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한 아시아 중시 전략
2002년 9월에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미국이 세계
에서 전례 없고 필적하는 대상이 없는 힘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는 과신에 찬 문구로 시작한다.
83 그러나 냉전 체제 종식 이후 한때제국
(empire)으로 평가되기도 하던 미국의 이러한 힘과 영향력은 크
게 쇠퇴하였다
.
무엇보다도 1978년 후반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적으
로 실시한 이후 30년 이상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2010년에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비롯하여 , 27개국으로 확대된 유
럽연합
(EU)
등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할 수 있는 국가 또는 지역 블록이 성장하였다
.
특히 동아시아지역의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경제 력의 총합은 세계경제의 35% 정도에 이른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 추진으로 미국의 국제적 신뢰가 크게 실추한 상황에서 출범하였 다
.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이 처한 어려움,
즉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에서의 두 개의 전쟁,
경제 침체, 국제 신뢰의 하락 등을 배경으로 미국의 지도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안보전략을 정비하였다.
842010년 5월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미국이 광범위하고 복잡한 도
전에 직면해 있고,
미국의 힘과 영향력의 원천을 구축해야 하며 21세 기의 도전들을 극복할 수 있는 국제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성공
적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세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83_The White House,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September 2002), p. 1.
84_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10 (May 2010).
고 기술하고 있다
.
85즉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국제적인 권력의 분산,
경제·금융위기 ,
기후변화,
핵비확산 문제 등 어느 한 강 대국도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범국가적인 도전들에 대하 여 다자적 협력과 지구적 차원의 제도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 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단지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군사력
등 하드파워(hard power)와 가치·문화 ·신뢰·지식·리더십 ·외교 등 소
프트파워
(soft power)를 결합한 스마트파워 (smart power)의 적용을
강조하고 있다
.
86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질서
의 주도국으로 등장한 미국이 냉전 시기 동안,
그리고 냉전구조 해체 이후 1990년대에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향유했던 패권국가(hegemonicpower)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현실주의적 관점과,
국제적 협력및 제도적 장치를 통해 미국의 국가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주의 적 관점이 결합된 형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협력 중시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미 지도 크게 개선시켰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
(Pew Research Center)
의 연례 세계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의 이미지와 대통령의 세계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한 신뢰는 전임 부시 대통령 시기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동북아 3국 국민의 미국 대통령의 세계문제를 처리하는 것에 대한 신뢰도를 보면, 한국 의 경우 2008년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30%였던데 반해 2009년85_Ibid., p. 1.
86_스마트파워(smart power)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Richard L.
Armitage, Joesph S. Nye Jr., et al., CSIS Commission on Smart Power:
A Smart, More Secure America (Washington D.C.: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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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81%의 신뢰도를 보였다
.
일본의 경우는 부시 대통령 25%에서 오바마 대통령 85%로,
중국의 경우는 부시 대통령
30%에서 오바마 대통령 62%
로 나타났다.
872010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한국
75%,
일본 76%, 중국 52%로 2009년에 비해 다소 떨어졌으나 부시 대통령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높았다.
2010년 미국에 대한 선호도를 보면 우호적 인식이 한국 79%,
일본66%,
중국 58%로 비우호적 인식(각각 18%, 32%, 3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
특히 한국에서 미국의 대통령 및 미국에 대한 우호적 인 인식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많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8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세운 국가이익과 전략적 환경에 대 한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
89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 기조도 기존의 전략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미국 본토와 미국인의 안보와 동맹국 및 우방국의 안보,
개방된 국제경제 체제 아래서의 미국의 경제발전,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 장경제,
인권에 대한 보편적 가치의 확산,
미국의 리더십에 의한 국제 질서의 유지 등은 여전히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이다.
사실 미국이 내 세우는 이러한 국가이익은 ‘본토 안보’에 대한 강조를 제외하면 국가 안보전략에서 일관되게 제창되어 온 것이다.
핵무기가 미국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중요 수단이87_Pew Research Center, The Pew Global Attitudes Project: Obama More Popular Abroad Than at Home, Global Image of U.S. Continues to Benefit (22-Nation Pew Global Attitude Survey, 17 June, 2010).
88_Ibid.
89_William J Perry, James R. Schlesinger, et al., America’s Strategic Posture: The Final Report of the Congressional Commission on the Strategic Posture of the United States (Washington D.C.: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2009).
