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내각의 편제와 분류
북한 헌법은 내각의 위상을 “국가주권의 행정적집행기관이며 전 반적 국가관리기관”(헌법 123조)이라고 규정한다. 북한 헌법(제125 조)이 규정한 내각의 기능은 ① 일반 행정관리, ② 경제관리, ③ 국 토․도시 및 환경관리, ④ 사회․교육․문화․보건․체육 관리, ⑤ 공 공질서관리, ⑥ 대외사업관리 기능으로 대별된다. 그 중 내각의 주 기능은 국가경제관리이며, 내각 총리도 ‘경제사령관’으로서의 역할 을 요구 받는다.
북한 내각은 “총리, 부총리, 위원장, 상과 그밖에 필요한 성원들로 구성된다(헌법 124조).” 현재 내각 총리는 박봉주로, 2013년 4월부 터 그 직을 유지하고 있다. 부총리는 현재 8~9명인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시기에 북한 당국이 중시하는 국가 과제에 따라 인원수가 달라 진다. 내각 지휘부에는 당원인 내각 구성원들의 당 생활을 지도하는 내각 당위원회가 있고 그 관리 조직으로 내각 정치국이 있다.
한편 북한은 내각의 “위원장, 상과 그 밖에 필요한 성원들” 즉, 내각의 부처조직과 장관 이름들을 일괄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따 라서 특정조직의 장이 내각의 구성원인지 여부는 여러 정황을 토대 로 판단해야 한다. 우선 조직 명칭으로 볼 때 000위원장과 000상은 내각 부처의 장으로서 내각 구성원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한 헌 법은 “내각은 자기 사업을 돕는 비상설부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제 130조)고 하여 ‘000위원회’103) 명칭의 조직이 내각 구성원이 아닌
103) 성은 상의 독임제(獨任制) 조직인 반면, 국가계획위원회․교육위원회 등 000위원회 형태의 조직은 정책방향의 신중한 설정이나, 다소 이질적인 협업체 성격의 조직으 로 회의를 통한 정책조율이 필요한 경우 수명의 위원들과 함께 위원장이 관리하는 협의제 조직이다.
비상설위원회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유의해야 한다. ‘000성(省)의 000상(相)’ 명칭은 북한이 정책적으로 내각에 위치시키지 않고 국무 위원회에 편제시킨 인민무력성․국가보위성․인민보안성을104) 제외 하고는 전부 내각 부처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북한 내각에는 “그 밖에 필요한 성원”이 추가되는데,
‘000국’, ‘000원’, ‘000은행’ 명칭의 몇몇 중앙기관이 추가된다. 다 음으로 ‘내각 전원회의’에 참가하는 조직인지 여부를 확인하면 내각 부처인지 여부가 보다 명확히 판명된다. 북한 헌법 제127조는 “내각 전원회의는 내각성원 전원으로 구성하며, 상무회의는 총리․부총리 와 그 밖에 총리가 임명하는 내각성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 다.105) 물론 내각 전원회의의 경우에도 참석자들을 구체적으로 밝 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작성한 2018년 1월 기준 ‘북한 권력기구도’로 볼 때 현재 북한의 내각 조직의 면모는 다음과 같다. 내각 총리는 박봉주이며, 부총리는 9명이다. 내각 산하 부처 조직으로 위원회는 국가계획위 원회, 국가가격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품질감독위원회, 국가검열위원회, 교육위원회, 수도건설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 회 등 8개이다. 성(省) 조직으로는 건설건재공업성, 경공업성, 국가 건설감독성, 국가자원개발성, 국토환경보호성, 금속공업성, 기계공 업성, 노동성, 농업성, 대외경제성, 도시경영성, 문화성, 보건성, 상 업성, 석탄공업성, 수매양정성, 수산성, 식료일용공업성, 외무성, 원유공업성, 원자력공업성, 육해운성, 임업성, 재정성, 전력공업성,
104)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은 원래 내각 소속이었으나 ‘국무위원회’가 신 설되고 나서 그 산하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헌법은 여전히 내각의 임무 로 “사회질서유지” 기능을 포함시키고 있다.
105) 북한 헌법 제128조는 “내각 전원회의는 행정경제 사업에서 나서는 새롭고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한다. 상무회의는 내각 전원회의에서 위임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공업성, 채취공업성, 철도성, 체신성, 체육성, 화학공업성 등 31개다. 기타 내각 사무국, 중앙통계국, 국가과학원, 중앙은행 등 2 국, 1원, 1은행 조직이 있어, 총 부처 수는 43개이다.
이들 43개 부처가 내각 총리 산하에 있다고 해서 총리가 이들을 전부 장악․통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체로 총리가 경제사 령관으로서 경제부처들과 교육․보건․체육․사회․문화 등 사회 부 처들을 대상으로는 지휘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각사무국․외무 성․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은 최고지도자에게 개별적으로 ‘제의서’
를 올릴 수 있어, 실질적인 통제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림 Ⅲ-1> 북한 내각의 부처 조직분류
자료: 저자 작성.
<그림 Ⅲ-1> 북한 내각의 부처 조직분류에 나온 43개 내각 부처 들 중에서 경제부처들을 구분해 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에서는 행정․경제기구에 경제 관리기구와 일반 행정기구의 기능이 혼재되 어 있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부처들이 있다.
