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미국의 국제주의적 성향 지속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적 성향과 국제주의적 성향 사이를 오 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향을 기준으로 클링버그(Klingberg) 는 아래의 <표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 독립 이후 냉전 이후의 시기까지 미국 외교정책의 성향을 다섯 시기로 분류하였다.197) 각 시 기는 대체적으로 25년에서 30년을 주기로 고립주의성향과 국제주의 성향이 교차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시기마다 지배적인 성향이 정책결정자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의 선택에 일정한 제약 을 가하며 일반대중들에게는 대체적으로 일정한 정책 방향을 받아들 이게 한다. 특히 고립주의적 성향과 국제주의적 성향간의 이동은 본 질적으로 나선적 성격을 가지며 고립주의적 성향으로부터 국제주의 적 성향으로 이동할 때마다 국제주의적 성향이 보다 강하게 나타나 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고립주의적 성향이 보다 완화된 양태로 나타 난다.198) 예컨대 제5기의 고립주의적 성향은 전 시기보다 훨씬 불완 197) Frank L. Klingberg, "Cyclical Trends in American Foreign Policy Moods and Their Policy Implcations," in Charles W. Kegley, Jr., and Patrick J.
McGowan (eds.), Challenges to America: United States Foreign Policy in the 1980s (Beverly Hills: Sage, 1979), pp. 37~55; Frank L.
Klingberg, "Cyclical Trends in Foreign Policy Revisited in 1990,"
International Studies Notes, 15 (1990), pp. 54~58; quoted in Glenn P.
Hastedt, American Foreign Policy: Past, Present, Future, pp. 26~27.
198) Glenn P. Hastedt, American Foreign Policy: Past, Present, Future, p. 27.
전하게 표출되었으며, 공화당의 레이건 행정부에서 다시 시작된 국제 주의적 성향은 부시 대통령 시기를 거쳐서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에서도 지속되었다. 즉 냉전이 종식된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채택한 개입과 확장의 국가안보전략은 1980년대 후반 심화된 미국의 재정 및 무역적자에 따른 고립주의적 성향의 대두에도 불구하고 유일 초 강대국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으로서 국제주의적 성향의 외교정책을 선택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 외교정책의 지배적 성향의 순환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향후 10년 정도는 국제주의적 성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공화당의 부시는 '신국제주의'(new internationalism)를, 민주당의 고어는 '전향 적 개입'(forward engagement)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내세웠음은 정 당에 상관없이 미국 외교정책의 이러한 성향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 시 차기 대통령, 체니(Dick Cheney) 차기 부통령을 비롯하여 부시의 고위 외교정책 참모들이 미국의 국가이익과 안보를 미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한 석유와 같은 전략적 자산에 더 연계시키는 ‘보수주 의적 국제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나, 공화당 내의 고립주의 세력과 는 달리 부시는 코소보(Kosovo)에 대한 미군 주둔의 지속을 찬성한 바 있다.199) 또한 향후 미국의 세계전략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구 상인 ‘합동참모 비전 2010’(Joint Vision 2010)에서도 미국의 외교·안 보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다.200) 차기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이 해외의 모든 군사적 갈등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자국의 국익 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한 관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차기 행정
199) Tom Barry, "Candidates' Internationalism," Global Affairs Commentary, Foreign Policy In Focus, November 17, 2000. www.foreignpolicy-infocus.org 200)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Joint Vision 2010 (2000), p. 3.
부는 전통적인 양자 동맹관계를 외교안보정책 추진에서 중요한 메커 니즘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안보공약을 강조하고 있으 며,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의 대한반도 안보공약에 대한 중대한 도 전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도 국제주의적 성향이 보다 더 반영될 것이다.
<표 2> 미국 외교정책의 성향 : 1776 - 2014 고립주의적 성향 국제주의적 성향 1 기 1776 - 1798 1798 - 1824 2 기 1824 - 1844 1844 - 1871 3 기 1871 - 1891 1891 - 1918 4 기 1918 - 1940 1940 - 1966 5 기 1966 - 1984 1984 - 2014
나. 실용주의적 외교 스타일
미국적 외교스타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외교정책의 오랜 특징중의 하나는 외교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현안을 중심으로 풀어나 가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탈냉전 시기에 전세계적인 화해·협력 분위기 속에서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였을 때 미국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였으며, 북아일랜드 종교갈등 및 중동 평화 협상에 있 어서는 비교적 강압적인 외교협상의 틀을 활용하였다. 이에 반하여 르완다 인종갈등의 경우에는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미 상원은
1999년 4월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 관련 법안을 80대 19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비준하였다.201) 즉 미국의 이익이 직접적으 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공화당 정부이던 민주당 정 부이던 상관없이 적극적인 개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 같은 문제해결(problem solving) 접근중심의 미국의 실용주의 외 교스타일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 단계적 접근(measured approach)으 로 표출되었으며,202) 대북 포괄적 접근을 제안한 페리보고서의 대안 도 이러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내포하고 있다.
