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공식적인 권력승계 절차를 마무리한 김정은 정권은 정 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김 정은은 선대 수령들의 유업과 유훈에 기대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업적을 창출해나감으로써 정 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자신의 지도력 을 과시하고 선전함으로써 권력 엘리트나 주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 신 또한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김정은 정권은 남북 간의 발전격차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서 남한과의 교류·협력이 야기할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적절한 수준에서의 조절을 통해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이를 권력 엘리트와 주 민들에 대한 통제기제로 활용하고자 한다.
권력구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정권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당 기능의 정상화와 당의 주요한 결정단위 역할을 활성화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고사령관직 승계나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 등 주요한 정책 에 대한 결정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이나 당중앙위원회 전원회 의 결과로 발표하고 있다.10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 과 같은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의 권위를 빌어
10_“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 관한 보도,” 조선중앙통신, 2011년 12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보도,” 로동신문, 2013년 1월 26일; “조선로
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결정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65돐과 조 국해방전쟁승리 60돐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맞이할 데 대하여≫를 채택,” 조선중
앙통신, 2013년 2월 12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31일.
36 김정은 체제의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책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당의 집 체적 협의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권력구조에서의 일 정한 변화 가능성은 일사분란하게 조율된 정책추진보다 내부적인 정 책검토 과정에서 다소간의 혼선과 갈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당·정·군의 지배집단이 각각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지배연합 내의 분파적 정책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11
군사적인 측면에서 북한은 대남 긴장고조를 정권의 정통성 확보 수 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속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대해 적극적이고 공세적 으로 맞서나가는 모습을 연출하여 지도력을 과시하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이나 도발은 효과적이고 손쉬운 긴장고조 방편일 수 있 다. 특히 2013년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임을 감안 하면, 북한은 법적으로 여전히 전쟁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주장 하에 미 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부각시켜 엘리트와 주민들에게 경각심과 긴장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북한은 대남 긴장조 성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력을 과시하고 선전할 수 있다. 김 정은 정권은 “반미대결전을 승리로 이끌어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 을 수호한 것은 지난 1년간 이룩한 거대한 업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12 한편 김정은 정권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민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개혁과 개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권력 안정화를
11_장용석, “국가사회주의와 국가계급 지배의 동태성: 북한 지배체제 연구에 대한 함의,”
통일문제연구, 제21권 1호 (평화문제연구소, 2009) 참조함.
12_“위대한 백두영장을 높이 모신 선군 조선은 끝없이 강성번영할 것이다,” 로동신문,
2013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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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주민들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지만, 대남 경제협력의 필요성도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3월 31일 열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면 소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내부 경제관리 개선·개혁과 함께 원산과 칠보산지구의 관광특구나 도별 경제개발구를 비롯한 외자유치 확대와 무역에서의 다각화·다양화를 통한 제재국면 돌파가 강조되고 있다.13
다만 이러한 대외협력 확대 방침과 충돌할 수 있는 정책방향이 동시 에 천명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의 혼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김 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4월 15일 연설을 통해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을 가겠다며 인민군대의 강화를 천명하였고 평화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 고 언급하였다.14 이는 김정은 정권의 초기 대외정책 방향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권력공고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군사력 강화를 도모하고 이를 과시함으로써 평화적인 협력관계 발전보다는 긴장고조를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긴장 고조 정책은 대외경제협력 확대정책과 충돌할 여지를 안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도 존재한다.
김정은 정권의 입장은 2012년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특히 2013년 2월 핵실험 이후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국제적 압박과 고립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며 비핵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
13_“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하신
보고,” 로동신문, 2013년 4월 2일.
14_“김일성대 원수님 탄생 100돐경축 열병식에서 하신 김정은동지의 연설,” 조선중앙
통신, 2012년 4월 15일.
38 김정은 체제의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책
행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 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한 맥락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 성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고위급 회담 을 제의(2013.6.16)한 상황에서 미국이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점은 김정은 정권의 대남대화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아울러 국제적인 고립의 심화로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중 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은 김정은 정권으로 하여금 대중의존도를 완화시킬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고립 탈피와 대중국 의존도 약화의 방편으로 남 북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