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Years of Humanitarian Aid to North Korea
Ⅱ.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대북지원의 특수성
인도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상황의 개선’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정치․
외교적 사안과 연계되지 않는 원칙을 견지한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은 원칙적으로 지 원대상국의 정치적 환경이나 조건과 연계되지 않는다. 대북지원 역시 이와 같은 기본 적 맥락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국제사회의 대북지원과 남한의 대북지 원은 일정한 차이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북지원은 인류애적 가치의 구현이라는 보편 성과 아울러 한민족 사이의 지원이라는 특수관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상황이라는 복합적 요인은 대북지원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 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 고 하더라도 이는 한반도 및 남한사회에 직접적․즉각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민족으로서 분단상황에 놓여있는 북한에서의 인도적 지원 상황의 발생 은 곧바로 남한사회의 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대북지원 은 다른 인도적 지원과 달리 분단상황과 남북관계의 변화, 그리고 통일이라는 복합 적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북지원의 특수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대 북지원은 대북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
남북분단사에 있어서 대북지원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
했으며, 이는 냉전적 대립이라는 근본적 한계가 장기간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 쳤기 때문이었다. 냉전체제하에서 남북관계는 배타적 대립구조를 형성했으며, 남북 한간의 교류․협력은 사실상 거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남북한간의 교류․협력제 의들도 대부분 실현가능성 보다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다루어 졌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의 냉전체제의 해체와 남북체제경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의 도래는 남북관계 성 격 변화의 지형을 만들어 냈다. 새로운 환경의 도래에 따라 대북정책도‘냉전적 대
립’에서 ‘대북포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을 명시적 목표로 하는 대북포용정책구사로 남북한간의 교류․협력의 활성화와 대북지82
통일정책연구 14권 2호
대북지원 10년의 성과와 과제
원의 본격화가 가능해 지게 되었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장기간 지속되어온 냉전적 남북 대결구조의 화해․협력구도로의 전환과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는 상징적 계기였다.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대북포용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오고 있다. 대북지원은 대북정책의 패러다 임 전환 및 이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과정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국민의 정부 」의 대북포용정책은 남북대립에서 화해․협력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대북포용정책의 목표는 분단상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여 장기적 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당장의 법적․제도 적 통일의 추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포용정책은 첫째, 한반도 평화 를 파괴하는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둘째, 일방적 흡수통일 불추구, 셋째, 남북간 화 해․협력의 적극추진을 대북정책의3원칙으로 내세웠다.
1 대북지원을 포함하는 남 북한 교류․협력사업의 활성화는 대북포용정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구체적 방법 론으로서의 의미를 가졌다.2003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계승․발전시켜 통일․외교․안
보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평화번영정책을 마련, 이를 견지해왔다.2 평화번영정책은 대북포용정책에서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토대로 남북 공동의 번영을 추구함으로 써 평화통일기반을 구축하고 동북아 경제중심을 이룩하려는 장기적인 국가발전 구 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번영 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증진’과 ‘한반도 및 동 북아의 공동번영 추구’이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원칙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상호신뢰 우선과 호혜주의’,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한 국제협력 ’,
그리고‘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3 평화번영정책은
「국민의 정부」의 대북포용정책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북 및 통일정책을 국가발전전략 속에서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와 같은 정책적 맥락에서 대북지원은 남북관계 개선의 촉진요인으로 해석되어 왔다1통일부, 「통일백서 (서울: 통일부, 2005), p. 15.
2평화번영정책은 “기존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심화․발전을 담은 한단계 진전된 정 책”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것으로 “기존의 대북화해․협력정책(포용정책, 햇볕정책)을 내용적으 로나 형식적으로나 보완․발전시킨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통일부, 평화번영정책해설자료 (서울: 통일부, 2004), p. 5.
3통일부, 평화번영정책해설자료 (서울: 통일부, 2004), pp. 6~10.
조 한 범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남북간 화해․협력의 적극 추진’이라는 방법론적 변 화를 의미하며, 이는 상호 불신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보다 많은 대화와 접촉, 그리고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특히 가능한 분야에서부터의 교류․협력 활성화는 상호이익과 민족 의 복리를 도모할 수 있음은 물론, 남북간에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도 대북지원의 확대에 있어서 긍정적 환경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북지원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이나 시혜의 차원 을 벗어나 민족 전체의 공동 발전과 번영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남북협력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지원은 북한내 인도주의 사안의 해소 및 남북관계의 실질 적 개선, 북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남북한간의 신뢰 구축과 궁극적으로 통일의 기초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대북지원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정에서 상당한 추진력을 받아왔다. 특히 대북지원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국가적인 목적 달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민간의 대북지원 추진주체들과 국가간의 갈등관계는 설정되지 않았으며, 이는 과거 냉전체 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북정책 및 남북 관계의 패러다임 전환과정에서 대북지원을 위한 긍정적 환경만 조성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다양한 외적요인들이 대북지원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대북지원을 둘러 싼 보혁간의 논쟁구도가 국가와 시민사회가 아니라 냉전적 유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민사회내의 대립관계를 통해 나타나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북지원에 대한 지지진 영과 비판진영간의 갈등관계가 형성되었으며, 이는 보혁구도 속에서 배타적 대립구 도로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냉전문화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전되는 남북 관계 개선과정에서 긍정적 결과의 도출과 아울러 비판적인 여론도 동시에 나타났다.
이는 다시 정당정치에서 증폭․재현되는 순환구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정쟁 의 소지로 이용되는 경향을 보여 왔으며, 결과적으로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약화시켜 왔다. 대북지원은 이 과정에서 보혁이 충돌하는 주요 소재로 다루어져 왔다.
또한 대북지원은
‘대북정책과의 친화력’이라는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남한사회의 대북지원은 인도주의적 목적과 아울러 대치상황에서의 분단 민족내부의 교류․협력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증진과 북한의 변화라는 외적인 목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중적 특성을 지녔다. 예를 들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북 한이 얼마나 변했느냐’라는 대북정책의 효율성이라는 외적인 척도에 의해 재단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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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정책연구 14권 2호
대북지원 10년의 성과와 과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정에서 대북지원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북지원은 남북관계의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에서 일반적 인도주의지원과 다른 특수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