출범 이후 대북 개입정책을 추진해온 클린톤 대통령의 민주당 행 정부나 그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공화당은 모두 북한의 대 량살상무기와 미사일문제의 해결을 당면한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따 라서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정권의 변화 여부에 상관없이 바로 당 면 문제를 이른바 미국의 국익에 맞도록 ‘바로 잡기 위한’ 정책, 즉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문제의 해결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 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간에는 정책 수단 의 측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은 보다 강경 한 정책적 입장을 보이는 것 이외에 북한의 인권문제, 마약 밀매 등 도 다루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 외교정책의 과거 경험을 본다면 미 국이 도덕외교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익을 위해서 는 실제로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203) 민주당
201) Senator Gordon H. Smith, "A Republican Viewpoint: Congress and Foreign Policy," U.S. Foreign Policy Agenda (Electronic Journal of the Department of State), Vol. 5, No. 1 (March 2000). usinfo.state.gov/jour- nals
202) 길정우·박영호·박종철·황병덕·박순성,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 전개과정 및 발전전망」 (서울: 민족통일연구원, 1994) 참조.
203) 박영호·최선근,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대외 인권정책에 대한 규범적 비 판,” 「국제정치논총」, 제35집 2호(1996. 6), pp. 258~263.
과 공화당의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문 제에 대한 해결 모색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목 적과 수단이 바뀌거나 즉흥적인 대응 또는 문제해결을 위해 미리 짜 여진 공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페리보고서, 페리보고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보수적 입 장의 견해를 반영하여 제안된 아미티지보고서 등 광의의 워싱턴 정 책결정 영향자들에 의해 제시된 대안들의 틀로부터 미국의 정책선택 이 결정될 것이다.
차기 부시 행정부에서 실용주의적 노선을 선택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국무부와 의회의 대북정책 관련 정책 영 향자(influencer)의 변화이다. 2000년 1월에 출범할 부시 행정부의 국 무장관으로 내정된 파월(Colin Powell) 전 합참의장은 군 출신으로서 는 비교적 온건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클린턴 행정 부 아래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으로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을 주도해온 길먼(Benjamin A. Gilman) 의원이 국제관계위원장 으로부터 물러나게 된다. 길먼 의원 대신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태 소위 위원장을 맡아온 베로이터(Doug Bereuter) 의원이 국제관계위 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는 길먼 의원보다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204)
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확산 방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단기적으로는 2000년도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 204) 필자와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 대표와의 전 화 토론에서 한 스나이더의 견해, 2000. 12. 15. 스나이더는 전 평화연구소 (USIP) 연구원으로서 북한문제와 관련한 USIP 주관의 각종 연구작업에 간사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관련 보고서의 작성에 직접 참여하였다.
의 후유증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대규모 감세, 교육,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험제도) 개혁 등 국내문제에 우선 관심을 집 중할 것이므로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기존의 정책이 일단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대한 북한의 대미정책이 영향 을 미칠 것이다.205)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동아시아 및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탈냉전시대의 국가안보 전략의 기본 구도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가장 강하다 고 평가하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에 개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에 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영향력 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향후 상당기간 동안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국의 세계전략은 지속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아시아지역에 대하여 비록 공화당의 정강정책과 부시 차기 대통령 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경쟁국’으로 보고 있지만, 동시에 광대한 중국에 대한 보다 많은 시장의 확보와 다원주의체제로의 변 화, 중국의 지역 패권국가로의 발전 예방 등을 정책적 우선 순위로 중시하고 있음을 볼 때,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 다. 따라서 미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기존의 양자 동맹관계를 유지하 면서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 강화, 지역 전체의 번영과 미국의 경제적 이익 확보 이외에 안보적 차원에서 지역질서의 안정자, 균형자 및 중
205)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000년 12월 15일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주최 의 강연회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새 행정부가 출범하더라 도 북·미관계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언급하여 차기 미 행정부에 대 해서 관계 개선을 계속 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여주었다. 「중앙일보」, 200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