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불평등 추이와 논의,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대비
윤희숙(KDI 국제정책대학원) Ⅰ. 서론
4차산업혁명이 소득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4차산업혁명의 실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견들을 차치하더라도 4차산업혁명이 라 뭉뚱그려 표현되는 기술변화가 우리경제의 생산방식과 산업구조를 비롯, 경제전반에 걸 쳐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대략의 공감대마저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보기술과 기존 기술의 범용적 결합에 동반되는 급속한 기술변화, 그리 고 그것이 초래하는 작업방식 및 근로형태 변화 속에서 특정 사용자와 근로자간 결합이 약 화되고 유연적 활용이 강화될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 정도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즉 어 떤 개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상 소득불평등에 미치 는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단지, 노동과 자본의 이동성이 강화되는 흐름을 저해하지 않 으면서도, 이것이 분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선제적으로 모색하는 것 정도를 대비책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대비’라는 용어로 통상 기대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이 소득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어떤 경로로 미칠 것인가를 가늠한 후 이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을 모색하는 시도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소득분배와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측면의 관련이 맺어지기도 한 다. 이는 소득불평등 심화가 4차산업혁명을 비롯한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반감과 저항을 초 래함으로써 닥쳐오는 변화를 준비하거나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정이 저해된다는 시각이 다. 이는 소득불평등과 4차산업혁명이 갖는 인과관계를 주로 국민정서적 통로로 상정하면서, 분배를 개선하는 것이 4차산업혁명의 성공적 도래나 대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에서 본 소득불평등 이슈는 사실상 소득불평등에 대한 전통적인 연구주 제들이다. 소득불평등의 정도와 변화추세, 변화 원인 등을 파악하고 정책적 함의를 추출하는 것이 여전히 주축이되, 이 중 기술변화와 관련된 부분이나 소득불평등이 사회적 갈등을 심 화하는 정치경제학적 경로에도 관심이 두어지는 정도일 것이다.
근래 소득불평등 이슈에 대한 국내 각계의 관심이 증대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관찰 할 수 있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점은 소득불평등을 파악하는 기초인 분석대상과 분석지표 에 관한 일관성이 상당정도 결여된 가운데 불평등 심화를 주장하는 다양한 진단이 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임금격차, 노동소득분배율, 최상위소득 비중 등 분배 전반을 대 변하기 어려운 부분적 지표로부터 소득불평등도를 진단하고 직접적인 분배정책 대안을 제안 하는 추세가 그렇다.
포퓰리즘 약진과도 관련이 깊다. 그러나 그런만큼, 적어도 전문가 그룹에서만큼은 소득불평 등 이슈의 냉정한 진단과 근본원인과 대응을 차분히 모색하는 노력이 더 중요해진다.
또한 4차산업혁명 등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측면에서 더 우려되는 문제는 현재 제출되고 있는 많은 소득불평등 진단들에 있어 글로벌 흐름에 대한 고려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소득분배는 기술발전과 세계화의 영향이 국내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면서 악화된 것으로 관찰되는 만큼, 소득분배 추이를 관찰함에 있어 한국경제를 글로 벌 경제의 변화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만약 글로벌 환경의 거대한 흐 름에서 파생되는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국내적 갈등 요인에만 시각을 제한한 국지적 시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미래 대비를 위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 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 본 연구는 소득불평등 분석의 방법론적 기초를 간단히 리뷰하고, 이에 비춰 근래 소득불평등 분석관행에 대한 몇가지 주요 이슈를 검토할 것이다. 이 과정에 서 일부 이슈는 그 논쟁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득불평등 분석에 있어 갖는 실제 적인 중요성은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개진될 것이다. 그런 후, 최근의 소득분배 경향에 관한 관찰결과와 주요 미해결 이슈들을 개괄하면서 향후 연구방향과 정책방향에 대한 함의 를 추출하고 소득불평등 이슈들을 재구성하려 시도할 것이다.
Ⅱ. 소득불평등 분석틀
1. 개론
소득불평등에 관한 이론틀과 분석방법론은 경제학의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체계화되었다. 이는 분석을 위한 가구소득 데이터가 주요국에서 1990년대 이후에야 가용해진 데에도 기인했지만, 소득불평등 추세가 2차 대전 이후 상당히 안정적이었기 때문 에 이 분야에 대한 경제학 내 관심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Salverda, Nolan and Smeeding, 2009). 이러한 추세가 전환된 것은 1980년대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임금격차가 크게 확대되면서 소득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이다. 근래에는 글로벌 기업의 CEO 등 최상위계층의 소득 비중이 급증하는 현상이 사회적, 정치적 갈등요소가 됨으로써 소득불 평등 분석에 대한 관심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체계화가 늦어졌긴 하지만, 근래 소득불평등의 이론과 분석틀에 대한 핸드북 이 세차례에 걸쳐 출간된 결과(Silber, 1999; Salverda, Nolan and Smeeding, 2009;
Atkinson and Bourguignon, 2000, 2015a), 그간 축적된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기본 분석틀의 표준화가 높은 수준까지 이루어졌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관련 연구들이 이런 기본 분석틀을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 분야 특수적 상황이라 간주하기는 어렵다.
기본적 분석틀을 논하기 이전에 우선 소득불평등 연구의 주된 내용을 열거하자면, 주로 소득불평등의 정도와 변화추세, 원인을 파악하고 정책적 참의를 추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 다. 대표적으로 소득불평등 수준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수준변화), 다른 나 라에 비해 높(낮)은가(국가비교), 시장소득불평등과 가처분소득불평등의 차이(조세/이전지출
이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도), 소득불평등 변화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가(원인파악), 경제 내 어느 부분이 소득불평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가(소득불평등 분해 및 주도영역 파악) 등 으로 집약된다.
이런 내용을 분석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것은 우선 무엇을 대상으로(inequality of what and among whom) 한 분석인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OECD, 2012). 이는 분석 대상과 범위에 따라 상충되는 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부집단으로 한정하지 않은 전반 적 소득불평등 분석의 기본 단위는 가구소득을 반영한 개인경제력이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이 경제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 격차이므로(Jenkins & Van Kerm, 2009) 가능한 포괄적인 소득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 3단계를 종합하는 것이 필수이다.
1. 노동시장에서의 개인의 숙련과 기회, 그로 인한 수익 2. 가구구성 및 소득창출자의 가구간 분포
3. 자본소득을 포함한 다양한 시장소득원천과 이전지출
바꿔 말하자면, 이 중 일부 단계에 대한 분석이 그 나름의 의의를 갖는 반면, 그것만으로 일국의 소득불평등을 진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 분석대상
소득불평등 분석은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상반되는 관찰이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 모두가 국가의 소득불평등에 대한 진단이라 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분석대 상에 따라 불평등 추이 뿐 아니라, 그것을 초래하는 원인과 과정까지도 달라진다.
