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對한반도 통일관련 공공외교의 인식
전후 한일관계는 ‘가깝고도 먼 나라,’ ‘오래되고 새로운 관계,’ ‘일의대수
(一衣帶水)의 관계’ 등으로 형용되곤 했다. 이러한 평가는, 그 자체가 역설
적이던지 아니면 역설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이는 한일관계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인식(동경과 한<恨>)이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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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이 ‘양면성(ambivalence)’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대체로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부담의식과 멸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4
(1) 일본 국민의 對한국 인식
(가) 일본인의 양면적인 對한국 인식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특징적인 것은 각종 관심과 태도가 상호 경합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문화 상호주의적인 관점에서 한국인의 행동양식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 장기 간에 걸쳐 형성된 한국 멸시 및 무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그룹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 입각해 한국에 대한 관심과 관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이와는 달리 실무차원의 정보교환, 협력을 중시하는 그룹이 있으며, 나아가 개인적인 애정이나 우정 의 축척을 강조하는 그룹이 존재한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비호감과 같은 각종 발언이나 인식표명은, 이와 같은 일본인 각자의 여러 가지의 관심과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서, 전후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이러 한 양상을 띠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고 할 수 있다.15
일본인의 對한국 인식의 이러한 양면성은 일본인의 마음속에 내재돼 있 는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선과 악, 명과 암이라는 가치 판단과 같은 태도와 연계되어 필요에 따라 거론되거나 무시되거나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의 마음속에는 건강하고 부지런하며 다소 피보호자적인 인상 을 포함한 호감을 느끼게 하는 한국/한국인의 이미지와 함께, 암거래 시장 의 한국인/군부, 보수적인 인상의 非호감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공존하
14鄭大均. 韓国のイメージ (東京: 中公親書, 2010), 「はじめに」 참조.
15위의 책, pp. 226~229.
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개의 이미지는 새로운 상황의 전개나 선전/광고 등의 변화와 함께, 어느 한 쪽이 의식의 중심에 위치하거나 주변 으로 내몰리는 형태로 공존해 왔으며,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구성 하는 두 개의 흐름이 공존하는 상황에는 놀라울 정도로 균형이 존재하고 있음에 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인의 對일본 인식에도 적용되는 평가로서, 실제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인식에도 양면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한국인의 반일 감정의 이면에는 일본인이 접할 경우 놀라움을 금치 못할 칭찬과 예찬의 태도가 존재한다.16단, 한국인과 일본인의 상대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요소의 조합 또는 표출 방식에는 엄연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즉 일본인의 對한국 인식의 양면성이 전형적인 ‘부담의식과 멸시’의 조합이라고 한다면, 한국인의 그것은 ‘동경과 한(恨)’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각각의 사회규범 때문에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비호감이 표출되기 쉽지 않은데 반해 한국의 경우 일본에 대한 호감이 표출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나) 상호교류의 심화와 한일관계의 부침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1980년 후반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 서 변화하기 시작하여 1998년 김대중-오부치 회담 이후의 상호 문화개방, 나아가 2002년의 월드컵 공동 개최 등을 거치면서 상당히 호의적인 것으로 변했다. 예를 들면 일본 국내에서 한류 붐이 일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일본 국내에 전파됨에 따라 한국의 문화나 패션 등을 접하는 일본인이 증가
16위의 책, pp. 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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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많은 부분 해소되었다.17 그러나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 이후의 한일관계는 상호 교류가 활 발하게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15년’이라고 형용될 만큼 양자 간 신뢰관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지는 못하였다.
참여정부 시절 영토문제에서 촉발된 對일본 ‘외교전쟁’ 불사론,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일본군 위안부문제, 독도문제를 둘러싼 양자 간 갈등 상황 등에서 보듯, 한일관계는 상호교류의 심화라는 새로운 상황이 도래하면서 상대방 에 대한 인식을 풍부하게 하게 되었으나, 오히려 양자 간의 각종 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그 차이를 직접 체감하는 관계로 변화하였다.18
이처럼 한일관계는 상호교류가 심화됨에 따라 갈등과 마찰의 빈도가 높 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19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상호교류의 심화라는 경험이 한일 양국 국민에게는 미지의 세계였으며, 새로운 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행동양식을 도출해 내지 못한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전후 장기간에 걸쳐 국가라는 테두리 내에서 자의 적으로 형성된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일본인은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그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일본인의 對한국 인식은 상호교류의 심화라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표 Ⅱ-2>에 나타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결과는 한일 간의 역사, 영토문제 등이 일본인의 對한국 인식에
17植田華織, 「韓流と日本人の韓国観:ブームがもたらした変化とは」, pp. 126-128, <http://
www.kyotogakuen.ac.jp/~o_human/pdf/association/c2008_02.pdf> (검색일: 2013.11.11).
