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이 논문은 1945-1953년 소설을 대상으로 ‘해방’의 테제를 수행하려는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이 젠더적 현실 인식에 의해 출현하고 있음을 밝히 고자 하였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민족국가의 이념과 가치를 재사유하게 한 동시에 젠더에 관한 인식 체계에도 극명한 변화를 가져왔다. 해방 후 부녀자 인신매매 금지, 부녀국 설치, 여성 참정권 획 득, 공창제폐지령 등의 법률적 시행은 여성해방의 혁명적 사건이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도적 시행이 곧 실질적인 여성해방을 가져온 것 은 아니지만, 젠더인식의 변화를 초래한 것은 분명하다. 이 논문은 해방 후 문학에서의 현실인식을 당대 젠더를 둘러싼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 속에서 파악한다면 과연 어떤 가능성과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였다.

Ⅱ장에서는 1945년 8월 15일부터 1948년까지의 작품을 대상으로 내셔 널리즘의 재형성 과정에서 나타난 젠더 행위의 의미효과를 살펴보았다.

해방 후 남녀평등, 여성 참정권 등의 법제화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호 명되면서 여성은 새로운 미학적, 정치적 의미를 획득하였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된 직후 여성을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호명한 것은 남성작가였다. 김남천은 「1945년 8.15」에서 박문경이라는 여성주 인공이 공적 대의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자의식을 지닌 문제적 개인으 로 변모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문경은 부르주아민주주의 혁명이라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진 남자주인공 김지원과 달리 이념의 좌절과 실패 를 경험하였다. 이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 문경의 행위는 해방 직후의 정권수립구상의 분열과 위기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으로, 작가 김 남천에게는 ‘혁명’의 불안과 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김남천은 「동방 의 애인」에서 여자주인공 방혜련을 남성주체의 공적 대의를 위해 희생 하는 역사바깥의 인물로 설정하였다. 이는 실재계의 불안을 드러내는 여 성의 행위를 은폐하고, 확고한 이념을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완벽한 남성 을 역사의 주체 자리에 내세움으로써 8.15라는 해방의 정치적 이상을 재

현하고자 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염상섭의 소설 「효풍」의 여성주인공 혜란 역시 해방 후 새로운 주체로서 국가건설이라는 공적 대의에 참여하 는 인물이다. 그러나 혜란의 거의 모든 행위의 중점에는 병직과의 결혼 이라는 확고한 목적의식이 전제됨으로써 그녀는 사상과 이념을 소유한 주체적 행위능력을 지닌 개인으로 완전히 형상화되지 않고 가정부인으로 서의 젠더 정체성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노라의 재현에서도 나타나는데, 해방 후 노라의 가출은 조선의 민족성을 회복하는 행위로 재현되었다. 정인택의 「황조가」와 정비석의 「안해의 항의문」에서의 아내의 가출은 민족국가건설의 대의 를 수행하지 않는 남편을 부정을 고발하는 행위였다. 해방의 대의를 수 행하지 않는 남성의 과오를 비판하는 것은 민족주체를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남성작가가 민족주체를 재정립하기 위하여 동일한 성별이 아닌, 여성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타자의 존재를 통한 객관 성과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위함이었다. 정인택과 정비석은 민주주의의 상 징으로 호명된 여성을 통해 비판의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남성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해방 후 남성작가는 타자로서의 젠더적 정체성을 통해 조국건설의 욕 망을 실현하고자 한 것은 분명하다. 남성의 조국 건설의 욕망은 민주주의 의 상징으로 호명된 여성의 행위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그 러나 여성을 남성의 정치적 욕망의 대리인으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그 한 계를 노정하였다.

해방 후 여성작가가 문단에 소설을 발표한 시기는 1946년 중후반이었 다. 가장 먼저 문단에 작품을 발표한 것은 이선희와 지하련으로, 그들의 작품, 「창」과 「도정」에서 해방 후 정치적 열망을 재현하는 인물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이선희의 「창」에서 남성주인공 사백은 공적 대의에 저항하고 자신의 유일한 삶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 였다. 사백의 자살 행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내셔널리즘의 억압과 균 열이었다. 이는 신국가의 위협과 분열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봉쇄된 목소 리다. 한편, 지하련의 「도정」에서 남성주인공 석재는 과거에 대한 충

분한 사유를 거치지 않고 급진적인 당과 국가를 건설하려는 것에 대해 회의懷疑하는 인물이었다. 해방이라는 사건이 새로운 공동체의 재건을 목 표로 한다고 했을 때, 석재에게 긴요한 것은 열정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자기의식의 극복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내셔널리즘의 재건과정에서 석재의 윤리적 요청은 부정, 은폐되어야 할 행위였다.

