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정책은 사회보장, 의료보험, 세금문제 등 국내문제처럼 미국의 일반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안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문제는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에서도 유럽이나 중동지역에 비해 뒤쳐진다. 그 렇지만 매스 미디어 및 정보화시대에 매스 미디어가 일반 국민들이 대외정책에 관한 정보를 얻는 주된 원천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본 절 에서는 매스 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주요 신문에 보도된 북한에 관한 기사를 검토함으로써 미국의 언론이 북한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 는가를 알아본다. 검토기간은 2000년도에 한정한다. 왜냐하면 금년도 가 미국의 대선기간으로 언론매체의 기사, 분석보도, 칼럼, 사설 등이 양당의 북한에 대한 인식과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에 영향을 미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토 대상 신문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176) Richard Armitage, "A Comprehensive Approach to North Korea," p. 8.
Post),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로스앤젤레스타임즈(Los Angeles Times)이다.177) 이 신문들은 미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 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가.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는 2월 중 북한인권에 관한 보도와 사설을 게재하였 다. 2월 19일 2000년 1월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하여 7명의 북한 난민 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한 것은 직접적인 국제법 위반임에도 서방국 가들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하였고, 2월 24일에는 “북한 에 대한 침묵”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과의 군축협상이 클린턴 행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정책이지만 미국은 대북 개입정책 아래서 코 소보와 동티모르의 인권상황은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북한의 끔 찍한 인권 위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4월 9일 에는 “대북식량지원 조건 강화해야”라는 분석기사에서 국제구호단체 인 ‘기아추방행동’이 2년만에 철수키로 했다며 북한정부가 굶주린 어 린이들을 위해 미국이 원조한 식량을 빼돌리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
와 어린이들에 대한 접근을 불허한다는 이유 때문에 ‘국경 없는 의사 회’등 3개 국제 구호단체에 이어 네 번째로 북한에서 철수한다고 지 적하였다. 4월 30일의 기사에서는 중국이 60여명의 탈북자들을 북한 으로 강제 송환하였으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북한으로 돌려보내진 탈북자들은 감금과 구타, 처형 등을 당하고 있음을 언급 했다고 보도하였다.
177) 이하 각 신문의 보도 내용은 따로 인용을 표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일 부 통일정책실(국제협력), 「한반도 문제 관련 주간 주변국 동향」 각 호에 주로 의존하였다.
5월 12일에는 “미 의회, 북한 등 제재완화 움직임 확산” 제목의 분 석기사에서 미 상하 양원 내에 북한 등 불량국가에 대한 강경책으로 는 유리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회의론을 반영, 이들 국가에 대 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의회 내에 확산되고 있 다고 보도하였다. 그 근거로 불량국가에 대한 수출길이 막혀 연간 약 7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곡창지대의 공화당원과 상품 거래인 들이 이런 추세를 확산시키기고 있으며 쿠바에 대한 40년 동안의 제 재가 카스트로 정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수 백만 명의 무고한 국민에게만 피해를 주었음을 지적하였다. 5월 18일에는 “남북 한 정상회담 기대치 큰 격차”라는 제목 하에 북한이 금강산 관광시 설에 중국교포 147명을 데려다 쓸 만큼 주민의 남한 주민 접촉을 철 저히 차단하는 반면 남한은 남북 접촉 확대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이 산가족들은 50년만의 재상봉에 부풀어 있으며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 과 새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등 정상회담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남북한간의 기대 차이가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위협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5월 29일에는 지난 2개월 사이 북한 영 변 핵 원자로의 연료봉 봉인작업을 완료했으며, 약 8천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통 속에 안전하게 보관돼 카메라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5월 30일과 6월 2일에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 관련 기사 가 실렸는데,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은 주한미군의 임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와 국경을 접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6월에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기사가 여러 차례 실렸다. 즉 6월 4일 미 외교협회의 매닝(Robert Manning) 선임연구원의 기고문 “외 부에서 지켜보는 두 김씨의 만남”이 게재되었는데, 매닝은 남북정상 회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적 책동의 일대 전환이자 김대중
대통령의 뛰어난 업적일 뿐 아니라 미국으로서는 7년만에 한반도 정 치역학의 중심에서 빠져 나올 기회라고 평가하여 대북외교의 중심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6월 12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북한이 남북 정 상회담에 진의를 가지고 있고 대외개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는 국제경제연구소 놀랜드(Marcus Noland)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인용·게재하였다. 6월 15일에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한이 반 세기의 적대관계에서 물러섰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주둔 미군, 미사일 방위체제의 당위성,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 가동 중단 및 미사일 실험 중단 등을 양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미사일방어 (NMD) 계획을 추진하려는 데 대하여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도 게재되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문제 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고 북한의 인권문제도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고 지적하면서 ‘포용’은 북한정권을 순화할 수도 있지만 합법화 해주 는 딜레마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였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6월 17일에는 “사실상 모든 한국인들이 통 일을 염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통일이 매우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지난 수십 년간 남북한간에 사회경제 적 격차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남한의 정부 및 학계 등의 인사들은 통일이 10~50년의 시일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단일 한국의 이상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6월 21일에는 “남북정상 회담은 미 국방전략 변화의 전조”라는 제목 하에 미 국방부가 정상 회담에 대해 근본적으로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는 공식 입장을 보 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엄청난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리고 6월25일에는 남한정부가
미사일 사정거리를 300km까지 연장할 계획이었으나,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위한 한국 측의 주도적 노력의 일환으로 그 계획을 보류 키로 결정하였다고 보도하였다.