우선 북한 내각의 기능(참모) 단위 경제부처로는 국가계획위원회, 국가가격위원회, 국가품질감독위원회, 재정성, 중앙은행, 중앙통계 국 등 6개 부처를 들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로동성, 국가검 열위원회도 기능단위 경제부처로 분류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생산 활동의 과학기술적 측면 지원, 노동력 관리, 생산 활동 검열․평가라 는 요소를 고려하면 경제부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과학기술, 노동 관리문제가 과학, 교육, 사회, 문화부문처럼 경제와 병렬적인 사회부문 행정영역을 관리하는 기구 로 보고 제외한다. 그리고 이 부서들에 대해서는 이후 5장에서 자세 히 다룬다. 또한 국가검열도 경제와 사회문화를 포괄하는 통제행정 영역이라는 측면을 감안하여 내각 내 경제부처에서는 제외한다.
다음은 생산부문 단위부처들로 이를 편의상 ① 광공업 부문 ② 식 의주 부문 ③ 유통․운송 부문으로 대분류하고, 그 분류 내에서의 각 부처 배열순서는 북한이 중요시하는 선행부문, 기초공업 등의 순서 로 한다. 광공업 부문 부처에는 전력공업성, 석탄공업성, 채취공업 성, 원유공업성, 국가재원개발성, 금속공업성, 기계공업성, 화학공 업성, 전자공업성, 원자력공업성, 국가건설감독성, 임업성, 건설건 재공업성 등 13개 부처가 해당된다. 식의주 부문 부처로는 농업성, 수매양정성, 수산성, 경공업성, 지방공업성(식료일용공업성), 수도 건설위원회, 도시경영성 등 7개 부처를 포함시킨다. 유통․운송 부 문은 상업성, 대외경제성, 철도성, 육해운성 등 4개가 해당된다.
따라서 내각의 경제부처는 30개 부처로, 참모(기능) 단위 6개, 광
공업 부문 13개, 식의주 부문 7개, 유통 부문 4개 부처로 분류한다.
비경제부처는 내각 사무국, 교육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 과학원, 체신성, 문화성, 보건성, 노동성, 체육성, 국토환경보호성,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가검열위원회 등 13개 부처가 된다.
나. 경제부처 분류 배경과 부처별 기능
북한 내각에서 경제부처들을 선별․분류하는 작업은 먼저 사회주 의 체제에서 경제 관리기구 편제 방식, 산업분류 방식, 생산 및 봉사 부문 분류 방식에 기초한다. 첫째, 경제관리기구 편제 방식이다. 사 회주의 체제에서 경제관리기구를 편제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 다. ① 공업부문을 중심으로 인민경제관리기구를 조직하는 것이다.
계획과 통제과정은 해당 공업(화학공업, 석탄공업 등)에 기초하며, 공업부문 사이의 일반적 조정은 정부가 맡는다.
② 국가계획위원회 등 기능단위(혹은 참모단위)를 중심으로 경제 관리기구를 조직하는 것이다. 권력은 기능단위에 주어진다. 각 기능 단위는 전체 경제차원에서 자재공급, 노동, 투자, 도매 등 해당 기능 적 책임 분야에 대한 명령을 하급단위에 내린다. ③ 영토원칙이다.
부문이나 기능 단위가 아니라 도 인민위원회 등 영토 단위가 경제를 조직하는 핵심단위가 된다. 이 경우 계획권과 집행권은 지역기관에 주어진다.
사회주의 경제관리체계 역사에서 지배적인 경제관리기구 형성 방 식은 중공업․경공업 등 공업 부문을 중심으로 하면서 기능적 기구 와 영토적 원칙을 보완하는 방식이었다.106) 북한의 경제관리기구도 부문 단위 중심의 관리체계에 따라 내각(그중에서도 국가계획위원 회)-성․위원회-연합기업소-기업소의 4단계 위계 체계를 갖춘다.
106) 박형중, 북한의 경제관리체계, p. 114.
이러한 4단계 경제관리기구에서 각 단계는 다시 기능단위와 부문별 계선 단위 부서들로 구성된다.
예컨대, 내각에는 국가계획위원회 등 기능단위와 석탄공업성 등 부문단위가 있고, 석탄공업성은 다시 석탄기술국 등 기능단위와 석 탄생산국 등 부문별 계선단위로 구성된다. 계선단위는 생산 활동 자 체를 관리한다. 기능 단위는 생산 활동을 직접 관리하지 않으며, 생 산 활동에 관련한 자문을 하고 규칙(예컨대 임금지불, 자본배분, 이 윤율 목표 등)을 만든다. 내각 안에 개별 부처로서 성(省) 역시 참모 단위와 계선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성의 재정국․기술국 같은 기능 단위는 성 산하 재정관리 혹은 자본투자계획을 총괄하고, 성의 총국 및 연합기업소 같은 계선단위는 산하 여러 기업소를 관리한다.107)
둘째, 북한의 산업분류 방식이다. 북한의 산업분류 개념은 남한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그들의 산업을 총체적으로 어떻게 분류 하고 있는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은 없다. 다만 북한이 표방하고 있는 전통적인 산업발전 정책의 기조가 ‘중공업을 우선적 으로 발전시키고 경공업과 농업을 발전시키는 것’임을 고려할 때 북 한은 산업을 크게 중공업, 경공업, 농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08)
중공업이란 생산수단을 주로 생산하는 공업부문의 총체로서 여기 에는 전력공업, 석탄공업, 광업, 금속공업, 기계제작공업, 화학공 업, 건재공업 등 기간공업부문과 임업이 포함된다. 북한은 이들 공 업부문 중에 석탄공업, 광업, 원유공업, 어업, 임업을 채취공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나머지 공업부문을 가공공업이라고 부른다. 한편 경공업은 소비재를 주로 생산하는 공업부문으로서 방직공업, 신발
107) 위의 책, p. 114~115.
108) 통일부, 북한개요 2004(서울: 통일부, 2003), p.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