물론 분석에 따라 제한적인 인구그룹과 특정 소득원천을 대상으로 설정하기도 하며, 분 석의 폭과 범위가 작다고 해서 분석의 의의가 자동적으로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분석 의 포괄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확보된 데이터의 측정오차나 일관성 문제가 개선되는 경향 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괄성 수준이 낮거나 높거나 각각의 장점이 존재한다. 단, 국가 전반의 소득불평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포괄성 수준을 갖춰야 하고, 제한된 범위의 분석을 수행했을 경우에는 그에 부합하는 결론을 제시하고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배연구에서 자주 설정되는 분석대상을 분석 범위에 따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근로자간 시간당 임금 격차
2) 근로자간 근로소득(시간당임금 × 근로시간) 격차 3) 자영자를 포함한 취업자간 근로소득 격차
4) 미취업자까지 포함한 근로연령대 개인간 근로소득 격차 5) 가구내 취업자 근로소득 합계액의 가구간 격차
위의 항목들은 포괄성이 확대되는 순서로 제시되어 있는데, 위쪽에 제시된 항목에 추가 적인 소득원천이나 인적그룹을 포함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때 다음 항목이 되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 간 임금격차는 근로소득을 분석하기 위해 가장 선차적으로 수행돼야 하 는 기본항목인데, 여기에 근로시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근로자 간 근로소득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시장 참여 개인에 한정된 범위이기 때문에 미참여 개인까지 포함 해 근로소득을 파악해야 생산가능인구 전반의 근로소득 격차를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이 노동시장의 움직임과 연동된 개인 근로소득 격차의 분석이라면, 여기에 다른 소 득원천을 합산하고, 가구내 취업자 분포까지 고려했을 때 가구시장소득 전체의 분포를 파악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적부문과 관련된 조세/이전지출을 포함하면, 가구 가처분소득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통상 일국의 소득불평등을 분석하는 표준적 대상은 가구가처분소득 을 개인화한 소득이다. 바꿔 말하자면, 임금이나 개인 수준의 분석으로 소득불평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는 가구, 가족, 개인 모두가 소득 분석의 흥미로운 대상이지만, 국가 대상 소득불평등 분석을 위해서는 전체 인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Jenkins and Van Kerm, 2009). 경제 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모두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소득불평등 분석을 위해서는 각자가 접근가능한 경제력을 비교해야 하는데, 이는 해당 개인이 속한 가구의 가구원이 벌어들인 소득을 풀링한 후, 가구원 규모에 따라 지출소요가 달라진다는 점을 반영해 소득규모를 조 정해 개인당 소득을 산정한 결과이다. 즉, 직접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이들 개 인이 모이고 비경제활동인구를 부양하며, 연금 등 공적/사적 이전지출을 수령하는 단위인 가구를 기반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가용한 경제력을 산출해야 소득불평등을 분석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단위의 가구소득조사을 이용한 분석으로서만 전국민 대상의 소 득불평등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가구 단위로 합계된 소득을 가구원 1인에게 가용한 액수로 환산하는 과정은 단순 히 가구소득을 가구원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구지출상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 방식이다.
지출소요를 고려해 인당 가용 경제력을 산정하는 방식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옥스퍼드 균등화방식(Oxford equivalence scale)과 가구원수 제곱근 방 식이다(Anyaegbu, 2010). 전자는 성인가구원에게는 0.7, 아동에게는 0.5씩의 가중치를 부여 한 후 그 합으로 가구소득을 나누는 방식으로 1980~90년대에 널리 활용된 바 있다. 후자인 제곱근 방식 (Square root scale)은 가구원 수의 제곱근을 씌운 수치로 가구소득을 나누어 이를 가구원 1인이 활용가능한 소득이라 간주하는 방식으로 근래 들어 OECD 저작물에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OECD 저작물 중에서도 특정 국가에 대한 보고서 등은 개별 국가에서 사용하는 균등화방식을 준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이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제곱근방식을 사용해 가구소득을 균등 화하고 있다. 간단한 예로, 4인가구의 경우 가구총소득을 2로 나눈 값을 가구원 1인의 개인 소득이라 간주하는 것인데, 이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다면 단독가구원보다 4인가구가 (4배 가 아니라) 2배의 지출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에 기반했다고 할 수 있다.
3. 불평등 지수
소득불평등에 대한 관찰이나 이에 기반한 결론은 어떤 불평등 지수를 사용하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만일 소득분배가 단일한 현상이었다면, 다양한 지표를 사용하더라도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소득분포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측면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변 화할 수 있다. 이는 어떤 지수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소득불평등에 대한 상충되는 결과를 얻 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떤 불평등지수를 선택하는지는 분포상의 특정 부분에 대한 연구자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렇게 다양한 지수들이 서로 대체가능하지 않은 이상, 각 지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특정 지표를 사용하는 이유가 적절할 경우, 그 결론이 다른 지표들을 사용했을 때와 다르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치부될 이유는 없다. 각 지표의 성격과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고, 분석의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요구될 뿐이다.
불평등 지수에 대한 이론화는 크게 사회후생함수에서 도출된 유형과 불평등지수로서 기 본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요건을 공리화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Chakravarty, 1999). 전 자의 경우 형평과 효율에 대한 상충관계가 사회후생함수에 의해 설정되고 이에 따른 원칙이 불평등 지수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반감(aversion to inequality)을 불평등지수에 내장하여 불평등 정도를 평가하는 앳킨슨 지수를 들 수 있다.
후자에 관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비교하기 위한 기본적 성격들이 공리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불평등 정도를 평가함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4공리는 다음과 같다(Fields, 2001).
① 분석대상이 되는 소득 크기가 중요할 뿐 특정인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는 불평등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anonymity).
② 경제의 규모가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income homogeneity or scale invariance, relative income principle), 즉, 소득의 절대수준이 아닌 상대적 규모만이 불평등 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1000원, 2000원)의 분포와 (2000원, 4000원)의 분포는 불평 등도 면에서 동일하며, 이는 경제성장이나 화폐단위 사용에 따라 불평등도가 영향받지 않는 다.
③ 인구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불평등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population homogeneity or replication invariance), 즉, 분석대상 인구와 그 소득을 몇배로 복제한다고 해서 불평등 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인구규모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직 중요한 것은 특정 소 득수준을 보유한 그룹간의 비중이다.
The Pigou-Dalton transfer principle).
그런데 흔히 활용되는 불평등 지수들이 상기한 요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일 부를 만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수로서의 유용성이 전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나 유용성 이 제한된다. 예를 들어, 분산(variance),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로그분산(log variance) 등은 소득분포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러나 소득수준 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인구규모로부터의 독립성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불평등 지수로 서의 유용성이 현저히 제약된다.
