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 사회학 연구들은 전문가의 평가 또한, 일반인들만큼
도덕적·정치적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민정, 2005). 둘째, 기술
관료제 사회에서 과학 지식의 권위를 지나치게 이용함으로써 지식으로써의 권위가
점점 상실되고 있다. 기술 관료제에서 사회정치적 문제들의 해결에 과학 지식을
이용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은 실상 과학과 별 상관이 없다. 셋째, 사실이
불확실하고 가치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하는 오늘날에는 기꺼이 이용할
과학적 증거가 없다. 또한, Irwin (2002)은 시민들이 지역 사회의 환경 문제에 대해
해당 지역을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 사회 전문가이기 때문에 과학 전문가와 함께
의사 결정에 참여할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민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과학 기술 전문가의 전문성과 동일 선상에 놓았다.
과학 기술만능주의가 오늘날 많은 불확실한 위험을 양산했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Leiss, 1996).
하지만 이는 SSI을 다룸에 있어 ‘과학적 증거’에 절대적 지위를 부여하고 여타 다른
요소를 의사 결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것이 문제의 근원인 것이지, ‘과학적
증거’가 의사 결정에 반영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SSI 자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과학적 지식은 필수적이며, 과학적 증거의 한계성을 인식하는 데도 과학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또한, SSI에 대한 시민 참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자주 거론되는 것이 시민들의 전문성 문제이다. 과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과학 관련 사회 문제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우려는 상당하다 (이건혁 외, 2017; 장현주,
2020).
SSI에 있어 과학적 지식과 시민 참여는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과학 관련 사회 문제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과학 교육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성공적인 교육은 교사가 학습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성공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적합한 교수 접근을 취하는 것에 달려있다 (Hodson, 2014a).
토론토 대학의 명예교수인 Derek Hodson (2014a)은 과학 교육의 목표를 크게
4가지로 범주화하였다.
1. 과학 학습 (Learning Science) — 개념 및 이론 지식을 습득하고 개발 2. 과학에 대한 학습 (Learning about Science) — 과학 탐구의 특성, 그것이
생성하는 지식의 역할과 상태, 중요한 과학 이론의 기원과 발전을 둘러싼
사회적, 지적 상황, 과학계가 전문가를 확립하고 모니터링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개발. 과학적 주장을 알리고, 방어하고, 자세히 조사 및
검증하는 언어 관습에 대한 지식. 과학, 기술, 사회 및 환경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
3. 과학의 수행 (Doing Science) — 과학 탐구 및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전문성을 개발
4. 과학 관련 사회 문제 해결 (Addressing socioscientific issues) —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SSI 대응을 위해 중요한
기술 (skill)을 개발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의 목표와 관련해서는 그간 많은 과학 교육 연구가
수행되었고, 현장에서의 많은 실행이 이루어졌다. 학생의 과학적 개념 및 이론
지식의 습득을 연구하기 위한 학생의 개념 변화 연구 (Driver & Scanlon, 1989;
Posner et al., 1982), 학생의 NOS (Nature of Science)에 관한 연구 (Lederman, 1992;
Lederman et al., 2002; McComas et al., 1998), 과학 탐구에 관한 연구 (Flick &
Lederman, 2004; Hanauer et al., 2006; Lederman, 1992; Longino, 1990) 등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존 교육에서 다뤄진 과학적 지식의 습득이나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 과학적 탐구 능력만으로는 학생들이 최근 대두되는 과학 관련 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역량을 제공해 주지 못했다. 과학 관련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과학의 영역에 국한된
능력뿐만 아니라, 기꺼이 실천하려는 마음 (Almers, 2013; Breiting & Mogensen,
1999; Lundegård & Wickman, 2007), 실천을 위해 전략을 구성하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Hedefalk et al., 2014; Jensen, 2002; Jensen & Schnack, 1997; Uzzell,
1999),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 (Bishop & Scott, 1998; Breiting & Mogensen, 1999), 나의 문제라는 주인 인식 (Almers, 2013; Breiting, 2008; Jensen, 2004;
Lundegård & Wickman, 2007)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근의 과학 교육에서는 과학 관련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skill)을 개발하는 네 번째
목표가 중시되고 있다 (Hodson, 2014b).
실천지향 과학 교육이란 단순히 학생을 미래 사회를 구성할 시민이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한 명의 주체적 행위자로 바라보고 (Alsop &
Bencze, 2014), 이들을 해박하고 힘이 있는 (informed and empowered) 시민이 되어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Chawla & Cushing, 2007; Schusler et al., 2009). 학생은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시민 사회의 민주적 의사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지니고 있으므로
(Alsop & Bencze, 2014), 단순히 교육적 맥락에서 과학 관련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맥락에서 실천(action)해야 한다.
실천지향 과학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는 캐나다의 STEPWISE를 꼽을 수 있다.
STEPWISE는 ‘Science and Technology Education Promoting Wellbeing for Individuals, Societies and Environments (개인, 사회 및 환경의 웰빙을 촉진하는 과학 및 기술 교육)’의 약자로, 신자유주의 및 자본주의 (capitalism)로 인해 나타난
과학 기술의 불합리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학생들이 실천 (action)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Bencze,
2017).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은 자신이 관심 있는 특정 문제와 관련된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을 실천한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단계는 RiNA 견습과정
(RiNA Apprenticeships)이다. RiNA는 ‘Research-informed & Negotiated Action’의 약자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동료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행동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독립적인 RiNA 수행을 위한 전문성을 계발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학생의 RiNA
프로젝트 (Students’ RiNA Projects)이다. 이 과정에서는 교사의 도움 없이 학생이
RiNA를 수행함으로써 독립적인 행위자의 지위를 갖게 된다 (Bencze,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