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지 직제하에 수록되어 있는 이 조문은 보통으로는 성문법의 하나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57) 蔡雄錫, 高麗史 刑法志 譯註, p.302.
58) 대벽을 포함한 형벌에 대한 고려왕조의 이러한 인식은 다음의 월령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왕조 황제 /왕
년월일
/서력 기 사 출 전
당
5① 諸決大辟罪 官爵五品以上 在京者 大理正監決 在外者 上 佐監決 餘並判官監決 從立春至秋分 不得奏決死刑 若犯惡逆 以上及奴婢․部曲殺主者 不拘此令 其大祭祀及致齋․朔望․上下弦․
二十四氣․雨未晴․夜未明․斷屠月日及假日 並不得奏決死刑 在京 決死囚 皆令御史․金吾監決 若囚有冤枉灼然者 停決奏聞
당령습유옥 관령 9乙
송
5②㉠ 諸决大辟罪 在京給諸州 遣它官與掌獄官監決 春夏不行 斬刑 十惡內 惡逆以上四等罪不拘此令 乾元 長寧 天慶 先天 降聖節各五日 前後各二日 天貺 天祺及元正 冬至 寒食 立春 立夏 太歲 三元 大詞(祠) 國忌等日 及雨雪未晴 皆不決大辟 長節惟在寧京則禁
천성령옥관 령 宋7 5②㉡ 諸決大辟不以時日 卽遇聖節及天慶·開基·先天·降聖 [以 上各三日 前後各一日] 天貺·天祺節·丁卯·戊子日·元日·寒食·冬 至·立春·立夏·太歲·三元·大祠·國忌 [以上各一日] 及雨雪未晴 皆不行決 其流以下罪 遇聖節正節日及丁卯·戊子日 並准此 [令 衆 遇聖節免]
경원조법사 류권73,刑獄 門3 決遣 斷獄令 眞宗 天禧4
/1020
5②㉢ 乃詔 天下犯十惡·劫殺·謀殺·故殺·鬪殺·放火·強劫·正枉 法贓·僞造符印·厭魅咒詛·造妖書妖言·傳授妖術·合造毒藥·禁軍
송사권21, 형법지1
월령은 天時와 人事․修省에 대한 조화를 위해서 사계절을 각각 孟 仲季로 나누어 각 달의 천문, 節侯, 君臣이 행하는 행사, 政令 등을 제 시하고 있다. 이 속에는 刑政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주지의 일이다. 앞 서 언급하였듯이,
예기
월령에 의하면, 월령에 기초한 형정의 시행은 중국의 전통적인 형벌관인 천인상관론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월령과 형정의 관계는 앞서 인용한
예기
월령을 그 대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주지하듯이,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계절별 형벌의 시행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즉 겨울과 봄은 獄訟이 중지되 고, 여름에는 형벌의 판결을 輕刑으로 하거나 경죄자의 석방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반면에 중죄자(사악한 자)와 유죄자의 처벌은 가을에 집 중되어 있다. 둘째는 계절별 獄訟의 처리에서 감지되는 것은 형벌에 대하여 휼형(신벌)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이상을 염두에 두고 당송원·고려의 월령과 형정의 관계를 보기로 한 다. 아래의 <표5>는 당송원과 고려의 형벌에서 월령을 적용한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표5> 당송원·고려의 月令과 형정
諸軍逃亡爲盜罪至死者 每遇十二月 權住區斷 過天慶節即決之 餘犯至死者 十二月及春夏未得區遣 禁錮奏裁
원 順帝 至元4·
6·庚午 /1338
5③ 廣東廉訪司僉事恩莫綽言 處決重囚 宜命五府官斟酌地理 遠近 預選官分行各道 比到秋分時畢事 從之
원사권39, 順帝紀2
고려
顯宗 9․閏4 /1018
5④㉠ 門下侍中劉瑨等奏 民庶疫厲 陰陽愆伏 皆刑政不時所致 也 謹按月令 三月節 省囹圄 去桎梏 無肆掠 止獄訴 四月中氣 挺重囚 出輕繫 七月中氣 繕囹圄 具桎梏 斷薄刑 決小罪 又按 獄官令 從立春至秋分 不得奏決死刑 若犯惡逆 不拘此令 然恐 法吏未盡審詳 伏請 今後 內外所司 皆依月令施行 從之
고려사권85 ,형법지 휼형
睿宗 6 /1111
5④㉡ 判 依月令孟夏之月 出輕繫 仲夏之月 挺重囚之說 四月 保放輕囚 五月 重囚緩枷鏁 以爲永式
고려사권85 ,형법지 휼형 恭愍
王 12·5 /1363
5④㉢ 密直提學白文寶上箚子曰 春爲喜神 秋爲怒神 若喜神一 忤 歲功不成 方春夏時 輕刑 固宜放免 重刑 亦宜减等 量決速 出 至三·四月 五·六月 停務 大辟則待冬節 謀危社稷不在此限
고려사권85 ,형법지 휼형 恭讓
王 1·12 /1389
5④㉣ 都評議使司啓 自立春至立秋 停死刑 在京 五覆啓 在外 三覆啓 方許斷罪 事干軍機及叛逆 不在此限
고려사권85 ,형법지 휼형
먼저 唐의 경우를 보면, 刑政에서 月令을 적용한 규정은 5①에 집약 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당대 刑政에서 월령의 적용은 大辟罪에 한정 되어 있지만, 대벽죄를 판결할 때 立春에서 秋分까지는 死刑을 아뢰어 판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59) 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예기