이들 공리가 갖는 의미를 검토할 때 핵심적인 도구는 로렌츠 곡선이다. 잘 알려진 대로, 로렌츠 곡선은 소득규모에 따라 경제주체를 줄세웠을 때(적은 소득에서 큰 소득 순서로), 경 제주체의 누적 비중(X축)에 따른 누적소득 비중(Y축)을 그린 곡선이며, 소득불평등도의 정 도는 로렌츠곡선의 오목한 정도가 높아 45도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때 한 곡선이 X축상의 위치와 상관없이 다른 곡선보다 45도선으로부터 멀다면 불평등도가 더 높 다고 판단하는 데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로렌츠 우위 기준이다(Lorenz dominance criterion).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4개의 공리가 만족할 경우 로렌츠 곡선이 교차 하지 않는 한 로렌츠 기준에 의한 불평등도 평가와 일치하게 된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위의 공리를 만족하는 것은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수로서 기본적인 요건이라 인정되는데, 그 중에서도 네 번째 공리인 소득이전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된다(Fields, 2001;
Chakravarty, 1999).
이들 요건이 의미하는 바는 불평등지수가 갖는 주관적 요소를 인정하는 가운데 보다 바 람직하다고 인정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요건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불평등 지수의 선택이 불평등도에 대한 다른 평가로 이어질 수 있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경 로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적 요건을 만족하는 지수인지가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위의 4공리를 모두 만족하는 지수로는 GINI, Theil 지수(일반화된 엔트로피 지수의 한 유형), Atkinson index, 변동계수(CV)를 들 수 있다. 참고로 상위소득비중, 하위소득비중, 퍼 센타일 지수(m percent/n percent ratio), 빈곤율 등은 네 번째 요건(transfer principle)을 만 족하지 않는다. 소득불평등 지수 중 GINI 계수가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이러한 공리적 우수성을 기반으로 하되, 지수로서의 직관적 단순성까지 더해진 결과이다.
Ⅲ. 소득불평등 관련 정책 이슈
1. 임금격차와 소득불평등 대응
본절에서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과 관련한 근래 논의 흐름을 앞에서의 기본분석틀에 비추어 검 토하려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소득불평등 분석의 기본틀은 전국단위 가구조사를 이용한 가구소득을 개인화해 전국민 개인에 가용한 경제력을 비교하는 것이다. 평이해보이는 이 원칙은 실제의 정책에서 는 날카로운 논쟁점을 초래한다. 대표적 이슈는 노동시장에 참여한 개인들 간의 임금격차를 소득재분 배 정책의 기본근거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이다.
과거 가구당 한 사람이 전일제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전형적이었던 경제구조에서 근로자 임금 격차가 곧 소득격차로 이어졌던 시절에는 임금분포를 압축(compression)하는 것이 소득분배의 개선을 의미했으나, 근래에는 임금격차와 소득격차와의 관계가 복잡해졌다. 근로자 개인을 관찰단위로 하는 임금격차와 가구를 단위로 가구원이 벌어들인 소득을 pooling 해 나눈 개인소득의 격차가 개념부터 다 른데다, 양자 간의 이러한 차이가 경제구조 및 가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빈곤정책과 임금지지정책의 분리라는 측면에서 우리를 포함한 다수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되어왔다. 무엇보다 소득분포 상 가장 취약한 가구가 무취업자 가구이기 때문에(De Graaf-Zijl and Nolan. 2011), 빈곤정책의 핵심은 무취업자 가구의 비중을 줄이거나 저소득가구내 근 로자 수를 늘리는(multi-earnership) 노력으로 이동하는 반면,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려 일자리를 위협 하는 것이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여성고용의 증가, 노인가구의 증가, 시간제 근무의 확산, 여타 소득원천의 기여 등 임금과 소득간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는 반면, 임금격차를 소득불평등과 동일시하면서 분배정책적 함 의를 도출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저임금근로자의 생계비를 보장 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별다른 견제 없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이 그것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4%라는 높은 인상률로 결정된 데에는 양대노총의 영향력이나 최 저임금위원회의 구성, 정부의 입장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근저에 는 개념적, 경험적 관련 지식이 학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널리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도 자리한다.
앞에서 간단히 개념적 차이를 언급했지만, 노동시장에서 관찰되는 임금격차는 일자리 분포, 여타 소득원천 등과 함께 가구소득 격차를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하다(Blau and Khan, 2009). [그림 1]에 나타난 것처럼 시간당 임금은 소득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 단위이며, 분석에 있어 선행되어 야 하는 단계이다. 반면, 소득불평등은 가구가처분소득이라는 최종적인 단계를 파악해야 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크게 임금과 근로시간, 취업여부, 근로소득 외 소 득원천, 가구원구성과 크기, 제도적 요인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개인의 시간당 임금격차를 완 화하거나 증폭시켜 가구소득의 격차로 귀결된다.
[그림 1] 임금격차가 개인간 소득격차로 귀결되는 경로와 기여요인
자료: OECD(2011) 재구성
가구소득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득원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임금소득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임금지지정책을 주장하는 데 중요한 논거가 되고 있다. 참고로 OECD 국가의 경우 임금소득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고 있으며(OECD 2011), 우리나라의 경우에 도 2014년 현재 국민계정상 72.8%, 가계동향조사상 7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전병유, 2015).
그런데, 소득원천별 중요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살펴보면, 근로소득 비중이 크다고 해서 사 실상 임금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직접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소득원천별 중요성에 대해 중요한 직관을 제시하는 고전적 연구인 Shorrocks(1982)는 가구총소득 가 임금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 개의 소득원천으로 구성된다고 할 때, 사용되는 불평등지수가 무엇이건 간에 소득불평등은 각 소득원천의 기여도(share, )로 분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바 있다.
×
×
여기서 는 총소득의 분산으로 조정된 개별 소득원천과 총소득간 공분산으로 표현되며, 이는 결국 개별 소득원천과 총소득간 상관관계, 개별소득원천의 비중, 소득원천별 불평등도 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총소득 내 비중이 큰 근로소득의 불평등도는 전체 소득 불평 등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게 된다.
이 중 임금격차와 소득불평등 간 관계에 관해 개념적인 혼돈이 발생하는 부분은 임금소 득의 불평등도가 임금소득을 창출하는 개인간의 임금소득격차 뿐 아니라 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까지를 포함한 격차라는 점이 흔히 간과된다는 점이다.
이는 임금소득(earning)이 시간당 임금과 노동시간간의 곱이라는 점에서도 상기될 수 있 다( × ). 여기서 는 무취업자( ), 불완전고용 의 경우까지를 포함 하기 때문에 근로소득격차는 근로시간 격차나 취업여부로 인한 격차를 배제하고 임금격차로 초래된 부분만으로 대체될 수 없다(Blau and Khan, 2009).
