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항해사로 4개월, 부딪히고 성장하고
해군사관학부 송하윤
제가 생각한 이번 승선실습의 가장 큰 목표는 승선생활과 사회생활에 대한 간접경 험이었습니다. 그동안, 학생의 신분으로 많은 보호와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어느 선사에 입사한다고 하더라도 학생의 편안함을 벗어나지 못해 승 선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에 승선생활에 직접 들 어가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어떻 게 하면 칭찬을 받는 실습생이 되는가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또한 선박이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소양과 능력이 선박 생활에서 필요한지 그리고 제 전공 을 살려서 선박에서 초임 3항사로 일을 하게 된다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고 승선실습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Oriental Gold 선박에서 제가 맡은 업무는 3항사님의 업무 보조 및 업무 숙지였 습니다. 3항사님과 항해 당직을 같이 서고, 항해 당직이 끝난 후 소화 장비들을 관 리하였습니다. 항해 당직을 서면서 항해사로서 가져야 하는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레이더를 사용하여 상대 선박과의 충돌 위험성을 판단 하는방법을 배웠고 ECDIS(전 자자해도표시시템)를 이용하여 항로를 계획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항해 당직이 끝 난 후에는 3항사님과 함께 선박에 있는 소화기, 소화호스, 소화펌프 등 소화 장비들 을 관리하면서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해 준비하였습니다.
처음 승선 하였을 때 언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선박에 있는 메뉴 얼의 대부분은 영어로 되어 있었고 서적 역시 영어로 되어있었습니다. 또한 필리핀 부원들과도 영어로 소통해야 했습니다. 22년 동안 한국에 지내면서 영어를 직접 사 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승선 이후 해기 지식을 공 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일 30분 동안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 공부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 의사소통 능력, 독해 능력은 향상 되었습니다.
승선실습 생활을 하는 도중 저의 존재가 저희 선박과 사관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류를 복사하고, 선원들의 싸인을 받는 등의 일들이 간단하 고 쉬운일이라서 지금 제가 선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1항사님께서 열심히 일하고 배우려는 저의 노력들이 사관님들의 업무를 덜 어 드리고 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수업에서 배웠던 지식이 현장에서 많은 부분에 사용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배웠던 내용이 업무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일치하였 습니다.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시간에 배운 규칙들을 모든 선박들이 준수하기 때문 에 많은 배들이 있는 협수로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 고 지문항해학 시간에 배운 선위 측정방법을 이용하여 선위를 직접 측정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승선실습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노동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내근로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근로 장학은 시간의 압박이 있지만 일 자체가 그 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승선생활 또한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 지만 승선생활에 들어서는 순간 저의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에 녹초가 되어 씻지도 못하고 바로 잠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만큼 힘이 드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저의 지난 모습을 되돌아보며 후 회가 되었습니다. 일한다는 것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박을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하시는 사관님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4달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다하면 길수도 있는 시간 동안 선박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장님, 1항사님 등 높은 직급에 있는 사관님들이 어떻게 하급자, 부원들을 통솔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적성이 맞는 선종과 확신이 드는 곳에 취업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승선생활을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승선생활을 하다 보면 무언가 까먹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한 업무를 하다가 다 른 일이 생기고, 다른 일을 하다보면 또 다른 일이 생기는 등의 원인이 컸다고 생 각합니다. 또한 사관님께서 저한테 오랫동안 설명해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지나가 듯 업무를 주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에 대한 노력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사관님들의 지시 뿐만 아니라, 사관님들의 사소한 말씀이나, 조언까지도 메모하였습니다. 4개월 동안 5권의 메모장을 쓸 정도로 메모 에 대한 노력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메모 한 것도 까먹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기억 할 수 있는 방법은 메모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승선실습 생활 중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말씀드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 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선박 도착 예정 날짜가 언제지?”라고 물어보시는 상황 에서 “제가 알기론 대략 5월 3일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 공한다는 것에서, 이런 대답은 승선 생활에서 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처음에 꾸지람 을 들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게 왜 잘못된 건지 알아차리지 조차 못했는데, 선박 생활에 점차 적응을 해가면서 왜 정확한 정보들을 제공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 습니다. 저의 말 하나 때문에 사관님들이 준비하시는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을 깨달았습니다.
예의에 대한 노력도 했습니다. Oriental Gold 선박에서 제가 목포해양대학교의 얼 굴이자 대표로 왔다고 생각하며 예의를 잘 갖추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사관님들을 볼 때 마다 인사를 했고, 사관님들께서 편하게 해주시더라도 예의에 어 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등 질서와 예의에 대한 노력 또한 했습니다. ‘적절한 선 뒤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사관님들과 친해지는 것은 좋지만 무례 해서는 안 되며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준비된 자가 성공한다’라는 말을 깨달았습니다. 1항사님께서 진급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1항사님께서 회사에서 진급을 시켜주고 싶어도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진급을 못하는 항해사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비록 3항사님의 업무를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도 항로 관리를 책임 지시는 2항사님의 업무와 화물을 책임 지시는 1항사 님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 말고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Oriental Gold 선박에서 승선실습생활이 끝났을 때, 정확히 제가 무엇을 배 웠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은 없었고 무언가 얻었다면 그것들을 일일이 정리하기도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그 러나 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승선생활에도 자신감이 있습니다.
승선실습을 통해 많이 배웠고, 성장했으며, 성숙해졌습니다. 승선실습은 초임 3항사 로 근무하는데 있어서 도움의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승선실습을 고민하고 있는 후배 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승선실습을 통해 제가 얻은 것은 ‘경험‘이 주는 힘이었습니다. 제가 아 무리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린다 할지라도 4개월 동안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쌓아온 시간들의 힘이 더욱 강했기 때문입니다. 항해사가 되고 싶다고 외쳐왔던 지난 시간 들은 승선실습 경험을 통해 더욱 현실적이고 자세한 계획을 세워나갈 강력한 무기 가 되었습니다. 꿈 꿔온 목표, 열정과 패기 그리고 그것을 발현시킬 수 있던 경험의 힘은 제가 훌륭한 항해사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하였습니다.
승선생활을 하면서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게 되 었고 초임 3등 항해사로 승선 전 어떤 부분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 니다. 현재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과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등 국제규 정을 숙지하고 있으며 항해계기 사용방법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승선실습은 승선생활에 대한 적성을 알아보기에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약 4개월의 실습기간 동안 선박의 운영 방법, 사관님들의 업무등을 숙지 할 수 있 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막연하게 항해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실제로 관련된 일 을 하면서 적성에도 적합하다는 생각과 함께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즐거 움이 되지만 즐겁게 일을 하는 직원과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도 행복한 기운을 받 아 더불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배워야겠 다는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