토대 속성’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108) 그러나 이 구조적 연결 관계가 반드시 형이상학적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인과 등 의존 관계의 본성에 대한 함축을 갖는 것도 아니다.김재권

진술에 적용될 수도 있고,두 개별자의 상태를 비교하여 설명하는데 적 용될 수도 있다.설명하고자 하는 상태의 대상이 하나의 개별자이든 두 개별자이든 간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수반이 공변(covariance)관 계를 함축한다는 점이다.공변,의존,비환원가능성은 수반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개념들이다.109)

공변:수반 속성들은 기저 속성들에 따라 공변한다.특히 토대 속성에 있 어서의 식별 불가능성은 수반 속성에 있어서의 식별 불가능성을 함축한다.

의존:수반 속성들은 기저 속성들에 의존한다.혹은 토대 속성들에 의해 결정된다.

비환원가능성:수반은 수반 속성들의 기저 속성들에로의 환원 불가능성과 일관적 이다.110)

김재권의 위 설명을 통해 속성 집합 A와 속성 집합 B의 관계를 서술하 의 인용을 참고하라:

“수반 자체는 설명적 관계가 아니다.그것은 “심층적인”형이상학 적 관계가 아니다.오히려 그것은 이러한 심층적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의존 관계의 존재를 암시하면서 속성 공변의 패 턴을 보고하는 “표면적인”관계이다.

(Kim, J., “Postscripts on Supervenience”,Supervenience and Mind:

Selected PhilosophicalEssays,Cambridge: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p.64.서원주,「미적 속성의 의존성의 본성에 대한 고찰」,『미학』43 집,2005,p.168.에서 재인용.)

109) 도널드 데이비슨은 심신수반에 대한 논문 “MentalEvents(1980)”에서 의존

성과 비환원성 개념을 공변 관계에 결부시켜 수반의 이해를 시도한 바 있다.

여기서 데이비슨은 수반의 특징으로 공변성,의존성,비환원성을 꼽았다.(서 원주(2005),p.150.)이렇듯 의존,공변,비환원성은 수반 개념과 종종 함께 언 급되는데,이에 대해 김재권은 이들 종속 개념들을 통해 수반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각각의 함의가 다른 만큼 이들 간 개념적 차이를 주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Kim,J.(1990),“Supervenience As a Concept”, Metaphilosophy21).공변,의존성,비환원성 각각의 의미에 관한 보다 상세 한 설명은 다음 논문을 참고하라: 김혜련(1992),「미적수반이론의 가능성

「『철학』,제38집,pp.173-99.김재권(1994),『수반과 심리철학』,철학과 현 실사 중 제1부 “철학적 개념으로서의 수반”,“심신 이론으로서의 심물수반 론”,“수반개념”.

110)김재권,op.cit.,,p.217.

는데 있어 공변 개념은 의존이나 결정보다 훨씬 약한 개념임을 유추할 수 있다.공변은 의존이나 결정을 함축하지 않는다.반면 속성 집합 A가 속성 집합 B에 의존적이다 또는 속성 집합 B가 속성 집합 A를 결정한다고 하 면,이는 공변을 함축한다.

수반 속성이 기저 속성으로 환원 가능한가에 대한 입장에 따라 수반의 종류를 나눌 수 있는데,일반적으로 강한 수반은 환원 가능성을, 그리고 약한 수반은 비환원성 쪽으로 기운다.강한 수반이란,모든 가능 세계에서 필연적 참인 수반 관계를 말하는 반면,약수반은 그러한 통세 계적인 수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약수반은 단지 하나의 세계에서 속성 대 속성의 연결 관계를 말할 뿐이다.풀어서 설명하자면,A-속성(수반 속성)과 B-속성(기저 속성)이 필연적 연관성이 결여된 약한 수반의 관계 라면,A-속성은 B-속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왜냐하면,어떤 의미에서 는,한 이론의 다른 이론으로 환원 가능성은 두 이론을 연결해주는 연결 법칙(bridgeprinciple)의 존재 여부에 따른 것인데,필연적 연관성이 결 여되었다는 것은 두 속성들 간의 연결 법칙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111)

창발(emergence)은 이처럼 비환원적 성격을 띠는 약한 수반의 한 형태이다.A-속성이 B-속성으로부터 창발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A-속성들은 B-속성들에 어떤 방식으로건 의존하며,B-속 성의 성질들로 말미암아 A-속성 차원에서 이전과는 그 본성이 전혀 새로운 성질이 발생하였다.즉,B-속성들의 단순한 집합 또는 총합이 아니라,완전히 새로운 속성이 산출된 것이다.전술한 키비의 완두콩 스 프의 맛이 셀러리,물,완두콩,햄,양념과 같은 재료 각각의 맛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전혀 새로운 맛인 것처럼 말이 다.이 새로운 맛은 각각의 재료의 맛으로 환원되지 않는다.112)

지금까지 의존성,공변,비환원성 개념들을 통해 철학 일반 차원 에서 수반의 의미를 살펴보았다.그런데 수반 개념을 미적 논의에서 사 용하고자 한다면,이는 강한 수반의 형태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왜냐하 111)김혜련,op.cit.,p.184.

112)Kivy,op.cit.,p.427.

면 미적 수반이 미적 속성들과 비미적 속성들 간의 강한 수반 관계를 주 장하려면,미적 속성들과 비미적 속성들 사이에 어떤 필연적인 연결 법 칙이 있고 이것이 모든 가능 세계에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예술 영역에서 이처럼 통세계적인 필연적 연결 법칙을 주장하기란 대단히 어 려운 일이기 때문이다.113)예술 감상을 위해 필요한 신체적,지적 조건은 우리와 동일하게 갖추었지만 우리와는 다른 예술사를 가진 생명체가 존 재하는 가능세계를 가정해보자.그 세계에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갖는 미적 성질이 우리 세계에서 갖는 미적 성질과 동일하리라 보장할 수 없 을 것이다.114)따라서 미적 속성과 비미적 속성 간의 의존적 관계를 수 반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면,약한 수반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이런 의미에서 미적 영역의 특성 상 강한 수반을 주장하기 는 힘들지만,실재론 입장을 견지하기 위하여 수반을 포기할 수 없는 미 적 실재론자들이 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노선이 바로 창발적 수반인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