더구나 경제구조 및 가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근로소득 분포는 가구당 노동시장 참여자 수 및 참여자 당 근로시간이 가구간에 보이는 차이가 커지면서 점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 다. 가구원 수가 많아지면 가구원당 가용경제력이 줄어들게 되는 반면, 소득창출자 증가가 병행된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게 되는 구조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임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시도의 유용성은 점차로 낮아진다. 우선 저임금근로자가 소득분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Nolan and Marx(1999)에 의하면 저임금근로자 중 남성가구주가구는 빈곤선 아래에 위치할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근로자의 경우 저임금과 빈곤과의 상관관계가 낮았다. EU 국가들의 경우 저 임금 근로자가 빈곤가구에 속할 비율은 20% 미만이며, 양자가 일치하는지 여부는 해당 저 임금근로자가 얼마나 가구의 생계를 감당하고 있는지와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 업자 유무가 빈곤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함께 근로자 개 인의 한계생산성이 임금수준과 일치하도록 허용할 때 시장일자리가 창출될 여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임금개입보다 구직지원과 재정을 통한 소득보조가 빈곤정책의 주 요수단으로 중용돼야 주장들이 뒷받침된다(Bonoli, 2012; Kenworthy, 2008).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등 임금지지정책에 대한 기대가 과도 한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임금격차를 소득격차와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취업여부(일자 리기회)가 차지하는 중요성를 간과하는 분석관행으로부터 초래되는 것으로 보인다. 임금격 차를 보다 포괄적인 시각에서 소득불평등 분석에 위치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추가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서는 Ⅳ절에서 간단히 다시 언급할 것이다.
2. 노동소득분배율
우리나라에서 노동소득분배율 관련 논의는 내수부진 및 기존 성장모델에 대한 문제제기 와 관련되어 시작된 후(강두용・이상호, 2012), 소득불평등 심화와 동일시되는 방향으로 방 향으로 확장되었다(이병희 외, 2014).
이러한 추세는 두가지의 문제를 표출하는데, 첫째, 노동소득분배율이 소득불평등과 어느 정도로 긴밀한 관련을 갖는지는 수학적 관계라기보다 경험적 문제이며, 선험적으로 양자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애초 생산요소별로 국민소득이 지주, 자본가, 근로자에게 배분되는 계급주의적 관점에서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는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인 근로자에게 가는 파이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경로가 명확했다. 이는 리카르도가 노동소득을 비롯한 요소소득을 중요시한 고전주의 경제학의 흐름이 마르크스까 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Dagum, 1999). 이는 개인이 보유한 소득원천이 무엇인지 가 그가 속한 계급이 무엇인지와 동일시되었기 때문에 요소간 소득의 비중이 소득분포에 직 접적인 함의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당시의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이 해하는 방식이 계급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Atkinson and Bourguignon, 2015b:
Sandmo, 2015).
그런데 거의 수학적인 관계라 인식되었던 노동소득분배율과 소득분배와의 관계는 현대 경제로 오면서 몇가지 중요한 관찰에 힘입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우선 1980년대 이후 최 상위소득 비중이 급증하는 현상이 주로 대기업 CEO 등 노동소득에 주도된 점 등 임금소득 내 격차가 커지고 있는 점이다. 동시에 이는 인적자원이라는 용어가 내포하는 것처럼 근로 소득의 차이를 가져오는 인적역량이 투자와 축적, 세대간 이전 등 자본적 속성을 함께 가짐 으로써 생산요소별 구분이 희미해지는 것과도 깊이 관련된다. 이에 더해 연금제도의 발전, 자본소득 창출, 주택보유 증가, 조세/이전지출의 중요성 증가, 자영자 소득의 중요성 등 근 로자 개인의 소득원천이 다양해지고, 요소소득 분배가 개인소득분배로 이어지는 경로가 불 명확해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즉, 임금소득을 받는 근로자와 이윤을 소득원으로 하는 자 본가로 국가경제가 선명히 갈라질 수 있다는 개념적 구분에 기반해 경제를 계급주의적 관점 에서 파악하던 흐름 역시 악화되면서 노동소득분배율 개념 자체의 유용성이 감소했다(Glyn, 2009).
단, 자본분포가 부유층에 편중된 정도가 높을수록 노동소득분배율과 지니계수간의 상관 관계가 긴밀해지는데, 이는 근래 다수 선진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 이다(Daudey & Garcia-Peñalosa, 2007). 즉, 노동소득분배율이 갖는 분배적 의미는 자본분 포 편중 및 소득분포와의 상관관계 등 경험적 분석을 통해 확정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조사를 분석한 전병유(2015)에 의하면, 재산소득이 전체 시장소득의 분포를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평등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저소득층의 경우에도 재산소 득의 비중이 높은 가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소득비중이 1%p 증가하고, 자본소득비중이 1%p 감소하는 요소소득분배율의 변화가 나타날 경우, 지니계수는 오히려 소폭 0.00086 증가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노동소득비중이 높아지면 불평등이 미미하게나마 악화되는 구조
이다. 이는 국내에서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를 소득분배악화와 선험적으로 직결시키는 논의구 조가 재검토돼야 한다는 함의를 갖는다.
국내 노동소득분배율 논의의 두 번째 문제점은 이 이슈를 우리경제만의 특수한 문제인 것처럼 언급하는 경향이다. [그림 2]에서 나타나듯, 하락 폭에 있어 우리나라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예외적으로 크다고 보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OECD에서 노동소득분배율 하 락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자영자 영업소득을 자본소득으로 간주할 때(한국은행) 1990년대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소폭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전체 산업의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비율 을 적용해 영업이익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분리할 경우 하락폭이 현저히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높은 자영자 비중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수치 상의 변화와 결합되어 있다(유경준 외, 2014).
한편, 노동소득분배율 변화에 대한 해외의 연구 경향은 세계화 및 기술진보 속에서 생산 성 향상과 임금인상간 상관관계 변화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맞춰져 있 다. 즉, 노동소득분배율이 소득분배와 직접적인 수학적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면 서도 노동소득분배율 감소가 소득분배 악화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으로부터 이들 두 현 상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을 파악하려 노력하는 것이다(Glyn, 2009;
Guerriero and Sen, 2012; IMF, 2007; OECD, 2012).
대표적인 제3의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기술변화로 인한 노동과 기술간 대체관계의 작동 이다. OECD(2012)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80%에 이르는 비중이 기술진보와 자본심화의 결과로 파악된다. 1990년대 이후 기술발전은 자본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자본이 고숙련 노동과는 보완관계이나 저숙련 노동과는 대체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소득불평등도의 확대와 병행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소득분배율 감소 현상은 1990년대 주종을 이루던 숙련편향적 기 술발전(skill biased technoligical change)이나(Katz and Murphy, 1992) 보다 최근에 주목받 고 있는 Task approach(Acemoglu and Autor, 2011; Autor, 2013) 등이 환기시키고 있는 우 려들, ‘자본과 노동 일반의 대체성이 높아지는 중에 자본과 고숙련 노동간 보완적인 관계가 심화되면서 저숙련 노동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요소별 소득이라는 관점에서 관찰한 바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기술혁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의 경 쟁력을 높이고, 그렇지 못한 이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국적인 범위를 넘 어선 글로벌 차원의 변화라는 점이며, 이 과정에서 자본과 노동간 세력관계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진행중이라는 것이다(Freeman, 2009).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직시한 후, 근로자 개인이 적응해 흐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경 제시스템 차원에서 방도를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라는 점이다.
