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1. 북한주민의 생활변화
2. 북한주민의 의식변화 139
가. 자본주의 체득과 수용 1) 자본주의 경제
북한에서 자본주의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 취가 자본을 매개로 하여 가장 교활하고 악랄하게 진행되는 착취사회, 곧 자본가계급이 국가주권과 기본생산수단을 틀어쥐고 인민대중의 자 주성을 유린하며 착취하는 사회제도”이며, “자본주의는 이미 자기 시대 를 다 산 썩고 멸망하는 사회”이다.140 또한 “자본가계급의 요구와 리익 을 반영하고 옹호하는 반동사상”인 “자본주의사상(부르죠아사상)의 기 초는 개인리기주의”이며, 자본주의사회는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사 이의 빈부의 차이가 날로 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141로서
“허위와 기만, 사기와 협잡이 판을 치는 썩어빠진 사회이며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황금만능의 사회”이다.142 북한은 오랜 기간
138 _ 좋은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소식, 89호 (2007).
139 _ ‘북한주민의 의식변화’는 특정한 주제를 선정하여 새터민들의 관련 구술내용을 분
석한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쓰기 위해 분석 자료로 수집한 새터민들(2003년 이후 탈북자)의 구술내용들에서 빈도 높게 다루어진 주제들을 선정하여 관련 구술내용 을 분석하였다.
140 _ 사회과학출판사 편, 조선말 대사전 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p. 24.
141 _ 백과사전출판사 편, 조선대백과사전 16 (평양: 백과사전출판사, 2000), p. 258.
142 _ 사회과학출판사 편, 조선말 대사전 2, p. 24.
반복적인 사상교양·교육을 통해 주민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내용으로 자본주의를 인식, 이해하도록 한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은 자본주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제국주의, 착취계급 등 적대적이고 해악적인 개념 과 동일하게 이해한다. 또한 북한주민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는 매 우 부족한 편이다. 한 새터민143은 자본주의를 “개방하는 것”으로 인식 한다. 그는 장사해서 이윤 남기는 것이나 사채놀이 같은 것은 자본주의 라기보다는 단지 “이기주의 하는 것”이며 “당·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것 을 하는 비사회주의”가 곧 자본주의라고 이해한다.
북한주민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 내지 의식에 있어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래 식량난, 경제난이 심화되면서부터이다. 어 려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장사 등 비공식부문의 경제활동을 해나감에 따라 북한주민들 사이에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변대학의 한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장기간 계획경제체제속에서 상품경제는 자본주의라는 관념하에 장사하 는 사람은 무조건 사상이 나쁜 사람으로만 보던 인식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물론 지역에 따른 차이로 중국과 린접한 변강지역과 내지사람들의 관념에는 아직도 차이가 크지만 장사해야만 생계를 유지 할수 있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상품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 오게 하였다. 현재는 장사하는 사람이 머리 좋은 사람으로 인정되고 있 다. 장사를 자주 하니 의력이 터서 장사비결도 늘었다고 한다. 현재 장마 당에 가면 각종 식품, 음식들이 과거보다 질과 모양이 매우 제고 되였다 고 한다.144
143 _ 새터민 L00과의 인터뷰, 2007년 9월 11일.
144 _ 림금숙, “90년대이후 조선녀성들의 사회경제활동참여의 변화,” 남북한 여성 그리
고 중국 조선족 여성의 삶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연변대학 여성 문제연구중심, 1999); 임순희, 식량난과 북한여성의 역할 및 의식변화 (서울: 통 일연구원, 2004), p. 98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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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들은 북한주민들의 대부분이 “그저 먹고 살기위해서 장사를 할 뿐” 장사와 같은 개인 상행위를 “자본주의 하는 것”으로 의식하지 않으 며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느라 자신들의 상행위를 사상·이념의 잣대 로 평가할 만큼의 시간적·정신적 여유도 없다고 한다. 사실상 북한주민 들은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여 수용하기보다는 장사 등 개인 상 행위를 통해 체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 장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자본의 활용에 따른 이윤 확대를 도모하는 등 자본주의를 체득 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달라져간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에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북한당국의 경제 자체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니까 대중들 스스 로에 의해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7·1조치는 국가 가 사람들한테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발을 맞춰보자 하는 것으로 한 것 이죠.145
우리가 배울 때는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했지만, 자기 자본을 이렇게 해야만 내가 남보다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개념을 많이 가지게 됐죠.