월령의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당에서는 惡逆 이상을 범하 였거나 奴婢․部曲이 주인을 살해했을 때에는 이 법령을 적용하지 않 고 있다. 惡逆 이상의 범죄와(앞서 언급하였듯이, 악역 이상은 慮囚·疏 決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奴婢․部曲이 주인을 살해한 범죄는 예적질 서에 기초를 두는 국가질서와 가족질서·신분질서에서 그 기초를 붕괴 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월령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奴婢․部曲이 주인을 살해한 경우에 월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당 만의 독자적인 규정이다. 그렇더라도 法意는
예기
월령에 기원한다 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규정에는 獄囚 가운데 冤枉이 명확한 경우에 는 판결을 정지하고 奏聞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또한
예기
월령59) 唐律疏議 권30, 斷獄28 立春後秋分前不決死刑에 “諸立春以後․秋分以前決死刑者 徒一年 其所犯雖不待時 若於斷屠月及禁殺日而決者 各杖六十 待時而違者 加二等”
이라고 하여, 이를 위반한 자는 도형 1년에 처하고 있다.
의 仲秋의 달의 규정에 枉法을 엄금하고 있는 원칙과 통한다. 이런 점 에서 당에서 월령에 기초한 형정은 기본적으로
예기
월령의 法意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다만 大祭祀, 致齋․朔望․上下 弦․二十四氣․雨未晴․夜未明․斷屠月日과 及假日에 사형의 집행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주대와 차이를 보인다.다음에는 宋의 경우를 보기로 한다. 우선 5②㉠에 의하면, 송도 春夏 에 斬刑의 집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十惡 가운데 惡逆 이상을 제외시 키고 있는 것은 당과 유사하다(송도 당과 마찬가지로 이들 범죄는 慮 囚·疏決에서 제외되고 있다). 다만 5②㉠과 5②㉡에 의하면, 송에서도 節日과 國忌 등 계절의 변화나 국가적 행사에 사형의 집행이 중지되는 것은 당과 동일하지만, 내용 면에서 당에 비해 자세하고 또 종류도 증 가하고 있다. 송의 규정에서 흥미로운 것은 5②㉢이다. 이에 의하면, 十惡·劫殺·謀殺·故殺 등의 범죄로 사형에 처해지는 자는 12월이 되더 라도 天慶節 이후에 처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로써 보면, 송에서의 월령에 기초한 형정은 당에 비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정비되 어 갔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원대를 보면(5③), 중죄의 경우 秋分에 이르기까지 종결 한다는 정도로 간략하다. 따라서 원대도 형정이 월령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외의 자료가 부족하여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고려의 경우, 5④㉠에 의하면 현종 9년 2월에 敎를 내려
예기
월령 에 따라 형정을 시행할 것을 恒式으로 삼고 있다.60) 나머지 5④㉡∼5④㉣도 내용 면에서 5④㉠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고려의 월
60) 이 현종 9년 2월의 敎는 기록상 월령이 형정에 적용된 최초의 사례이다. 고 려는 성종 때, 유교정치사상을 강조하면서 월령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 고, 그 과정을 거쳐 현종대에 이르러 월령과 형정이 정식으로 결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예기 월령사상의 도입에 대하여는 한정수, 고려시대의 예 기 월령사상의 도입 (사학연구 66, 2002) 참조. 아울러 본고에서는 당송원·
고려의 월령과 형정에 대한 조문의 이동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세부적인 문제에 관하여는 지면관계상 언급하지 못하였다. 고려시대 월령과 형정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은 채웅석, 고려시대 刑政의 ‘原情’認識과 月令 활동 참조.
령에 기초한 형정은 5①에 있는 당의 獄官令을 法源으로 하였다고 보 아도 큰 잘못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