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라는 용어는 실정법상 또는 이론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개념이 아 니기 때문에 강력범죄의 개념 또는 범주와 관련, 학자들이나 형사사법기관이 분류 하는 입장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살인·강도·강간·방화를 중심으로 강 력범죄의 범주로 보고 있다. 반면, 검찰에서는 이들 범죄 외에 폭행·상해·공갈·협 박·약취·유인·체포·감금죄와 특별법 중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의 위반사 범까지 강력범죄에 보고 있다. 이들 기관의 분류에 따르면, 폭력을 요소로 하지 않 는 방화범죄가 강력범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과 검찰의 경우, 강력범죄를 폭력 범죄보다 넓은 개념으로 본다는 것이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148)
범죄피해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발적인 외상이나 자연재앙보다 더 병리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삶을 위협하는 사건이 죽음의 노출과 연관되면 특히 병리적임에도 불 구하고, 범죄피해자들이 사건이후 어떤 충격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충격적인 강력범죄 사건일 발생하게 되면 그로인해 피해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예컨대,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 유가족 들은 사건 전 평온했던 일상생활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일반적으 로는 겪지 않을 상황을 겪게 되는데, 수사기관의 수시방문, 사건 및 수사관련 정보
147) 김순석, 앞의 논문, 27면.
148) 박행렬, “경찰 강력범죄 수사체계의 개선방안”, 한국공안행정학회보 제39호, 한국공안행 정학회, 2010, 53면.
습득을 위한 담당형사와의 실랑이,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들과의 잦은 만남, 사건에 대한 가해자의 변명에 맞서는 일에 치중하게 된다. 이러한 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고통으로 인해 쉽게 수면을 취하지 못하여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 거나 피해를 미연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생활을 하 게 된다. 사회는 거의 모든 사건의 진상과 가해자에 대해 관심과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배제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 게 되고 그 누구도 믿지 않게 된다. 특히 아이가 살해된 경우, 그 아이의 부모는 정신적으로나 복합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되고 그 고통은 극심할 수밖에 없 다.149)
강력범죄로 인한 범죄피해자의 피해를 1차 피해와 2차 피해로 나누어 살펴보 면,150) 먼저 1차 피해로 신체피해, 정신적·심리적 피해, 경제적 피해로 나눠서 살펴 볼 수 있다.
(1) 1차 피해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범죄로 인한 직접적인 신체피해는 물론, 신체피해로 인한 2 차적 증상인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신체적인 피해로 인해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 렇듯 다양한 신체적 증상으로 사회관계나 일상생활을 주체적으로 영위하지 못하게 되면서 무력감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 다. 예를 들어 강도피해자는 피해에 대한 분노와 수치심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많이 느끼게 된다.151) 특히 여성피해자 보다 남성피해자의 경우, 모욕감과 자아상 실감이 초래되거나, 때로는 증오심이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남성피해자는 여성피해자에 비해 강한 분노와 복수심을 보이기도 한다. 가해자에 대하여 적개심
149) 공정식, “강력범죄 사건이후 피해자들의 욕구와 지원에 관한 연구”, 한국범죄학 제9권 제 2호. 대한범죄학회, 2015, 105면.
150) 범죄피해자가 범죄로 인해 겪는 구체적인 피해내용은 일련의 과정 즉 피해자화 과정에 따 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범죄에 의해 직접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당하는 과 정을 1차 피해자화라고 하며, 형사사법절차에서 범죄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이나 사건 후의 일상생활에서 다시 피해를 당하는 과정을 2차 피해자화라고 한다.
151) 김지선/김성언, “제3차 범죄피해자 기본계획(2017~2021년)의 방향과 과제”, 형사정책연구 원 연구보고서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5, 223면.
을 보이고, 때로는 피해자 자신이 범죄에 대응하여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무기력감은 스스로를 수동적이 고 부정적 자아상으로 이해하게 된다.
(2) 2차 피해
강력범죄 피해자의 경우 범죄피해자는 범죄사실을 입증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범죄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본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형사사법기관과 접촉하게 되는 과정에서 2차 피해의 발생이 빈번 하고 그 정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와 관 련하여 먼저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와 관련하여 반복조사, 사건과 무관한 사생 활에 관한 질문, 범인인 듯 취급하거나 취조하는 듯한 태도, 원치 않는 합의권유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범죄피해자들이 수사과정에서 당하는 2차 피해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특히 반복조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런 반복조사의 과정에서 취조하는 듯한 태도나 범인인 것처럼 의심하는 무례한 태 도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152)
또한 ‘가해자로부터의 2차 피해’를 들 수 있다. 강력범죄 피해자는 범죄피해 이후 가해자나 가해자 가족과 마주칠 두려움을 갖는다. 이는 범죄피해자가 가해자에 대 해 갖는 막연한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실제로 가해자들 중 일부는 피해자 의 신고 등에 대한 보복을 위해 접근하기도 하고, 또는 양형단계에서 감경을 받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합의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접근을 하기 도 한다. 범죄피해 이후 가해자로부터의 2차 피해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보복범 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 들어 보복범죄의 위험성은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 이다. 보복범죄는 범죄피해자 뿐만 아니라 범죄신고자, 증인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 지는데, 대체로 원범죄에서의 피해자가 보복범죄의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 복범죄의 원범죄 유형은 상해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폭행, 업무방해, 성폭력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153)
152) 김지선/김성언, 앞의 보고서, 231면.