[그림 2] OECD 국가들의 노동소득분배율 추이(2000~2012)
자료: 유경준 외(2014)
3. 최상위소득비중
근래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은 최상위소득비중의 증가 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 30여년간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은 약 10%에서 20%로 두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근래 다수 선진국에서 있었던 빈부격차에 대한 반감의 심화 및 극우 포퓰리즘의 약진 속에서 가장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된 불평등 지수가 바로 최상위 소득비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김낙년(2012), Kim and Kim(2014), 박명호(2016) 등이 Atkinson, Piketty and Saez (2011)에서 소개된 방법론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최상위소득비 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보인 바 있고, 미디어로부터 소득분배악화 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막상 감성적 요소를 빼면, 소득불평등 지수로서의 최상위소득 비중이 갖는 유용 성은 크게 감소한다. 가구소득조사로 파악하기 어려운 최상위층의 소득 비중 변화를 조세데 이터를 통해 정확히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한 반면, 소득분배지수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시점간·국가간 비교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불평등지수로 서 갖춰야 할 기본적 공리를 위배하기 때문에 여타 소득분배지수를 대신할 수 있는지에 관 한 대체가능성 역시 빈약하다. 즉, 조세데이터를 통해 추출된 최상위소득비중 변화를 관찰하 는 데 유용한 지수이되, 이를 소득분배 전반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하는 것에는 중대 한 장애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Atkinson, Piketty and Saez, 2011).
우선 비교가능성의 문제는 조세데이터의 활용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이다. 세금납부자의 데이터는 소득분배 파악을 위한 가구단위 소득 데이터와 연결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납부자 개인을 그루핑해 특정한 가정을 활용해 가구소득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과세소득의 정의 및 관찰 단위 등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가간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최상위소득비중을 계산하는 과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뚜렷해진다. 예를 들어 상위 1%의 인원이 전체 소득의 몇 %를 차지한다는 것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자 부 분, 몇 명의 세금납부자 소득을 합쳐야 하는지(1%가 몇 명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100%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체 국민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의해 설정한 소득창출 자이다. 분자의 1%가 세금납부자인 이상, 이에 양립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득자 전체 인원수(control total)로 불리는 이 수치는 최상위소득비중 분석에서 핵심적 인 개념인데, 과세단위가 개인일 경우 통상 20세 이상 인구, 또는 15세 인구 등이 사용되는 반면, 과세단위가 가족인 국가의 경우 15세 이상 전체 인구에서 유배우자 여성의 수를 감한 수치를 사용(Atkinson, Piketty and Saez, 2011)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20세/15세 이상 인구 (또는 유배우자 여성 수를 감한 인구 수)가 모두가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인구라는 판단을 전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소득은 0으로 산정되며, 이들을 모두 포함한 20(15)세 이상 전체 인구 중 1%의 소득합이 분자에 대입된다.
그런데 통상의 소득분포 분석에서 대학생은 직접 소득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가구소득을 공유하는 개인이기 때문에 극빈층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그러니 최상위소득비중을 계산할 때 이들을 소득 0인 성인으로 간주하는 방식은 통상의 지니계수 산출방식보다 소득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더구나 15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예를 들어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상위소득비중의 국가간 비교가능성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소득자 전체(contol total)를 취업자수로 정의할 경우 에는 대상 범위를 좁혀 상위 1%의 소득비중을 낮추는 효과를 갖는 반면, 취업자가 아니더 라도 이자나 배당, 부동산 임대소득 또는 연금 소득자이 존재하기 때문에 왜곡의 여지가 크 다.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소득을 파악하는 것 역시 어려움을 갖는다. 미국과 같이, 조세인프 라가 강력해 소득세 통계에 대부분의 소득이 포착되는 국가의 경우에는 소득세통계를 이용 해 전체 소득을 측정한다. 같은 조세데이터 내에서 분자와 분모의 수치가 산출되는 것이 바 람직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 국가의 경우 소득세 통계가 비과세 저소득층의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계정을 통해 가계부문에 귀속되는 소득을 상당정도의 재량적 판단에 기반한 기준을 이용해 추계하여 사용한다.
이에 더해 같은 국가 안에서도 과세 단위나 과세소득의 정의 등 관련 제도가 변화할 때 마다 시계열이 단절되기 때문에 시점간 비교 역시 어렵다. 조세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세전소득만 반영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 역시 뚜렷한 한계라 할 수 있다. 이는 연금과 빈곤 지원 등 이전지출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 유용성이 점차 줄어든다.
이론적 차원에서는 소득불평등 공리의 위배가 중요한 문제이다. 최상위계층이 아닌 개인 이나 그룹간의 재분배가 불평등정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최상위계층 소득비중의 추 이를 관찰하는 용도를 차치하면 소득불평등 전반을 파악하는 지수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을 수 있다. 특히 경험적으로 지니계수 등 다른 소득계수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이슈이다(Förster, Llena-Nozal and Nafilyan, 2014). 노동소득분배율 과 마찬가지로 이는 최상위소득비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제3의 요소로서 지니계수 등 여타 소득불평등지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변화하는 저변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최상위소득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이자 소득분배 악화와의 공통적 제3의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글로벌화와 기술변화의 결합이 고숙련 인력이나 자본소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 로 작동하는 것이다. 정보화기술의 발달과 함께 글로벌 생산망이 광범위하게 확장될 뿐 아 니라, 개별 제품이 닿을 수 있는 시장의 범위와 규모가 커짐으로써 최우수인력으로 보상이 몰리는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더해 스탁옵션 등 보수체계의 변화가 금융부문의 발전 과 함께 최상위소득계층의 약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Förster, Llena-Nozal and Nafilyan, 2014).
이는 노동경제학의 고전적인 논의인 슈퍼스타 이론과도 긴밀히 관련된다. 글로벌 시장의 통합이 긴밀해질수록 고성과 인력에 대한 수요가 인적역량의 절대수준이 아니라 상대적 희 소성에 기반해 증가함으로써 이들 소득이 급증한다는 것이다(Rosen, 1981).
글로벌화의 영향으로서 국제무역이 국내적 불평등에 미치는 경로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무역이 본질적으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품질, 저가격구조를 가진 생산자만 승산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면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지는 것은 보다 생산성이 높 은 생산자를 선별하는 기능(selection)을 강화함으로써 국내적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이다(Verhoogen, 2008).
