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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석
❘아주대학교 교수[ 발 표 ]
발표 3. 대학 교양교육에서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의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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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대학에서는 물론 초, 중등학교에서도 교육의 키워드는 ‘진로교육’과 ‘인성교육’이다.진로교육을 위해서 교육부는 “꿈을 키우고 끼를 찾는 행복한 학교”라는 모토를 내걸고 전국의 모든 중, 고등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해 진로교육을 하고 있고, 2016학년부터는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 학기제를 실행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적성을 확인하고 진로를 탐색하도록 하였다. 또한 인성교육은 그 동안 우리사회의 도덕적 타락의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다가 2015년 7월 ‘인성교 육진흥법’이 선포된 후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이 되고 있다. 사실상 최종 교육기관인 대학에서의 진로교 육은 결국 직업교육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교육에서 두 개의 핵심 키워드는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당장 제기되는 두 가지의 쟁점이 있다. 대학교육이 사회적 요구(정확히는 기업이나 시장의 요구)를 좇아 직업교육이나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 는 대학의 정체성의 문제에 관한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이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론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오늘날 대학이 직면한 정체성 문제란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는 곳으로서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이 대학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대학은 여전히 최고, 최종의 교육기관으로서 “진 리의 전당”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 사이의 갈등이다. 사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목적을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 을 교수,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제 대학의 역할은 기업 에서 필요한 실용적 지식을 지닌 직업인을 양성하는 데 있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 늘날 대학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이다.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이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한 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의 교육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신문의 칼럼과 사설의 제목만 봐도 대학교육에서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을 둘러싼 정체성 문제가 사회적 으로 심각한 쟁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1)
이 두 가지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 대학에서의 직업교육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또 대학에서 의 인성교육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런 성찰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는 대학이 사회(사실은 기업 또는 시장)가 요구하는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 과 진리 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고, 대학 이 현실적 요구를 수용해서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을 한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한 방향 을 설정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되어 인성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인성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 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글은 대학의 교양교육의 관점에서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이 무 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봄으로써 대학의 본연의 목적과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 는 대학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대학의 교양교육이 직업교육과 인성교육에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1) “대학, 직업교육에 매몰돼선 안 된다”(유재환, 중앙일보, 2005년 1월), “대학 직업교육과 인성교육 이분법적 접근은 경계해야”(장창원, 중앙일보 2005년 1월) “인성교육이 아니라 먼저직업교육을 해야 한다”(한국경제, 2015년 7월 21자 사설) 등은 대학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제 9회 교양교육 협력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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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양기초교육원1 대학에서의 직업교육,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대학은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학문을 연구하여 진리를 탐구함으 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여겨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기능적인 직업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따라서 교육과정도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실용적 지식을 교육하 는 데 집중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고교 졸업자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목적을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나 사회의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인식 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이 이제 일종의 보편교육기관이 된 것이다. 그리고 대학 졸업자의 대다수가 취업을 원하는 최종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지 기능인을 양성 하는 곳이 아니라는 주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의 정체성의 갈등에 대한 해결의 가닥은 점차 직업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데로 잡혀가고, 나아가서 대학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직업교육을 해야 하는 곳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대학들이 “취업역량 강화”라는 미명 아래 외국어 (특히 영어) 능력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의사소통 교육으로 포장하여 취업을 위한 면접 실기 등의 교육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이 심각한 취업난에 부딪힌 학생들에게 얼마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또 위안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취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채우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취업이 된다고 해도 영어 토익 점수나 면접 훈련으로 얻는 대화 스킬이 실질적으로 직장에서 얼마나 실용적으로 쓰이겠는가? 요컨대 현재 대 학은 일반적으로 직업교육을 취업준비 교육이거나 직업에서 실질적으로 사용되리라고 기대되는 기능적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교육이라고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조사나 연구는 우리 나라의 기업은 대학의 직업교육에 대해서 매우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과 대학 직업교육의 수요 -공급의 괴리가 심하다는 점2) 등이 지적되고 있다. 2012년 <조선경제>의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교육이 기업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 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75%에 달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직업교육을 무시할 수 없지만 진정한 의미의 직업교육이 무엇이어야 하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취 업교육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진휴 등의 “대학의 직업교육 평가”(2009)라는 연구에서 연구팀은 직업교육에 대한 법령상의 개념 과 선행연구들을 검토한 후, 직업교육을 “교육대상에게 적합 교육을 (…) 스스로의 탐색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며, (…) 결정된 직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것”3)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직업교육에 대한 이러한 개념은 4년제 대학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직업교육 전반에
2) 오호영 “직업교육 수요공급의 괴리: 대학 졸업생의 취업현황과 경향, 그리고 전망”, 제6회 교양교육 협력포럼(2014) 참고 3) 목진휴 등 (2009), p.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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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규정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문가 조사를 통해 4년제 대학의 직업교육에 포함되 어야 할 요소를 10가지를 도출하였다. 그 10가지 요소를 순위별로 제시하면 아래 표와 같다.4)순위 요소 응답자 수(명)
1 실용지식 65
2 인성교육 59
3 자신과 직업의 이해 40
4 전공과 직업의 연계 37
5 문제해결 능력(리더십) 22
6 관계역량 강화(커뮤니케이션) 19
7 직업윤리와 사명감 12
8 창의성 10
9 외국어 구사 능력 9
10 컴퓨터 활용 능력 6
전문가들이 대학에서 직업교육으로 가르쳐지기를 기대한 10가지 요소를 분석해보면, 대학교육이 직 업교육의 목표로 가져야 할 것으로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을 통한 실용적, 기술적 지식의 습득이고, 둘째는 문제해결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사회의 기본적인 역량의 제고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직업윤리, 책임감을 비롯한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말하는 실용지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지만 취업해서 당장 필요한 실무와 관련된 지식, 예컨대 회계(부기)에 관한 지식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최소한의 실무적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지 만, 그러한 실무지식을 배우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그 실무지식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이미 직업인이 실무지식을 활용하여 하는 상당한 일들은 컴퓨터가 대신하기 시작했고 이제 얼 마 후면 그런 종류의 일의 대부분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무지식 자체의 수명 도 그렇게 길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우리를 정보의 바다에 던져 놓았다.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지식과 정보를 머리에 담고 있는가가 아니 다. 손가락 몇 움직이면 대부분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정보가 반드시 머릿속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지식을 분석하고 평가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필요할 때 그러한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제 단순한 실용적 기술이나 지식의 습득이 직업교육의 첫 번째 목표일 수가 없다. 그래서 앞에서 인용한 2012년
<조선경제>의 조사에서도 기업인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강화되어야 할 교육으로 인 성교육(44%), 개인별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교육(28%), 창의성 교육(16%), 지식 습득(7%)을 들었
4) 목진휴 등 (2009), p. 20. 학생들은 전문가들이 뽑은 10가지의 직업교육 요소 중에 중요한 요소로 꼽은 순서로 나열하면, “자신과 직업의 이해, 관계역량 강화, 인성교육, 실용지식,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리더십), 전공과 직업의 연계, 직업윤리와 사명감, 외국어 구사능력, 컴퓨터 활용능력”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