18기미야 다다시, “기로에 선 한일관계: 마찰을 넘어 진화를 향해,” 일본공간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2012.12), pp. 87~88.
19위의 글, pp. 90~92. 기미야 교수는 한일 양국의 이러한 갈등상황을 ‘구조 변동기’에 나타 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일관계의 구조변동 징후로는, 예를 들면 경제/외교적 측면의 한일관계의 대등화, 민주주의적 가치관의 공유라는 한일 양국의 균질화, 정부/경제 계간 관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관계를 포함한 다층적인 관계에 더해, 정치경제를 넘어 문화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영역의 관계가 구축되고 있는 이른바 한일관계의 다양/다층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한일관계는 2012 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위안부문제 등 과거문제를 둘러싸고 상호 대립하면서 극도로 악화된 상태이다. <표 Ⅱ-2>의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는 한일 간에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2011년 10월)과 이후(2012년 10월)에 실시한 것이다.
<표 Ⅱ-2> 일본 내각부의 외교에 관한 여론 조사20
질문: 당신은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낍니까? 그렇지 않으면 느끼지
않습니까? 이중에서 어떻습니까? 비율(%)
2011년 10월 조사
1) 친근감을 느낀다 20.3
2) 굳이 말하자면 친근감을 느낀다 41.9 3) 굳이 말하자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19.8
4)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15.5
5) 잘 모르겠다 2.5
2012년 10월 조사
1) 친근감을 느낀다 9.7
2) 굳이 말하자면 친근감을 느낀다 29.4 3) 굳이 말하자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28.1
4)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30.8
5) 잘 모르겠다 1.8
출처: 「内閣府: 外交に関する世論調査(2011.10)」. <www8.cao.go.jp/suevey/h23/h23-gaiko/ 3.html>;
「内閣府:外交に関する世論調査(2012.10)」. <www8.cao.go.jp/suevey/h24/ h24- gaiko/3.html>.
20동 자료는 일본 내각부가 2011년 10월, 2012년 10월에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참고로, 2012년 10월 조사에서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는지 에 대해 질문한 결과,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39.2%(‘친근감을 느낀다’: 9.7%
+ ‘굳이 말하자면 친근감을 느낀다’: 29.4%)였으며,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 은 59.0%(’굳이 말하자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28.1% +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30.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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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2012년 조사결 과가 2011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 (62.9%→
39.2%)라고 응답한 비율은 낮아진 반면,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 (35.3%
→59.0%)라고 답한 비율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21 이 결과는 역사문제 등 한일 양국이 안고 있는 특수하고 민감한 사안이 일본인의 對한국 인식 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일본 국민의 통일관련 對한국 인식
전후 일본의 對한반도 정책기조는 남북 분단 상황의 고착화, 즉 ‘현상유지 정책’으로 평가되어 왔다.22이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인 입장 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그 핵심은 통일한국이 일본의 가상 적국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남북이 통일될 경우 통일한국의 군사력이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점을 고려할 때 남북한이 상호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일본의 안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현상 유지정책’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지정학적인 판단을 토대로 도출된 개념이 라고 할 수 있다.
(가) 일본의 한반도 통일 인식
일본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부정적인 평가의 핵심 요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의 논거를 정리하면, 첫째 남북한 대결 상황의 종결은 한반도의 안정은 물론, 일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한반도 통일에 의해 북한의
21「内閣府: 調査結果の概要」, <www8.cao.go.jp/suevey/h24/h24-gaiko/2-1.html> (검 색일: 2013.11.11).
22伊豆見元, “近くて遠い隣人,” 渡辺昭夫 編, 戦後日本の対外政策 (東京: 有斐閣選書, 1985), pp. 179~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