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기본방향: 억제력 확보와 신뢰여건 조성
북한이 경제·핵발전 병진노선을 지속하는 경우, 대책의 기본방향은 억제력 확보와 신뢰여건 조성이다. 즉, 북한이 희망하는 경제·핵 병진 경로로 이행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가운데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북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 정권에게 비 핵화에 협조하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 대외협력을 얻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던지는 한편,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 낼 실 질적인 주체인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할 수 있는 대북정책이 필 요하다.
억제력 확보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간 신뢰형성을 위해서는 다음과
71_2013년 3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부 대변인 성명 전문, <www.vop.co.kr/
A00000606424.ht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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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본방향에 입각하여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신뢰형성을 위해 상호주의가 준수되어야 한다. 신뢰는 상호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의무사항에 대해서는 책임을 갖고 지킴으로써 이루 어진다. 그리고 신뢰는 앞으로 있을 행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발 생한다. 신뢰형성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호 약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면 보상이 제공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 명하게 해야 한다. 또한, 협력을 하면 어떤 대가가 주어지고 약속을 지 키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북한 은 상황과 이익에 따라 합의를 지키다가 임의로 약속을 파기하기도 하 기 때문에 신뢰가 누적되지 않는다.
셋째, 점진적으로 신뢰가 쌓여야 한다. 신뢰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 으며 오랫동안 합의를 지키고 행동에 대한 패턴이 이루어짐으로써 생 겨난다. 남북관계도 벽돌쌓기처럼 하나씩 신뢰를 쌓아야 이전의 믿음 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
넷째, 신뢰형성을 위해서는 남북한 차원, 국제 차원, 대내 차원에서 의 다차원적 협력망을 형성해야 한다. 신뢰형성의 일차적 목표는 남북 한 사이에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 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협력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 또한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국내 적으로 국민들의 지지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72 이렇게 남북관계, 국제 관계, 국내의 세 가지 차원에서 신뢰형성이 연결될 수 있도록 선순환구
72_박영호,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정책추진방향,” 통일정책 연구, 제22권 1호 (통일연구원, 2013), pp.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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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를 이루어야 한다.
한편, 억제력 확보와 신뢰형성 정책을 병행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설정 하느냐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 북한 핵문제가 대두한 이후 북핵문 제는 남북관계의 구조적 성격을 결정하는 외적 변수로 작용해 왔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핵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이에 상응하여 남북관 계도 진전하였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은 제네바합의가 이행되는 국제적 조건에서 가능하였으며, 2007년 2차 정상회담은 6자회담에 의해
9‧19공동성명과 10‧3합의가 가동되는 조건에서 가능하였다.73 그러나
북핵문제가 난관에 봉착할 경우 남북관계도 경색국면에 봉착했다.
북한 핵문제가 구조적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진전시키느냐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완전히 분리할 수도 없고 기계적으로 연결할 수 도 없다. 북한 핵문제의 영향력을 인정하더라도 그 테두리 내에서 가 능한 남북관계의 영역을 최대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억제력 확보를 바탕으로 하면서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느슨하 게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 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편으로는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도 북핵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남북관계의 발전가능성을 탐 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핵문제가 진전이 없 는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 남북대화, 호혜적 교류·협력 등을 추구함 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을 추진해 야 한다.
73_박종철, 2000년대 대북정책 평가와 정책대안: 동시병행 선순환모델의 원칙과 과제
(서울: 통일연구원, 2012), pp.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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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분야별 대책
(1) 인도주의 문제
(가)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 문제 해결 노력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남과 북의 인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남 한은 인도적인 이유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북한 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사안으로서의 보편 성과 북한이라는 특수한 대상에서 비롯되는 정치성으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 한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문 제는 남북 간 신뢰 형성에 기여하기 어려운 측면을 지니고 있다.
북한이 체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산가 족 문제 등 인도주의 문제에 호응할 수 있을 만한 유인을 제공할 필요 가 있다.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들의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등 에 대해서 경제적 대가나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이 국군포로나 남한으로의 납북자 송환에 협조할 경우, 적절 한 대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산 가족 문제에 호응하는 것에 대해 과거와 같이 직접적으로 식량·비료 지원을 연계하는 것은 북한에게 그릇된 관행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바 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인도주의 문제를 개성공 단 국제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협과 같은 큰 틀의 관계 속에서 추진하는 거시적인 방법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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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서도 예외로 인정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하여 어린 이들의 영양식 공급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학생들의 교육기자재 지 원, 장애인 지원, 깨끗한 식수공급을 위한 시설 개선, 산림녹화 사업 등 은 5‧24조치나 핵문제와는 별도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러한 인도주의 분야의 지원과 협력에 대해서는 분배와 사용의 투명성만 확 보되면 국민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민족재난·재해에 대한 지원 및 협력
앞으로도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를 포함한 의료·복지 시설은 크게 개 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이러한 취약한 상태에서는 자연재해나 인 공재난, 전염병 등 재난·재해에 적절하게 대응할 능력이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남한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취약한 부분에 대해 협력과 지원을 실시함으로써 신뢰의 첫 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남북 간 재난·재해 협력은 미래에 발생가능성을 대비하는 차원과 함 께 다양한 종류의 재난들이 언제든지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여름철에는 연례적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 한다. 백두산 화산폭발과 같이 사전 대비의 성격이 강한 재난이나 홍 수 및 조류인플렌자 등 신종 전염병과 같이 긴급히 대응해야 하는 재 난 등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및 전염병, 기후변 화, 홍수 등의 생태환경 문제와 같이 한반도에서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생태환경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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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인한 생존권 위협, 신종 전염병 확산 등 인간 생존에서 초보적이 며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남북협력을 함으로써 신뢰여건이 조 성될 수 있다.
남북한 간 재난·재해 협력 채널은 백두산 화산폭발과 같은 천재지변 이나 기타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
(라) 북한 당국과 인도주의-인권대화 모색
북한인권 개선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권리 의 실현을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도 적, 개발지원 사업을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적·정치적 권리 실현 문제도 꾸준히 제기하는 한편 당국 차원에서도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 지속과제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다만 북한 당국이 인권문제에 대해 전면적 거부로 일관하고 있는 상 황에서는 앞으로도 이 문제에 관한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남 북 간에 논의할 수 있는 사안들을 포괄적인 인도주의-인권문제로 개념 화하여 인도주의-인권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2) 사회문화 교류·협력
(가) 비정치적 분야 중심으로 교류 재개 및 확대
사회문화분야의 비정치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협력을 재개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정치분야의 교류·협력을 우선 추진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