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자기자비는 심리적 건강과 정적인 관련성 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 지 않았다. 자기자비의 심리적 구조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국내 참여자를 대상으로 상기관계를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 연구 1에서는 자기자 비가 자존감과 독립적으로 심리적 건강을 설명하는지 검증함으로써 자기자비 개념의 임상적 유용성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심리적 건강 중 특히 자기가치 감 조절의 문제와 관련된 우울, 경계선 성향 및 자기애 성향을 심리적 증상 의 요인으로, 삶의 만족도와 심리적 안녕감을 안녕감의 요인으로 구성하여 자기자비의 독립적 영향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자기자비는 우울취약성 중 하나인 자기비판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자 기비판 성향이 강한 사람은 성공과 실패를 자기가치의 위협으로 해석하기 때 문에 실패와 위협에 직면하여 부정정서를 더 많이 경험하며(Blatt, 2004), 자 기위로(self-reassurance) 곤란 및 자기공격(self-attack)에 저항하는데 있어서 의 어려움을 경험한다(Gilbert & Proctor, 2006). 최근 자기자비 처치나 자애 명상을 통해 우울과 자기비난이 감소하고(조용래, 노상선, 2011; Gilbert &
Proctor, 2006; Kelly et al., 2009), 신경전달물질 및 뇌의 활성화 패턴에서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결과(Lutz et al., 2009; Rockclift, 2008)가 제시되었다.
한편 자존감은 우울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개념이다. 따라서 자기자비가 자존감에 더해 우울을 설명함에 있어 증분타당도가 있다면 자기자비의 임상 적 유용성을 보다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자비는 자기가치감의 조절에 만성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성격 장애 및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부적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경계 선 성격장애는 극심한 자기혐오를 특징으로 하고,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외현 적인 자존감은 높으나 내현적 자존감은 취약하고 불안정하여 실패와 위협에 쉽게 불안정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Kernberg, 1975). 두 장애 모두 자신
을 달래고 안심시키는 공감적인 자기위로능력의 내면화 과정을 발달시킬 수 없었던 것을 핵심특징으로 한다(Gilbert & Procter, 2006; Kernberg, 1975;
Kohut, 1971; Linehan, 1993). 자기자비 부족도 가혹한 환경으로 인해 자기친 절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발달기원으로 한다는 가설이 제안되 었다(Neff, 2009a). 자기자비와 성격장애 간에 이론적으로 관련성이 있어 보 이나, 국내에서 경계선 성향자들을 대상으로 자비심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 여 효과를 검증한 연구(노상선, 2010)를 제외하고는 자기자비와 성격장애 간 의 관계를 탐색한 경험적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 자기애성 성격장 애는 외현적으로 평균이상의 자존감을 나타내고, 경계선 성격장애는 낮은 자 존감을 넘어선 극심한 자기혐오나 자해를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존감의 수준만으로 이 두 장애의 자기가치감 조절의 문제를 설명하기 어려 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자기자비와 자존감이 두 성격장애에 차별적으로 미 치는 영향에 대해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자기자비는 정신병리를 개선시키는 것 이상으로 긍정적인 심리적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제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기자비와 긍정 정서, 행복감, 심리적 안녕감 등의 상호상관을 본 연구들(예: Neff et. al., 2007) 외에도 자기자비 개입 혹은 마음챙김 개입 후의 심리적 안녕감의 증진 을 본 효과연구(Cho, 2010; Walker & Colosimo, 2011)나 생활스트레스를 통 제한 후에도 자기자비가 심리적 안녕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유연화 등, 2010) 등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존감의 영향을 통제한 후에도 자 기자비가 안녕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자존감과 자기자비의 상호관련성을 살펴보고, 심리적 부적 응 및 안녕감을 설명함에 있어 두 변인이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 뚜렷이 구분될 수 있는 개념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선행이론 및 경험연구 에서 자기자비가 심리적 건강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으며 자존감을 보완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제안에 따라 연구 1의 가설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첫째, 자기자비는 우울, 경계선 성향, 자기애 성향1)과 부적 관련성을, 삶의 만족도, 심리적 안녕감과 정적 관련성을 보일 것이다.
둘째, 자기자비는 자존감의 영향을 통제하고도 심리적 건강을 추가 설명할 것이다.
셋째, 자기자비는 자존감과 심리적 건강간의 관계에서 조절효과를 보일 것이다.
방 법
연구참여자
서울소재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연구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였으며, 연구참여에 동의하는 학생만 설문에 응답하도 록 하였다. 총 291명이 응답을 하였고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한 269명(남 182 명, 여 87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평균 연령은 21.64세(표준편차=2.40)로 연 령 범위는 18세에서 31세까지였다.
측정도구
한국판 자기자비 척도(Korean version of the Self-Compassion Scale: SCS). 개인의 자기자비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Neff(2003b)가 개발하 고 김경의 등(2008)이 번안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각 문항 내용대로 얼마나 자주 행동하는지를 5점 Likert 척도 상에서 평정하 도록 하는 26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점이 높을수록 자기자비 정 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6문항 중 13문항은 역채점하도록 되어 있으며, 자기-친절(Self-Kindness, 5문항) 대 자기-판단(Self-Judgement, 5문
주. 자기애 성향은 건강한 자기애가 아닌 병리적인 자기애성격성향의 정도를 의미함
항), 인간보편성(Common Humanity, 4문항) 대 고립(Isolation, 4문항), 그리고 마음챙김(Mindfulness, 4문항) 대 과잉-동일시(Over-Identification, 4문항)의 3가지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적 일관성은 원판이 .92, 한국판이 .87 로 보고되었고, 본 연구에서는 .93으로 나타났다. 하위척도의 내적 일관성은 자기친절 .86, 마음챙김 .80, 인간보편성 .80으로 나타났다.
