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금융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적으로는 자금공급, 신용, 대부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환율을 통한 외화관리 및 국제 결제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본 절에서는 이와 관련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북한에서의 금융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 고 있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가. 국내금융형태
(1) 자금공급
자금공급은 “사회주의 국가가 기관·기업소의 경리운영에 필요한 자 금을 국가예산에서 계획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특성상 재반환되지 않는다. 자금공급은 기관·기업소의 필요자금을 국 가예산에서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국가재정의 한 형태이자 은행을 통 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금융의 한 형태이다.38) 여기에는 국가 재정 38) 북한에서는 국가예산자금을 공급하는 업무는 금융으로 취급하고 있으
지출 중 행정기관 유지비 및 국방, 치안 등에 필요한 자금은 제외된 채, 주로 경제부문 사업에 지원되는 예산을 포함하고 있다.
자금공급은 기본건설자금, 대보수자금, 인민경제사업비, 사회문화시 책비 등으로 구분된다. 기본건설자금은 기업소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기계설비, 건물, 구축물 등의 고정재산 형성에 필요한 자금이며, 대보 수자금은 이와 같은 고정재산의 보수·개선하기 위한 자금이다. 인민 경제사업비는 인민경제의 균형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국가예 산에서 지출되는 비용으로서 공업사업, 농업사업, 도시경영사업, 지방 사업, 대외경제사업, 과학기술 발전사업, 국토사업 등에 필요한 사업 비와 가격인하 또는 가격편차 보상금 등과 같이 기본건설자금에 해 당되지 않으면서 국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는 자금을 말한다. 사회 문화시책비는 교육, 문화, 보건, 과학, 체육, 사회보장, 사회보험 등 사회주의 문화건설과 근로자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국가예산자금으로 예산제기관에 지원되는 지출을 칭한다.39)
북한은 기관·기업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국 가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유일적 자금공급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유일적 자금공급체계는 이전의 분산적인 자금보장제도 대신에 기본 건설자금, 유동자금을 비롯한 모든 자금을 국가가 책임지고 중앙은행 을 통하여 유일적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체계이다.”40)
유일적 자금공급체계가 확립되기 이전에 유동자금의 상당부분과 일시적 자금수요를 은행대부금으로 충당했으나, 유일적 자금공급체계 확립 이후 기관·기업소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은 국가예산에서 공급
나 국가예산자금을 받아들이는 업무는 금융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39) 예산제기관은 독립채산제를 실시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대부분 필요자 금을 받아 운영되는 비생산기관으로 국가의 사회문화시책사업을 담당 한다.
40) 리원경, 「사회주의 화폐제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업소들이 은행으로부터 대부 를 받을 경우에는 기업소가 경영활동을 잘못하여 손실이 발생한 경 우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국가예산 수입이 감소됨 에 따라 유일적 자금공급체계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즉 1992년 이후부터는 기업소들이 자체자금으로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충 당하고 모자라는 자금을 은행에서 대부를 받는 자금보장체계로 바뀌 었다.41)
이에 따라 국가의 예산제도도 변화하여 총세입의 감소와 함께 국 가 예산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래수입금과 국영기업이 익금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1991년 371억 2,100만원이었던 총세입 은 1996년 203억 2,000만원으로 크게 줄었으며, 이중 거래수입금과 국영기업이익금의 비중은 1991년 85.6%에서 1996년 70.8%로 감소했 다. 예산지출에 있어서도 기업소의 유동자금공급이 포함되어 있는 인 민경제에 대한 지출의 비중이 1993년의 68.2%에서 1996년에는 60.2%
로 축소되었다.
(2) 신용공여
신용은 금융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로서 “반환을 전제, 일시적 유휴 화폐자금을 계획적으로 동원하고 이용하는 금융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신용에는 기관·기업소 또는 주민들로부터 유휴화폐자금을 집중 시키는 저금(예금)42)과 보험 그리고 유휴화폐자금을 이용하는 대부
41) 문성민, 「북한의 금융제도」 p. 16.
42) 북한에서는 일반주민들의 은행예치금을 ‘저금’이라고 하는 반면, 기관·
기업소의 은행예치금을 ‘예금’이라고 한다.
가 있다.
저금은 일반주민들이 유휴화폐자금을 금융기관에 맡기는데, 이 경 우에는 유휴자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기업소는 현 금 보유한도를 넘는 부분을 모두 예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북한은 조선중앙은행 이외 별도의 저금망체계를 통해 저금(예금)활 동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은행기관 저금망체계’와 ‘체신기관 저 금망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중앙은행은 주로 기관·기업소를 상대 로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있으며, 은행기관 저금망체계에는 시·군(구 역)의 은행지점, 저금소, 저금대리소, 저금대리인로 구성되어 있다. 저 금소는 저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기관으로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저금대리소는 은행지점, 저금소, 체신저금기관 등이 없는 지역의 기 관·기업소 또는 협동농장 중에서 비교적 규모가 크고 저금업무량도 많은 곳에 설치된 저금취급단위로서 기관·기업소의 재정부기일군(경 리직원)이 저금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저금대리인은 종업원이 적은 기관·기업소나 직장, 작업반, 인민반 등에 배치되어 있다.
