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1. 한국 신공공외교의 추진 배경
2. 한국 공공외교의 수행체계
가. 공공외교 차원에서 본 한국 외교의 문제점
그렇다면 21세기 신공공외교의 특징에 비추어 본 한국외교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해방 이후 한국 역대 정권에 걸친 과거의 문제점은 무엇이었 으며, 오늘날 한국외교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5Peter van Ham, Social Power in International Politics (New York: Routledg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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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한국의 외교는 <표 Ⅱ-2>에서 보듯 한편으로는 국제질서의 변화와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차원의 정치경제적 변화 및 발전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지면서 변화해왔고, 정부부처 조직개편은 이러한 변화를 뒤 따라가며 반영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해방 이후 1980년대 초반까지는 국제적으로는 냉전 대결구도와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 정권하의 ‘반공국 시,’ ‘경제성장 우선주의’ 통치 멘탈리티 하에, 한국의 외교는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하는 안보 중심의 정무외교, 그리고 경제성장을 위한 차관 및 무역외 교에 집중되었다.
이 시기의 공공외교는 공보처(1948)-공보부(1961)-문화공보부(1968)- 문화공보부 산하 해외공보관(1971)으로 이어지는 정부조직이 전담하였으 나, 사실상 그 내용은 국내 차원의 일방적 정권 및 정책 홍보가 그 주가 됨으로써 위로부터의 대국민 캠페인, PR에 머무르는 것이었으며, 해외공보 관 역시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시각 자체가 정권의 정당화를 위한 수단적 경향이 강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에는 탈냉전 세계화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민주화,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수출지향형 시장경제체제가 공고화되 면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이에 따라서 안보 중심의 정무외 교와 더불어 경제통상외교가 한국외교의 제2의 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를 반영1948년 외무부 설치 이래 처음으로 외교부는1998년 통상산업부 의 통상기능을 흡수하여 부내에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면서 외교통상부로 개칭하게 되었다. 즉 1990년대까지 이르는 동안 한국외교는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는 “냉전형 정무외교,” “중상주의형 경제외교”6를 외교의 쌍두마차로 하는 외교를 정착시켜왔던 것이다.
6박철희, “한국 공공외교의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을 위한 제언,”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
2차 연구용역, 2011).
<표 Ⅱ-2> 한국외교의 시기별, 단계별 변화
단계 외교 특징 시기 세계질서 변화 정치경제 변화
1단계 정무(안보)외교 중심 1945~
1980년대 ∙냉전구조 심화
∙권위주위 정권
∙반공 국시
∙집약적 산업화
2단계 경제통상외교 제2의 축으로 부상
1980~
1990년대
∙탈냉전 세계화
∙미국 일방주의 등장
∙‘워싱턴 콘센서스’의
등장
∙민주화
∙수출지향형 시장경 제 체제 공고화
∙하드파워 차원에서 의 중견국 입지 확립
3단계
∙외교 대상국의 전지구화
∙Double
dependency의 심화
2000년대
∙세계화의 심화
∙정보통신기술의 대중화
∙미국 일방주의 퇴조
∙아시아, 특히 중국의 부상
∙하드파워의 한계 노정과 소프트파워 중요성 대두
∙‘글로벌 스페이스’
등장
∙민주주의 공고화
∙시민사회의 활성화
∙국내 정치적 양극화 의 심화
∙지속 가능한 경제 성 장 모델의 모색 4단계?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 쉬프트:
‘신공공외교’를 제3의 축으로?
2010년대
이 시기의 공공외교는 문화공보부에서 분리된 공보처(1990)-공보실
(1998)-국정홍보처(1999) 및 해외홍보원(1999)으로 이어지는 정부조직이
전담하였으며, 민주화와 경제적 성공으로 인해서 전 단계에 비해서 ‘정권’보 다는 한국이라는 ‘국가’를 해외에 알리는 데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상에 있어서는 문화적 측면에 국한되었으며, 쌍방향적 교류보다는 일방적 홍보, 전달에 그침으로써 구세기 공공외교의 한계를 그대로 갖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9·11 테러사건과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2008년부터 시작된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세기말 미국의 일방주의가 퇴조하고 하드파워의 한계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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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했던 바와 같이 ‘신공공외교’가 전세계적 차원에서 외교의 새로운 패러 다임으로 부각되었다.