한국판 Rosenberg 자존감 척도 (Korean version of Rosenberg Self-Esteem Scale: RSES). 전반적인 자존감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Rosenberg(1965)가 개발하고 이훈진과 원호택(1995)이 번안한 척도를 사용하 였다. 총 10문항, 5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높은 점수일수록 자존 감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한국판 척도의 내적 일관성은 .89였으며, 본 연구 에서의 내적 일관성은 .87로 나타났다.
한국판 유병률 연구센터-우울척도(Korean version of the 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Depression: K-CES-D). Radloff(1977)가 개발 한 척도로, 우울증의 역학연구에 널리 활용된다. 본 연구에서는 전겸구, 최상 진, 양병창(2001)이 번안․타당화한 한국판을 사용하였다. 0-3점의 Likert 척도 이며 20문항으로 이루어져있다. 한국판 척도의 내적 일관성은 .91이었으며, 본 연구에서의 내적 일관성은 .84로 나타났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척도(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Scale:
NPDS). 황순택(1995)이 DSM-Ⅲ-R(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1987)의 진단준거를 참고하여 성격장애를 측정하는 자기보고형 검사로 개발 한 척도 중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공유척도를 사용하였다. 총 18문항이며 각 문항이 자신에게 해당되는 정도에 따라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신뢰도가 높게 보고된(한수정, 1999) 7점 Likert 척도로 바꾸 어 사용하였다. 높은 점수일수록 병리적 자기애 특성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 다. 황순택(1995)이 보고한 내적 일관성은 .68이었으며, 본 연구의 7점 척도
방식에서는 .88로 보고되었다.
한국판 경계선 성격장애 척도(Korean version of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Scale: BPDS). Morey(1991)가 성격을 평가하는 자 기보고형 질문지로 개발한 PAI(Personality Assessment Inventory)의 11개 하위척도 중 하나로, 경계선 성격장애의 핵심특징을 측정한다. 홍상황과 김영 환(1998)이 번안한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총 23문항을 4점 Likert 척도상에서 평정하도록 되어 있다. 정서적 불안정성, 정체감 문제, 부정적 관계, 자기손상 의 하위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높은 점수일수록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해석되며, 특히 원점수 39점 이상인 집단은 임상집단과 유사 한 정도의 문제를 경험하는 위험군으로 분류된다(홍상황, 김영환, 1998). 한국 판의 내적 일관성은 .84로 보고되었고, 본 연구에서는 .90으로 나타났다.
한국판 삶의 만족도 척도(Korean version of Satisfaction with life scale, SWLS). 주관적인 안녕감을 측정하기 위하여 Diener, Emmons, Larson과 Griffin(1985)이 개발하고 조명한과 차경호(1998)가 번안한 삶의 만 족도 척도를 사용하였다. 총 5문항, 7점 Likert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개인 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본 연구에서 내적 일관성 은 .85로 나타났다.
한국판 심리적 안녕감 척도(Korean version of Psychological Well-being Scale: PWBS). 심리적 안녕감을 측정하기 위하여 Ryff와 Singer(1989)가 개발하고 김명소, 김혜원, 차경호(2001)가 번안하여 요인분석 을 통해 선별한 46문항 척도를 사용하였다. 심리적 안녕감 척도는 자기수용, 환경통제, 긍정적 대인관계, 자율성, 개인적 성장, 삶의 목적의 6가지 요인으 로 구성되어 있으며, 5점 Likert 척도이다. 본 연구에서 내적 일관성은 .91로 나타났다.
자료분석
측정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검토하기 위하여, SPSS 18.0판을 사용하여 Pearson 상관계수를 구하였다. 다음으로, 자기자비가 자존감과는 독립적으로 심리적 부적응 및 안녕감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자존감이 심리적 부 적응 및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자비가 조절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SPSS 18.0판을 사용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위계적 회귀분 석에서 다중공선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존감과 자기자비의 상호작용항 을 구성하기 전, 이 두 예측변인들의 평균 중심화점수를 구하였고, 두 점수를 곱하여 이를 상호작용항으로 사용하였다(Cohen, Cohen, West, & Aiken, 2003). 마지막으로, 위계적 회귀분석에서 자존감과 자기자비의 상호작용 효과 가 유의미하게 나온 경우,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단순 기울기 분 석(simple slope analysis)을 실시하고, 그림으로 도해하여 제시하였다. 비표준 화된 경로계수와 상수를 토대로 원점수 회귀방정식을 구성한 후, 자존감과 자기자비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토대로 평균에서 1표준편차 아래 점수를 해당 변인의 저수준으로, 그리고 평균에서 1표준편차 위에 있는 점수를 해당변인 의 고수준으로 사용하였다(Cohen et al., 2003).
결 과
자기자비와 자존감, 심리적 건강의 상관관계
연령과 종속측정치들의 상관은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성별에 따라 종속측 정치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자비와 자존감, 심리적 건강 측정치들의 평균과 표준편차, Pearson 상관계수를 표 2에 제시하였다. 먼저, 자기자비는 자존감과는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 r(267)=.69, p<.001. 자기자 비, 자존감과 심리적 부적응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기자비는 우울, 경계선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