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북한 매체(특히, 노동신문)에서 언급이 증가하기 시 작한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고자 했다. 김정은 정권에서 새롭게 제안된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같은 거시적 차원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실제 주민들이 동의 하고, 체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작은’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도시부럽지 않은”
이라는 북한 주민들의 욕망이 담긴 표현이 거시적 지배 이데올로기의 확산과 이식을 보완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김정은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도시개발을 새로운 정치지도자로서 자신의 입지 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평양과 몇몇 주요 도시에 기반한 도시개발이 도시와 촌락 간의 불균등발전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더불어 그러한 개발된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하여 나머지 저발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비도 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하여금 도시에서의 삶을 욕망하게 만들었고, 북한 당국으 로서는 도시와 촌락 간의 불균등발전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도시부 럽지 않은 표현은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욕망을 가시화시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지방발전을 지원할 자원이 부족한 중앙이 도시부럽지 않은 지역을 만들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인력, 자원의 동원을 유도하는 통치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정은 집권 전반기와 후반기로 구분하여 전반기에는 서부지역(특히, 평안북도, 평안남도)을 중심으로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이 집중된 것을 통해 기존에 인구가 집중되 어 있고, 동부지역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부유한 서부지역에 속한 촌락들이 동부지역에 비하여 지역의 개발사업을 추진할 자원이 있고, 주민들 또한 발전에 대한 욕망이 보다 고양된 점을 고려하여 당에서 서부지역에 보다 정책적 관심을 두는 공간선택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후속적으로 필요한 연구는 후반기에 동부지역에서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이 집중된 원 인의 규명이다. 전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하여 자력갱생에 의한 도시부럽지 않은 지역을 만들 수 있는 서부지역에 집중했지만, 근본적으로 불균등발전은 도시와 촌 락뿐만 아니라 서부에 비하여 인구가 적고, 산간지대인 동부지역의 저발전에 대한 해결 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후반기에 들어서는 서부지역 다음으로 동부지역 에 집중하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순서의 측면에서 서부지역 다음 지역으로 자연히 동부지역에 도시부럽 지 않은 표현이 증가했다기보다는 다른 우발적 상황들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우선 최고 지도자 김정은이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을 직접 언급한 횟수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공식 매체를 통하여 그가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전반기인 2016년에 평안남도 시찰을 하면서였고, 후반기 들어서는 삼지연시(2017년), 평안북도 신도군(2018년), 함 경북도 증평남새온실농장(2019년), 함경남도 홍원군 태풍 피해지역 방문(2020년) 등의 동부지역을 집중방문하면서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그림 1>에 서 2019년에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의 언급횟수가 정점을 찍은 것은 김정은이 증평남새 온실농장을 직접 방문하고, 삼지연시와 함께 본보기로서 중평남새온실농장을 국가적으 로 중요한 사업으로 규정하면서 관련 보도가 많았기 때문이다.78) 2017년 5월 제7차 당대 회에서 자강력 제일주의가 전면에 나왔다가 2018년 ‘한반도의 봄’ 시기에 다시 수면 아 래로 들어가는 형세였다가 2019년 2월 하노이 협상 결렬로 인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
78) “앞으로 산간지대의 군들은 삼지연군과 같은 기준에서 건설하며 농촌마을은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 마을수준으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노동신문 2019.10.18.).
고,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역주민이 아닌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하여 도 시부럽지 않은 표현이 발화된 것은 보다 직접적으로 현존하는 불균등발전의 존재를 최고 지도자가 인정하고, 주민들이 도시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 것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혹은 정치적 위기 돌파의 일환으로 자력갱생이 제안되고, 그러한 지도자의 정치적 위기 회피의 일환으로 호명된 도시부럽지 않은 표현은 주민들의 욕망의 표출과는 거리가 더 멀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지점들에 대한 논의가 후속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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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스카이라인과 군사지리의 블랙박스 열기
발표1
김정은 시대의 평양, 평해튼,
그리고 평해트니즘(Pyonghattanism) 안진희(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표2
군사화 경관으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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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