우리나라의 최상위소득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근래에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 소득세 신고자료를 이용한 박명호(2016)에 따르면 최 상위1% 소득비중이 2011년에 12.20%로 정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최근 6년간 연도별 변동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 박명호(2016)에서 사용된 통합소득 통계자 료는 현재 최상위소득을 분석할 수 있는 최선의 자료임에 분명하지만, 일정금액 이상의 과 세대상 소득에 대해 1천만원 단위로 구간을 나누어 신고인원과 과세대상 소득에 대한 정보 만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소득유형별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최상위소득계층이 어떤 직종으로 이루어졌으며, 자본소득자에 비해 초고소득 근로소득자의 소득이 급증했는지 등 해외에서 주로 이슈화되고 있는 점들에 대한 분석은 어려운 상황이 다.
결국 국가간 비교에 적합하지 않은 지표적 특성으로 인해 최상위소득비중 지표가 우리나 라 소득불평등 추이에 갖는 함의는 제한적이지만, 시계열적 악화가 수년전까지 진행되었다 는 관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데이터 한계로 인해, 글로벌요인과 국내시장 특수요인, 노동시장의 고소득집중과 자본소득 집중 등 무엇이 최상위소득비중의 증가를 주도해왔고 최 근의 횡보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분석은 아직 불충분한 상황이다.
Ⅳ. 근래 우리나라 소득분배 추이 및 관련 분석을 위한 함의
1. 1990년대 이후의 세계화-산업구조변화-불평등심화
우리나라의 소득분배에 관해서는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1970년대 후반을 제외하고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는 데 대략의 공감대가 형성 되어 있다. ‘대략의’ 공감대란 데이터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득분 배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모든 유형별 가구’ 대상으로 ‘소득종류별 규모가 포괄적 으로’ 조사된 데이터가 ‘일정 시기 이상’ 구비돼야 한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인프라 는 사실상 가계동향조사 정도인데,1) 조사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과거 소득분배에 대해서는 주학중(1979) 등의 연구와 1980년대 통계청이 몇 개의 샘플연도를 뽑아 소득분배 상황을 직 접 조사한 결과를 결합한 것이 공식적으로 통용되어 왔다.
현재 소득분배를 파악하는 공식적 근간으로 사용되는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소비실태조사와 도시가계조사를 합쳐 승계한 조사이다. 가구소비실태조사는 전국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소득 및 지출 그리고 생활지표들을 5년 단위로 조사한 자료로서 1991, 1996, 2001년에만 이루어졌 고, 도시가계조사는 1963년 이후 통계청이 수행하고 있는데,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를 대 상으로 하기 때문에 1인가구, 비근로자 가구가 제외되었다. 가계동향조사는 두 조사를 승계하 면서 전국가계로 확대개편된 것이 2003년, 1인가구를 포함한 것이 2006년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추세변화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2인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한 도시가계조사에 기반한 지니계수와 2006년 이후의 지니계수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다. [그림 2]은 1990년대 이후의 지니계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림에 나타나 있지 않으 나, 1990년대 이전의 지니계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나라 소득불평등은 1990대 초반에 구조적 전환을 경험한 것으로 보이며, 2000년대 중반에는 악화추세가 완화되는 변화가 주목된다. 2008년 이후 시장소득 불평등이 개선되면서 미미하게 나마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와의 차이도 벌어지다가 2016년에 역전되었으나 이것이 추세적 변 화인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2) 여기서는 1990년대 초반 이후의 악화 국면을 우리나라의 소득분배구조 변화의 중장기적 싸이클로 간주하여 중점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1) 가계동향조사에 관해서는 샘플링이 체계적이고 추세적으로 소득불평등을 저평가하는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김낙년(2013)은 데이터 수집 개선과 과세 자료 등 다양한 통계자료를 활용해 소득분배 지표
[그림 3] 한국의 소득분배 추이 (1990~2016)
자료: KOSIS
1990년대 초반은 동구권의 몰락, 중국과 인도의 글로벌시장 편입 등으로 글로벌 노동시 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구조적 전환을 겪은 시기이다(Freeman 2009). 이 시기 글로벌 노동력 의 규모는 14억에서 29억으로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The great doubling). 이 러한 노동력 배가가 자본이동성, 정보화기술 발전과 결합한 세계화는 각국의 경제구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승자와 패자를 갈랐는데, 우리나라는 당시의 경제발전단계와 지리 적 특성으로 인해 세계화가 산업구조 및 노동수요ㆍ공급의 변화에 직접적인 충격을 끼친 대 표적인 사례이다.
[그림 4]는 1990년대 이후 주요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중국의 약진이 두 드러진다. 중국의 약진과 함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 되던 시기,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경공업이 급격하게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보인다.3)4) [그림 5]에 따르면 불 과 1992년 이후 불과 5년 동안 섬유ㆍ가죽ㆍ신발 등의 저기술 제조업의 취업자수는 41.8% 감 소했고, 숙박ㆍ음식서비스, 도ㆍ소매서비스 등 주요 서비스업의 취업자수 증가율은 70%에 육 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1990년대 우리나라 5대수출품목은 전자·섬유·신발·철강·조선이었다.
4) 1986년에서 1989년 기간동안 제조업 임금은 평균 70% 상승했다.
[그림 4] 주요국의 세계시장 점유율
자료: World Bank
[그림 5] 산업별 취업자 수 변화율(1992~1997년)
(단위: %)
주: STAN database의 중분류 기준에 따라 23개 산업으로 분류 자료: OECD STAN(Structural Analysis Statistics) database
이렇게 급격하게 진행된 탈공업화는 저임금 서비스화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는 서비스업 상당부분이 제조업과 달리 국제경쟁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난 비교역재로서(sheltered sector) 생산성이 낮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변화는 [그림 6]
에 나타난 바와 같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업화에 곧이은 급격한 탈공업화로 특징지어진다.
이는 중국 및 동남아국과의 경쟁 속에 세계화의 직격탄을 맞은 경공업이 빠르게 몰락, 사업체
[그림 6] 주요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 추이
주: 독일의 1960~1990년도는 서독 수치이며, 미국, 일본, 이탈리아, 영국의 1960~1970년도 기간은 ISDB 이용 자료: 윤희숙(2012)
이 시기 경제구조변화에서 소득분배에 갖는 함의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 부문과 영세사업체의 고용 비중 증가, 영세서비스 부문 보수수준 정체이다. 1993~2009년 동안 제조업 종사자는 비중 뿐 아니라 종사자 수에 있어서도 크게 감소한 데 비해 서비스업은 708만명에 서 1,188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이 중 400만명 이상이 4인 이하 영세사업체의 종사자이다.
또한 사업체 규모에 따라 격차가 크긴 하나 모든 사업체 규모에서 꾸준히 실질임금이 상당폭 증가한 제조업과 달리 영세서비스업의 실질임금은 2000년대 동안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렀 다(그림 7)(윤희숙, 2012).
