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도발의 사용하는 비대칭 위협 중에는 핵위협이 단연 으 뜸이며
,
이와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지금까지 북핵의 실체는 강화되어 왔고 앞으로도 해결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1994년 「제
네바핵합의(Agreed Framework)」나 2007년 「2·13
합의」 또는 2008년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 같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지난 20년 간의 핵 대화를 ‘진전’과 ‘후퇴’가 혼합된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하 지만 북핵문제의 ‘가지’가 아닌 ‘숲’을 보는 사람이라면 ,
북한의 핵능력 이 꾸준하게 증강되어 온 추세를 주목할 것이다. 핵협상 과정 중의 특 별한 순간들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안도’와 ‘낭패’가 혼합된 과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조망한다면 ‘실패’로 일관했음을 발 견할 수 있다. 20년 전 한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을 우려했 지만 지금은 두 번의 핵실험까지 수행한,
사실상 핵보유를 한 북한으 로부터 직간접의 위협을 받고 있다.4북핵과 관련한 미국의 금지선
(red line)은 1990년대 초반 ‘플루토늄
생산 금지’에서 2000년대 초반의 ‘핵실험 금지’를 거쳐 현재에는 ‘핵무 기와 핵물질 확산 금지’로 후퇴한 상태에 있다. 북한은 매번 미국의 금 지선을 돌파했다.
북한은 지속적인 플루토늄 생산과 두 번의 핵실험으 로 미국의 금지선을 보란 듯이 돌파했고, 2010년 11월9∼ 13일에는 북
한을 방문한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영변 핵시설 단지에 건설된 1천여 개 원심분리기를 가진 현대식 우라4_필자는 다수의 집필을 통해 북핵문제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편린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예를 들어, 김태우, “북핵 6자회담 평가와 한국 의 전략적 선택,” 박창권 외, 한국국방연구원 2009 연례전략보고서-한국의 안 보와 국방: 전략과 정책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09), pp. 229〜267.
늄 농축시설을 공개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
이어서 30일에는 북한의 로 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현대적 우라 늄 농축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내걸고 있는 ‘핵무기 없는 세계(Nuclear-Free World)’라는 슬로건이 북한의 핵 활동을 억제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
이는 사실상 ‘핵물질 확산 차단’과 ‘핵테러 방지 ’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핵전략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강력한 금지선이 되지 않는다.
핵무기 없는 세계의 구현은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이상주의적 목표에 지나지 않는데다, ‘확산 금지’라는 금지선은 내용적
으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핵무기를 늘리거나 농축우라늄 폭탄 및 수소 폭탄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데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서방언론들의 관심은 무기화(weaponization) 여부에 쏠려 있다.
즉,
북한이 과연 핵무기의 경량화와 미사일 탑재에 성공했는 가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를 포기시 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며,
핵무기의 경량화 나 미사일 탑재 여부와 무관하게 핵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의 안보 사정은 논외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 국을 공격하는 데에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항공기를 이용한 핵 투하나 특공대를 이용한 침투방식의 핵폭발도 가능하며, 단 순히 재래식 폭약으로 핵물질을 둘러싸는 방사능살포무기(Radiological Dispersal Devices, RDD)
또는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도 한국
의 대도시들을 마비시킬 수 있다.
55_북핵에 대한 한국의 취약성은 김태우·김열수·신성택 외, “북한의 핵위협 분석 및 정부의 대응방안 연구,” 2007년도 상반기 국가비상기획위원회 연구과제; 김태우·
함형필, “북핵위협 대응 한국의 군사·안보전략,” 2007년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 과제 등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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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을 시도해 온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딜레마는 ‘생존딜 레마’에 빠져 있는 북한 지도부에게 핵포기를 유도할만한 반대급부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한의 혹독한 지배체제가 지난 60년 동안 수많은 모순과 폭발성을 축적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지배 층에게 체제의 수호는 곧 생명을 유지하는 길이다. 그들이
1990년대
동구 공산체제의 비참한 말로를 목도했다는 점에 더욱 그렇다. 이들에 게 핵무기는 북한 내부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체제를 수호하 는 궁극적 수단이다. 이런 그들에게 핵포기의 용단을 내릴 수 있게 하 는 반대급부란 체제생존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확실한 보장뿐이 다. 하지만,
핵포기 이후에도 세계 최악의 반인권 국가로 남을 북한의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은 미국의 건국이념에 반하는 것이며, 미국 국민 이 수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아무리 많은 반대급부 를 약속하더라도 그것이 체제보장에 미치지 못하는 한 북한 핵포기를 위한 적절한 대가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제재를 통해 핵을 포기시킬 수도 없다는 점이 국 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딜레마이다
.