체신기관 저금망체계는 우편국, 체신소, 체신분소로 구성되어 있으 며 저금취급은 은행과 동일하다. 우편국은 우편물과 출판물을 전달하 는 기관이며, 체신소는 대중을 상대하여 편지, 전보, 소포, 송금, 전화 와 같은 체신사무를 보는 기관이다. 체신분소는 도시와 농촌의 일정 한 지역에 세워진 체신소 소속 내부단위기관이다.
(3) 대부
북한은 대부를 “기관·기업소들에 필요한 경영자금을 계획적으로 보 충해주면서 ‘원에 의한 통제’를 실시하는 반환적 성격의 자금보장형 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대부는 국가의 재정계획과 이를 바탕
으로 하는 은행의 대부계획에 따라 실시된다. 대부 대상은 기관·기업 소 등에 한정되어 있는 바, 일반주민들이 대부를 받기는 불가능하 다.43) 대부에는 이자가 부과44)되고 대부기한 내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연체이자가 부과된다.
북한의 은행이 대부하는 형태는 국영기업소 대부, 협동단체 대부, 기타 대부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국영기업소 대부는 국영기업소 의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이 지원하는 것으로서 계획대부,45) 조절대부,46) 보충대부47)가 있다.
협동단체 대부는 협동농장, 생산협동조합, 수산협동조합, 편의협동 조합 등 협동적 소유의 기관·기업소들에 대한 대부로 이들 단체들이 운영과정에서 추가적 자금수요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충해 주는 역 할을 한다.
기타 대부에는 외화벌이자금 대부, 부업경리자금 대부, 독립적인 재정상태표(대차대조표)와 은행돈자리를 가지고 경영활동을 하는 부 업반, 가내작업반, 기타 기업소에 대한 대부 등이 있다.
북한에서의 대부는 독립채산제기업소 유동자금의 추가적 수요를 기본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년 이내의 단기대부가 원칙이다.
43) 다만 협동농장원들에 대해서는 협동농장신용부에서 부업경리자금 또는 소비자금을 대여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44) 북한은 1960년대 초까지 이자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 단기자본에 대 한 수수료만을 부과했으나 그 후 자본을 물질로 표시된 노동으로 파악, 자본 사용료를 추가로 부과하는 이자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비용의 측면보다는 대부금 반환을 위한 통제수단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성민,
「북한의 금융제도」 p. 24.
45)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위한 계획상의 대부.
46) 경영할동가정에서 객관적인 요인으로 더 요구되는 자금에 대한 대부.
47) 기업소들이 경영활동을 잘못하여 모자라는 자금에 대해 제공하는 대부.
(4) 보험 및 기타
북한에서는 보험을 “자연재해나 사고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미 리 막거나 발생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자금을 형성 하고 이용하는 경제관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북한의 보험제도는 보 험사업이 국가기관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주의적 보험제 도48)의 형태를 취하면서 국가보험관계를 민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또 한 보험사업을 국내보험과 국제보험으로 나누어 국내보험사업을 보 험기관이 아닌 조선중앙은행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국제보험사업은 조선중앙은행이 전액출자하여 설립한 조선국제보험회사(Korea Foreign Insurance Co. Ltd.: KFIC)에서 수행하고 있다.
아직 민영 보험사업은 존재하지 않으나 보험법에서 외국투자보험 기업이 자유경제무역지대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 로 마련되어 있어 이 지역에서는 제한적이나마 민영 보험사업이 가 능할 것으로 판단된다.49)
조선중앙은행은 국내보험사업 중 생명보험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으 며 그 산하에 각 도별로 총지점과 각 시·군·구에 지점을 두고 보험사 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각종 단체 및 기관에 보험대리인을 위촉해 두고 있다.
조선국제보험회사는 자본금 1억원(북한원)으로 평양에 본사를 두고 48) 1954년 1월 15일 내각결정 제15호로서 발표된 국가보험에 관한 기본규 정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 국가보험제도를 실시할 데 대하 여」에 의하여 보험사업의 국가유일체계를 확립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 함으로써 그 이전 국가·민간 공영으로 운영되어 왔던 주식회사가 폐지 되고 보험사업이 국유화되었다.
49) 신동호·안철경·조혜원, 「남북 경협 증대 및 통일에 대비한 보험산업 대 응방안 연구: 독일모델을 중심으로」 (서울: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1997), p.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