[그림 7] 제조업/서비스업의 사업체 규모별 종사자수와 임금
주: 종사자 수와 제조업 평균임금은 KOSIS, 서비스업 평균임금은 통계청 서비스조사 원자료로부터 1인당 평균급 여와 1인자영자 영업이익 사용
자료: 윤희숙(2012)
결국 [그림 3]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분배개선과 성장 양자가 모두 순조로왔던 흐름이 1990년대 초반 이후 반전되면서 분배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에는 일차적으로 세계화의 영향
과 국내 산업발전단계적 요인의 결합이 자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1990년대 후반 외 환위기 후에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실업 및 불완전 고용의 증가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 는 요인으로 꼽히는 반면, 가구주 소득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여성경제활동의 증가 등은 소 득분배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이철희, 2008; 최바울, 2013).
2. 금융위기 이후 소득분배: 임금격차 축소 및 취업자 분포 변화, 고령화
2000년대 중반 이후 지니계수가 감소되어 온 것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받는 요인은 임금격차 추이, 저임금근로자 비중, 고령화로 인한 취업자 분포 및 이전소득의 증가 등이다.
근래 임금격차 추이에서 눈에 띠는 점은 임금격차 추이 상의 변화이다. 5인 이상 사업장, 1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격차 모두 2008년 이후 1분위와 5분위, 5분위와 9분위, 1분위와 9분위 비율의 증가 추세가 꺾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악화되던 임금격차가 2008년 이후 감소 하고 총급여 불평등도도 잦아들고 있는 것이다. [그림 8]에 따르면, 1분위(저임금)/9분위 배율, 1/5 배율이 감소하고, 5/9배율은 2008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첫번째 패널). 이를 실질급여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간층과 상층 근로자의 급여보다 저임금근로자의 급여가 향상된 것이 격차 축소에 주 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난다(하단 왼쪽 패널).
단, [그림 8] 에서 시간당 급여의 격차가 줄어드는 정도에 비해 총급여 격차가 줄어드는 정도 는 덜한 것으로 관찰된다(상단과 하단의 오른쪽 패널). 이는 급여가 높은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길 어 임금격차 감소를 상쇄한다는 함의를 갖는다. 즉, 임금격차는 줄어든 반면, 근로시간의 격차로 인해 근로소득의 격차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서의 근로시간 격차 심화가 시간제 근로 자를 비롯한 비정규직에서 주로 비롯된 것인지, 비정규직 중에서도 자발적/비자발적 비정규직에 서 비롯된 것인지 등 보다 상세한 원인 분석은 아직 미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임금격차 축소 중 저임금근로자 급여가 상대적으로 더 향상되는 것은 저임금근로자 비중의 축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성재민(2017)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저임금근로자 비중이 증가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하락하는 추이를 관찰했다(그림 9). 이러한 추이의 근저에는 저숙련근로자 수요와 공급, 고령화, 기술 변화의 영향 및 중간임금/고임금일자리의 움직임, 급격한 최저임금상승의 효 과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각각의 영향이나 소득불평등에 대한 기여 정도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축적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 8] 임금·급여 분위별 비율 및 실질급여 추이
(단위: 비)
시간당 총급여 (5인 이상) 시간당 총급여(1인 이상)
시간당 실질총급여 (1인 이상) 총급여 (1인 이상)
주: 총급여=6월급여(=정액+초과)+전년도연간특별급여액/12, 자료: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고용형태부문 마이크로데이터(각년도)
[그림 9] 저임금근로자 비중 추이
주: 저임금은 시간당 중위임금 2/3 이하로 정의 자료: 성재민(2017)
그런데 임금소득격차가 소득불평등과 어느 정도로 직결되는지를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영역은 저임금과 저소득의 연관이다. 즉, 저임금근로자 중 어느 정도가 소득하위에 속하는지를 관 찰하는 것인데, 이는 임금정보와 가구소득 정보가 포함된 전국 규모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 다. <표 1>에서는 노동패널을 이용해 시간당 임금이 중위임금의 2/3 이하인 경우를 저임금으로 정의한 후, 이들 저임금근로자의 가구소득계층을 살펴보았다.
시간당 임금 기준 저임금근로자가 하위 20% 저소득 가구에 속한 비율은 전체 근로자 중에서 는 21.7%, 전일제 근로자 중에선 17.9%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자면, 시급 기준 저임금근로자의 약 78.3%가 가구소득 3분위 이상에 속한다는 것이다(표 1).5)
임금분포와 소득분포 하단의 이러한 불일치는 유일소득자 중심 가구구조가 약화되는 장기적 구조변화의 결과로 인식된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취업자 없는 가구 비중이 늘 어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전체 가구 중 취업자가 포함되지 않은 가구가 2015년 현재 18.1%
인데, 소득 1분위에서는 77.4%에 달했다. 또한 전국 가구 소득분포가 이용가능한 2006~2015년 기 간 동안 1, 2분위 저소득층 가구 중 취업자가 없는 가구 비중이 각각 6.5%p, 5.0%p 증가했다(윤희 숙, 2016).
<표 1> 저임금근로자의 소득분위별 분포 가구소득분위
전체 하위 20% 상위 20%
소계 1 2 3 4 5 6 7 8 9 10 소계 전체
저임금 근로자
규모 420 91 35 56 66 61 43 37 31 42 28 17 45 비율 100.0 21.7 8.4 13.3 15.8 14.5 10.3 8.9 7.4 10.0 6.6 4.0 10.7 전일제
저임금 근로자
규모 363 65 21 44 56 56 34 31 35 41 28 14 42 비율 100.0 17.9 5.8 12.1 15.4 15.4 9.4 8.6 9.6 11.4 7.7 3.8 11.5 주: 1) 가구소득분위는 가구원수를 고려한 균등화 가구가처분소득 기준
2)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은 ‘시간당 임금’이 중위값(10,280원)의 2/3(6,853원) 미만인 경우로 정의; 전일 제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은 ‘시간당 임금’이 중위값(10,615원)의 2/3(7,077원) 미만인 경우로 정의
자료: 윤희숙 (2016)
이렇듯 현대 경제에서 취업자 분포는 인구구조의 변화나 가구구성의 변화가 소득분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주 경로이다(Burtless, 2009). 또한 이는 개인간의 임금격차 만으로 소 득격차를 유추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들인데, 유일소득자 가구 비중이 높던 과거와 달리 가구 내 취업자 수의 이질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임금과 근로시간 격차 이외의 요소들, 특히 가 구구성 변화와 가구간 취업자 분포 변화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크다.
그 저변에 있는 동인이자 근래 우리나라 소득분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현상은 동인은 급속한 고령화이다. 우선 연령별 소득격차가 크게 차이나며 연령별 인구구조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도 증가하는 추세이다(홍석철․전한경, 2013; 성명재․박기백, 2009). [그림 10]은 노인포함가구와 미포함 가구 간 불평등 정도의 차이가 큰 것을 보여주고 있다.6) 그리고 이러 한 격차는 빈곤율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림 10] 가구유형별 지니계수 추이(2006~2013)
자료: 가계동향조사 2006~2013, KOSIS
고령화는 소득분포 하단에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데, 현재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빈곤 층 구성에서 고령가구주 가구가 비고령가구주 가구들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그 비중이 확대되 고 있다는 점이다. KOSIS에 따르면, 소득10분위의 평균 가구주 연령은 1990년 44세에서 2016년 49세로 5세가 증가한 반면, 소득1분위는 39세에서 65세로 증가했다(그림 11).