이 시기의 한국의 공공외교는 국정홍보처를 폐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통폐합(2008년)하고 기존 해외홍보원을 해외문화홍보원으로 흡수하면서 문화외교의 조직적 재편을 하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외교통상부 산하에는
1991년 설립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문화와 더불어 한국학, 한국어 및 인적
교류를 축으로 하는 공공외교기관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과거의 일방적 홍보 및 전파로부터 쌍방향적 교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 공공외교 의 영역이 지나치게 ‘문화외교’에 편중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개별 적이고 산발적으로 분산된 프로그램, 그나마도 문화에 치우친 공공외교의 한계성에 직면하고 있으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소프트파워 자원 과 자산의 잠재성을 충분히 개발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공공외교는 문화외교의 틀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공공 외교의 다양한 주체들이 전개하는 문화외교에서도 ‘한류 과용(過用)’ 현상 이 두드러진다.
지난 60년간 한국의 외교적 과제는 오로지 국가 생존에 초점을 맞추어온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하드파워의 신장을 통한 부국강병이 대내외 정책의 최우선 순위였으며, 강대국에 의해 만들어지는 국제환경과 질서 양식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편승하는 적응력을 함양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러한 점에서 전형적인 ‘신현실주의적 외교 패러다임’이 한국 외교 를 지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와 같은 외교 패러다 임을 바꾸어야 할 시대적 환경이 도래하였다.
21세기 초반 세계적, 국내적 맥락에서 한국 외교의 축은 정무(안보), 경제
통상이라는 두 핵심 이슈에서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인 이슈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며, 외교 대상으로서의 지역 및 국가 차원에
있어서도 한반도 주변 강대국 위주의 편향외교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과 신흥시장국들로 다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이슈-지역차원에서의 다변화의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해 신공공외교가 한국 외교의 제3의 축으로 자리잡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 한국 공공외교의 수행 주체
한국의 공공외교, 특히 신공공외교에 대한 인식과 노력은 2000년대 후반 에 들어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7 2008년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국가브 랜드를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소프트파워 외교를 펼쳐 나가겠다”며 ‘소프트파워 외교’를 강조하였으며, 2010년 취임한 김성환 외 교통상부 장관은 “공공외교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복합외교의 핵심 요소로서, 모든 정부 부처, 그리고 기업과 시민사회를 비롯한 민간부문이 함께 외교에 참여하는 복합외교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하드파워 만으로는 부족하고 소프트파워 및 네트워크 등 가용한 자원과 접촉선을 총동원하여 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외교부 장관의 이와 같은 정책의지는 과거 정무와 통상, 그리고 강대국에 집중되어왔던 한국외교의 변화의 필연성과 소프트파워를 자산으로 하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교부는 2010년을 “공공외교 추진 원년”으로 선포하 고, 5월에 공공외교에 대한 전문적 연구와 사회적 담론의 확산을 위해 한국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과 더불어 ‘공공외교포럼(Korea Public
Diplomacy Forum)’을 출범시킨 데 이어 2011년 9월에는 최초로 공공외교
대사(Ambassador for Public Diplomacy)직을 신설하여 마영삼 대사를
7이 부분은 김기정 외, “한국 공공외교 수행체계 연구,” (외교통상부 연구용역과제 보고서,
2013.1); 김휘정, “문화외교와 국제문화교류 부문 정책수행체계의 개선방안,” (NARS 현안
보고서 145, 2012.3.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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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대사로 임명하였다. 또한 2012년 1월에는 외교부내 공공외교의 기능 을 강화하고 관련 실질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문화외교국의 문화외교 정책과를 공공외교정책과로 개칭하였다.
공공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적 인식은 지난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출범 직후인 3월의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북핵문 제, 한미, 한중관계 등과 더불어 중견국 외교 및 공공외교의 활성화를 핵심 외교과제로 지목하고 있다.8 중견국 외교는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공외교는 국민참여형 공공외교와 국내 차 원의 법적, 제도적 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공공외교 수행체계는 공공외교 분야를 둘러싼 정부부처 간 관할영역의 중 복 및 중첩, 공공외교 추진체계의 구심점 및 조율기관의 부재, 그리고 외교 부내 공공외교 주무부서의 주변부화(marginalization) 등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 인가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 공공외교의 수행체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여기에 서는 공공외교의 실행 과정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핵심 구성요소에 주목하는 ‘5단계 분석틀(5-phase framework)’을 사용하고자 한다. <그림
Ⅱ-1>은 공공외교의 다섯 가지 요소를 실행단계별로 적시한 것 (implementation flow)이며, <그림 Ⅱ-2>는 이와 같은 5단계 분석틀에 의거한 한국 공공외교의 전반적 수행체계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1) 정부 차원의 공공외교 수행 주체(<표 Ⅱ-3>)와 (2) 자원 및 자산 에 따른 공공외교의 영역이라는 두 가치 차원에 초점을 맞추어서 한국 공공 외교의 수행체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82013년 외교부 업무보고, <http://www.mofa.go.kr/introduce/plan/index.jsp?menu=
m_70_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