앞서 살펴본 남성작가의 경우 여성이라는 타자를 통해 내셔널리즘의 억압과 균열을 봉합하고 남성주체에 의해 재건될 열정으로서의 해방 후 를 포착하고 있다면, 이선희와 지하련은 남성주체의 불안과 회의를 통해 해방의 열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국가재건에 대한 윤리적 태도 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국가건설의 전망에 대한 여성작가의 정치적 사유 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1948년 8월 15일 남한의 단독정부가 수립될 즈음 여성작가는 ‘생활’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Ⅲ장에서는 1947년 중후반부터 1950년 전쟁이전까지의 작품을 대상으 로 여성의 사적 경험의 공론화를 통해 생활이 구축되는 양상을 살펴보았 다. 1947년 중후반은 국가건설에 관한 이념대립이 극에 달한 동시에 3.8 선의 분할이 지속되면서 조선 경제구조의 파탄이 극심해진 시기였다. 경 제구조의 파탄이 생활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해방 후 본격적인 문단활동 을 시작한 임옥인, 장덕조, 최정희, 김말봉 등은 정치적 이념과 그 실현 의 가능성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에 천착하였다.

임옥인의 작품은 해방을 기점으로 가정 내의 문제에서 벗어나 외부세 계와 조우하였다. 그 배경에는 작가의 월남경험이 가로놓인다. 임옥인의 월남경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장면은 불구가 된 오빠의 모습 이었다. 오빠의 불구는 오빠의 부재로 이어지는데, 이는 해방 후 여성이 자기 존재로서 존립할 근거가 된다. 「이슬과 같이」와 「오빠」에서 여 성지식인 ‘나’가 맞이한 해방은 폭격당한 집이었다. ‘나’는 집으로 부터 나오는 동시에 오빠에 대한 사상적 의지로부터 결별하고 월남을 감 행하였다. 집과 가정의 울타리가 통상 여성화된 장소를 상징한다면, 여 성의 월경越境 그러한 장소로부터의 벗어남이다. 남성의 부재에도 살아갈 수 있다는 내적논리가 여성의 월경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물론, 「약

속」과 「서울역」에서의 여성주인공은 집과 가족을 버리고 단신으로 월 남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성주인공은 집이 라는 사적 경험 내에서의 자기 생활을 벗어나 주체로서 새로운 자기를 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임옥인의 소설에서 여성은 집이라는 사적 영역을 벗어나 외부세계로 나아간다면, 장덕조와 최정희의 소설은 외부세계로 나간 여성지식인이 민족주체로 포섭되지 않는 여성 하위계층의 삶을 마주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장덕조의 「저회」와 「곤비」에서는 하층계급으로 전락한 여성 지식인이 등장한다. 지식인 여성은 하위계층으로 전락한 여성을 통해 해 방 후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구호를 강요하는 남성적 세계와 결별하고 생 활의 애환을 짊어진 여성과 조응하는 공감의 정서를 재현하였다. 최정희 의 「봉수와 그 가족」과 「청량리역 근처」에서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 하위계층의 가난한 삶과 기구한 운명에 관한 침묵된 ‘목소리-의식

voice-consciousness’을 드러냈다. 이 시기 빈곤이라는 사태는 재화의 결여

가 아니라 기본적인 잠재능력의 박탈deprivation이었다. 공적 대의가 최우 선시 되었던 해방 후의 상황에서 가족과 가정이라는 사적 경험 내에 머 물 수밖에 없었던 여성 하위계층은 국가재건에서 완전히 배제된 이들이 었다. 장덕조와 최정희는 여성 하위계층에 대한 공감과 관찰을 통해 사 적 경험 내에 갇혀 있던 그녀들의 생활의 문제를 공론화하였다.

한편, 배제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녀들’의 생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역시 해방 후에는 긴요한 문제였 다. 이에 대한 단서는 공창제폐지 관련 사건을 다룬 김말봉의 「가인의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김말봉은 「가인의 시장」을 통해 공창제폐지 의 정당성과 주변화된 여성들의 사회 질서 내의 성공적인 안착을 상상적 으로 재현하였다. 소설에서 공창제폐지의 성공은 기독교의 순결주의를 통해 여성‘들’의 범주를 구성하고 오염되고 타락한 남성성을 거부함으 로써 이뤄졌다. 이를 통해 김말봉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완벽한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였다. 공창제폐지운동과 희망원의 설립은 사적 경험 내에 서 논의되던 섹슈얼리티를 공적인 문제로 가지고 오는 한편으로, 여성연

Dalam dokumen 비영리-변경금지 2.0 - S-Space (Halaman 166-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