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수주의적 성향 증대
1990년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최대관심사의 하나는 연방재정적 자를 줄이면서도 미국의 전진배치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1994 년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을 내세워 40년만에 처음으로 상·하원을 지배하게 되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해외원조의 삭감, 유엔과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지원 축소, 국방비의 증액 등을 내세웠고, 클린턴 행정부도 국방예산의 삭 감을 반대하는 공화당의 입장을 제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90년 대 중반 이후 의회에서 국방예산이 증액되어 통과되는 현상도 나타 났다. 클린턴 행정부는 당초의 국방비 삭감계획을 사실상 96회계연도 로 종결하였으며, 국방비 삭감을 중심으로 하는 재정적자의 축소보다 는 연방예산의 효율적인 집행과 미국 경제 활성화를 통하여 재정의 균형상태를 이루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해외개 입의 범위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었으며, 클린턴 행정부는 점차로 미 국 외교정책의 이상주의적 도덕주의와 현실주의를 결합하는 중도적 인 노선을 채택하게 되었다.209)
1990년대에 이루어진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에 따라 미 행정부의 209) John Spanier and Steven W. Hook, American Foreign Policy Since
World War Ⅱ, p. 296.
재정적자는 균형상태를 넘어서게 되었고, 2000년도에는 오히려 재정 의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였다. 결국 2000년 대통령 선거캠페인과정에 서는 재정흑자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 책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냉전 이후 시대에 국내경제 및 사회 적 문제의 해결에 보다 더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미국내 여론은 미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이와 같은 보수 적 경향은 공화당 부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2000년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늠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플로리다선거인단 확정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단에 의해 대통령 이 결정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부시는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를 표방하면 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의 노선을 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시가 내세운 온정적 보수주의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면서도 인간의 권리를 강조하는 측 면이 있다.210) 국내문제에 대해서 그는 세제 개혁(감세정책), 교육개 혁, 사회보장 및 노인에 대한 의료보장제도 개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제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규모의 국방비 증액과 최강의 군 사력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가 그랬던 것 처럼 세계의 모든 군사적 갈등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시는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국론의 분열과 10년간에 걸친 경제적 호황의 하강 국면에 대한 국내 여론의 동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문제 우선의 정책을 선택할 가능 성이 있고, 대외정책에서도 보수적 성향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체니 210) 최선근, “2000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 후보와 이슈,” 2000년도 한국세계
지역학회 연례학술회의 발표 논문(2000. 12. 2), p. 2.
차기 부통령은 12월 17일 미 방송과의 대담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간 발의 차이로 이겼으나, “새 행정부는 부시 당선자가 제시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지지를 모색할 것”이라면서 보수주 의 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밝혔다.211) 이와 같은 보수주의적 경향은 대외정책에서 ‘현실주의적 실용주의’의 강화로 나타날 수 있다. 즉 미 국이 세계의 십자군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나 고립주의를 택하는 것 모두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외교정책은 문제의 우선 순위를 선정하고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 는 전략적 “선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212) 이와 같은 현 실주의적 실용주의는 미국의 세계적인 지도적 역할을 상수로 간주하 지는 않지만, 냉전 이후에도 군사적 문제를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 한 문제로서 간주한다.213)
이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은 그 동안의 클린턴 행정부가 너무 유화 적인 정책대안을 선택하였다는 비판을 거울 삼아 신중하고 강력한 대안을 선택하게 만들 수도 있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지하며 이라크 내의 반후세인세력에 대한 지원 강화와 이라크 내 의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에 대한 공중 폭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214) 미국이 어떠한 전제주의 국가와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의 군사정세는 이라크와 다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문제에 대하여 강경한 태도와 정책대안을 선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경우 북한의 반응은 미국이 ‘약속을 위반하였다’는 식으
211) 「연합뉴스」, 2000. 12. 18.
212) James Schlesinger, "Quest for a Post Cold War Foreign Policy,"
Foreign Affairs, vol. 72 (1992/93), pp. 17~28.
213) Glenn P. Hastedt, American Foreign Policy: Past, Present, Future, p.
399.
214) www.cnn.com/ELECTION/2000/resources/where.they.stand
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그에 따라 미·북관계의 진전이 지 연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 하에서 그의 외교정책 참모들은 대체적으로 보 수적 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충원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보다 힘에 기 반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215) 즉 부통령인 체니(Dick Cheney)는 부시 전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서 걸프전을 치른 인물이다.