왜냐하면 장사를 해도 제 돈 가지고 제가 장사를 하니까 그만큼 더 이윤 도 많이 불고 돈도 많이 불어나니까 좋잖아요. 이 나라가 딱 그 상태로 정지 상태로 있어가지고, 장사도 안하고 국가에서 주는 대로만 먹고 사 니까 맨 날에 지지리 못살고 이렇게 살아서 앞날이 없다는 거, ‘이렇게 자본주의 식으로 장사를 하니까, 이게 자기한테 리윤이 많이 불어나니까 얼마냐 좋냐’ 하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실지 못살게 되면서 나라에 서는 안주고, 그 다음에 현실적으로 먹을 건 없고 돈도 없고 쓸 것도 없는데, 내가 벌어서 내가 살 수 있는 그 길을 개척하는 게 이게 나쁜 길은 아니라는 걸 알았지요. …남의 힘과 그런 걸 빌리지 않아도, 자기 절로 자기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개척할 수 있으니까 자본주의라는 게 이게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어떻게 보면 더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됐지 요. 그걸 그렇게 해야만 살 길이 열린다는 거…146
145 _ 새터민 H012와의 인터뷰, 2005년 11월 2일.
한 새터민 여성도 “배급을 줄 때에는 돈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았으 나 장마당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돈을 벌게 되니까 돈에 대한 욕심”이 생겼으며, 그러다 보니 북한주민들의 대부분이 “자본주의”로 되어 가고 있었다고 한다.147 북한주민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의식 변화가 가속화 된 것은 7·1조치를 계기로 해서이다. 7·1조치 이후 개인들의 상행위가 공식화되고 영역을 확대해 나감에 따라 자본주의 상품경제에 대한 사회 적 인식이 이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바뀌어간 것이다. 또한 주민들에게 현물로 주던 노동보수를 화폐로 전환함으로써 화폐경제의 요소가 도입 되고 개인과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여 시장에서 자유롭게 판매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시장경제의 제반 요소들이 도입된 것148과 함께 노력한 만큼의 금전적·물질적 보상이 따르는 인센티브제도의 도입도 자본주의 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속화하였다. 1990년대 중반에 국가경제시스템 의 마비로 개인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사경제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사유재산이나 이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적 영 역의 시스템 자체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도록 변화함으로써 제도에 맞춰 경제 인식 자체를 수정하여 공적·사적으로 실리라는 문제를 자신 의 생활과 결부하여 생각하게 되고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149
새터민들에 따르면 7·1조치 이후 자본주의 교육도 비교적 활성화된 편이다. 7·1조치 이후에는 남한의 경제발전을 모델로 하여 남한의 경제 교과서를 학습하거나, 라진·선봉경제무역지대, 금강산경제특구, 또는
146 _ 새터민 H00과의 인터뷰, 2007년 9월 13일.
147 _ 새터민 K041(사무직, 여)과의 인터뷰, 2004년 4월 2일.
148 _ 서재진, 7·1조치 이후 북한의 체제변화: 아래로부터의 시장사회주의화 개혁 (서
울: 통일연구원, 2004), p. 94.
149 _ 고려대학교 기초학문연구팀, 7·1조치와 북한, p.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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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공서 및 기업 단위에서 자본주의 특강을 하였다고 한다.150 한편 북한주민들이 자본주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데에는 중국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도 적지 않은 작용을 하였다. 한 새터민 여성은 1990년대 초부터 몇 해에 걸쳐 직장에서 만난 중국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개혁·
개방의 성과와 자본주의의 장점 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90년부터 8년간 근무하면서 사사려행자들 많이 봤어요. 거기서 중국 사
람들이 우리한테 이야기하기를 중국이 그렇게 잘 살게 된 거는 개혁 개 방했기 때문에 그렇게 잘살게 되었다는 거…. 그 사람들이 개인이 땅도 가지고 있고 축산을 해도 목장식으로 크게 하고 있으니까 우리하고는….
우리는 개인이 한두 마리씩 그저 적게 해서 그 고기를 팔아가지고 그걸 로 먹고 살고 이렇게 했지만, 중국에서는 그게 아니라 크게 하니까, 그 벌면 자기가 노력하면 노력한 것만큼 제 것 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그 사람들도 많은 신심을 가지고…. 이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장사를 해야 만이 잘 산다는 거’ 그리고 ‘우리도 장사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하고 지지리 못살았지만, 장사를 하니까 남한테 구걸도 안하 고….’ 남의 힘과 그런 걸 빌리지 않아도, 자기 절로 자기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개척할 수 있으니까 자본주의라는 게 이게 나쁜 게 아니고 오히 려 어떻게 보면 더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됐지요. 그걸 그렇게 해야만 살 길이 열린다는 거….151
2) 자본주의 문화
북한의 사전을 통해 보면 ‘자본주의 문화’152는 “로동계급의 문화와 대립되는 반혁명적인 문화”이며 “자본주의 문화의 해독성은 …사람들 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계급적각성을 무디게 하며 그들을 부패타락 하고 속물적인 존재”로 만드는데 있고 “자본주의문화의 침습, 특히 자
150 _ 새터민 K024와의 인터뷰, 2003년 7월 1일.
151 _ 새터민 H00과의 인터뷰, 2007년 9월 13일.
152 _ 백과사전 출판사, 조선대백과사전 16 (평양: 백과사전출판사, 2000), p.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