153) 박한호, “보복범죄 이해를 통한 경찰활동의 논의”, 한국경찰학회보 제16권 제5호, 한국경 찰학회, 2014, 26면.
강력범죄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국가가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에 실 패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는 응당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 할 의무가 있다. 형사사법의 정의구현을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강력범죄 피해자 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즉 정당한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형사사법절차 전반에서 범죄피해자는 피해자로서 존중받으며 처우되어야 한 다. 그러나 형사절차는 가해자에 대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반으로 방어권과 절 차참여권을 향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피해자는 사건의 주변적인 위치에서 진술을 강요당하게 되는데, 이렇다보니, 피해자는 수사절차의 진행에 따른 피해와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154)
나. 성폭력 범죄
(1) 외상 증후군
성폭력 범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반 폭력범죄에 비 해 극악무도한 행태를 보이는 범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에게 두려 움·불안·공포·우울 등과 같이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 통제 감이 상실되는 등, 심리적인 영향에 많은 미치게 된다. 대인관계의 어려움, 즉 대 인 기피증·남성공포증 등을 겪게 되어 사회생활을 어렵게 한다. 이로 인해, 충격과 분노, 악몽이 되풀이 되는 등을 경험하면서 외상 증후군(Trauma Syndrome)에 빠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155)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이후,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보다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고 더 높은 수준의 우울증을 보인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약 30%는 자해하는 신체반응을 보이고, 그 밖에도 불감증, 마약이나 의존성 알코올중독 등의 부작용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성폭력 여성의 경우에는 자괴감, 죄책감, 자신에 대한 무가 치함에 빠지기 쉽고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과 무망감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 지게 된다. 아동이나 청소년 시기에 강간 등의 성범죄 피해자는 성장하여 우울증,
154) 김태경/윤경희, “강력범죄피해자의 수사절차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 피해자학연구 제24 권 제3호, 한국피해자학회, 2016, 5면.
155) 허선주/조은경,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국내외 연구동향”, 피해자학연구 제20권 제1호, 한국피해자학회, 2012, 381면.
마약 등의 약물복용, 알콜중독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강 간 피해여성은 물론이고 아동피해자의 경우, 성장한 이후까지 장기간에 걸쳐 심리 적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특히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는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동기에 성폭력을 당한 경우에 정신증, 충 동장애, 불안증, 대인기피증, 성격·인격 장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소위 ‘나영이 사건’과 같이 정신적인 발병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평생을 장애를 갖게 되는 경 우 등이 있어, 사건의 심각성과 그 위험성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고 있다.156)
(2) 2차 피해
성폭력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범죄의 특성상 은밀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 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목격자가 없고, 피해자가 범죄 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경우 가 많다. 이로 인해 범죄사실에 대한 판단은 형사사법기관에 가해자를 고소한 피 해자와 피고소인인 가해자 간의 진술에 의존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범죄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곧바로 자신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에 의심을 받게 된다.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의심받게 하기 위하여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 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해자에게서 상해흔과 같은 강제적 성행위의 증거가 발견 되지 않으면 가해자의 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피해 자의 주장에 대하여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이렇듯 성폭력피해 사실을 고소한 피해 자에게 의구심을 품은 형사사법기관의 태도는 이미 직접적 피해로 인한 고통을 당 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형사절차상 2차 피해를 유발시킨다.157)
즉 다른 유형의 범죄에 비해 성폭력 범죄 사건은 성폭력에 의해 1차적인 피해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에 사후 처리과정에서 2차적 피해와 3차 피 해가 나타난다. 주된 견해로 정리하자면, 1차 피해는 성폭력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말한다. 사건발생 이후 사회적 체계 및 주변 환경에 의해 간접적으로 또 다시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 2차 피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3차 피해는 앞선 피해들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개입의 부재로 인
156) 공정식, 앞의 논문, 107면.
157) 허선주/조은경, 앞의 논문, 38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