7월 이후의 워싱턴포스트 보도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반영하고 있 다. 7월 7일의 브루킹스 연구소 오핸런(Michael E. O'Hanlon) 선임연 구원의 ‘포용은 양보가 아니다’는 제목의 기고문은 남북 이산가족 상 호방문의 실현과 관련하여 한·미·일 3국이 대북 포용정책을 더욱 확 대해야 하며 경제원조를 제시함으로써 군축협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고 주장하였다. 8월 30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가 통일되 더라도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을 막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 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미국에 이 같은 뜻을 전달하기 위하여 수년 전 고위급 사절단을 파견했다고 언급한 김대중 대통령과의 기 자회견을 게재하였다.178) 9월 5일에는 2년 전만 해도 북한의 붕괴 여 부가 가장 큰 문제였으나 미국과 한국기업 등의 지원에 힘입어 경제 적,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 9년만에 처음으로 경제가 6.2%의 성장세 를 기록하면서 지난 5년간에 걸친 기아문제를 사실상 해결하고, 지금 은 훨씬 안정된 상태로 변모했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하였다.179) 또한 9월 19일의 기사는 한국정부의 경의선 복원사업이 “한반도 해 빙의 극적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착공식에 북한관리가 참여하지 않 은 점은 동 사업이 남북간 “신뢰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 다.180)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온 워싱톤포스트는 금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 민주당의 고어 후보에 대
178) Washington Post, August 30, 2000.
179) Washington Post, September 5, 2000.
180) Washington Post, September 19, 2000.
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10월 22일 장문의 사설에서 고어 후보가 경 험, 능력, 이슈에 대한 입장에서 더 좋은 자질을 가졌으며 세련된 국 제주의와 온건한 국내적 진보주의의 훌륭한 기록을 가진 근년에 들 어 가장 잘 준비되고 지적인 후보라고 평가하였다. 외교정책과 관련 하여 부시 후보가 능력과 경험이 있는 참모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적 접근을 추구하는 연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이 국제문제에 대해 특정한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구체적인 정책대안이 있음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에 고어 후보는 외 교정책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풍부하다고 지적하였다.181)
이어 워싱턴포스트는 10월 23~26일에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미·북간 북한 미사일문제에 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사일계획의 축소를 신중히 고려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하였다. 10월 26일의 분석기 사에서 그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발사할 수 도 있는 비정상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불량 국가'로 취급, 고립시키려고 노력하고 그의 예측불가성을 막대한 비 용이 소요되는 NMD 체제구축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해왔으나, “이 망령이 미국인들의 눈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NMD 가 보류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은 약간의 식량과 돈으로 미사일계획 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한 지도자”로 새로이 비 쳐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182) 10월 27일의 사설에서는183) 그러나 워 싱턴포스트는 11월 14일 클린턴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 계획
181) “Post Endorses Gore," Washington Post, October 22, 2000.
182) “N. Korea's Kim Sheds Image of 'Madman'," Washington Post, October 26, 2000.
183) “Toasting Kim Jong Il," Washington Post, October 27,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