라는 핵무기의 딜레마도 미국의 안보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과제 이다.
따라서 미국은 세계전략의 핵심 기조로서 반테러
,
비·반확산 및 민
주주의 확산을 가장 우선순위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전략 기조는 사 실상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전반적인 외교·안보정책 기조와 연속성
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테러 전략의 초점은 이라크에서 아프 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옮겨졌으며,
군사적 수단 이외에 테러 위험 지역에 교육, 의료지원,
무역,
투자 등의 지원을 통해 지역의 정치개 혁,
시민사회 역량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비
·반확산문제는 핵무기 및 핵물질 확산 방지를 위한 범세계적 협
력의 강조로 나타났다
.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비전으
로 제시하고 핵무기 및 핵물질의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였 다.
그는 2009년 4월 체코의 프라하 연설을 통해 핵군축, 핵확산금지조약
(NPT)체제 강화,
핵테러 방지를 3대 전략목표로 천명하였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핵정상회의를 제안하여 성사
시켰다
.
제1차 핵 안보정상회의가 2010년 4월 12~13일 미국의 워싱
턴에서 열렸으며
,
두 번째 회의는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10년 5월에 열린 NPT
검토 회의에서는 NPT체제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핵정상회의 직전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에 합의하였다.
자유 확대를 위한 국제협력 체제의 구축은 미국의 범세계적 리더십 의 회복을 강조하며, 빈곤퇴치
·반부패 ·에이즈 (AIDS)
치료·교육지원 사업 등을 통한 개발도상국의 안정화와 민주화를 지원하고, 유엔 등 국제제도의 역할을 중시하고, 미국이 모범을 보이는 국제 협력 체제 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미국경제의 회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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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과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문제가 우선과제로 부여되었다
.
90 그런데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이익 을 지키고 미국이 지향하는 국제질서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다자주의 와 국제협력에 의한 국제안보 현안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91대화 와 협력,
다자주의와 파트너십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 령은 국제협력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국제질서 형성에서의 권력 을 ‘제로 섬’ 게임으로 보지 말 것을 촉구하였다.이러한 인식을 배경으로 미국의 외교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아시아에 대한 전략이 구상되었다
.
핵심은 첫째,
전통적인 동맹 국 및 우방국과의 양자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 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으나,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관계와 군사 능력이 여전히 강력한 토대를 구성한다.
둘째, 중국 과의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적 및 지구적 차원의 협력을 촉진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첫째,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의 전략 적 가치를 매우 중시하면서 동맹국과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 고 있다.
미국의 힘에 대한 도전으로 부상하는 중국,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일본,
그리고 북핵문제 등 지역 안보 및 경제협력 의 동반자인 동맹국 한국이 있는 동북아시아는 미국의 전략에서 유 럽,
중동과 함께 3대 핵심 축이다.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과잉투자와 무역적자
,
금융 위기 등으로 미 국의 힘이 쇠퇴하는 반면,
아시아는 정치·경제적으로 중심 행위자로
다시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7년
90_“The Obama-Biden Plan” <http://change.gov/agenda/foreign_policy_agenda/>.
91_ Ibid.
현재 미국의 동아시아와의 교역은 9,400억 달러가 넘으며 미국 무역 총액의 30.2%를 점유하였다
.
반면에 유럽연합과의 교역은 6,010억 달러 로 19.3%를 차지하였다. 또 미국 제조업 상품 수출 상위 15개국 중7개국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이며, 미국 농업 수출상위 15개국 중 8개국은 일본
,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이다.
92 또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경제적 동력의 증가와 함께 많은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거나 협상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상업적 도구 이자 동시에 국가 간 평화적 관계를 나타내는 지정학적 표현이다.
93 이와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동력과 그에 따른 지구적 차원의 중 요성 증대에 따라서 미국의 국가전략에서 아시아는 더욱 중요한 전략 적 요소가 되었다.
나.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 대접과 동맹 강화를 통한 견제
특히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지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영향의 증대 는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과의 관계를 조정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일 본
,
즉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그 두 나라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 전략의 출발은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한 국,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의 역할 강화와 동맹관계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서울에서 2010년 11월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 유치 지원·협력 ,
천안함 사건 이후의 전폭적이 지지·협력에
92_Ralph A. Cossa, Brad Glosserman, et. al., The United States and the Asia-Pacific Region: Security Strategy for the Obama Administration (Washington D.C.: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2009), pp. 20~21.
93_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