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비서의 정책방향은 이미 후계체제 구축과정과 맞물려 준비되었으며 김정은시대 북한의 대외 노선 역시 이미 2010년 당대 표자회를 통해 기본방향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방침을 언급하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 라들과의 선린우호 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외교관계 확대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아울러 2012년 4월 13일 제12기 5차 최고인민회의 보고에서 최영림 내각총리는 대외정책과 관련 하여 “다른 나라들과 경제, 기술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195 그러므로 경제특구를 비롯한 거점개방을 통해 더 적극
192_김성배, “김정은시대의 북한과 대북정책 아키텍쳐(Architecture),” 뺷국제문제연 구뺸, 제12권 2호(국가안보전략연구소, 2012), p. 218.
193_뺷연합뉴스뺸, 2012년 1월 18일.
194_이하 내용의 중심 흐름은 다음 글을 참조. 조봉현, “김정은 체제의 경제 분야 과제와 전망,” 뺷통일정책연구뺸, 제21권 1호 (통일연구원, 2012), pp. 25~58.
195_윤병수, “최근 북·중 경제협력 동향과 전망,” 뺷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보고서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12.6.15), p. 32.
적으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실험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성공적 추진을 위해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북방외교 강화, 주변국 과의 협력관계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와 같이 전통적 자력갱생 경제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중 국과 러시아 등 북방외교 성과를 지적하면서 이들 국가들과의 경 제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어서, 경제 특구 등 제한적 범위에서 협력을 추진할 방침으로 분석된다.
물론 전체적인 맥락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의 정책을 일단 계승하면서 경제개혁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대외 협력 전략은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를 통한 경제협력 을 강화하면서도 우선 가능한 국가와의 외교관계 개선을 통한 투 자유치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략적으로 외자 유치와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운 제한적인 개혁개방 확대 추 진이 예상된다.196 예를 들어, 2010년 나선시의 특별시 격상과 조선 대풍국제투자그룹 설치, 2011년 5월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 화되고 있는 황금평과 나선특구 개발, 그리고 지난 8월 김정일의 방러 과정에서 부각된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등은 외부로부터의 자본을 유치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외자유 치 다변화는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계획’에 나타난 나진, 청 진, 김책, 원산, 평양, 남포,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범위 에서 투자유치가 이루어질 것이나, 북한영토에서 ‘U자형’으로 분포 되어 궁극적으로는 전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나진·황 금평 경제특구는 출발점이자 실험대의 성격을 가질 것이다.197 이
196_홍순직, “포스트 김정일시대 개막: 2012년 유훈통치 전망,” 뺷현안과 과제뺸, 제11 권 37호 (현대경제연구원, 2011), 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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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좀더 세분화시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대미 관계에서 균형에 기초한 협상과 개선을 이뤄 가기 위해서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되, 양국 사이의 구조 적·전략적 이해관계 틈새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주성과 국익을 확 보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198 2010년대 들어와 북방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 차례의 방중(2010.5; 2010.8; 2011.5)을 통해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 한 중국 최고위 지도부와 회담을 갖고,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김정 은 후계체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북중 관계 강화·구축 에 적극 노력했다. 또한 사망하기 4개월 전인 2011년 8월에는 9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하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대러시아 부채상환 문제 해결과 더불어 후계체제 구축에 대한 지 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정권안정 및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구조적 또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최대한 활 용하는 시계추 외교를 통해 북한의 국익을 추구하고, 또한 협상에 서의 우위적 지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예컨대 냉전시대인 1984년경에는 미국이 중국과 힘을 합쳐 소련을 봉쇄하는 정책을 취하자, 북한은 소련에게 나진항과 청진항을 군항으로 사용하는 권한과 더불어 북한 영공을 통한 항공 정찰을 허용해주는 대신 수 십억 달러의 군수지원을 얻어낸 적이 있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197_윤병수, “최근 북·중 경제협력 동향과 전망,” p. 39.
198_임수호, “김정은시대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 뺷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뺸, 제40호 (코리아연구원, 2012), pp. 9~15.
반소제휴로 고립된 소련에게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하여 국익을 추구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동진정책을 최 대한 활용하여 북한은 국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 국은 동북3성 개발을 위해 창지투(장길도)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2009년부터 지방정부 프로젝트에서 중앙정부 프 로젝트로 승격시키고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 다. 그리고 북한, 러시아 등 주변 인접국들을 자국의 정치·경제적 영향권 내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 서 러시아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 이주민들이 유입하게 되 자 매우 민감하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동시베리 아 자원 개발과 새로운 에너지자원 수출시장 개척과 관련하여 대 중국 가스 가격 협상에 우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러 가스관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 같은 지정학적·지경학적 이해관계 충돌지점을 활용해서 정권안보와 후 계체제 구축에 주력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대중 무역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경제적 종속도도 높아지는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서라도 대러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했다.
둘째, 북한은 대미 관계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대일 관계 및 대남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서방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셋째, 북한은 북방외교 및 서방외교를 주체적으로 진행하기 위 해 남방외교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균형력을 형성할 뿐 만 아니라, 경제적 자원과 정치적 후원세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