6) 지니계수는 인구집단별로 분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Bourguignon, 1979) [그림 10, 11]의 추세는 대 략적인 묘사일 뿐 지니계수를 엄밀히 분해한 결과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림 11] 소득분위별 평균 가구주연령 변화
고령화가 소득분포 하단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빈곤율 변화를 연령그룹별 비중과 그룹별 빈곤율의 영향으로 분해했을 때 뚜렷이 나타난다. 근래 고령자 비중이 늘어 난 것은 빈곤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주요인이다. <표 3>에 의하면, 2006~2015 년 기간 동안 비고령가구주 가구와 고령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모두 줄어들었으나, 빈곤율 이 높은 고령자 가구주 가구의 비중이 증가한 결과 전체 빈곤율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 난다. 이 시기 전체 빈곤율이 0.7%p 감소한 것은 고령가구 비중 변화가 전체 빈곤율을 높인 반면, 고령자가구주 가구빈곤율은 전체 빈곤율을 낮춘 결과이며, 비고령가구는 그 비중이나 빈곤율 모두 전체 빈곤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고령가구의 비중이 빈곤율을 주도하는 이러한 현상이 2000년대 중반 이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사한 분석을 이전 10년(1996-2006)에 적용했을 경우에 는 비고령가구의 빈곤율 증가, 즉, 주로 노동시장 참여가구 간의 격차가 전체빈곤을 주도한 것과 달리 이후 최근에는 빈곤을 악화시키는 방향의 주요 동인이 고령가구의 비중 증가로 변화했다.
<표 3> 가구주 고령여부에 따른 빈곤율 변화 분해(2006~2015)
(단위: %p, %)
가구유형
인구비중(%) 빈곤율(%) 빈곤율 변화분 15년(%p;-06년) 06년 15년 06년 15년
전체 100 100 13.8 13.1 -0.7 연령구분가구주
비고령 가구 90.8 84.9 10.0 7.4 -2.6 고령 가구 9.2 15.1 51.3 45.3 -6.0 주: 1) 구성/빈곤율/오차효과의 전체 수치는 각 집단별(고령/비고령) 효과의 합계.
결국 1990년대 중반 경제구조변화가 소득불평등의 구조를 변화시킨 것에 이어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고령화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득분포를 관찰하기 위해 종합해야 하는 3단계(노동시장의 동학, 인구구조 및 가구구성, 정 부역할) 중 두 번째 단계의 영향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 미한다.
그런데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이 향후 소득불평등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불가피하 더라도 그 정도에 대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영향을 미칠 여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60대 초반 가구주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불 평등이 개선되는 것으로 관찰되는 등(김진욱․ 정의철, 2010) 고령자의 건강상태 개선, 고령 자 경제활동 패턴의 변화 등이 맞물려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인다. 불평등 변화요인을 분해 한 정준호 외(2017)에 의하면, 소득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이었던 가구주 근로소득 격차가 2008년 이후에는 불평등 완화요인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와 관 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향후 고령자 소득불평등의 변화방향을 선험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반면,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와 소득창출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적 노력으로 고령화 가 소득분배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구체적인 정 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고령인구 및 고령자 포함가구의 경제활동과 소득분포상의 위치 변화 등에 대한 풍부한 분석이 요구된다.
Ⅴ. 결론
소득불평등에 학문적 대중적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핵심 동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분석대상과 방식, 사용되는 불평등지수의 함의의 정비, 그리고 기존 논 의들을 재평가하고 보다 주의가 집중되어야 하는 영역을 분명히 하는 이슈 재편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임금격차, 노동소득분배율, 최상위소득비중에 관한 주장들은 최근 빈도높게 회자 되고 있는데, 그 각각이 중요한 관찰임에도 불구하고, 일국의 소득불평등 진단을 위해 활용될 때 에는 분석의 기본적 틀 속에서 해석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갖는 제한적 의미와 한계를 고려 할 때 전반적 소득불평등의 대표진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소득불평등 추이에 관해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슈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근래 우 리나라의 분배상황은 불평등의 일관된 심화로만 표현되기 어렵다. 1990년대 초반 이후의 소득불 평등은 심화와 개선, 횡보 정도로 요약될 것이다. 1990년대 급속한 세계화와 맞물린 산업구조 변 화 속에서 저생산성 일자리 비중이 높아지고 임금격차가 심화된 것이 소득불평등 악화를 초래한 반면,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에는 새로운 양상들이 관찰되고 있다.
그 구체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개별 영역에서의 연구들이 활발히 축적되고 있는 단계 이나, 근래 고령화로 인한 불평등 심화 요인이 지배적인 가운데, 노동시장에서는 임금격차의 완 화, 저임금근로자 비중 축소, 이전소득 확대로 인한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IMF 이후 지속적인 임금격차 심화, 저임금근로자 비중 확대 추세를 뒤이었다는 기저효과 속에서 해석돼야 할 것이다.
결국 지난 20년의 소득불평등 추이로부터의 정책적 함의는 세계화와 기술변화라는 메가트렌 드 속에서 어떻게 경제 내 생산성 차이를 줄이는 동시에 수준을 높이고, 개인의 적응력을 높일 것 인지, 고령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로 요약된다. 이는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정책, 제도교육 정상화, 직업훈련 강화, 노후소득보장과 노인경제활동 지원, 최저임금제도, 고용지원, EITC 등의 근로연계소득보조정책, 실업소득 보장강화 등 광범위한 경제사회정책과 관련되는 이 슈이다. 정책영역에 따라 정책방향과 구체적 내용이 달라지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사후적 소득재 분배에 그치기보다 개인과 기업의 역량축적을 지원해 적응능력을 높이는 방향의 사전적 재분배 로의 전환이 중요해지는 추세이다(Esping – Andersen and Myles, 2009).
이렇게 이슈를 재편하는 것은 4차산업혁명으로 통칭되는 대규모의 변화에 대응해 불필요한 갈등보다 실질적 대비에 역량을 투입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 에, 빠른 기술변화가 세계화 및 국내적 생산구조와 만나 초래하는 근로관계와 생산양식, 사회구조 측면의 다층적 변화에 대비할 필요성은 항상 인식돼왔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개인과 시스템 차 원의 기민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으로 마땅히 진행돼야 할 조정이 교착되거나 그나마 진행되는 변화들의 부정적 영향이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득불평등을 냉정히 파악하고 주요 이슈를 적절히 위치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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