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한국의 對일본 통일외교 입장과 정책 시사점 및 과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남북통일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식 표명하 고 있다. 단, 통일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을 것,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유지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제시한 이들 조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또한 설득해 나가면서, 일본을 남북통일에 대한 확고한 지지 세력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 통일과 정에서 일본의 긍정적인 역할 수행은 경시되어서는 안 될 안보자산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한국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는 다음과 같은 정책 기조 하에 전개되어야 한다.
첫째, 통일문제에 대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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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는 남북당사자 간에 해결해야할 자주성의 문제와 주변국들과 협력 해서 해결해야 할 국제성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으며, 이들 문제는 상호 선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고도의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선 북한의 핵문제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전제조 건으로 파악하고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 러시아 등 관계국과 협력하여 해결해 나감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 나아가 남북통일을 실현해 나 가야 한다. 이와 같이 한국이 주도하여 통일문제를 당사자 중심으로 유도 해 나갈 때, 일본의 남북통일에 대한 반대 또는 이의 제기는 그 명분을 잃게 될 것이다.105
둘째, 對일본 통일외교에서 중요한 점은 한일 간의 신뢰관계라고 평가되 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통일외교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한일 간의 신뢰관계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통일외 교가 성공하기 위한 대일외교는 일본 사회, 일본인의 감성, 특징을 충분히 고려하여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2년 8월 일본의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죄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것은, 천황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일본에 대한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특히 일본 국민의 한국의 호감도를 양호하게 유지 해 나가는 대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셋째, 대북정책에 대해 한일 간에 정책 공조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지만,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한일 간에 괴리가 생기면 한국의 통일외교의 설득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후반기 2006년 5월의 북핵실험 이후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일본과 온도차를 보인 것이 대표적
105박영호, “한국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외교전략,” pp. 117~118.
인 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위협, 특히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대응방향에 있어서 한일 간의 정세 공유와 정책 공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넷째, 통일한국이 지역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란 점에 대해, 보다 특화된 통일공공외교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일본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강조된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의 한반도에 대한 구체 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을 하여 통일한국이 역내의 불안정 요인이 아니 라는 점을 통일외교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다섯째, 한반도 통일 정책 추진과정에서 다자간 틀을 적극 활용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은 남북통일이 국제적인 협력의 틀 속에서 실현될 것이며, 또한 그것이 자국에게도 가장 바람직한 통일의 형태라고 보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다자주의적인 접근법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은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는 각종 다자안보협 력 기구, 예를 들면 ARF, 아세안+3, 6자회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한중일 협력사무국 등과 같은 협력기구를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들 협력기구 등의 장(場)을 통해 한국의 통일정책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여 주변국의 협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섯째, 한일 간 ‘과거’문제 극복을 통해 일본을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 세력으로 확보해 나가는 동시에 일본의 역할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 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미일 양국은 북한과 수교할 가능성이 있으며, 동북아 지역에서 그들의 국력에 걸맞은 정치 군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일본은 남북통일을 전후한 시점에서 소위 말하는 ‘보통국가화’ 목표를 실현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고려하여 한국의 대일정책은 역사, 영토문제 등 ‘과거’에만 집착하 는 형태로 전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과거문제’에 관한 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철학에 입각하여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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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일본을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세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106
나. 한국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 실태 시사점 및 과제
(1) 한국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 체계 시사점 및 과제
한국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의 특징 중 하나는 정부 중심의 추진체제 하에서 對일본 통일공공외교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일 양국 정부 간 대화에서 한반도 통일문제가 직접 거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양국 정부 간 대화에서는 주로 대북정책에 관한 정책 공조와 인식 공유에 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한반도 통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점은 한국 정부의 대일정책이 일정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성과가 한국 정부 차원, 1.5트랙 차원, 나아가 민간 차원의 상호 연계 하에 달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정부 차원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의 체계를 보면, 정부의 관련 부처 간 정책 을 조율 통합하여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對일본 통일공공외교를 전개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 차원에서는 외교부 및 그 산하기관들, 문화체육관광부, 산업 통상자원부 등 대일 통일공공외교 관련 부서의 정책적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외교 부문과 지적 교류 사업을 중심으로 정부 기관들의 상호 협조체제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관련 부서를 종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할 과제
106이영일, “한반도 통일과 일본의 역할,” 동북아 연구, Vol. 11 (조선대학교 동북아연구소, 1993), pp. 71~73.
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반민반관, 정부 출연기관이 전개하고 있는 對일본 통일공공외 교 추진 체계 역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한일포럼’의 경우, 정기적이고 체계적 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한반도 통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제를 다루는 경우는 부정기적이다. 또한 한국국방연구원과 외교안보연구원의 경우도 對 일본 통일공공외교 차원에서 볼 때는 통일문제를 핵심의제로 다루는 경우 는 많지 않다. 즉 1.5트랙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對일본 통일공공외교는 추진체계 면에서는 상당히 정립된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반도 통일문제를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취급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통일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외교관료, 민간학자, 연구자들과 국제학술회의, 포럼, 간담회, 워크숍 등 각종 연구교류사업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비전, 바람직한 통일방안, 한반도 통일편익 등에 관해 직접적으로 의견교환 및 논의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문제 에 초점을 맞춘 對일본 공공외교를 전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제학술회의 등의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 통일연구원의 對일본 통 일공공외교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지 않는 점은, 앞으로 개선해야할 과제로 판단된다. 통일연구원이 對일본 통일공공외교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식적이고 정례화 된 학술교류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민간, 비정부 차원에서는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상호 네트워킹 구축이 중요하다. 비정부 차원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하 는 대규모적이고 국가적인 통일공공외교를 수행하는데 있어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와 지방자치 단체가 對일본 통일공공외교를 추진함에 있어 소규모지만 효율적으로 담당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간에는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