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민족내부거래 부합 출입조치 제도화
남북관계는 국제차원에서는 유엔에 동시 가입한 국가 간의 관계이나, 남북 당사자 사이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특수관 계”이다. 따라서 모든 거래는 내국간 거래에 준해서 이루어져야 할 당위 성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발전기본법」에서도 “남한과 북한 간의 거 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본다”라고 규정(제3조
2항, 2006년 6월 30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북교역 및 인적왕
래에 대한 출입·관세·검역 사항을 민족내부거래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 남북출입제도는 법체계상 남북관계의 특 수성을 감안하여 마련된 것이라기보다는 임기응변적인 법령체계 하에 운용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남북교류협력법」 제21조에는 「출입국 관리법」을 준용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남북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의 지위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를 규정
한 「출입국관리법」의 준용은 현실과 규범의 불일치현상을 보여주는 극 명한 사례라고 할 것이다.
출입 관련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통신 및 출입의 빈도와 범위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57 「남북교류협력법」과는 별도로 장기적 차원에서 남북출입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정한 특별법을 제정,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기반한 출입절차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 속 에 이른바 3통(통행‧통신‧통관) 절차에 대한 입법안을 마련, 남북 간의 출입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법의 제정은 현행 「남
57 _ 박정원, “민족내부거래 부합 3통 제도화 방안,”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 3통 제도화
를 위한 전문가 및 실무자 합동 워크숍, 2007.11.22), pp. 10~28 참조.
북교류협력법」과 「남북관계발전법」 등의 법률에 의거할 수 있다. 그러 나 남북관계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출입제도에 대한 법률제정은 입법절차 완성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남 북 사이의 통행과 통관에 따르는 문제점을 빠른 시간 내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서는 미흡하다.
단기적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의 법령을 활용하여 민 족내부거래의 성격을 감안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행정입법을 통해 해당부처에서의 처리지침과 고시 등의 절차와 방법을 원용, 통일 부 통합규정안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것이다.58이는 「남북교류협력법」
의 시행령에 근거하여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남북교류협력의 입법체계 상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임시방편적으로 대처하는 법제도라는 점에서, 또한 법률적 근거가 아닌 행정입법으로서 규율하는 법 규정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따를 수 있다. 그리고 기존 관련부처 법령과의 상충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는가 하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별법을 제정하든, 아니면 행정입법을 통하든 출입국관 리업무의 법무부, 관세업무의 관세청 등 남북통행 및 통관업무와 절차 에 대한 당해부처의 관련 입법사항이 통일부로 이관, 통일부가 주무가 되는 직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 민족내부거래 조치 적용과 남북협력
통신을 포함한 남북한 출입제도의 개선은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단계 별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이
58 _ 위의 글,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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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면서 하나씩 풀어나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남북한이 하나의 지역에서 통행과 통신 및 통관절차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상 태, 궁극적으로 민족내부의 거래가 통용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남 북교류협력법」에는 남북 사이의 거래를 ‘민족내부거래’로 규정하고 있 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대외교역 및 외국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 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민족내부 간의 거래가 남한에서만 통용되어야 할 사안은 아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이에 호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의 단기적 적용·시행이 어려운 점을 감안, 우선 개성공단 및 금강산 지역을 출입하는 남한의 인적·물적 왕래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개성공단 및 금강산지역으로의 입·출입만이라도 민족 내부거래를 적용, 자유 왕래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한의 출입제도 및 절차를 대폭 생략하거 나 간소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남북출입 관련 제도는 많은 부분에서 간소 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외교역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법」에 남북교역 및 방문을 규율하고 있는 출입·관세·검역 등의 업무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출입국관리 법」, 「관세법」 등이 준용되는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수요 자로 하여금 내국간 거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번거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예를 들어 남북 출입장소의 지정, 출입심사공무원 지정 등에 관한 책임을 통일부장관이 가지고 있으나, 관세청,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심 사관련 부처가 출입관련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 업무의 중복성 및 번 잡성을 노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력낭비까지도 초래하고 있다. 이 런 업무들을 과감히 철폐 또는 간소화해 업무를 일원화(one stop service)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북출입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지역과 같이 현재의 북 한지역 경제 및 관광특구에 대해 ‘민족내부거래’에 준하는 출입조치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지역에 확대·조성되는 경제특구 또는 관광특구로의 입·출입은 특별회랑을 만들어 필요한 최소한의 통 제조치 이외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게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금강산 특구는 1991년에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이 그나마 실 현되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통행과 관련하 여 ①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의 실현, ② 끊어진 철도와 도로연결, 해로, 항로 개설이 합의되었다. 부속합의서 제10조에는 남과 북은 민족구성 원들이 방문지역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하도록 하며, 신변안전 및 무사 귀환을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제3조에는 경의선 철도와 문산∼개성 사이의 도로를 비롯한 육로를 연결하며 김포공항과 순안비행장 사이 의 항로를 개설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남과 북은 교통로가 개설되 기 이전에 진행되는 인원왕래와 물자교류를 위해 필요한 경우, 쌍방이 합의하여 임시교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 밖에도 남북 사이의 교통수단과 승무원들의 출입절차, 교통수단 운행방법과 지점 선정 등 교통로 개설과 운영에서 제기되는 기타 실무적 문제들을
「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에서 협의를 하기로 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절차와 과정이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건설을 통해 이루어지 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부분에 있어서도 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이 우편과 전기통신교 류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연결하며, 우편과 전기통신 교류의 비밀을 보 장할 것을 밝히고 있다. 통관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속합의서 제10 조에는 남북 사이의 물자교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남북사 이의 경제관계를 민족내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를 협의·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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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이 북한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경제 특구에 점차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감안, 본 지역과 남한 사이에 민족 내부거래가 적용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북한의 수용을 촉구할 수 있 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북한지역의 경제 및 관광특구를 거점으로 타 지역 에도 민족내부거래에 준하는 출입조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모든 인원이 나 차량의 출입이 특구와 특구 사이 또한 특구와 남쪽지역과 같은 수준 으로 언제든지 통행 및 통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통제조치만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성을 제외한 기타 북한지역에 소규모의 경제특구를 조성, 남한 기업이 집단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