또한 국무장관 내정자 파월(Colin L. Powell),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방장관 유력 후보인 월포위츠(Paul Wolfowitz), 럼스펠드(Donald Rumsfeld)나 아미티지, 그리고 동아·태 담당 국무차관보 후보인 켈리(James A. Kelly)나 패터슨(Torkel Patterson) 등은 모두 과거 공화당 행정부 아래서 안보(국방)문제를 담당했거나 군 출신 인사들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에서는 선거 공약대로 군사력의 강화를 추구할 것이고, 남북관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사제1주의’에 입각 한 군사력의 강화가 여전히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는 국방부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수용하여 한·미 연합군 사력의 대북 대비태세를 보다 강화하는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 아졌다. 이 과정에서 부시의 공화당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서 방위비 분담의 증대를 요구할 것이고, 남북대화에서 한국정부가 안보문제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반영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나. 일방주의적 성향 증대
미국적 실용주의적 외교스타일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의 지속성에 215) Jim Mann, "Pentagon Shapes the Bush Policy Team," Los Angeles
Times, December 6, 2000.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일방주의적 성향이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정책 스타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안보에 대한 미국식 일방주의를 적용하는 성향이 강하다. 공화당의 정책적 입장, 그 중에서도 특히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의 확산 방지를 중시하는 입장에 비추어볼 때, 공화당 행정부에서 이러한 성 향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George Bush) 전 대통령은 옛소련 이 붕괴되었을 때, 안전성이 매우 낮은 핵탄두를 이동시키고 전략무 기제한협정(START II)를 촉진시키기 위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였 다. 미국의 공화당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팀은 미국의 적과 동맹국에 대하여 미국의 정책이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줌으로 써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일방주의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216) 즉 미국은 미국의 정책이 상대국의 국민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판단 하고, 미국의 정책을 반대하는 국가가 대다수의 자국 주민들의 이익 을 통상적으로 무시하는 비민주적 내지는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판단 할 경우, 미국의 일방주의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217) 이 러한 성향은 미국이 “다자적으로 할 수 있으면 다자적인 조치를 취 하고, 일방적으로 해야만 할 경우에는 일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는 클린턴 행정부의 국무장관 올브라이트의 정책 성향에서도 나타났 으나,218) 공화당 행정부는 민주당보다 더 일방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216) “Interview with Representative Ben Gilman (R-NY), Chairman, House International Relations Committee on the foreign policy platform of the 2000 Republican Convention." August 3, 2000. www.foreignpolicy2000.org 217) Ian Robinson, "Progressive Unilateralism? U.S. Unilateralism, Progressive
Internationalism, and Alternatives to Neoliberalism," FPIF Discussion Paper #3, November 15, 2000, p. 6. www.foreignpolicy-infocus.org 218) Stephen Zunes, "Little Shift in Foreign Policy Under (President) George W.
Bush," Global Affairs Commentary, November 17, 2000. www.foreignpolicy- infocus.org
이러한 일방주의적 경향은 ‘도덕적 실용주의’와 결부될 때 미국의 국익이라는 명분 하에 보다 강경한 정책대안을 산출하게 할 수 있다.
공화당의 정강정책에서 나타났듯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NMD 및 TMD 추진 공약은 차기 공화당 행정부에서 강력하게 이행 하려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즉 미국은 중국을 비롯하여 북한, 이 란, 이라크 등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확산을 미국의 국익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특히 한반도 및 일본에 주둔해 있는 미군 및 미국인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이유로도 도덕적 실용주의를 적용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 사일문제에 대하여 보다 강한 정책대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화당 주도 의회의 입장과 함께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비 확산이라는 미국의 정책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 우, 대북경제제재를 더 이상 완화하지 않거나 북한의 정책에 따라서 는 다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 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잘못 인식하게 했다고 비판해온 점 에 비추어 볼 때, 공화당 행정부는 북한에 대하여 미국의 정책을 단 호하게 인식시키려는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즉 부시 행정부 는 클린턴 행정부 아래서 이루어진 원칙적으로 미·북 양자간의 약속 들을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겠지만, 철저한 상호주의를 북한측 에게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219)
219) 김용호, “미국 대선 이후 북미관계,” 2000년도 한국세계지역학회 연례학술 회의 발표 논문(2000. 12. 2), p.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