이 역시 북한 정치체 제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정부는 유권자인 국민이 당하는 고통을 외면할 수 없지만,
김일성 일가의 권 력세습에 의한 수령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의 경우는 이와는 판이 하게 다르다.
주민은 지배층을 선출하는 권리를 가지지 못함은 물론 사실상 북한정권의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 재로 인해 주민이 겪을 경제난은 북한정권에게 언제나 부수적인 관심 사일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1695, 1718, 1874호 등을 통한 대북제재나 미국의 금융제재가 북한정권에게 적지 않은 불 편을 주고 있지만,
결정적 강제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지난
9월 28일 로동당대표자회를 통해 부상한 북한의 후계구도는
핵포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후계자 김정은이 약관 27세에 불과하여 후계구도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3대 요소인 정치적 기반,
정책 능력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향후 후계구도의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후계구도의 안정성을 좌 우하는 최대의 변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일 수밖에 없다.김 위원장이 건강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권좌에 머물지 못한다면, 곧바 로 정치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후 계자에 대한 우상화 및 내부안정을 위해 외부긴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으며, 핵에 대한 집착도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66자회담이 재개된다
고 해서 이러한 전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생존 딜레마와 현 여건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가운데 전략상 필요 한 대화도 수용한다”라는 종전의 이중전략(Two-Track Strategy)에 머물게 할 것이며, 그에 따른 각종 협상전술들을 반복하게 만들 것이 다.7 향후에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여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일 은 가능하지만, 현 상태에서 북한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악의의 고백외교 (Malign Confessional Diplomacy)’
정도일 것이다.
86_김정은 후계구도 부상 이후의 핵문제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은 김태우,
“김정은 후계자 등극과 한반도 정세,” 헌정, 2010년 11월호 참조.
7_지난 20년 동안의 핵협상을 통해 북한이 사용한 대표적인 협상전술로는 위기조 성(crisis creation), 벼랑 끝 외교(brinkmanship), 의제추가(agenda addition), 의 제 쪼개기(agenda slicing), 꼬리 자르기(salami tactics)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협상전술 등은 핵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시간벌기와 국제제재를 회피하거나 완 화하는 수단으로 효과를 발휘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8_솔직하게 고백하고 줄 것과 받을 것을 교환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은 최소한 의 양보를 통해 받을 것을 극대화하는 기만행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북한은
1991년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 재처리와 농축을 포기하기로 합의했
고, 이어서 1994년 「제네바합의」를 통해 이를 재확인했지만 자신들의 의무는 준수하지 않았다. 2007∼2008년에도 북한은 미국 전문가들에게 핵시설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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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북핵문제의 해결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이는 한국이 향후에 도 상당기간 동안 ‘비대칭 핵위협
’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
실을 의미한다. 북핵이 가지는 군사적·정치적 함의들을 인식하는 전문
가라면,
다시 말해 미결상태의 북핵문제가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 또 는 그보다 더한 서해상의 도발을 초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한국의 정치를 지배하는 사태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전문가라면, 한 국이 어떤 형태로든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5.
능동적 억제전략과 3축 체제가. 비대칭 위협과 역비대칭 수단
물론, 모든 비대칭 위협이 위험한 것은 아니며, 한국이 상응하는 역 비대칭성을 갖춘다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
북한 탱크의 수적 우세는 한국이 적절한 공중타격 수단을 유지하고 지 형을 이용하는 전술을 보유한다면 안보위협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대 병력주의는 군사력의 질적 우세라는 역비대칭성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무형전력에서의 비대칭성은 한국사회가 문제를 의식하고 단결하여 개 선책을 강구한다면 별도의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해소할 수 있다.
적어 도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북한에 의한 핵공 격은 ‘확대억제’라는 한 ·미동맹이 제공하는 역비대칭성을 통해 억제하
하고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일련의 유화조치들을 취했지만, 이것들이 핵포기를 위한 수순은 아니었다. 이후 북한이 농축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북한 스스로 핵융합 실험을 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